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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신영재
저자 신영재는
경남 거창군 신 씨 마을 태생.
한국해양대학 기관공학과 졸업.
현재 부산 초량동 해운회사 거리에 체류 중.
엊그제 열아홉 살이었으며 중국집 주방장과 편의점 알바와 일 없는 사무직 직원을 위한 판타지 소설로 데뷔. 그 뒤로 8년 만에 여기 다시 등장.
누구나가 꿈을 꿉니다.
호주는 누구라도 가고 싶을 것입니다. 스위스와 필리핀과 중국도요. 목장 뒤로 펼쳐진 설산을 구경하고 싶고, 에메랄드 바닷속의 물고기가 보고 싶을 것이고, 만리장성의 장관을 상상하면 절로 탄성이 나올 것이며, 다리 위에서 번지 점프를 하거나 낙하산을 매고 뛰어내리는 기분은 생각만으로도 짜릿하겠지요. 또한 우리 모두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고, 록스타가 되고 싶었고, 운동선수가, 가수가, 충무로를 주름잡는 배우가 되고 싶었습니다.
책상에 잔뜩 쌓인 서류철과 바탕화면의 폴더들. 끝이 없는 업무와 짧게만 느껴지는 시간. 시계 알람처럼 반복적인 하루 일과. 문제집과 참고서의 바다. 학교와 학원과 거실과 사무실의 지겹지도 않은 노이즈들.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먹고 안중에도 없는 이야기를 듣고 쓰고 싶지도 않는 시간을 두둥실 떠내려 보내는, 아침 해와 늦은 밤의 달밖에 기억나지 않는 평일들. 정신이 아득해지는 반복의 연속, 연속 …….
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눈을 돌려 이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읽는 동안에는 부디 싫은 일은 전부 제쳐두고, 언제부터인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그 무언가를 잠깐이라도 떠올려 싱긋 웃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목차
- 0. 퍼펙트 데이(전)
1. 사차원의 기타리스트
2. 천국으로 가는 문
3. 이교도들
4. 지구별 여행자
5. 퍼펙트 데이(후)
6. 빛
책 속으로
급수탑 위에 한 명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누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 얼굴을 붉히기보다도, 시웅은 그녀의 해괴한 모습에 얼을 빼앗기고 말았다.
여자아이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두 팔을 하늘을 향해 쭉 뻗고 있었다. 하늘을 떠받치기라도 하려는지 손바닥을 펼치고 있었는데, 두 눈으로는 시웅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중이었다.
한동안 매미 소리만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물어내.”
여자아이가 말했다. 시웅은 어안이 벙벙해 물었다.
“물어내라니 ……. 뭘.”
“그거. 내 픽.”
“픽?”
여자아이가 눈짓으로 아래쪽을 가리키자 시웅은 그제서야 부러진 머리핀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게 픽이라고?”
그러고 보면 그 머리핀은 기타 픽으로 쓸 만한 구조였다. 쿵푸 팬더의 날아차기 타점만 닳아 있는 것으로 봐도 여자아이의 주장에 수긍이 갔다.
“그래. 망가뜨렸으니까 물어내. 똑같은 걸로.”
“…… 무슨 ……. 아니, 거기서 뭐 하는 건데.”
“신호를 보내고 있어.”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맑고 톤이 높았으며, 묘하게 귀에 남는 여운이 있었다. 깊고 어두운 동굴 속을 흐르는 시냇물이 얼핏 시웅의 머릿속을 스쳐 지났다.
“뭐?”
“우주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구. 정신 사납게 하지 말아 줄래? 주파수가 흐트러지니까.”
여자아이는 자세를 유지한 채 대꾸만 던지고 있었다. 말려 올라간 치마 사이로 팬티가 보였다.
여자아이의 팬티는 하늘색이었다. 조건반사적으로 넋을 놓았던 시웅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렸다.
(17-18쪽)
모름지기 어깨에 힘 좀 주고 돌아다니는 남자에게는 타인에게 얕보이는 일이 가장 싫은 법이다. 스스로를 불량배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고등학교 들어와서 체면 한번 상해본 적이 없는 시웅이었다. 그가 복도를 걸으면 학생들은 알아서 길을 비켜 주었고, 감히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김수진은 달랐다. 그녀는 결코 주눅 드는 법이 없었다.
며칠 전 시웅은 그녀와 얽힌 상급생에게, 실로 오래간만에 얻어맞기까지 했다. 시웅이 조금 알아보니 그 박용제와 이진성이라는 3학년은 오혜성의 수하 격으로, 오혜성은 대영고를 휘어잡고 있는 불량배였다.
김수진은 식탁 모서리를 짚고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잘 들어. 음악이 뭐냐면, 음악은 전류야.”
“뭐 …… 어?”
“자, 봐봐. 처음엔 그냥 연주하기 시작해. 앉아 있다가, 누워 있다가, 텔레비전이나 책 보다가, 그냥 생각 없이 하는 거야.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완전히 몰입해서 아무것도 안 느껴져. 내가 누군지, 어디에 있는지.”
