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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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김진길은 시인. 1969년 강원도 영월에서 출생하였으며, 2003년 『시조문학』과 2006년 《부산일보》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집시, 은하를 걷다』, 『밤톨줍기』가 있으며, 2009년 경기문화재단으로부터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2014년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과 2015년 올해의 단수시조대상을 수상했다. 《충성대신문》주간을 역임했으며, 현재 육군중령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진길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인『화석지대』는 변화무쌍한 세상사 흥망성쇠를 겪은 고초와 이를 재구성한 기록이다. 그는 현대시조로써의 기율을 지키며 장황한 요설이나 어려운 용어로 비틀어 진행하지 않는다. 현실을 대하는 화자의 시선은 명료하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점에서 시인의 절제된 정서를 감지하게 되며, 욕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이성의 영역으로 삶의 실존적 조건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목차
- 시인의 말 5
1부 붓꽃
붓꽃 12
가을연서 13
벌목 1 14
노란손수건 15
가을운동회 16
소나기 17
낙엽 18
묵도 19
송전탑 20
별밤 21
아내의 충전법 22
환절기 23
간절곶 24
과녁 25
4월 26
감정노동자 27
문경새재아리랑 28
2부 수저계급론
묵계-契 1 30
겨울강 31
일획一? 32
정박의 계절 33
가오리연 34
철로 35
영천장날, 팥죽 36
음모색출론 37
수저계급론 38
조준선 정렬 ―환절기 39
3월 40
시계보법 41
묵화墨畵 42
층간소음 43
풍차의 발마사지 44
괄호 45
조간 46
늪, 수컷의 꿈 47
다시 봄날 48
3부 화석지대
화석지대 52
사선에서 53
매 54
제설작전 56
말다래 금동천마도 57
풍탁風鐸 58
동백, 절벽 같은 눈빛은 ―사육신 유성원 59
첨성대 60
新 찬기파랑가 61
이명耳鳴 1 62
선물 63
셰르파 64
어둠의 극점 65
죽방렴 66
유령시대 67
4부 피뢰침
형 70
아버지 71
능선을 읽다 72
도마 73
뇌우雷雨 74
피뢰침 1 75
어머니 76
러닝메이트 77
몰락에 대한 경외 78
절벽, 그 79
사이 80
자벌레 81
묵계默契 82
귀농일기 83
즐거운 퇴화 84
묵계默契 2 85
중년 86
해설존재의 성찰과 견결한 함축미박수빈 88
출판사 서평
우리시의 뿌리에 해당하는 시조는 오랜 역사성을 지닌 장르이다. 시조의 매력은 잘 짜인 함축의 맛의 깊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우리 생활과도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전통적 문학 장르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시대상황과 향유계층이 달라지고 정형의 고착을 벗어나고 싶어서 그런지 일상과 멀어지고 자유시에 밀려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시조를 흘러간 옛날 노래처럼 여기는 인식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대시조는 3장 6구의 정형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동시대의 궤적에 동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세상살이의 축도가 아닐 수 없다. 통계치수를 보아도 시조시인보다 시인의 숫자가 훨씬 많은 오늘의 현실에서, 묵묵히 시조의 길에 사명을 거는 김진길 시조시인이 있다.
그가 세 번 째 발간하는 시조집『화석지대』는 갈등과 불모의 이 시대에 나침반 역할을 한다. 나침반이 지시할 때 흔들리다가 잠시 후 멈추고 방향을 가리키듯『화석지대』에 담긴 시편들은 혼탁한 세상의 갈피를 잡고자 흔들리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궁극에는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며 근원을 지향한다. 그래서 작품마다 압축된 긴장미를 감지하게 되는 바, 슬픔, 그리움, 외로움의 경향을 아울러 진취적이고 건강한 사고로 마무리되는 면에서 늠름하다. 김진길의 시조는 이렇게 소소한 세상살이의 면면을 관찰하고 희로애락을 시적으로 형상화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어두운 내용의 시들도 있지만 긍정의 무늬와 결을 함유한 시편들이 더 많다는 점에서 밝은 에너지를 독자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또한 그의 시편들은 낭독하기에 좋다. 그래서 소리 내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조가 주는 음수율과 음보율은 호흡조절하기에 좋고, 구와 장의 배열 구조에 따른 휴지(休止)는 음미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눈보다 목소리의 파장은 단어를 더 멀고 깊게 의미를 실어 나른다. 눈으로 읽을 때와 달리 소리 내어 발음해 보면 접속사나 조사도 모두 생생하다. 이렇게 단어 하나도 빛나게 하는 마음은 시조의 작법에서 유래한다. 시조가 주는 운율의 매력이라고 할 것이다. 좋은 작품을 소리 내어 낭독할 때 그 소리는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와 읽는 동시에 들려주는 효과를 보게 된다. 그렇게 해서 감각이 활성화되는 기분은 시조에서 느끼는 각별한 여운이다.
이제부터 김진길의 시조를 소리 내어 읽으면서 그의 시세계로 다가가 보자. 책장을 펼치면 우선 앞부분에서 오랜 그리움이 곰삭은 일련의 단시조들을 만날 수 있다.
가)
편지라도 쓰려는 걸까
바람을 기다리는
끝이 뾰족한
연보랏빛 그리움
저 붓대 안달이 나서
고요조차 눈부시다.
-「붓꽃」전문
나)
애틋한 그리움이
파르르 떠는 시월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공제선 이마 저편
첫사랑 푸른 기억이
붉은 그네를 탄다
-「가을연서」전문
다)
사랑이여
어서
버스를 타고 오오
그대 오시는 길가 삼강무렵 은행목에
초록이 익어간 계절
그리움을 내걸 테요.
