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손자병법/오자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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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고미숙이 말하는 ‘낭송’은 책을 소리 내어 읽는 ‘낭독’이 아니라, 거기서 더 나아가 ‘암송’을 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이때의 ‘암송’은 ‘암기’와는 다른데, ‘암기’가 음소거 상태에서 의미 단위로 텍스트를 먹어 치우는 것이라면, ‘암송’은 소리로써 텍스트를 몸 안에 새기는 행위다. 따라서 고미숙은 “낭송이란 몸이 곧 책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낭송Q시리즈」는 《호모 큐라스》와 함께 고미숙이 기획한 고전 낭송집으로, 총 28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4편 『낭송 손자병법 오자병법』은 손무의 《손자병법》과 오기의 《오자병법》을 낭송에 알맞게 편제한 책이다. 역자는 이 두 권의 병서를 ‘리더가 되는 법’ 등으로 읽기보다는, ‘삶이라는 전장에서 승리’하게 되는, 진정 ‘잘 싸우는 법’으로 읽을 것을 권한다.
작가정보
고전평론가. 1960년 강원도 정선군 함백 출생. 가난한 광산촌에서 자랐지만, 공부를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기신 부모님 덕분에 박사학위까지 무사히 마쳤다. 대학원에서 훌륭한 스승과 선배들을 만나 공부의 기본기를 익혔고, 지난 10여년간 지식인공동체 '수유+너머'에서 좋은 벗들을 통해 '삶의 기예'를 배웠다. 20대에는 청년 백수, 30대 중반에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40대 초, 중년 백수가 되었다. 혼자는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서 공부공동체를 꾸렸다. 덕분에 강연과 집필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2011년 10월부터 '수유+너머'를 떠나 〈감이당〉 & 〈남산강학원〉에서 활동하고 있다. 감이당은 '몸, 삶, 글'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인문의 역학'을 탐구하는 '밴드형 코뮤니타스'다.
번역 손영달
역자 손영달은 ‘남산강학원’ 연구원.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다. 고대 그리스와 중국 고전을 종횡무진 오가며 공부하고 있다. 연구실의 10대 인문학 프로그램인 〈갑자서당〉, 〈청소년인문서당〉 등을 통해 고전 낭송의 공부법을 실험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별자리 서당』이 있고, 함께 쓴 책으로 『갑자서당』, 『누드 글쓰기』, 『고전 톡톡』, 『인물 톡톡』 등이 있다.
저자 손무(孫武)는 춘추시대 말기의 뛰어난 철학자이자 병법가. 제나라의 이름난 무인 집안의 자제로 태어났으나, 가문이 정치투쟁에 휘말리자 오나라로 이주해 『손자병법』을 지었다. 책의 명성이 오왕(吳王) 합려(闔廬)의 귀에 들어, 장수로 임용되었다.
목차
- 『손자병법』ㆍ『오자병법』은 어떤 책인가 : 싸움의 달인 되기???두 권의 병서가 전하는 삶의 기예
『손자병법』
1. 계(計) : 싸우기 전에 계산하라
1-1. 신중하게 살펴라
1-2. 전쟁은 속임수다
1-3. 묘산이 승패를 좌우한다
2. 작전(作戰) : 속전속결로 이겨라
2-1 졸속拙速, 간단하고 빠르게
2-2. 적에게 승리하여 자신을 강하게 하라
3. 모공(謀攻) : 모략으로 공격하라
3-1. 적을 온전하게 사로잡으라
3-2. 싸우지 않고 이겨라
3-3. 임금이 군대에 해를 끼치는 세 가지 경우
