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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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오늘을 구원할, 다정한 우주에서 온 이야기들
2020 SF어워드 대상 수상작가 이경희 첫 소설집
작가정보
목차
-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
우리가 멈추면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바벨의 도서관
신체강탈자의 침과 입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
해설 우주가 죽어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_이지용(문화평론가)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추천사
-
이경희의 소설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우주에서 파업이 일어나고, 죽은 조상님들이 살아 돌아오며, 사이버 펑크 세계가 펼쳐지는가 싶더니 클라우드 속 인공지능이 등장한다. 평범해 보였던 회사에 나타난 신체강탈자를 따라가다가 마침내 우주가 소멸한 세계까지 이르게 되면 새삼 SF라는 장르의 무한한 좌표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경희는 이토록 거대한 스케일과 다양한 소재를 배경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클리셰들을 비틀고 뒤집는다. 경쾌하게 폭발하는 스토리텔링의 힘이 서사적 만족감과 독서의 쾌감을 주면서도 이야기의 뒷면마다 어김없이 비치는 현실의 어두운 그림자와 미래 시제의 악몽은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
어떤 사람에게 SF는 우주 활극이다. 어떤 이에게 SF는 사고실험이며, 어떤 이에겐 로봇이거나 AI거나 외계인, 대체 역사나 디스토피아 혹은 아포칼립스, 어쩌면 최신 과학 이론이거나 온갖 종류의 펑크거나 타임 슬립이다. 또 다른 이에게 SF는 현실의 거울이며 세상을 뒤엎을 무기이자 투쟁의 도구, 나아가 새로운 세계와 우주의 질서다. 슬프게도 여전히 어떤 이들에게 SF는 (이제 듣고 싶지 않은) ‘공상과학소설’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이경희에게 SF란 무엇일까? 모든 탁월한 작가들은 장르 그 자체와 맞서 장르의 정의와 외연을 확장해 왔고, 여기 실린 여섯 편의 소설에서 당신이 느끼게 될 감정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경희의 소설은 우리의 어두운 현실을 비추는 반사경이자, 다가올 내일을 보여주는 미래경이자, 무엇보다 이야기 그 자체로 매혹적인 황홀경이다. 부디 그의 소설이 우리의 우주를 지금보다 더 다정하게 만들어주기를. -
지난 1년간 읽었던 모든 소설들 중 가장 장르 자체에 대한 덕심으로 충만한 SF 소설집, 이 장르에 대한 사랑이 순수한 재미로 응집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장르에 대한 덕심으로 가득 찬 글은 진입장벽이 높은 경우가 많은데, 누구나 접근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미있다. 가장 고전적인 문법을 따르면서 가장 현대적인 서사가 있을 수 있을까? 여기 그 훌륭한 예시가 있다.
책 속으로
“제발 철 좀 들거라! 하여튼 요즘 젊은것들이란 왜 이리 예의가 없는지. 쯧쯧…….”
시대를 거슬러 거슬러 한없이 오랜 과거의 조상님들이 이 땅에 깨어나 젊은 조상들을 훈계하니, 잔소리를 참지 못한 조상님들은 귀를 틀어막고 바닥에 드러눕기 시작했다. 그들은 부르르 떨며 비명을 지르다 이내 돌처럼 굳어버렸다.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 중에서
벅차오르는 감정 때문에 턱 끝까지 숨이 차올랐다. 세경은 잠시 떨리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힘겹게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분, 아직 오늘이 끝나지 않았어요. 저는 보여주고 싶어요. 증명하고 싶어요. 우리가 부스러기가 아니라는 사실을요. 우리가 단단하게 뭉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예요.”
-「우리가 멈추면」 중에서
디스는 그의 귀에 대고, 천천히, 4바이트 단어를 속삭여주었다. 그러자 그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는 디스를 내버려두고 일어섰다. 그리고 몸을 돌려 구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구체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그는 빠르게 자신의 몸이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중에서
“하고 싶은 일이 뭐지?”
므이가 되묻자, 제이는 조금 당황했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사실 제이도 잘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7초간 프로세서를 쥐어짜 최대한 비슷한 표현을 생성해 냈다.
“음……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내리는 명령?”
-「바벨의 도서관」 중에서
어쩔 수 없이 수진은 한나가 알려준 두 번째 기준으로 외계인을 선별해 보기로 했다. 한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다음으로 의심스러운 건 비인간적인 놈들.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감정도 없이 잔인한 말을 할 수 있나 했어. 이제 보니 인간의 탈을 쓴 외계인이었던 거야, 빌어먹을 놈들.’
-「신체강탈자의 침과 입」 중에서
안타깝지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예요. 이다음에 무엇이 존재하는지는 저조차도 알지 못해요. 하지만 다음의 다음이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죠.
