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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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글) 김혜원
저자 김혜원은 경기도 분당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가 2003년부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더 넓은 세상과 만나고 있다. 사람을 좋아하고 부지런한 성격 덕분에 지금까지 500건의 기사를 썼다. 그가 쓴 ‘사는 이야기’ 기사는 솔직하고 담백하면서도 시사적인 메시지를 잘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과 2005년 연속으로 <오마이뉴스>가 뽑은 ‘올해의 뉴스게릴라’에 선정됐으며 2006년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뽑은 ‘올해의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족한 글이지만 발품 팔아 쓴 기사를 통해 조금씩 세상과 사람이 바뀌는 모습을 대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대한민국의 ‘아줌마’로서 교육과 문화, 가정경제에 관심이 많고, 연로하신 시어머니,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살다보니 노인문제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됐다. 독거 어르신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분들의 외로움과 배고픔, 슬픔이 그대로 전이되어 몇 달간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어느 날 또다시 취재수첩을 꺼내든 자신을 발견했다. 내가 대신 말해주지 않으면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말할 수 없는 이웃들이 나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런 이웃이 있는 한 10년 후, 20년 후 할머니가 되어서라도 취재하고 글 쓰는 일을 멈추지 못할 듯하다.
사진 권우성
사진삽도인 권우성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사진 기자
목차
- · 머리말
· 프롤로그 여든 살 인생의 가슴속 이야기
01 나 같은 늙은이 굶어 죽은들 알겠어 병들어 죽은들 알겠어┃박복례
02 세상이 달라져서 그런 건데 탓하면 뭐해┃고재호
03 속이 타고 또 타서 재가 되었을 거야┃주삼순
04 이불 속에서 불러요“아들아, 내 아들아”┃임현순
05 45년 살아온 손바닥만 한 집 때문에┃성말용
06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있어야지┃이금예
07 8만 4천 원으로 사는데 어떻게 병원에 가겠어┃유옥진
08 삼대를 이어온 가난, 모두가 내 탓이지┃홍판순
09 늙고 가난하다고 여자도 아닌 줄 알아?┃조필남
10 자식들 무서워 숨어 산다면 믿겠어?┃김종예
11 누구를 원망하고 싶지도 미워하고 싶지도 않아┃김원용
12 딸 하나만 바라보며 견뎌온 세월이야┃박막순
· 희망이 되어주는 사람들
막순 씨와 술친구 하다 친해졌어요┃자원봉사자 정창길 씨 이야기
· 에필로그 복지의 사각지대를 찾아 마음을 전하다
책 속으로
박복례 할머니
“너무 고마워. 나같이 냄새나고 구질구질한 늙은이를 누가 이렇게 찾아와주나. 그래도 사람 집에는 사람이 드나들어야 사는 것 같은데. 쌀도 좋고 김치도 좋지만 아무것도 안 가져와도 좋아. 그냥 한번씩 얼굴이나 보여줘. 그래, 이제 가면 또 언제 오려나? 늙은이 잊지 말고 자주 찾아와.”
고재호 할아버지
“음식을 할 줄 몰라서 그래. 쌀도 갖다주지만 난 라면이 더 좋아. 밥을 하면 김치랑 반찬이 있어야 하지만 라면은 아무것도 없이 그냥 먹어도 되거든. 국 삼아, 밥 삼아, 소주라도 한 병 사면 안주도 되고. 그러니 라면만 먹고 살았어.”
주삼순 할머니
“내 가슴속을 열고 들여다보면 시커먼 재가 가득할 거야. 속이 타고 또 타서 재가 되었을 거야.”
“우리 손자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꼭 성공해서 할머니 편안하게 모실 거라고 그랬어. 그러니까 할머니보고 건강하게 오래만 살아달래. 말만 들어도 얼마나 고마운지 눈물이 날라 그래. 우리 손자 어렵게 살았지만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속 썩이는 일 없이 잘 자랐어. 우리 손자 잘되는 거 보고 죽어야 하는데. 매일 기도가 그거야. 우리 손자가 훌륭한 사람 되어서 그동안 도움받은 것처럼 남들도 돕고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야.”
