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빵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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뼁끼통 안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치면서 그들의 고뇌와 희망이랄 수 있는 돈과 밥에 대해서 묘사를 하고, 남자와 여자의 성적인 문제에 대해서 가장 밀접하게 접근해 들어갔다. 그리고 복수를 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 곧 사랑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복수심이 어디에서 흘러나오는가를 심도 있게 파고들었다.
93년 이진수 작가가 신작으로 발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그 작품, ‘뼁끼통’이 25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2018년 새 옷으로 갈아입고 세상에 나왔다. 출간 당시 감옥살이를 실제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려 이슈가 되었던 이 작품을 다시 펴낸 까닭은 세월이 흘렀어도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진수
동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여 신문사 잡지사 편집장을 역임하였다. 1991년 동양문학 시로 등단하였고, 1994년 예술세계 소설로 등단하여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였다. 그간 100여 권의 소설책과 동화책, 시집을 출간하였다.《뼁끼통》이 있고, 신작으로 《대모》 등이 있다.
목차
- 14 전방_9
15 간통하는 여자들_70
16 별은 뜨고 별은 지고_100
17 출역, 그리고 담배장사_136
18 양과 이리의 두 얼굴_170
19 방황하는 영혼들_224
20 어처구니없는 일들_260
책 속으로
각 방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것은 재소자들의 마음속에 자신이 갇혀 있다는 마음의 답답함을 번호를 외칠 때마다 토해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재판이란 것도 돈 놓고 돈 먹기인 것이다. 돈만 제대로 판사에게 들어갔다면 나가는 것은 뻔했다. 썩고 썩은 게 법조계의 비리 아닌가. 변호사와 판사의 돈거래는 탄로도 나지 않았다. 워낙 막강한 권위에 있는지라 누가 감히 그들의 뒤를 파헤치겠는가 말이다. 섣불리 잘못 파헤쳤다간 법에 정통한 그들에 의해 역공을 당하거나 창피를 당하기 일쑤일 것이다. 법의 신성함. 그 신성함을 무기로 서민의 피를 빨아대는 그들은 성역의 보호를 받는 무리들이다. 재판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단지 돈의 힘겨루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얼마나 될까. 무전유죄 유전무죄. 그것은 비단 이곳에서만 쓰여지는 말이 아니다.
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이곳의 그들은 하여튼 범죄 머리는 비상하게 돌아갔다. 척하면 쿵인지 딱인지를 알아차렸다. 그리고 담당의 눈빛만 봐도 그들은 벌써 담당의 낌새를 눈치 챘다. 삶이란 이렇게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곳이 바로 구치소였다. 밖에서 생각하기로는 창살 안에 갇혀서 꼼짝도 못하고 그저 코로만 쉬고 있을 것 같으나 실상 이 안도 사회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곳이었다.
“희자. 희자.”
그는 뛰면서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그러나 들려오는 건 파도소리뿐이었다. 파도가 바윗돌에 부딪치는 소리에 놀라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지만 뒤돌아보면 파도소리라는 걸 알고는 맥이 빠졌다.
그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녀와 같이 자주 거닐던 바닷가를 달리면서 섬뜩한 예감 같은 게 드는 것이었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 힘껏 내달렸다. 어서 빨리 그녀를 찾아야되겠다는 일념뿐이었다. 머릿속은 온통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희자! 희자! 어디 있어!”
그는 새벽 시간의 바닷가에서 소리쳐 부른다는 것이 위험한 일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시간에 마구 내달리면서 소리지른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초소에서나 해안경계근무를 서는 초병이 봤다면 냉큼 총알이 날아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종태는 강릉에서 돌아온 그날로부터 편하게 잠을 잤다. 좀 서먹하긴 했지만 집엔 아직도 희자의 손길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그녀가 널어놓은 빨래가 아직 그대로 걸려있었고 옷장에는 그녀의 옷들이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화장대 위의 화장품들도 고스란히 정돈돼 있었다.
“…….”
그는 누운 채로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다시 슬픔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옷장속의 맨 아래칸 서랍에 깊숙이 들어 있던 한영일이라는 명찰이 기억났다. 붉은 사인펜으로 계급이 표시돼 있었고 그 옆에 고딕체의 이름이 선명하게 씌어져 있었던 게 기억났다.
그는 잠시 생각에 골몰해졌다. 그 명찰의 주인이 누구일까.
어떤 일로 해서 희자의 옷이 들어 있는 그 속에 숨겨져 있었던 것일까. 종태는 희자와의 관계를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생각을 하고 짚어 봐도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희자가 죽기 전에 어떠한 이상한 점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꾸만 세상에 대한 미련 같은 게 남아 있어서 마음만 심란해질 뿐이었다. 이러다가는 자신이 계획한 모든 것들이 다 깡그리 무너질 것만 같은 절박함으로 마음이 더 초조해지는 것이었다. 그는 최종적으로 마음을 결정지었다.