답이야 뻔하겠지만, 그래도 물을게요. 그게 절차니까.
그래도 계속 나아가시겠나요?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 중에서
출판사 서평
“마지막으로 단 한 번.
별들조차 부러워할 사랑을 해요, 우리.”
SF라는 장르가 구축할 수 있는 가장 다정한 세계
2020 SF어워드 대상 수상작가 이경희 첫 소설집
장편소설 『테세우스의 배』와 『그날, 그곳에서』를 발표하며, 한국 SF 문학의 전천후 스토리텔러로 자리매김한 작가 이경희의 첫 소설집이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이경희는 첫 장편소설 『테세우스의 배』로 “SF 소설다운 균형,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통합적인 완성도(심사평 중)”가 돋보인다는 평을 들으며 2020년 SF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거머쥐었다. 탄탄하고 유려한 문장과 이야기의 끝까지 단숨에 질주하는 재미, 그럼에도 섬세하게 매만진 철학적 사유까지. 이경희는 단 두 편의 장편소설로 SF 소설 독자들이 제일 먼저 호명하는 작가로 올라섰다. 데뷔 후 첫 소설집인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에는 그간 선보인 긴 호흡의 장편이 아닌, 짧은 리듬의 단편과 중편 여섯 편으로 채워졌다.
이 소설집에서는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고리타분한 시대 관습을 우스꽝스러운 코미디로 그려낸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으로 가볍게 출발해, 「우리가 멈추면」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고,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에서는 현실의 문제들을 거대한 메타포로 치환한다. 「바벨의 도서관」과 「신체강탈자의 침과 입」은 SF가 가진 온갖 상징들을 풍부하게 녹여낸 전형적인 장르물이다. 표제작이자 가장 마지막에 자리 잡은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에 이르러서는 SF가 갈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들을 과감하게 돌파하며, 이야기라는 그릇이 담아낼 수 있는 가장 다정한 세계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어쩌면 미래는 지금보다 더 엉망일 수도 있어요.”
“어쩌면 더 나아질 수도 있고요.”
‘SF’라 불릴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위해
미래로 향하는 웜홀이 열리고, 건실한 회사의 사장이 실은 외계인이며, 기계들이 도서관을 지키지만, 이경희가 빚어내는 이야기들은 묘하게 현실적이다. 우주 정거장 민영화를 반대하는 성간교통공사 노동자들의 투쟁을 그린 작품 「우리가 멈추면」에서는 필연적으로 KTX 민영화 저지 투쟁과 파리바게트 제빵기사들의 투쟁이 떠오르고, 외계인들이 몸을 빼앗으려 비말을 이용한다는 「신체강탈자의 침과 입」의 설정은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와 겹친다. 생에 미련이 남아 살아 돌아온 조상님들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상황은 어떤가. 명절마다 죽상을 하고 맞이하는 매서운 말들과 꼭 닮지 않았나. 마지막 작품인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에서는 지금도 끊이지 않는 젠더 갈등과 온갖 혐오 문제를 다룬다. 현실과 지독하게 닮은 이 상황들은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처럼 소설 속 인물들을 옥죈다. 익숙한 패배의 모양으로 매듭지어지는 현실을 떠올리려는 찰나, 이경희의 소설은 다음 단계로 도약한다. 우리가 아직 딛지 못한 미래 너머로 도달한 이야기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희망’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선택지다.
“인간은 함께 와서 함께 떠나요.
중간에 잠시 혼자가 될 뿐.”
각자의 우주를 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
이경희의 소설 속 인물들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어떤 상황이 닥쳐도 나아가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류가 절멸하고, 우주선이 멈추고, 몸이 부서지고, 우주가 소멸하는 상황에서도 다음 행선지를 향해 손을 뻗는다. 그러나 이들은 홀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누군가와 단단한 신뢰를 맺고 그 힘을 동력 삼는다. 익명의 네트워크에서 나와 얼굴을 마주하고(「우리가 멈추면」), 동료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사지로 달려가며(「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 처음 만나는 인공지능과 우정을 쌓고(「바벨의 도서관」), 미래로 떠나버린 연인을 쫓아 웜홀을 통과한다(「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 그들은 과거의 가치나 구습들이 뒤따르지 못하도록 더 멀리 달려가고, 마침내 자유로워진다. 이처럼 이경희의 인물들은 현실의 그림자를 가뿐히 넘어, 서로의 손을 붙잡고 SF라는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통쾌하고 다정한 결말로 나아간다. “우주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보다 밀어내는 힘이 더 강하게 설계되어” 있어 “점점 빠르게 외로워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30681290 |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3월 25일 | ||
쪽수 | 376쪽 | ||
크기 |
189 * 290
m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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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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