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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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최전선』
새벽은 모든 시간의 시작이며 모든 생각들의 최전선이다. 생각들은 이 시점에서 가장 치열해진다. 기억을 생각 속에 각인하는 일도, 흐트러진 생각들을 구분하고 정리하여 정치(整置)된 사유(思惟)로 전환하는 일도 모두 새벽에게 주어진 일과다. (‘책을 펴내며’ 중에서, 6-7쪽)
작가정보
金基正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부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대를 위한 전략 담론 발신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왔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행정대학원장, 국가안보실 제2차장, 외교부·국방부·통일부 정책자문위원과 외교부 공공외교자문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관심 연구 영역은 한반도 평화, 동북아 지역질서, 한국 외교정책, 문화전략, 지정학의 국가전략 등이다. 주요 저서로 『김기정의 전략 디자이닝』, 『미중 경쟁과 한국의 외교 유연성』(공저), 『한국 외교 전략의 역사와 과제』, 『경쟁과 공존』(공저), 시집 『꿈꾸는 평화』, 『귀향』, 산문집 『풍경을 담다』 등이 있다.
목차
- | 책을 펴내며
제1장 사유(思惟)의 정치(整置)
화성돈(華盛頓: Washington)에 가면: 정책 공공외교의 추억
정치학 한류의 즐거운 상상
3·1 독립선언서의 새로운 감상(1) :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해법
3·1 독립선언서의 새로운 감상(2) : 1919년의 봄과 이상화, 그리고 2018
소설 『파친코』와 경계 위의 꽃
속죄와 화해
영화 ‘기생충’, 일본어 제목은 누가 붙였을까?
뮌헨 신드롬과 신냉전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면
권력은 무서운 것?
공감의 리더십과 전진(前進)의 정치담론
사면(赦免)과 정치통합?
양비(兩非)론, 양시(兩是)론을 위한 변명
◆ 재상봉
◆ 조퇴한 아이들
제2장 공부의 기억
학문의 자유와 지성적 책임
내가 만난 세 사람의 역사가
가쓰라 -태프트(桂-Taft) 밀약에 관한 생각
판데목과 토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
결별의 방식: 우아한 철수
대화(對話)일까, 고문(拷問)일까
역사학에게서 정치학에게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수월성의 욕망
긴 글, 짧은 글
공동작업의 원리
‘교정(矯正)’과 비평
짧은 글귀, 긴 생각
책 속으로
전략자산이란 첨단기술을 장착한 산업 능력, 군사 능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의 공간이기도 하다. 전략적 대안의 폭을 넓혀 국가가 기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유(思惟)의 공간이다. 그러려면 한국의 전략가가 워싱턴의 시각으로만 우리 문제를 바라보는 일, 의존성의 역사에 분노하며 급격한 이탈 욕구를 가지는 일은 양 끝에 세워두고 그 사이 공간에서 생각의 폭을 하나둘씩 넓혀가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_ p.23, ‘화성돈(華盛頓: Washington)에 가면: 정책 공공외교의 추억’ 중에서
근대가 시작된 이래 지식은 주로 일본을 통해 전달되었고, 해방 이후에는 서구 이론을 직수입해서 재활용해 왔다. 모방과 재생산이 주된 일이었다. 조금 자조(自嘲)를 섞어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한국의 정치학자들은 ‘기지촌 지식인’에 다름 아니다. 시(詩) 작품 ‘기내에서 비빔밥을 맛있게 먹은 이유’에서 나는 그렇게 자탄(自嘆)하며 표현한 적이 있다. _ p.28, ‘정치학 한류의 즐거운 상상’ 중에서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 겨울의 모진 날들을 살다 보면 매서운 겨울바람에 압도당하여 봄이 아득히 멀리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살아진다.…빼앗긴 들에 봄은 쉽게 오지 않았다. 남의 땅이 되어버린 한반도에는 겨울의 찬 기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일제 통치에 분노하며 단말마 같은 외침을 간헐적으로 질렀으나 대부분의 시간은 울분을 삼키며 침묵했다.…청년 윤동주는 ‘밤비가 속살거리’는 ‘남의 나라’ ‘육첩방(六疊房)’에서 너무 쉽게 쓰인 시를 부끄러워하며 고뇌하고 참회했다. _ p.44, 48~49, ‘3·1 독립선언서의 새로운 감상(2): 1919년의 봄과 이상화, 그리고 2018’ 중에서
동아시아 근·현대사에서 인간 삶의 뒤틀림을 가장 잘 드러내 보여주는 집단이 있다면 재일교포, 자이니치일 것이다. 자이니치는 일본 사회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경계인들이다. 경계선에 몰린 사람들이다. 일본에서 태어났고 일본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결코 그 사회에 속하기 힘든 집단이다. 속하지 못한다는 것은 ‘소속감을 갖지 못한다’는 것으로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감과 핵심 전제가 전혀 다르다. 소속감을 갖지 못하는 것은 자이니치 그들의 자발적 결정이 아니라 소속과 포용을 거부하는 일본의 정치적 결정,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_ p.54~55, ‘소설 『파친코』와 경계 위의 꽃’ 중에서