“…….”
김수진은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제스처를 섞어 가며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여기, 내 뱃속에서 불꽃이 튀어. 하얀색 전류가 내 온몸으로 퍼져, 나는 전류 그 자체가 되어서 하늘로 날아가. 그래서 음악은 전류야. 내가 연주하는 음악, 나 자체가 전류가 되는 거야. 그래서 하늘 위로, 우주로, 더 멀리 파직파직 …… 파팍! 그렇게 온 세상을 찌릿찌릿 감전시키는 거라고.”
“리드선에 물 묻혔냐. 감전되게.”
멍청히 중얼거리는 시웅을 무시하고 김수진은 말을 이었다.
“음마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의 …… 미?”
“예를 들어 C 메이저는 기쁨이야. C 코드의 ‘솔’은 명랑한 인사고.”
“기타 음계 말하는 ……?”
김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신중한 얼굴로 설명을 계속했다.
“외계인이 온다면 걔네들이 어떻게 의사전달을 할 거라고 생각해? 한국어나 영어를 하지는 않을 거 아냐. 틀림없이 걔네들은 우리와의 소통을 위해 ‘음’을 사용할 거야. 음악은 걔네들과의 유일한 소통 수단이 될 거라구.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생각이고 뭐고 ……, 고민할 가치가 없어 보이는데.”
“가치가 없긴 왜 없니? 너, 어제 그 시간에 옥상에 드럼 치러 왔었지? 왠데, 무섭지도 않았어?”
“…….”
“너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거 아냐, 드럼을 쳐야만 하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사실은 알 수 있을 텐데?”
김수진은 시웅을 똑바로 마주보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눈길을 돌리지 않은 채였다. 시웅은 그녀의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똑바로 투영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는 동안 김수진의 얼굴이 간밤에 보았던 모습과 서서히 겹쳐져 갔다.
시웅이 간밤에 금단을 해결했음에도 잠을 설쳤던 이유는, 김수진 때문이었다.
(62-65쪽)
스튜디오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나온 이철에게 구선재가 찾아왔다.
“한 잔 해라.”
강둑에 걸터앉아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던 이철은 구선재가 건넨 캔맥주를 단숨에 벌컥벌컥 들이켰다. 숨을 돌리는 이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구선재가 피식피식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렇게 닭살이더냐?”
“말이라고 해, 자식아.”
“그런가. 나름대로 덜 간지럽게 한다고 했는데 …… 그렇게 튀는
출판사 서평
매사에 풀리는 일이 없고 뭘 해보려는 의지도 없는 열여덟 살의 류시웅. 하루가 멀다 하고 부부싸움을 벌이는 부모님과 그저 지루하고 답답하기만 할 뿐인 학교생활이 그가 알고 있는 세상의 전부다. 폭력배와 사채꾼을 피하느라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던 전학에도 진절머리가 날 즈음, 하늘과 가장 가깝다는 대영고등학교에서 동갑내기인 김수진을 만나게 된다. 교사들은 포기했고 학우들에게서 무시와 따돌림을 일상으로 당하는 김수진의 모습은 류시웅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도 결코 좋아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운명에 순응하고 내면으로만 숨어드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자유분방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김수진의 모습에 류시웅은 놀라게 된다. ‘사차원’이라는 별명답게 온갖 기행은 도맡아 하고 심지어 외계인과 통신을 준비하는 김수진을 보며 류시웅은 점점 그녀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작가인 신영재는 특이하게도 문학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관학도 출신이다. 충실하게 고등학교와 대학을 진학하고 취직을 위해 학업에 몰두하는 한편, 잊지 않고 간직했던 동심의 세계를 틈틈이 갈고 닦아 2004년에 판타지 소설로 완성하여 첫 데뷔를 했다. 사람은 나이에 맞는 역할이 있고 본업을 저버리면 어떻게 되는지, 그렇다고 전부 포기해버리고 감성이라고는 없는 철저한 사회인이 되어버린다면 어떻게 되는지를 그는 몸으로 경험했다. 현실과 꿈의 경계를 잘 알고 있는 그는 사람들이 동심에다가 두고 온 각자의 판타지를 그의 작품을 통해 이끌어내고자 한다. 경쟁과 고난으로 얼룩진 ‘사회’라는 시스템의 톱니바퀴로써만 살아간다면 그 인생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하는 그의 의문은 소설 속 김수진의 생각에 정확히 녹아난다.
시험 점수를 잘 받아 부모님에게 자랑을 하는 게 좋다.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노는 것도 좋고, 월급을 타서 외식을 가는 것도 좋다. 가정을 꾸려 아이를 낳는다면 행복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상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들에 더해, 모두가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모두가 가슴 한편에 동심을 품고 자신의 판타지를 좇을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은 훨씬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기본정보
ISBN | 9788997532049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11월 20일 |
쪽수 | 328쪽 |
크기 |
148 * 210
* 30
mm
/ 450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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