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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1부 연둣빛 언어들
산목련 데칼코마니
불일암 입구에서 오래된 나무
연둣빛 언어들 일상의 무늬
민들레 가장 높고 따뜻한
큰바람 지나간 뒤 낭만포차
시 한 잔 겨울나무
별밤지기 방파제
모닥불 달
흔적 지금은 태엽을 푸는 시간
억새가 흐르는 창 여천역
한밤중 지금, 이 자리
우화 골똘에 관하여
사랑 안경을 닦으며
떠나지 못한 사람들
2부 아무도 꽃 이름을 묻지 않았다
발바닥 당신을 머리맡에 두고 편히 잔 적 없었다
아직은 집 거미줄
퐁당 그루터기
못 교차로에서
노을 이야기 고통의 축제
동백꽃 이박 삼일 동안 비 내리고
불꽃놀이 사랑하는 이에게
솟대 아무도 꽃 이름을 묻지 않았다
오늘의 날씨 보이지 않는 사랑
여수반도 풍경을 짓는 집
벽 폐차장 가는 길
세월을 던지며 휴식
탱자꽃 필 무렵 가을 편지
책장을 넘기다가
3부 세상에서 가장 큰 숟가락
첫눈 내게 오는 길
열반에 들다 빈 병
바람난 여자 내려놓다
노병이 돌아오다 심전도 검사
문 이사를 하며
즐거운 소통 고드름
세상에서 가장 큰 숟가락 눈 녹은 뒤
벽화마을에서 플라타너스
동짓달 팥죽 고청량산해천사
대설 특보 이별의 끝은
감 익는 마을 구부러지다
엘리베이터 사색의 장
틈 인연의 끈
돌에 핀 꽃
4부 물살을 가를 때
봄, 어스름 전세, 아니면 월세
화전 코스모스가 있는 풍경
동행 지붕 없는 미술관
느티나무 해후
어둠의 저쪽 까마귀는 날아들고
귀로 섬진강에서
산수유 물살을 가를 때
드론 날다 변산바람꽃
물방울 연가 자서전
꿈 새 아파트
분수의 분수 뿌리에게
부레옥잠과 금붕어 장미의 배반
파도 구유에 들어간 까닭
후드득, 또 봄
해설
책 속으로
(22페이지)
아파하는 이유 묻지 마라
방 한 칸, 들이지 못해 부끄럽다
당신에게 지어 주고 싶은
세상에서
가장 높고 따뜻한 건축 양식
-「가장 높고 따뜻한」 전문
현대인의 문제는 생존의 위협과 삶의 고통을 일정 부분 감내하며 산다는 것이다.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전염병의 창궐, 불의의 인위적 사고 앞에 우리의 생명은 무력하게 놓여 있는 데다, 대중의 욕구는 제어할 수 없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인간을 괴롭히는 것은 불안정성과 욕구이다. 시적 화자처럼 “당신에게” “세상에서 / 가장 높고 따뜻한 건축 양식”으로 집 한 채 지어 주고 싶으나 현실은 “방 한 칸” 들이지 못할 만큼 여력이 없다. 어디에도 요구할 수 없음으로 욕구는 억눌리고 주체의 삶은 고통스럽고 아플 수밖에 없다. 모든 생명은 존재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음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존중받으며 가치를 지니는 것은 자본밖에 없다. 화자가 “아파하는 이유 묻지” 않아도 안다.
디카시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가장 높고 따뜻한」 작품을 사진만 읽어 보자. 또 따로 문장만 읽어 보자.
영상과 문장을 분리하면 시적 의미가 발화되지 않는다. “가장 높고 따뜻한 건축 양식”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디카시는 영상이 문장을, 문장이 영상을 보완하거나 조력하는 것이 아니다. 독립적인 두 개체가 융합하여 새로운 어떤 것으로 창조하는 것이다.
(56페이지)
통통 튀는,
이름 하나 가져야겠다
불쑥 뱉은 말 한마디에 번지는
환희의 파문들
너도, 내 가슴에 돌 한번 던져 보렴
- 「퐁당」 전문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다. 주체가 욕망하는 동안은 잔잔한 흥분 상태를 유지하려는 쾌락 원칙을 넘어 상징계의 매개 없이도 직접 사물과 통교하려 한다. 이와 반대로 욕망하지 않을 때는 긴장이 없는 죽음에 이르렀을 때이다.
화자의 욕망은 “통통 튀는, 이름 하나” 갖는 것이다. “불쑥 뱉은 말 한마디”에 점화되었는데 “환희의 파문”에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다. 주체는 환희니, 향유니 하는 안전장치를 건너뛰어 대상을 직접 찾아 나서는 위험한 시도를 감행하고자 한다. “너도, 내 가슴에 돌 한번 던져 보라”는 것이다. ‘퐁당’ 빠져도 개의치 않겠다는 심리이다.
디카시 창작에 있어 영상은 주체의 사유를 구체화하며 직관력을 길러 주고 사유의 폭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물이 품고 있는 다양한 언어를 시인의 언어로 복기하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좋은 디카시는 시인의 사유 방식이 시적 사물과 만났을 때 시인의 사유 깊이에 따라 드러나는 시적 매혹의 폭이라 할 수 있다. 저 돌팔매가 만들어 내는 파장과 같다. (181페이지)
출판사 서평
“시인의 사유 방식과 시적 사물이 만났을 때
시인의 사유 깊이에 따라 드러나는 시적 매혹”
‘디카시’라는 장르가 있다. ‘디카(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영상(사진)과 문자를 함께 표현한 시를 말한다. 기존의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창작물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 이러한 디카시를 통해 문학을 넘어 일상생활에서 창작하고 즐기는 ‘시놀이’의 콘텐츠로 삼은 시인이 있다. 정영희 시인이다.
시인은 일상에서 조우한 시적 대상들을 소재로 삼았다. 총 108편의 디카시 소재들은 시인의 일상에서 출현한 것들이다. 그는 SNS 양방향 소통 시대, 일상생활의 찰나를 포착하여 영원을 누리게 한다. 사물 혹은 풍경 속에 함의된 시적 이미지를 발견하고 문자화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예술적 미학을 담보함과 동시에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한다. 전문성과 함께 대중성까지 지니는 것이다.
좋은 디카시는 시인의 사유 방식이 시적 사물과 만났을 때 시인의 사유 깊이에 따라 드러나는 시적 매혹의 폭이라고 한다. 디카 사진 속 사물이 품고 있는 다양한 언어를 시인의 언어로 만나 보자. 그 언어가 이 겨울, 비대면의 시대에 따뜻함을 선물해 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57769896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2월 31일 |
쪽수 | 184쪽 |
크기 |
131 * 200
* 17
mm
/ 27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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