육아가 한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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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지민 작가는 딸 나은이에게 그 어떤 틀도 씌우지 않고 순수하게 자연을 가르쳐주고 싶었고 예스럽고 느린 방식을 굳이 따르며 아이를 기르려고 애썼다. 육아의 편리를 돕는 장비나 기기, 아이의 발달에 필수라는 교구들을 마다했고, 아이와 숲이나 들판, 장터를 거닐며 교감하는 시간에 더 집중했다. 별 다른 도구나 시설 없이 아이와 자연을 누비는 저자와 아이의 일상은 인스타그램 페이지(@flatfish_)에 올라가며 더 큰 공감을 얻었다. 도심 속에서 아이를 키우며 이유 없이 조바심을 느끼던 엄마들은 어느 정도 죄책감을 내려놓고 편안함을 느꼈을 터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진심을 다해 저자와 나은이의 삶에 공감을 표했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 할 수 있는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시골살이 속에서 감수성 충만한 소녀로 자라고 있는 네 살 나은이의 모습을 마주하면 저절로 이런 의문이 든다. 항상 더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라지만, 그것이 과하면 욕심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에 실린 작가의 글들은 엄마로서의 욕심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육아로 지친 엄마들에게 ‘힘을 뺀 육아를 하라’고 넌지시 조언하기도 한다. 여자이자 작가, 환경운동가인 한 엄마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와 아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짐작해보는 시간을 선물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전지민
에코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는 독립잡지 「그린마인드」를 만들었다. 도시와 시골을 반반씩 오가며 생활하다가 5년 전 강원도 화천에 뿌리를 내렸다. 군인인 남편과 함께 다섯 살 딸아이 나은이를 키우며, 인스타그램 작은 창에 시골살이와 육아에 관한 기록을 남긴다. 여성이자 엄마의 입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에코마인드를 글로 지어 「맘앤앙팡」 「베스트베이비」 등의 매체에 연재한 바 있으며, 지금은 패션지 「엘르」를 통해 엄마, 작가, 환경운동가의 시선으로 본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목차
- 들어가는 글 그래도 육아는, 한 편의 시보다 감동이야
추천의 글 김이경 편집장, 김달님 작가
이야기 하나 둘에서 셋으로
‘희봄, 나은’ 아기가 태어났다
하루하루 모여 백일 한없는 세계, 너로 인해 겸손해지는 날들
내 손을 잡아주던 소년에게 그냥 이렇게 앉아 있고 싶었어
겨울 이삿날 그린마인드로 가는 길
붙잡을 나(拏), 웃을 은(?) 되게 웃기는 아이가 태어났으면 해
‘새 책 줄게, 헌 옷 다오’ 프로젝트 없이 키우기, 책으로 키우기
초보 엄마의 신고식 아가야, 무사히 오고 있는 거지?
‘엄마’라는 베이스캠프 비우는 마음을 배웁니다
첫 어린이날, 첫 어른날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
이야기 둘 초록 읽어주는 엄마
겨울바람을 곱씹는 산책 첫눈이 내린다
참견이 아닌 너른 마음 할머니의 오지랖
오물오물, 냠냠 대신 먹어드립니다
집밖으로 여행 아기 셋, 엄마 셋! 오키나와로
나이면서 내가 아닌 존재에게 초록 읽어주는 엄마, 그린도슨트
유년의 집, 강남주택 떠올리면 여전히 따뜻한
바닥의 계절, 추분(秋分) 행복의 둘레를 넓혀간다
봄철 풀도 한 떨기 꽃처럼 제비들의 맘마, 맘마, 엄마
추억을 선물하는 시간 바람아, 씻어줘서 고마워
이야기 셋 나쁜 날씨는 없다
엄마표 계절 놀이 단 한 번도 같은 날씨가 아니라서
디지털 디톡스 육아 완벽한 심심함이 주는 지혜
반짝반짝 나은 말 아이는 부모의 마음을 읽는다
흙, 바람, 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 세발자전거와 수선화
나쁜 날씨는 없다 달 샤베트를 떠먹는 여름
낭만적이고 다정한 도깨비의 아버지들
아이와 단둘이 제주살이 일상의 일부를 떼어내다
나은나무, 은행나무 1년 동안 수고했습니다
이야기 넷 토끼랑 지구 여행
내 마음을 위한 처방전 “비어 있다는 건 슬픈 건가요?”