3-4.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4. 형(形) : 먼저 나의 힘을 키워라
4-1. 먼저 적이 이기지 못하게 준비하라
4-2. 승부를 가르는 다섯 가지
5. 병세(兵勢) : 형세를 유리하게 만들라
5-1. 기습법과 정공법의 조화
5-2. 기세에서 승리를 구하라
6. 허실(虛實) : 실을 피하고 허를 공격하라
6-1. 끌려다니지 말고 끌고 다녀라
6-2. 형세에 맞춰 계책을 변화시켜라
7. 군쟁(軍爭) : 유리한 조건을 선점하라
7-1. 군쟁의 딜레마
7-2. 아군의 마음을 모으고, 적의 마음을 흔들라
8. 구변(九變) : 무궁한 변화에 대응하라
8-1. 변화에 능통하라
8-2. 장수가 경계해야 할 다섯 가지
9. 행군(行軍) : 살피고 탐색하고 단속하라
9-1. 지형에 따른 용병법
9-2. 적의 동태를 탐색하는 33가지 방법
9-3. 군사를 단속하는 법
10. 지형(地形) : 지형을 활용하고 마음을 다스려라
10-1. 여섯 가지 외부적 지형
10-2. 여섯 가지 내부적 지형
10-3. 적을 알고, 자신을 알고, 하늘을 알고, 땅을 알고
11. 구지(九地) : 지형에 따라 전술을 운용하라
11-1. 지형에 맞게 싸워라
11-2. 병사들을 사지에 몰아넣어라
11-3. 구지에 따른 용병법
11-4. 처녀처럼 시작하고 토끼처럼 움직여라
12. 화공(火攻) : 화공을 쓸 때 신중해져라
12-1 다섯 가지 화공火攻
12-2. 화공의 이익과 위험
13. 용간(用間) : 간첩을 활용하라
13-1. 간첩의 중요함
13-2. 간첩을 활용하는 법
『오자병법』
1. 도국(圖國) : 치국을 도모함
1-1. 안으로 덕을 닦고 밖으로 힘을 키워라
1-2. 화합이 우선이다
1-3. 덕을 닦으면 흥하고 버리면 쇠한다
1-4. 부끄러움을 알게 하라
1-5. 전쟁의 원인과 군대의 유형
1-6. 백성을 살펴 정예병을 얻어라
1-7. 전쟁의 승패는 미리 결정된다
1-8. 성인을 스승 삼고, 현인을 벗 삼으라
2. 요적(料敵): 적의 정세를 살피는 법
2-1. 육국의 정세를 헤아리다
2-2. 싸울 수 있는 경우와 싸울 수 없는 경우
2-3. 겉을 보아 속을 알라
2-4. 약점을 노려라
3. 치병(治兵): 군사를 다스리는 법
3-1. 용병의 핵심
3-2. 생사고락을 함께하라
3-3. 행군의 법도
3-4.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요행으로 살려면 죽는다
3-5. 배움이 우선이다
3-6. 전투를 가르치는 법
3-7. 진퇴의 법도
3-8. 군마를 부리는 방법
4. 논장(論將) : 장수를 논함
4-1. 장수의 요건
4-2. 네 가지 기틀을 알아야 장수가 될 수 있다
4-3. 군령을 내리는 법
4-4. 적의 형세를 파악하기
4-5. 적장을 간파하는 법
5. 응변(應辯) : 변화에 대응하는 법
5-1. 군령을 분명히 하라
5-2. 지형의 이점을 활용하라
5-3. 막강한 적에게 대적하려면
5-4. 궁지에 몰렸을 때
5-5. 험한 지형에서 적과 맞서려 할 때
5-6. 험한 지형에서 적에게 포위되었을 때
5-7. 늪지에서 적과 만났을 때
5-8. 때와 장소에 따라 전차를 가려 써라
5-9. 적의 노략질에 맞서는 요령
5-10. 공격과 포위의 전술
6. 여사(勵士) : 군사를 격려하는 법
6-1. 상벌보다 중요한 세 가지
6-2. 죽음을 각오한 한 명이 천 명을 두렵게 한다
6-3. 최후의 승리
책 속으로
이익을 계산해 보고 나의 계책을 받아들이면, 세勢를 만들어서 실전을 도울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세’란 아군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다.
전쟁은 일종의 속임수이다.
능력이 있으면서도 없는 척하고, 능숙하면서도 서투른 척하며, 가까운 곳을 노리면서도 먼 곳을 노리는 척하고, 먼 곳을 노리면서도 가까운 곳을 노리는 척한다.
이로움을 보여 적을 유인하고, 혼란스럽게 해놓고 빼앗는다.
적이 충실하면 대비하고, 강하면 피한다.