미중 대결을 ‘신냉전’이라고 규정하고, 그 대결 방식이나 진영화가 가치와 이념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단순하게 해석하면 심리적 친소(親疏)관계나 결사의 결심이 감정적 수준에서는 쉽게 형성된다. 자유민주주의는 일종의 신화처럼 작동한다. 그러니 마치 ‘좋은 나라 vs. 나쁜 나라’를 구분하여 선택하는 식이 된다. 그러나 전략구상 차원에서는 다소 난감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양국 사이에 전략적으로 ‘낀’ 국가들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아진다. _ p.81, ‘뮌헨 신드롬과 신냉전’ 중에서
한국 정치문화에서 평화와 안보 개념을 두고도 기이한 ‘정치 공학적’ 판단을 해왔다. 평화는 유약하고, 안보는 강건하다는 이미지 구분이 그 하나다. 평화를 중시한다고 말하면 이상주의자로 취급하고, 안보를 주장해야 현실주의자로 간주하는 이분법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보수는 안보를 더 중시하고, 진보는 평화에 집착한다고까지 굳이 가른다. 개념과 전략 담론적으로는 모두 불필요한 이분법이다. _ p.92,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면’ 중에서
권력은 무서운 것이다. 공포감과 강제성의 속성 때문이다. 비(非)민주적 정권일수록 권력의 공포감을 더 조장하려는 경향이 있다. 권력의 강제적 집행 방식에 익숙한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권력이 더 무서운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공포감을 민주주의 신념으로 이겨내는 일도 중요하다. 민주시민이라면 생각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국민주권이란 헌법정신의 핵심이다.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이 간단하고도 심오한 원리는 ‘생각’을 끊지 않는 국민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 p.102, ‘권력은 무서운 것?’ 중에서
전진의 방식에서 더불어 고민해야 하는 점은 함께 대오(隊伍)를 갖추자고 다수의 대중에게 제안하는 일이다. 함께 열을 짜고 발걸음을 맞추며 나가는 방식의 전진이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속도는 더뎌질 수 있다. 효율성이 제한된다고 비판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공감의 리더십은 이 방식에서 빛나며 드러난다. 시대가, 그 시대를 살아내는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아파하고, 어떤 희망을 품고 싶어 하는지를 간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 p.107, ‘공감의 리더십과 전진(前進)의 정치담론’ 중에서
생각과 비판은 사적 영역의 일이다. 어떤 권력도 그것을 들여다보거나 추정하여 재단할 수는 없다. 양심의 자유, 믿음의 자유도 사적 영역에서 발현한다. 그러나 그 생각들이 말과 글로 세상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것은 공적 영역의 일이 된다. 생각과 믿음, 가치가 공공적 의미를 가지게 될 때, 학문은 사적 이익과 욕망, 편견을 표현하는 도구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공공선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 p.141, ‘학문의 자유와 지성적 책임’ 중에서
통영은 통제영(統制營)이라는 말의 줄인 말이다.…통영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충무(忠武) 정기(精氣) 타고난 나의 학우(學友)야’라는 노래를 부르며 성장했다. 풍광이 빼어난 예향이라 유치환, 유치진, 전혁림, 김춘수, 김상옥, 박경리 등 수많은 예술인들을 배출한 곳이지만, 이 고장의 뿌리는 이순신 장군으로부터 물려받은 단단한 정기에 있다. 거기에 더하여 굳건한 의지와 빼어난 창의성, 의연하고 결연한 시대정신을 물려받았다. - p.172~173, ‘판데목과 토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 중에서
질문을 찾는 일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일보다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논문 작성자가 던져야 하는 질문은 ‘왜?’(Why?)로 시작해야 한다. 논문이란 현상의 인과관계에 대한 분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고, 결과로 나타난 현상(사건)을 만들어 낸 원인을 찾는 작업이 ‘왜?’의 질문이다. ‘누가? 언제? 어떻게?’의 질문은 일단 부차적인 질문들이다. 질문이 헝클어지면 논문이라는 배가 산으로 가기 십상이다. - p.197~198, ‘역사학에게서 정치학에게’ 중에서
정치학 공부는 직업이 되었다. 좋아해서가 아니라 잘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이라서 직업이 되었는지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하기 어렵다. 좋아하는 일을 옆에 두고 싶기는 했다. 대학 입학 후 문학회 동아리에 가입했고 신춘문예 응모 시절이 되면 가슴이 늘 콩콩 뛰었다. 마흔이 넘어서야 시 계간지가 주는 신인상을 받고 시집도 냈다. 그러나 문학과 시작(詩作)을 평생 옆에 두는 일이 과연 성공했는지도 자신하기 어렵다. 가슴에서 완전히 떠나보내지 않았으니 절반 이상은 잘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 p.204,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중에서
