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파: 조선의 마지막 소리(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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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파가 오직 소리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고창에 온 뒤로 판소리 학당 동리정사에는 소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의 세력가 주 영감은 금파에게 추근대다 망신을 당한 대가로 동리정사에 후원을 끊고, 소리선생 김세종은 빼어난 외모와 재주에 고개 숙일 줄 모르는 금파를 염려한다. 금파는 소리를 인정받겠다는 일념으로, 과거에 관청의 가녀가 된 일도 쪽 찐 머리를 풀어 댕기를 묶게 된 속사정도 모두 가슴속 깊이 묻는다.
그러던 어느 날 김세종은 고종 황제의 즉위 40주년 기념식 무대에 오를 이들을 가리기 위해 소리 경연을 열고, 금파는 단연 제일가는 소리로 관중의 찬사를 받지만 선발 명단에 오르지 못한다. 금파는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그와 실력을 견줄 만한 유일한 상대 승윤 역시 결과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이 일에 주 영감이 연결되어 있으리라 직감하는데…….
양반가의 자제이나 소리를 위해 집안을 버린 승윤, 그리고 승윤의 스스럼없는 장난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 흔들리는 금파…… 이들은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소리를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작가정보
목차
- 추천의 글
프롤로그
1. 달비를 태우다
2. 귀성鬼聲으로 울고 웃게 하고
3. 밟으면 밟을수록
4. 소춘대笑春臺
5. 소춘대유희笑春臺遊戱
6. 소문
7. 앞 과정 뒤 과정도 없이
8. 소문은 소문으로
9. 내가 서는 곳이 무대
에필로그
고창신재효문학상 심사평
작가의 말
판소리 인용 출처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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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삶을 살면서도 올곧게 자신의 길을 개척했던 대쪽 같은 소리꾼 금파.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오로지 소리 하나로 인생의 길을 찾고자 했던 금파는 ‘비가비’였던 승윤을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되지만 그녀는 애써 마음을 접는다. 후일, 나비떨잠으로 연결되는 승윤과의 아릿한 풍경은 장터에서 확인되고 이어지는데……. 남녀를 떠나 진정한 소리꾼이 되고 싶었던 금파의 꿈은 시간의 강을 건넌 지금에도 유효하다. 한곳에 뜻을 두고 정진하는 사람들의 표상이 될 것이다. 소리꾼에 대한 작가의 깊은 시선이 ‘빛나는 예인이었던 금파’를 찾아낸 것 같다.”
-
“소리의 영과 한이 오롯이 살아나 한 편의 아름다운 가사가 되었다. 소리 하나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나 다시 한번 소리를 위해 미련 없이 무대 밖으로 나온 허금파의 기구한 생을 따라가며 나는 새삼 놀랐다. 원하는 삶을 위해 세상에서 잊히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금파가 우리 안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염원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금파의 애절한 소리가 슬픔을 타고 올라 힘이 되어주니, 음악인으로서 이루 말할 수 없이 반가운 작품이다. 부디 내 소리도 금파의 소리처럼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어주면 좋겠다.”
-
“판소리를 들여다보고 건네 오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신재효 선생의 말씀대로 ‘오장에서 나는 소리’를 한 자, 한 자 토해 직조해 낸 사람들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금파』는 정말 고마운 작품이다. 이야기를 위해 존재를 내던진 이들을 온전히 이야기로 존재할 수 있게 해준 김해숙 소설가와 ‘금파’에게, 이야기를 꿈꾸는 한 사람으로서 찬사와 감사를 전한다.”
책 속으로
재효는 자신의 호를 따서 동리정사를 만들고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내치지 말라고 하였다. 그걸 아는 자들이 수시로 찾아왔다. 먹여주고 재워주면 소리를 하겠다던 처음과 달리 며칠 못 버티고 사라지는 이가 많았다.
“어르신께서는 이곳의 뼈대를 만드신 분이시죠. 저를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저는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바뀐 해에 여기에 왔었습니다. 그때는 저를 내치셨습니다. 이번에는 절대 나갈 수 없습니다!”
여인의 목소리엔 흐트러짐이 없었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커다란 눈으로 김세종을 바라보는 모습이 낯익었다. (……) 금파는 예전에는 순순히 물러섰으나 이번은 아니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 금파는 소리방 쪽을 바라보며 〈광대가〉를 불렀다. 분명 안에서 다 듣고 있음에도 김세종은 나오지 않았다.