적이 쉽게 분노하면 그 마음을 흔들고, 소심하면 교만하게 만든다.
적이 편안하면 수고롭게 만들고, 서로 친하면 이간질 한다.
적이 방비하지 않은 곳을 공격하고, 예기치 않은 때에 출동한다.
이것이 병가에서 말하는 승리의 길이니, 고정된 이론으로 전수될 수 없다.
(손자병법 ?1부 계(計)?: 싸우기 전에 계산하라? 중에서)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百戰百勝]이 최선이 아니요,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므로 전쟁을 할 때 최선책은 ‘적의 지략’을 공격하는 것이고, 차선책은 ‘적의 외교’를 공격하는 것이며, 그 다음이 ‘적의 군대’를 공격하는 것이요, 가장 나쁜 방법은 ‘적의 성城’을 공격하는 것이다.
(손자병법 ?3부 모공(謀攻)?: 모략으로 공격하라? 중에서)
오기가 말했다.
“옛날에 나라를 잘 다스리는 임금은 반드시 먼저 백성을 가르쳐 만민의 친화를 이루는 것을 우선으로 여겼습니다. 여기 네 가지 화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 나라가 화합하지 못하면 출병할 수 없고, 둘째, 군대가 화합하지 못하면 진을 칠 수 없고, 셋째, 진영이 화합하지 못하면 진격할 수 없고, 넷째, 진격 중에 화합하지 못하면 결전을 치를 수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도가 있는 임금은 백성을 부릴 때 반드시 먼저 화합을 이루고 나서 큰일을 도모했던 것입니다. 그것도 혹시 임금 자신의 사사로운 생각에 의한 것이 아닌지, 반드시 먼저 종묘에 고하여 거북점을 치고 천시를 살펴 길조가 나온 후에야 군사를 일으켰습니다. 그래야 백성들은 임금이 자신들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희생을 아까워한다고 믿게 됩니다. 이런 연후에 전쟁에 임하면 병사들은 나아가 죽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고 물러나 사는 것을 치욕으로 여기게 됩니다.”
(오자병법 ?1부 도국(圖國)?: 치국을 도모함? 중에서)
출판사 서평
동양고전의 낭송을 통해 양생과 수행을 함께 이루는, ‘몸과 고전의 만남’ “낭송Q시리즈” 중 금(金)의 기운을 담은 서백호편의 네번째 책. 손무의 『손자병법』와 오기의 『오자병법』의 낭송용 버전이다. 옮긴이는 이 두 권의 병서가 ‘리더가 되는 법’ 등으로 읽히기보다는, “기존의 나의 삶에 질문을 던지고, 내가 기대고 있던 안이한 의지처를 깨부수며, 자기 자신과의 전쟁을 수행하게 되기를, 나아가 삶이라는 전장에서 승리하게 되는”, 진정 ‘잘 싸우는 법’을 알려주는 책으로 읽히기를 바란다.
▶풀어 읽은이의 말
“잘 싸우는 자는 남에게 이기기 전에 자기 스스로에게 이긴다. 남에게 도전장을 내밀기 전에 먼저 아군,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병서의 가르침들이 여전히 유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병서는 우리를 ‘비전 탐구’의 장으로 초대한다. 기존의 나의 삶에 질문을 던지고, 내가 기대고 있던 안이한 의지처를 파괴하라고 조언한다. 지금 곧 자기 자신과의 전쟁을 수행하라고 등을 떠민다. 니체가 ‘성인이 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전사가 돼라!’고 했던 맥락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낭송 손자병법/오자병법』 풀어 읽은이 인터뷰
1. 낭송Q시리즈의 기획자이신 고미숙 선생님은 “모든 고전은 낭송을 염원한다”고 하셨는데요, 낭송이 되기를 염원하는 여러 고전 중 특별히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을 고르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은 고대 중국의 병가(兵家)의 저작들 중 가장 심오하다고 평가되는 텍스트입니다. 병가란 잘 싸우는 법,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을 연구한 학파라고 할 수 있죠. 이 책들은 중국 역사상 가장 길고 치열했던 전란의 시기인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탄생했습니다. 춘추시대에만 1211회, 전국시대에는 468회의 전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전쟁이 일어났다고 할 정도로 크고 작은 전란이 줄을 이뤘던 시대였죠. 이런 시대를 관통하며 얻은 전쟁에 관한 노하우, 성찰들을 집약시킨 책이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입니다.