공부하는 일은 본질로서 솔로(solo) 비즈니스다. 깨치는 주체는 연구자 본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그 과정이 반드시 그래야 된다는 법은 없다. 많은 경우, 영감(靈感)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와 토론 없이 혼자서 공부하게 되면, 그리고 혼자서 공부하는 일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도그마에 갇히게 될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식은, 그리고 공부는 자기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벽을 스스로 낮춤으로써 머릿속 공간을 열어두겠단 결심을 되풀이하는 과정이다. - p.206,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중에서
출판사 서평
정치학자가 들려주는
정치외교 현장의 기억과 국제정치사의 이면
정치학자로서 저자는 삶의 대부분을 연구와 전략 구상에 몰두했다. 기억과 생각이 주로 머무는 곳은 으레 국제정치 현장과 학문 공동체이다. 공공외교 현장에서의 서글픈 감상과 “그렇지만 우리라도 이런 짓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며 귀국행 비행기 안에서 마음을 다잡던 기억(‘화성돈에 가면’), 동료 교수들과의 식사 중 치러지곤 했던 유쾌한 즉석 대선 모의 선거가 실종될 정도로 첨예해진 정치적 갈등에 대한 안타까움(‘양비론, 양시론을 위한 변명’), 정치학을 전공하고 가르쳤으나 역사학에 대한 애정을 차마 놓을 수 없어 사이가 벌어진 두 학문의 재회를 바라는 은근한 마음(‘역사학에서 정치학에게’)이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어우러져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한반도 외교사의 주요 장면을 입체적으로 설명한 글들도 흥미롭다. 1905년 미국과 일본이 합의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드러난 미국의 한국 처리 방식과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의 의도, 그리고 이 밀약을 둘러싼 논쟁에 대한 해설(‘가쓰라-태프트 밀약에 관한 생각’), 1940년대 말 미국의 한반도 철수 계획과 6·25전쟁 개입 결정의 상관관계, 그리고 이로 인한 한국인의 트라우마 분석(‘결별의 방식: 우아한 철수’), 현재의 미중 경쟁을 ‘신냉전’으로 규정하려는 정치적 해석에 대한 불편함을 1938년의 뮌헨협정과 매끄럽게 연결해내는 통찰(‘뮌헨 신드롬과 신냉전’) 등은 국제정치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확장된 해석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생각이 된 기억들
마침내 희망에 가닿을 생각들
이 책은 가족들이 잠든 새벽, 홀로 깬 저자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써 내려간, 혹은 고쳐 쓴 28편의 산문을 묶은 것이다. 정치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는 1장 ‘사유(思惟)의 정치(整置)’에, 학문의 길에서 만난 인연과 공부하는 사람의 자세에 대한 생각은 2장 ‘공부의 기억’에 담았다. 보다 개인사에 치우친 것으로 판단한 두 편의 글은 따로 묶어 성격을 구분했다. 평소 관심을 둔 분야에서 소재를 끌어오기도 했다. 문학(‘소설 『파친코』와 경계 위의 꽃’, ‘3·1 독립선언서의 새로운 감상(2) : 1919년의 봄과 이상화, 그리고 2018’)과 문화현상(‘정치학 한류의 즐거운 상상’, ‘영화 ‘기생충’, 일본어 제목은 누가 붙였을까?’)이 그 대상이다.
기억을 재료 삼아 직조한 생각은 개인의 영역을 벗어나 넓게, 그리고 오래 퍼져나가는 힘이 있다. 치열한 기억은 생각이 된다. 이는 공부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기꺼이 머릿속을 열어 그 안에 세상에 관한 생각을 채우겠다는 저자의 결심과도 맞닿아 있다.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의 최전선』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결기가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지금 시대는 무엇이 결핍되어 있고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의 생각을 끊지 말아야 한다. 생각들이 모여 강을 이룬다면, 그 강이 흘러 닿아야 할 바다는 지금보다 조금은 밝은 시대일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시대정신이라고 부르고 희망이라 말한다. (‘권력은 무서운 것?’ 중에서, 102-103쪽)
기본정보
ISBN | 9791158292065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4월 14일 |
쪽수 | 236쪽 |
크기 |
152 * 226
* 22
mm
/ 529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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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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