미숫가루 육아 결국에는 고소하고 든든해질 맛
여물어간다는 건 물러지고 달달해지는 일
아버지의 첫 비행 나무는 무엇을 위해 버티고 살았을까
모두가 잠든 계절 세상에서 가장 큰 눈사람을 만들었다
엄마가 딱 너만 할 때 살았던 집 해안가 앞 작은 뜰에서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관계 아이의 친구, 엄마의 친구
메르시Merci, 나은 우리는 각자 다른 이유로 파리를 동경한다
호랑이보다 반가운 여름 손님 국적과 나이가 달라도 우리는 친구입니다
마치는 글 내 바통을 건네받아 이어달리기를 하는 아이
못다 한 이야기 우리가 가장 아름다웠던 날들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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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고 기억해야지 마음먹었던 순간들은 적어둬야 한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내 기억을 꽁꽁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나은이의 사계절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전지민은 기억을 잘 붙잡는 사람이다. 그녀는 자라는 아이가 예쁘고, 그 옆에 있는 엄마인 자신도 예쁘다고 말한다. 아이의 말에 웃고 울고 싸우고 화해하던, 서툴렀지만 아이만큼이나 예뻤던 나를 떠올리게 된다.
-
겪어본 적 없는 시간을 짐작하며 자주 뭉클해진 이유는 나 또한 한때의 무게와 뒷모습을 부모에게 남기며 자라왔음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잘 먹는 기특한 네 살의 나은이를 보며, 유아 거식증을 앓았던 자신에게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고 싶어 부엌에서 엉엉 울었다던 그녀의 어머니를 떠올리는 작가의 마음처럼.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의 자식이었던 기억을 안고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
책 속으로
주말 저녁에는 남편과 둘이 앉아 종종 가족회의를 했다. 대화 끝에 함께 꿀을 넣은 맥주를 마시며 “캬~ 역시 둘이라서 지금 딱 좋아!” 하고 외쳤다. 둘이라서 지금 너무 좋다며 까불던 여러 날이 지나고 몸과 마음이 초록으로 충만하던 이듬해 봄, 우리에게는 갑작스레 희봄(태명)이가 찾아왔다. -- 49쪽
겨울에는 아이와 함께 목욕을 할 때라야 비로소 서로의 맨몸을 살필 수 있다. 엄마는 티끌 하나 걸치지 않은 아이의 몸이 그간 얼마나 자랐는지 서둘러 확인한다. 깔깔깔 웃으며 몸을 씻는 사이, 욕실 문 앞에는 우리의 허물들이 한 무더기 쌓여 주인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구석구석 헐은 욕실, 낡고 작은 욕조에 따끈한 물이 가득 담기면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 추위가 선사하는 따뜻한 행복이 여기에 있다. -- 92쪽
자신의 몸통만 한 빨간 가방에 얼굴보다 큰 식판을 담고 노란 버스를 타는 아이. 당장 아픈 아이를 강제로 등원시켜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나는 어린이집을 퇴소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만 더 버텼으면 면역도 생기고 덜 아프고 적응도 잘 마쳤을 텐데. 엄마도 봄날을 맞을 수 있었을 텐데. 4,5세에 보내도 아픈 건 마찬가지야”라는 지인들의 조언도 넘치게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 보육으로 마음이 기운 것은 내 유년의 추억 때문이었다. 어릴 적 엄마 아빠와 보낸 긴긴 시간들이 내게는 여전히 뭉클하다. -- 146쪽
기쁨으로 상기되어 집에 돌아와도 모든 창문을 꼭꼭 닫은 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고 있으면 더위를 피했다는 안도감보다 죄책감이 몰려왔다. ‘세상을 향해 무더운 바람 한줄기를 더 보태고 있구나. 우리가 여름을 더 덥게 만들고 있어.’ 나는 조금이라도 에어컨을 덜 켜고 아이와의 여름 산책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 186쪽
은행나무는 예로부터 ‘신목(神木)’이라고 불렸다. 아픈 사람, 자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은행나무 앞에서 기도를 올린 것도 나무에 신성이 깃들여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나무를 볼 때마다 우리 가족의 증인 같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많이 흘러 우리 세 가족이 모두 세상에 남아 있지 않을 순간에도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을 기억해줄 것만 같다. -- 210쪽
육아는 극적이다. 아침의 온화한 분위기가 종일 이어지기 힘들고 절정으로 치닫은 상황이 갑자기 사랑과 감동의 순간으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삶이 서정적인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사실 나의 육아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막장 드라마인 것이다. 몸만 자란 나를 뼛속까지 성장하게 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은. ‘육아’는 기를 육(育), 아이 아(兒) 한자를 사용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를 육(育), 나 아(我)로 적어야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처 다 자라지 못한 내 안의 나를 기르는 일이 결국에는 진짜 육아인 셈이다. -- 234쪽
하늘소는 나무 속에서 3년을 애벌레로 살다가 여름에 나온단다. 밤에만 주로 활동한다고 알려졌는데, 이따금 잠이 없는 하늘소가 우리와 놀아주곤 했다. 언젠가는 보람 씨가 하늘소를 잡아 나은이에게 만져보라 건넨 적이 있다. 곤충 학자 파브르 박사 뺨치는 이모 덕에 나은이는 매미, 방아깨비, 메뚜기를 구별하고 만질 수 있게 되었다. 화천에서 함께 아이를 낳고 기르던 이웃들은 언젠가 떠나기도 하고 편지가 되어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불편한 점이 많은 시골살이이지만 이렇게 좋은 이웃을 만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환히 웃을 때면 사람들이 고향을 묻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나고 자란 땅을 ‘엄마’라고 한다면 우리는 오래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난 형제 같은 관계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 270쪽