_22쪽, 〈달비를 태우다〉 중에서
승윤이 길을 가다 멈췄다. 금파는 생각에 빠져 그가 멈춘 걸 보지 못했다. 쿵! 금파의 얼굴이 승윤의 어깨에 부딪혔다. 승윤이 버럭 화를 냈다.
“몸으로 나를 얻으려느냐?”
“병이 있소?”
“무슨 병? 네가 봐도 내 이렇게 건강하지 않으냐?”
“자신을 무지 사랑하여 정신이 나가는 병이요. 그러지 않고서야 몸 하나 부딪혔다고 사랑 타령을 한단 말이오?”
“사랑 타령이 아니라 진심을 묻는 것이니라.”
피식 웃음이 났다. 좀 전까지 화가 났던 마음이 느슨해졌다. 승윤의 얼굴은 진지했다.
“소리를 하려거든 소리를 하고, 여인을 쫓으려면 여인을 쫓으시오. 소리하는 사람의 말이 너무 가볍소. 저기 보시오. 바람 같소.”
승윤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금파가 승윤을 두고 내려왔다. 심술궂은 승윤 때문에 다시 마음이 상했다. 마음이 이랬다저랬다 했다.
_33쪽, 〈달비를 태우다〉 중에서
“예전에 너를 닮은 애가 있었지. 진채선이라고. 그 애도 너처럼 무조건 소리하겠다고 찾아왔단다.”
“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 지겹게 들었고 앞으로도 지겹게 들을 테니. 누구든 처음은 빛나는 법이지요. 하지만 난 처음을 뛰어넘는 사람이 될 거요. 두고 봐요. 허금파로 진채선을 지울 테니.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왜 하나같이 진채선만 말하지?”
“그만큼 유명했으니까 그렇지. 너 같은 여자가 소리를 할 수 있는 것도 다 진채선 덕분이잖아.”
“진채선이 없었다면 다른 이가 했을 거예요. 물론 누구나 인정하는 소리꾼이었으니 할 말은 없으나 무조건 그 사람만 받들면 나머지 사람들은 뭐가 되냐는 말이에요.”
금파가 입술을 삐죽였다. 듣기 싫어도 들어야 했다. 진채선은 진채선이다. 숱하게 오르내리는 이름을 거부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금파는 진채선을 뛰어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_35~36쪽, 〈달비를 태우다〉 중에서
“왜요? 왜 저는 안 되냐고요? 사람들에게 제일 많은 찬사를 받은 사람은 나 아니에요?”
금파는 한성으로 올라갈 사람들의 명단을 확인하자마자 김세종에게 달려갔다. 봉동댁이 잡을 새도 없었다. (……)
“어허, 계집이 예쁘다 예쁘다 했더니 분수를 모르는구나!”
달빛이 어린 승윤의 눈은 서리가 내려앉은 듯 차분하고 차가웠다. 예전의 눈매가 아니었다. 금파는 씩씩거리느라 어깨를 들썩였다. 매번 장난으로 받아들이던 승윤의 말이었지만 이번만은 아니었다. 위로는커녕 예의를 차리는 양반의 모습은 어물쩍 넘어가던 이전과 사뭇 달랐다. 이에 질세라 금파는 승윤을 노려보았다.
_96쪽, 〈밟으면 밟을수록〉 중에서
시간이 갈수록 승윤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 무표정한 얼굴로 종일 밖을 응시하는 일 외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신경은 예민해져 누군가 문이라도 열려고 하면 소리를 질렀다. 바늘로 허벅지를 찌르는 듯한 통증을 동반한 소리였다. 당분간 금파가 승윤을 보살피기로 했다. 승윤도 금파와 있을 때는 말랑말랑해졌다. 방자로 돌아와 능청스레 공연의 한 대목을 들려주었다. 때로는 동리정사에서 봤던 장난기 어린 승윤이 되어 금파의 마음을 흔들었다. (……) 승윤의 옆에 있어 좋기도 했고, 승윤의 옆에 있으면서 다른 생각을 한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_139~140쪽, 〈소춘대유희〉 중에서
출판사 서평
“소리의 영과 한이 오롯이 살아나
한 편의 아름다운 가사가 되었다” - 송가인, 가수
1902년, 대한제국 최초의 국립극장에 올라
소리판을 뒤흔든 여성 소리광대 허금파 실화소설
“우리 역사소설에서 이제껏 보지 못한 개성적 인물을 강렬하게 창출해 냈다”라는 평을 받으며 제1회 고창신재효문학상을 빛낸 김해숙 소설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금파』가 다산책방에서 출간된다. 2021년 제정된 이번 공모의 수상작 『금파』는 구한말 격변의 시대에 판소리와 창극 무대에서 독보적 소리꾼으로 활동한 실존 인물 ‘허금파’의 이야기다. 작가는 여성이 무대에 설 수 없던 시대에, 늦은 나이로 소리판에 들어와 최고의 가객이 되기까지 갖은 고초를 이겨냈던 ‘금파’의 생을 소설로 복원해 냈다.