‘전쟁’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세요? 무차별한 학살과 약탈을 일삼는 반인륜적인 폭력행위.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쟁=폭력이라는 등식을 떠올릴 거예요. 그렇다면 전쟁의 방법을 연구한 병서들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을까요? 맞습니다. 약탈과 기만과 폭력의 기술들이 가득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죠. ‘어떻게 하면 두려움에 벌벌 떠는 아군의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적의 식량과 자원을 노략질 할 것인가.’ ‘어떻게 적을 기만하여 방심하게 할 것인가.’ 이 대목에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끔찍한 살육의 기술들을 ‘학문’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요? 병서의 내용을 두고 과연 ‘심오하다’는 평을 내릴 수 있을까요?
단언컨대, 고대 중국의 병서에는 심오한 지혜가 가득합니다. 병가들은 전쟁에 대한 존재론적 숙고라든지 도의적인 판단이라든지 하는 것들을 일체 유보합니다. 대신에 전쟁 안으로 깊이 들어가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잘 싸울 수 있는가’라는 것을요. 우리는 왜 싸울까요? 강해지기 위해 싸우죠. 이익을 얻기 위해 싸웁니다. 파괴와 죽음은 전쟁에 수반되는 것이지 궁극의 목표가 아닙니다. 하지만 싸움을 하다보면 본말이 전도되어 파괴 그 자체가 목표가 되죠. 적에 대한 파괴, 적대, 섬멸. 생각해 봅시다. 이런 싸움에 이기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이익이 될까요? 병가들은 싸움의 근본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상기시킴으로써 우리에게 잘 싸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 줍니다. 적국을 온전히 두고 이겨야 하고, 싸우지 않고 이겨야 합니다. 이런 싸움에서 얻은 승리야말로 이익이 됩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은 우리에게 ‘잘 싸우는 법’을 가르친다고. 그리고 ‘잘 싸우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잘 사는 것’으로 이어진다고요. 어떻게 잘 싸우는 것이 잘 사는 것과 연결되냐구요? 『손자병법』에 실린 유명한 말이 있죠.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병가들은 우리에게 ‘다른’ 싸움을 제안합니다. 적과 적대하는 싸움이 아니라 나를 강하게 하는 싸움. 이익(利)을 얻고 기세(勢)를 불리는 싸움. 이 가르침이 결국 강하고 건강한 인간을 길러낼 것이라고, 삶이라는 싸움에서 승리하는 전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 낭송Q시리즈의 『낭송 손자병법/오자병법』은 손무의 『손자병법』, 그리고 오기의 『오자병법』과 어떻게 다른가요?
『손자병법』은 춘추시대의 장수 손무(孫武)가, 『오자병법』은 전국시대의 오기(吳起)가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둘 모두 전장에서 장수로 명성을 떨쳤던 인물이죠.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공허한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전에서 자기가 몸으로 겪은 귀중한 체험과 노하우들을 책에 집약시켰다는 것입니다. 손무에 관한 몇 안 되는 기록 중 사마천의 「손자오기열전」을 눈여겨 볼 만합니다. 손무는 생전에 이미 『손자병법』 13편을 책으로 냈고, 이 책이 유명세를 타게 되어 오나라의 왕 합려를 만나게 됩니다. 합려는 손무를 무시합니다. 붓이나 놀리는 작자가 실전을 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었죠. 이에 손무는 궁녀들에게 완벽한 군사훈련을 시켜서 자신을 깔본 합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리고 내뱉은 말이 있죠. “임금께서는 그저 말로만 병법을 찾으실 뿐이고, 그것을 실제로 쓰지는 못하시는군요!” 합려의 허세를 꼬집으며 상황을 반전시키는 촌철살인의 말입니다.