세 살 아이를 키우는 선배가 백일 정도 된 나은이를 보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기가 참 순하네~ 우리 집 아이도 그땐 그랬는데…” 선배 아이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흙바닥 주차장에 드러누워 울음을 터뜨렸다. 그땐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나은이를 이만큼 키워 놓으니 다른 엄마들의 걱정과 조바심 같은 마음이 더 깊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의 발달 과정을 꽃에 비유하고 싶다. 봉오리를 뚫고 꽃을 피우는 시기가 조금씩 다를 뿐, 잘나거나 못난 아이란 없는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건 엄마들도 마찬가지이다. -- 299쪽
출판사 서평
어쩌면 지금이 내 생애 가장 평범한 ‘확실한 행복’의 순간
시골살이로 관계와 감정을 배워가는 엄마와 딸의 성장기
여기 시골 동네에서 만난 수많은 엄마들은
내가 상상한 이미지의 아줌마가 아닌
제각각 환히 빛나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진
아이가 있는 여자들이었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지금부터 아이가 네 살이 될 때까지 함께 성장해온 한 엄마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에코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는 독립잡지 「그린마인드」 편집장 전지민과 그의 딸 나은이의 4년을 기록한 일기 같은 글이다. 그녀가 남편의 근무지인 강원도 화천으로 터전을 옮긴 건 5년 전이다.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눈에 띄는 연예인도 등장하지 않은 매체를 신념으로 이어가다가 모든 에너지를 소진했을 즈음, 잡지 휴간을 공표함과 동시에 서울과 화천을 오가던 주말부부의 삶도 정리했다. 어쩌면 가장 적당한 시기에 아이는 엄마 뱃속으로 조심히 찾아왔으리라.
아이가 태어나고도 그녀는 자신이 갈고 닦아온 삶의 가치관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엄마를 차지한 한 아이의 존재는 너무도 큰 것이었지만, 여자로서의 자신도 정체하지 않았으면 했던 것이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을 중요하게 여기던 이 엄마는 아이를 도심이 아닌 이곳 화천에서 키울 수 있는 게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맑은 공기와 파란 하늘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데다 자연의 순리,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기에 적합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인생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더 나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 아이에게 좋을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지만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며 검소하게,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엄마와 아이의 일상이 특별한 비책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가 더 잘 자란다’ 식의 말을 건네려는 것도 물론 아니다. 다만 인위적인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것을 아이에게 더 먼저 알려줌으로 인해 아이가 편견 없이 세상을 받아들이고 제 역량으로 판단하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새 옷 대신 헌 옷을 받아다 입는 아이, 어린이집 같은 기관 대신 엄마와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누비는 아이. 나은이는 5일에 한 번 장이 서면 엄마와 함께 시장 구경에 나선다. 길거리 음식을 사먹고 동네 할머니들에게 인사하며, 자신이 기르고 싶은 꽃을 직접 고르기도 한다. 매일 아침 공공도서관에서 그림책을 빌려 읽고, 도감 대신 제 눈으로 곤충과 새, 갖은 식물을 바라보며 비교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이 소소한 행복의 장면들은 인스타그램 #나은사계절 #반반화천 #나은나무 #가정보육 #육아가한편의시라면좋겠지만 등의 해시태그로 만나볼 수 있다.
이 모든 나날이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생활일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재능과 신체발달을 제때 도와줄 수 없다며 걱정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지민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바닷가 아이로 태어나 매일같이 맨발로 모래사장을 달리던 과거의 자신처럼 아이도 문제없이 잘 자라리라 믿는다고. 아이는 누구보다 계절과 계절 사이에 숨은 이야기를 잘 앍고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부모와 보낸 어린 날의 소소한 추억들이 결국 이 아이를 단단히 여물게 할 거라고 말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58463205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3월 02일 |
쪽수 | 308쪽 |
크기 |
128 * 200
* 26
mm
/ 42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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