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서문
릴리 등(Lilly, Cullen, Ball)이 『범죄학 이론』을 처음 출간한 때는 1989년이다. 이후 몇 차례의 개정판이 나왔고 2011년에 마지막으로 제5판이 출간되었다. 우리 역자 일동이 번역한 원본은 가장 최근의 제5판이다. 제5판에서는 화이트칼라 범죄이론, 생물사회 범죄학, 행동경제학, 문화범죄학 등이 추가되거나 보완되었다. 릴리 등의 저서는 두 가지 면에서 지금까지의 교과서들과 차이가 있다. 우선, 이들은 범죄발생의 원인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을 소개하고 이와 함께 범죄학 이론 자체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기존의 교과서들이 이론소개에 그쳤다면 릴리 등은 저서에서 이와 함께 범죄학 이론 자체를 시대적 상황과 관련지어 설명하였다. 두 번째로, 범죄대책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기존의 교과서는 범죄에 관한 사회정책을 다루지 않거나 혹은 피상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이었다. 반면에 릴리 등은 개별 범죄학 이론을 설명할 때마다 이와 관계된 범죄대책들을 철저히 분석했다.
범죄학 이론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개별 이론의 내용을 알아야겠지만 이론의 배경을 아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이 시사하듯이, 우물 안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우물 밖에서 봐야 실제적 모습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범죄학은 고전주의 시대 이후로 범죄문제의 해결이란 실천적 과제를 지속적으로 강조하였다. 이런 점에서 범죄학 이론도 평화로운 사회건설에 기여할 수 있는 실천가능한 범죄대책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Lilly 등이 집필한 교과서는 다양한 이론 소개와 이론 자체에 대한 검토를 함으로써 범죄학 이론의 심층적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고, 범죄대책의 철저한 분석은 범죄학 이론의 실천적 가치를 구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역자 일동은 범죄학 이론의 새로운 지향을 제시했던 이들의 저서를 국내 독자들께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 책은 전공자뿐만 아니라 범죄학에 관심을 가진 모든 학생들에게 적합하며,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집필하여 누구든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원저자들은 추상적 개념이나 익숙하지 않은 용어사용을 자제하고 마치 친구들 간에 대화하는 방식으로 범죄학 이론의 핵심쟁점들을 서술하였다. 이 책은 학부강의 1학기 강의에도 적합할 것이다. 전체 내용이 15장으로 구성되어, 매주 1장씩 진행한다면 1학기 동안에 범죄학 이론 전반을 검토할 수 있는 분량이다.
번역과정에서 스토리텔링은 양날의 검이었다. 일상적 용어로 친구들과 이야기하듯이 집필되어 원본의 경우에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공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일상생활과 우리나라는 차이가 있고 이야기하는 방식도 달라 원저자들의 견해를 표현하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비록 최선의 노력으로 원저자들의 견해를 전달하고자 했으나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 역자 모두의 책임이며, 앞으로 계속해 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번역과정의 어려움을 겪고 계획된 일정보다 지체되어도 끝까지 격려해주시고 인내해주신 박영사 회장님과 이하 여러 직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17년 3월
역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