출판사 리뷰
“세상을 향해 북이 되고, 꽹과리가 되고 싶었습니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끌어안는 애달픈 노랫말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연희극장 ‘협률사’에 발탁되어 〈춘향전〉의 ‘월매’로 이름을 떨친 금파는 이십 대에 기녀였고 삼십이 훌쩍 넘어서야 소리꾼이 된 독특한 인물이다. 그런 그는 후일 기록조차 남기지 않고 무대 최고의 자리에서 사라진다. 판소리 단가 〈도리화가〉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진채선’ 이후의 여성 소리꾼인 까닭에 실력을 논하기 전부터 진채선이라는 ‘최초’의 영예에 비교될 수밖에 없었던 금파였다. 그럼에도 남성 중심 소리판의 냉대에 굴하지 않고 오직 소리로 무대를 장악한 그였다. 작가는 인생 황금기에 장막에 가려진 채 뒤안길로 사라진 허금파에 주목해 소설 『금파』를 써 내려갔다.
소설은 금파가 신재효의 제자인 김세종 문하에서 소리를 배우고자 고창의 판소리 학당 동리정사로 찾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소리를 하고자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스스로 기녀가 되었다가 무턱대고 동리정사를 찾은 금파에게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여느 소리꾼에 지지 않는 목소리를 가졌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출신을 모른다는 이유로 괄시를 받는다. 김세종 역시 금파를 동리정사에 들이면서도 무르익지 않은 금파의 성품에 마음을 졸인다. 그런 금파 앞에 양반 소리꾼 승윤이 나타나면서 어디로 뻗칠지 모르는 금파의 재능과 열정에 물길이 인다.
“나는 나요. 누구의 뒤를 밟지 않고 오롯이 나로 남을 거요”
소리 내어 싸우고 사랑하고 자유를 얻기 위해
지금 우리가 만나야 할 여인, 금파
고종 황제의 즉위 40주년 기념식이 예정됐던 1902년 전후를 배경으로, 소설은 소리의 고장 고창과 수도 한성을 넘나들며 문화적 과도기가 만들어 내는 갈등과 혼란을 놓치지 않는다. 개화기를 지나 신식 연극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판소리 역시 창극 무대로 변모했지만, 극중 창자가 남자여야 함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것은 여자 배역에도 마찬가지였다. 남녀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질타를 받는 때였다. 치마저고리를 입은 남자 소리꾼이 춘향을 연기하던 시기에 여자 소리꾼으로서 당당히 창극 무대에 올라 관중을 사로잡은 이가 바로 금파였다.
그러던 중 소리만 알던 금파의 가슴에 난데없는 불꽃이 피어난다. 장난스럽게 다가와 언제부터 곁에 있었는지도 모를 승윤이 금파에게 나비 떨잠을 건넨 후로 금파의 마음은 하릴없이 흔들린다. 소리꾼이 되고자 양반 가문을 버린 승윤은 금파와 맺어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승윤은 금파가 마음으로라도 지켜주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시기 어린 호기심에서 사랑과 연민으로 바뀐 인연은 그들이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소리의 염원을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흩어놓는다.
금파는 밑바닥에서부터 자신의 삶을 연단하여 시대의 타오르는 불꽃으로 다시 태어난 여성이었다. 소리의 영과 혼을 곡조에 아로새기며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닦아 나가는 과정은 비단 소설 속 금파만의 일이 아니다. 작가 역시 작품 속 금파와 나란히 걸으며 세상의 이목에 비켜간 자신의 지난날을 끌어안고 더욱 숙련해야 했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꺾을지언정 흔들리지 않는 강골의 성품과 재능의 여인 금파의 행적을 소설로 되짚어가는 여정은 백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금파』는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려는 이들의 앞날에 환한 등불을 비춰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3068128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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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출시)일자 | 2022년 03월 25일 | ||
쪽수 | 264쪽 | ||
크기 |
195 * 291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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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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