-「노란 손수건」전문
가)는 붓꽃에서 떠오르는 이미지인 “붓대”를 “연보랏빛 그리움”으로 은유하였고 나)에서는 “첫사랑 푸른 기억이/ 붉은 그네를 탄다”에서 “애틋한 그리움”이 녹아내린다. 다)는 가을날 물드는 은행나무를 “노란 손수건”으로 치환하여 그리운 심정을 담았다. 이 세 편의 시조를 소리 내어서 읽다보면 모두 오랜 그리움이 스며든다.
그리움은 아쉬움을 전제로 하며 기다림이 내장되어 있다.「풍탁(風鐸)」에도 “천 년 그리움이 추녀 끝에 내걸렸다”고 토로하는 기다림은 당장 만나지 못하는 부재에서 비롯한다. 김진길의 시조에서 이 결핍감은「벌목 1」에서 보듯 상처를 동반한다. “울울창창 솔숲에서/ 간벌이 한창이다// 잘려나간 나무 밑동/ 낭자한 유혈들,// 상처가 깊은 길섶은/ 그 향기도/ 깊다.”로 승화하기까지 즉 “상처”에서 “향기”로 거듭나려면 화자는 무던히도 아픔을 견뎌내었으리라.
오랜 견딤을 감안하면 그리움은 미련하다싶을 정도로 시간성을 담보로 한다. 그러나 가버린 시간이나 사람이 돌아오지 않아도 여지의 감정은 어찌할 것인가. 그리움은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을 때 사무친다. 보고 싶고 손길이나 음성을 느끼고 싶은 욕망이 비켜갈 때 그리움은 속절없다. 이런 감정의 뿌리를 생활 속에 묻어버리다가 객관적 상관물과 마주하는 순간 김진길의 작품들은 가슴에 와 닿는다. 마치 마음이라는 액자 안에 박제된 시간의 주술이 풀리듯이.
책 앞부분에 그리움의 시편을 배치한 점을 보더라도 이는 중요하게 분포된 마음의 기울기일 텐데 이면의 아픔을 감추고 애써 강건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로써 생활이나 업무에 앞장서 꿋꿋했을 화자 다시 말해 겉은 씩씩하나 속은 여린 화자의 내면을 목격한다. 덧붙이는 예시로 층간 소음 갈등을 소재로 다룬 작품인「뇌우」,「층간 소음」을 비롯하여「송전탑」과 “고객님 사랑합니다/ 꽃잎을 열었다가// 고객님 죄송합니다/ 꽃잎을 닫습니다”로 상대의 입장을 따르는「감정노동자」를 들 수 있다.
가)
빗물 괸 지문 속의
만 갈래 하늘길들
걸음이 멈춘 곳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자
푸드득,
화석을 털고
새들이 비상한다.
-「화석지대」부분
나)
가닿지 못할수록 간절함은 더 깊은 것
다시 천 년이 지나 출토될 꿈을 꾼다
난바다 건너는 어골(魚骨), 순간 화석이 운다.
-「풍탁(風鐸)」부분
가)의 화자는 중생대의 새 발자국을 보고 날아오르던 순간을 떠올린다. 새의 행방을 알 수 없지만 화석에 묻힌 시간들에 주목하고 해석을 확장하여 보면 메타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표제작인 만큼 시인이 시조를 쓰는 동안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일상에 묻힌 내면을 돌아보면서 또 다른 세계로 비상의 의지를 꿈꾸는 것으로 짐작해 본다.
시인은 자서에 “천둥을 피하려고 시를 쓰는데 그 안에서 또 천둥이 인다. 천둥이 주는 평화와 위로, 그 맛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적고 있다. 여기서 시문학과 “천둥”은 놀람, 각성, 뜨거움 등의 요소를 공유하고 이를 담보로 내재화 혹은 의미화 시키는 관점에서 응축되는 면이 있다. 화석지대를 통해서 시인은 그 안에 굳어버린 시간을 성찰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으니 이것은 시 쓰기의 과정과 닮은 것이며 “천둥이 주는 평화와 위로”는 바로 시인의 자의식이 결부된 존재의 이유가 아닌가.
나)에서도 “화석” 이미지는 파묻힌 존재가 “출토될 꿈”을 꾸는 면에서 가)의 맥락과 상통한다. 어려운 말이 없고 복잡한 수식어도 없이 절실한 도약을 기약하는 것만으로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 작품들은 수동적인 상태 같지만 궁극에는 “비상”으로 능동적인 긴장감을 살린다. 생활이나 일에 묻힌 자아를 돌아보는 의미는 예술 세계를 접하는 경이 즉 “천둥”의 순간에 견줄 수 있으니 쿵쿵거리는 심장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이 시조들을 읽으며 꿈꾸는 대상에게 다가가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신비롭다. 그러고 보면 “화석”이 주는 이미지는 성숙한 기다림을 함의한다. 그냥 막연히 무슨 일을 고대하는 것이 아니라 “비상”을 향하는 매력이 있다.
김진길의 이번 시집『화석지대』는 변화무쌍한 세상사 흥망성쇠를 겪은 고초와 이를 재구성한 기록이다. 그는 현대시조로써의 기율을 지키며 장황한 요설이나 어려운 용어로 비틀어 진행하지 않는다. 현실을 대하는 화자의 시선은 명료하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점에서 시인의 절제된 정서를 감지하게 되며, 욕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이성의 영역으로 삶의 실존적 조건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개인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고 병영과 역사의식에 관한 시조들이 포진되어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57282142 |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11월 15일 | ||
쪽수 | 104쪽 | ||
크기 |
132 * 227
* 12
mm
/ 18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지혜사랑 시인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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