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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기관 추천도서 > 문학나눔 선정도서 > 2018년 선정
엄마와 함께할 시간이 100일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것이다. 그러고는 몸과 맘 모두가 바빠질 테다. ‘이 말만큼은 언젠가 해야지’, ‘이것만큼은 다음에 해야지’라며 늘 나중으로 미뤘던 수많은 계획을 이제라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이 책은 이처럼 엄마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이라는 현실을 맞이한 한 아들이 이별을 준비하고 엄마를 떠나보내기까지의 과정을 써내려간 가슴 뭉클한 기록이다. 작품 속 이야기는 마치 우리 가족, 나와 엄마의 이야기 같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저자는 무척 섬세하고도 진솔하게 담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누구든 울컥울컥해서 책장을 덮었다가 펼쳤다가를 반복하게 할 만큼 말이다.
“엄마는 아파도 여전히 엄마였다. 한번은 병실을 찾았더니 작은 냉장고에서 어머니가 홍시가 담긴 그릇을 꺼내놓으셨다. “너 줄라고 남겨놨다.” 호스피스에 있어도 자식 걱정하며, 맛있는 것 있으면 따로 남겨 자식 챙겨주고 싶은, 여전히 똑같은 어머니였다. (중략)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가도 어머니는 으레 “시장에서 사 온 순대가 맛있더라. 몇 개 먹어봐라”며 남겨놓았던 음식을 내놓고는 하셨다. 나는 어머니의 그런 유별난 정성이 오히려 부담스러웠고 늘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때론 그런 어머니의 정성이 궁상맞아 보여 싫었다. 나중에 먹는다고 그냥 방에 들어오기가 십상이었다. (중략) 호스피스에서 내미시는 홍시, 일부러 나를 위해 남겨놓으신 홍시는 달콤했다. 그릇 안에서 흐무러진 홍시, 그간 홀대했던 어머니의 ‘남겨둔 음식’ 정성을 타박했던 미안함도 마음속에서 홍시처럼 풀어졌다. ? 본문 ‘모든 것의 마지막 순간들’ 中
어머니는 텔레비전을 유독 좋아하셨다. 아침드라마, 주말 드라마는 물론 연애 프로그램에 시사 프로까지. 그러던 어머니는 가끔 텔레비전을 보다 갑자기 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셔서는 “야야 텔레비전 좀 틀어봐라”, “야 저놈 재주가 기가 막힌다”, “세상에 뭐 저런 놈들이 다 있노!”와 같은 이야길 하시곤 하셨다. 그런 어머니께 공감은커녕 “그래요?”라며 건성으로 대답하곤 했다. (중략) 어머니가 호스피스로 떠나시고 난 빈방, 시커먼 구식 텔레비전이 한쪽 벽면을 덩그러니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아침저녁 어머니 방을 들여다보면 어머니 대신 나를 맞아주는 네모난 놈이 반가우면서도 싫었다. 볼 때마다 속으로 혼잣말을 되뇌었다. 텔레비전은 내가 못한 것을 했다. 내가 어머니에게 보여줄 수 없었던 모습이 되어주었다. 언제고 편하게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얘기를 들려주는 어머니의 친구였다. 내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되고 싶어 했던 모습에서 나는 점점 멀어져갔고, 대신 텔레비전이 내가 못 한 역할을 해주었기에 오늘 텔레비전이 그렇게도 미운 건지도…. ─ 본문 ‘엄마의 친구는 텔레비전뿐이었습니다’ 中
책 곳곳에는 너무나도 나의 엄마와 닮은 엄마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당신보다 자식을 더 생각하고, 항상 자식을 그리워하는 엄마가. 그리고 나와 닮은 자식이 있다. 내 인생이 너무 소중한 나머지 부모에게는 무심한 자식이. 그래서 엄마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동안에 저자가 서툴지만 엄마에게 최선을 다하려 애쓰는 장면과 뒤늦게 깨닫고 사무치게 후회하는 모습은 깊은 감동과 공감을 전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을 울림이 있는 테레사 수녀의 에피소드로 마무리한다. “세계 평화를 위해 우리 각자가 할 일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테레사 수녀는 말했다. “지금 얼른 집에 돌아가서 가족을 사랑해주라”고. 이 이야기와 함께 저자는 당부를 덧붙인다. “뭔가 거창한 것이 아니고 그저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한마디 해주는 것, 있을 때 늦지 않게 해야 한다.”고.
그렇다. 있을 때! 늦지 않게! 시간은 결코 돌이킬 수 없으니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지 말라고 이 책은 말한다. 더불어 이미 부모님과 이별을 한 이들에겐 따스한 위로를 전하며, 부모님과 함께할 기회가 아직 있는 이들에게는 마음을 열고 부모님께 다가가도록 용기를 북돋아준다.
작가정보
저자 최해운
치열한 나날을 살아가는 중에도 평정심을 찾으려고 나름 애쓰는 대한민국의 직장인이다. 틈틈이 책을 읽고 김포 들녘을 자전거로 쏘다니기를 좋아한다. 보통 사람의 소소한 일상에 담긴 이야기가 주는 힘을 믿고 있다.
이 책은 어머니와 이별한 다음 뒤늦게 후회하며 쓴 작품이다. 두 번째 암에 걸리신 어머니와의 이별은 돌아가시기 수개월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지만, 그 이별은 충격이고 슬픔이고 아픔이었다. 왜 이별 후에야 깨닫고 배우는 것이 많은 걸까. 그러다 어머니의 생전 모습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가슴에 멍울진 그리움을 풀어냈다. 글로 옮겨 다시 보게 된 어머니 모습 덕분에 지독한 그리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요즘도 가끔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목차
- 프롤로그
Chapter 1 어머니와의 이별이 선고되다
이별하던 날, 개구리도 울었다
내 병은 내가 안다
첫 번째 암
제발 어머니가 낫기만 한다면
두 번째 암
왜 나는 항상 뒤늦게 후회했을까
자식들 집 두루 댕겨와 죽을란다
Chapter 2 어머니와 함께 산다는 것
우리 집 구원 투수
밥풀때기 하나 버린 적 없다
아들이자 남편인 남자
같이 잘 사는 데는 시간이 약
살아보니 갈등은 우리네 일상
Chapter 3 생의 마지막 여정
늙고 병든 에미 뭐가 좋다고
어머니와 자전거 타기
나란히 걷지 못한 우리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약속
Chapter 4 천국으로 이사 갈 준비합니다
나는 어머니의 눈물을 보지 못했다
호스피스 가는 길에서
엄마의 친구는 텔레비전뿐이었습니다
죽음이 가르쳐준 것들
천국으로 이사 갈 준비합니다
나누는 삶과 호스피스
밥은 목숨이고 인생
우리를 위한 기도
아파도 노래가 나오는 나날
어머니의 반어법
잘 가
하나님, 나를 오늘 밤 꼭 데려가세요
Chapter 5 인생 참 잘 살았다
민들레의 운명
행복자의 인생 선언
굳세어라. 금순님
주렁주렁한 자식이 희망이 되어
기쁨만 드려도 모자른데
자식 때문에 울고 웃고
이제야 죄송합니다
모든 것의 마지막 순간들
장례식을 치르며
이별 후유증
에필로그
기본정보
ISBN | 9788998933302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5월 07일 |
쪽수 | 248쪽 |
크기 |
135 * 206
* 19
mm
/ 29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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