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원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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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1930년 평북 선천에서 출생했으며, 해방 후 월남해 용산중학교에 재학했다. 졸업 후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에 진학한다. 하지만 입학 직후 터진 한국전쟁으로 인해, 학도병으로 참전한다. 부산에 서울대학교 가교사가 생긴 이후 복교하고, 문학 동인 ‘구도’에 참여한다. 1952년 극협에서 주관한 장막극 공모에 희곡 <녹쓰는 파편>이 당선된다. 그 뒤 유치진의 지도를 받으면서 잠시 희곡 창작을 시도하지만, 자신의 희곡이 실제로 상연되는 것을 보고 실망을 느낀 나머지 소설로 전향한다.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유예>가 당선되면서 소설가로 등단해 이후 1966년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인다. 대학 졸업 후 한동안 공보처에서 일하다가 언론인으로 변신한다. 4·19를 다룬 미완 장편 ≪무명기≫에는 기자로서 그가 겪은 체험들이 반영되어 있다. 1966년 이후에는 작가로서의 활동보다는 언론인으로서의 활동에 더욱 치중한다. 1974년 단편 <모멸>을 발표하면서 작가로서의 재기를 의욕적으로 노리기도 했으나,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보여 주지는 못한다. 1981년 단편 <산>을 마지막으로 발표한 뒤, 1985년 지병인 간경화가 악화해 사망한다.
저자(글) 유승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현재는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에서 배우며 가르치고 있다. 주변적 존재들의 언어 및 양식과 끊임없이 경합하고 교섭하며 만들어지는 역동적 장으로서의 한국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지속해 오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모국어의 심급들, 토대로서의 번역>(2016), <적색 농민의 글쓰기>(2018) 등이 있다.
목차
- 유예
균열
죽음에의 훈련
난영
사상
모반
사이비
암시
보수
파편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책 속으로
흰 눈이 회색빛으로 흩어지다가 점점 어두워 간다. 모든 것은 끝난 것이다. 놈들은 멋적게 총을 다시 꺼꾸로 둘러메고 본부로 돌아들 갈 테지. 눈을 털고 주위에 손을 부벼가며 방안으로 들어들 갈 것이다. 몇 분 후면 화로불에 손을 녹이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담배들을 말아 피고 기지게를 할 것이다. 누가 죽었건 지나가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모두 평범한 일인 것이다. 의식이 점점 그로부터 어두워 갔다. 흰 눈 위다. 햇볕이 따스히 눈 위에 부서진다.
-<유예>
그는 무거운 걸음을 옮겨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길가에 나붙은 신문 게시판 앞으로 걸어갔다. 혹시 취직자리라도 광고에 나 있나 하는 생각이 잠재적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는 머뭇머뭇 신문 전면을 위아래로 살펴 내려갔다. 사기, 살인, 강도, 절도, 횡령, 기아, 자살, 테로, 신문지는 악(惡)의 보도로 꽉 차 있는 것이다. 어제도 그러하였다. 내일도 그러할 것이다. 어디에서고 악은 반복되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난영>
조국, 조국 하고 있지만 우리들은 조국이 무엇인지를 그실은 모르고 있어. 즉 맹목적인 정열뿐이지. 이것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정치가들이거던. (중략) 우리만이 아니거든. 어느 정당 단체를 막론하고 그 강령은 다 멋진 바 있어. (중략) 그러나 그들은 그야말로 정권욕뿐이야. 하루해가 지기 무섭다고 무질서하게 난립(亂立)하는 정당들의 동태를 보란 말이다. 그 속에 우리들은 휩쓸려 들어가서 조종되고 있거든. 다시 말하면 우리들의 조국에 대한 순결한 정열이 더럽혀져 가고 있단 말이야.
-<모반>
출판사 서평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초판본 한국 근현대소설 100선’ 가운데 하나. 본 시리즈는 점점 사라져 가는 명작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이 엮은이로 나섰다.
전후 세대 대표적인 작가인 오상원의 단편들을 한 권에 담았다. 전후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가장 미시적으로 관찰한 작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 그는 신체에 각인된 폭력의 경험이 훈육한 행동의 양식들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면서 이러한 점들로부터 전후 한국 사회의 시공간을 반복과 정지로 형상화했다. 또 당대 현실의 구체적 국면들에 대한 예각적인 인식에 기초해 전후 사회의 모습을 그려 냈다.
이 책에는 전장에서 낙오된 국군 소대장이 인민군에게 포로로 잡히고, 사상 심문을 받은 끝에 공산주의로 전향하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마침내 스스로 총살을 선택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그의 대표작 <유예>를 비롯해, 해방 직후의 신의주에서 벌어진 정치적 암투를 다룬 <균열>, 미군 부대에서 일하던 ‘문’이 한국 노무자에 대한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다 오히려 해고당한 뒤 겪는 경험을 그린 <난영>, 미군과 함께 포로 생활을 하는 ‘문’의 시선을 통하여, 미국이 한국 사회에 끼치는 힘의 문제와 한국인으로서 미국에 대해 느끼는 이질감 등을 상징적 차원에서 예리하게 파고든 <죽음에의 훈련>, 해방 직후의 남한을 무대로 정치적 이념이 인간에게 가하는 통제의 작동 방식과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형상화한 <모반> 등 총 10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28830792 |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7월 15일 | ||
쪽수 | 292쪽 | ||
크기 |
128 * 189
* 26
mm
/ 313 g
|
||
총권수 | 1권 | ||
이 책의 개정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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