‘이제는 들어가는 거다. 일단 들어가서 생각하는 거다.’
그는 그렇게 마음먹고 나자, 한결 마음이 놓여졌다. 대개 감방엘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감방에 들어가기 전이 망설여지는 것이지 일단 마음을 굳히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건 종태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범죄자들은 다 그랬다. 바깥에 있는 것은 단순한 몸이었을 뿐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일단 감방 안으로 들어가야만 비로소 마음이 놓이는 것이었다.
뼁끼통이란 얼마나 편한 곳이었던가. 재소자들은 가끔 울적할 때마다 뼁끼통으로 들어와서 앉아 있곤 했다. 딱히 대변이나 소변이 마렵지 않더라도 일단 뼁끼통에 걸터앉아 있으면 그렇게 마음이 편해질 수 없었다. 면회를 온 여자가 이만 헤어지자 던지고 가면 그들은 슬그머니 뼁끼통 안으로 들어가서 혼자 울었고 혼자 분을 삭이곤 했다. 그리고 세상을 원망하기도 했고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의 자궁을 원망하기도 했으며 돈이 없어 그럴 듯한 변호사 한 번 사보지 못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언을 남기듯이 울다가 쇠창살에다 수건을 감고서 자신의 목을 매다는 곳도 바로 뼁끼통 안이었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서평
‘뼁끼통’은 왠지 그 이름에서부터 낯설고 거부감이 느껴진다. 뼁끼통은 영어의 몸이 된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은어이다. 사실 우리 사회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이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에서 사라져 뼁끼통 안에 갇혀 있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들을 너무 쉽게 비판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지 한번 반성해볼 일이다. 그들은 그 안에서 고통과 신음의 나날을 곱씹으면서 참회의 눈물을 홀리기도 한다. 어떤 이는 정직한 말을 했다가 영어의 몸이 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삶의 무의들이 그 안에 그려져 있다고 보면 옳을 것이다. 가끔은 입에 풀칠조차 하기 힘들어 일부러 노상에서 물건을 훔치고 들어오는 단골들도 있었다. 그들은 배고픈 거리에서 헤매다가 정말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서 나라에서 내주는 밥이라도 얻어먹을까 해서 자청하여 들어오는 불청객들일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감옥 안에서 인간은 가식을 벗고 본연의 원초적 존재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울고 웃고 하루에도 수십 번 무너지고 다시 쌓고를 반복하며 삶을 견딘다. 그러나 세상과 단절된 그곳에서도 희망은 싹트고 사랑이 꽃핀다. 밑바닥까지 떨어져본 사람들이 비로소 깨닫게 되는 인생의 맛이란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눈물겹게 만든다.
차종태는 조직폭력의 우두머리로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듯 하는 인물이다. 그에게 영등포 구치소는 낯설지 않다. 교도관들과의 친분이 그러했고, 감방 안에 있는 다른 재소자들 가운데서도 항상 위에 군림하는 모양새가 그곳을 한두 번 드나든 게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종태에게는 감옥 밖의 생활이나 안의 생활이 별반 차이가 없다. 어떤 삶의 목적도 희망도 없는 나날들을 그냥 흘려보낼 뿐이었다. 그러던 중 종태는 교도소 안에서 한 여자를 알게 된다. 희자, 그녀도 종태와 마찬가지로 죄를 짓고 감옥살이를 하는 신세였다. 종태는 희자를 통해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어려움을 견디면서도 행복을 느낀다. 살면서 처음 가져본 애틋한 감정에 종태 자신도 많이 놀랐고 신기했다.
둘은 출옥한 후에 강원도 바닷가 근처에 거처를 마련하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왜 진작 이런 행복을 누리지 못했을까, 왜 진작 만나지 못했을까. 그랬다면 이렇게 먼 길을 에둘러 오지 않았을 텐데. 감옥살이의 힘겨움 뒤에 둘이 맞이하는 시간들은 그래서 더욱 애절하고 가슴 벅차다.
과연 종태는 희자와의 제2의 인생을 잘 꾸려 나갈 수 있을까?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던 종태와 희자의 진정한 사랑은 희자의 자살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종태의 복수심이 어떤 결말을 이끌어 낼지 지켜보는 사람들은 조마조마하다.
보통 힘겹고 지루한 인생을 감옥살이에 비유하곤 한다. 그만큼 감옥살이는 어찌 보면 인간 생활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죄지은 사람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왜 그런 지경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근원적인 이해 없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죄는 끊임없이 우리 주위를 맴돌 뿐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57322053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2월 06일 |
쪽수 | 296쪽 |
크기 |
149 * 226
* 19
mm
/ 425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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