이 한마디 안에 병법의 본질에 관한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병법의 생명은 실천입니다. 전쟁은 사람의 목숨과 나라의 운명을 다투는 급박한 일입니다. 전쟁의 상황 속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지식, 단순한 정보 덩어리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 안에 아무리 현묘한 지혜가 담겨 있다 하더라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지식은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한비자』의 「오두」편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나라 안의 백성 모두가 군사를 말하고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을 집집마다 소장하고 있지만 군사가 더욱 약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입으로 용병하는 자만 많을 뿐 정작 갑옷을 입고 전쟁터로 나가 싸우려는 자는 적기 때문이다.’ 입으로 떠드는 데 그친다면 병법의 올바른 사용법이 아닙니다. 병법은 유용하게 쓰여야 합니다. 현실에서 작동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병법의 사용법에 관한 철칙입니다.
병법을 삶 가운데 작동하는 것으로, 살아 있는 것으로 읽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병서는 몸으로 만나야 합니다. 머리로 외고 입으로 떠드는 게 아니라 살과 뼈를 부딪쳐 몸으로 겪어내야 합니다. 소리를 통해 몸을 울리고, 몸을 울려서 삶을 진동시키는 낭송의 독법이야말로 이 시대에 병서를 만나는 적합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은 낭송에 최적화 된 ‘우주 유일’의 낭송용 병법서입니다.^^;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의 전문을 수록하되, 병서 특유의 함축적인 설명들이 읽는 이의 몸과 마음을 울릴 수 있도록 언어를 가다듬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병서를 낭송하는 이색 체험(?!)을 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3. 앞으로 『낭송 손자병법/오자병법』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는 군인이 아닌데, 될 생각도 없는데 이 책을 굳이 읽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분명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가에 의해 수행되는 ‘대문자 전쟁’에 관한 지침서를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대신에 저는 이 책이 우리 일상에 미시적으로 숨어 있는 ‘소문자 전쟁’에 관한 지침서로 읽히길 기대합니다.
진부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삶이란 또 하나의 전쟁입니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우리는 무수한 싸움들을 겪게 됩니다. 삶이란 결국 거듭되는 싸움의 연속일 것입니다. 힘으로 약자를 누르는 강자에 대한 싸움, 상황에 굴복하고 타협하려는 자기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싸움. 자기 일상을 돌아보세요. 싸움 아닌 순간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싸움을 싫어하죠. 싸움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회피합니다.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은 우리에게 ‘저곳’의 전쟁에 눈이 팔려 ‘여기’의 전쟁에 침묵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여기’의 전쟁이란 무엇일까요? 일상 속에서 우리가 맞붙게 될 최종 심급의 적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 아닐까 합니다.
병서를 공부하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대목은 ‘적’을 그리고 ‘나’를 단일한 존재로 고정시켜 놓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특정 국가, 특정 종교인, 특정 정파를 가진 사람이 적이 아닙니다. 적은 곳곳에 있습니다. 때로는 나태해 지려는 우리 편이 치명적인 적일 때가 있습니다. 군법 위에 군림하려는 군주가 위협적인 적일 때가 있습니다. 감정을 주체 못하고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적일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겉으로 드러난 적보다 이런 내부의 적들이 더 위험합니다. 나 혹은 아군도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적이라도 사로잡아 포섭하면 우리 편이 되지요.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더라고 적의 힘을 역이용하여 무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결론은 다시 이 지점으로 모아집니다. 잘 싸우는 자는 적과 적대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이기려 합니다. 남에게 도전장을 내밀기 전에 먼저 아군,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선전포고를 합니다. 병가들은 싸움 앞에 머뭇거리는 우리의 등을 떠밉니다. 자기 자신과의 전쟁을 수행하라고, 먼저 나를 알고 나에게 이기라고 조언합니다. 저는 이 책이 삶의 전사를 기르는 병법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니체도 ‘성인이 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전사가 돼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많은 독자 여러분들이 이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며, 기존의 나의 삶에 질문을 던지고, 내가 기대고 있던 안이한 의지처를 깨부수며, 자기 자신과의 전쟁을 수행하게 되기를, 나아가 삶이라는 전장에서 승리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기본정보
ISBN | 9788997969562 |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2월 04일 | ||
쪽수 | 176쪽 | ||
크기 |
115 * 187
* 20
mm
/ 240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낭송Q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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