임현순 할머니
“내 가슴이 시퍼렇게 멍들고 시꺼멓게 숯이 되어도 죽을 때까지 담고 가려고 했어. 이렇게 슬픈 이야기를 들어 뭐하겠어. 나같이 바보 같고 모자란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가슴에 슬픔이 맺히다 맺히다 우울증이 왔나 봐.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어. 화장품 팔러 다니면서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걸어 다니다 보니 늙어서 관절염이 왔지 뭐야. 이 다리가 얼마나 쑤시고 아픈지. 잠도 오지 않고 몸도 아프고 그럴 때면 애들이 더 그리워. 그래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들 이름을 크게 불러본다고.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이렇게 말이야.”
성말용 할머니
“우리 영감님이 남겨주고 간 이 손바닥만 한 집(약 16평) 때문에 정부에서 아무 도움을 받을 수가 없대. 이 집에서 산 지 벌써 45년이야. 이거 팔아서 어디 월세로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데, 여기 오래 살아서 그런지 여길 떠나고 싶지 않아. 지난 여름방학 때까지는 도시락 배달도 해주고 애들 학교에서 급식표도 줬는데 여름방학 끝나고는 그것마저 딱 끊네.”
이금예 할머니
“죽으면 다 소용없어. 죽은 시신이라도 누군가를 위해 쓰인다면 얼마나 좋아. 세브란스병원에 기증약속을 하기로 했는데 장례도 병원에서 잘 치러준다고 하더라구. 우리같이 어려운 사람들은 죽어도 힘들어. 장례비가 없어 자식들이 빚쟁이가 되게 하면 안 되잖아.”
유옥진 할머니
“왜정 때 방학국민학교를 다녔는데 그나마도 2학년 다니다 말았어. 학교 가면 일본말 못한다고 선생님이 때리고, 집에 오면 집안일 안 하고 학교 갔다고 어머니가 때리고. 내 나라 말도 아니고 남의 나라 말인데 집에 와서 숙제도 하고 복습도 해야 늘지. 그런데 학교 갔다 오면 책가방 열어볼 새도 없이 동생 업고 나가서 어머니 일을 도와야 하니 언제 배워.”
“내 배 아파 낳은 자식들도 부모를 버리는 세상인데 낳지도 않은 자식에게 뭘 바라겠어. 그저 한때 내가 같이 살았고 나에게 어머니, 어머니 했던 애들이 있었다고 생각하며 사는 거지. 키워준 공 생각하면서 서운한 마음 먹으면 나만 더 괴로운 거야. 다 잊고 살아야지.”
홍판순 할머니
“집에 가면 누가 있나? 노인정에 있으면 뜨끈하니 불 때주고, 때맞춰 밥도 주고, 여기 할머니 친구들하고 하루 종일 누웠다 앉았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지겨우면 잠도 한잠 자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거지 뭐. 저녁 5시면 노인정 문을 닫는데 저녁도 주고 늦게까지 있게 해주면 좋겠어. 집에서는 잠만 자게 말이야.”
조필남 할머니
“나 지금까지 한 번도 내 이야기 해본 적 없는 사람이야. 그리고 이제 와서 다 지난 옛이야기를 해서 뭐해? 그저 내 가슴속에 묻어두고 가는 거야. 날도 추운데 여기까지 왔으니 몸이나 녹이고 가.”
“여자가 혼자돼서 할 수 있는 일이 뭐 있겠어. 그냥 장돌뱅이라고 해두지 뭐. 내가 가진 살림이며 옷들이며 보면 알겠지만 한때 돈도 좀 벌고 써보기도 했어. 80년대엔 빵장사를 해서 제법 돈도 모았지. 하지만 인생이란 게 그렇더라. 버는 놈 따로 있고 쓰는 놈 따로 있고.”
출판사 서평
“우리 어르신들, 배만 고픈 게 아니에요.
사람이 고프고 정이 고프고 마음도 고픈 거죠.”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왔던 2009년 겨울. 서울에 살고 계신 열두 분의 독거노인을 만났다. 대낮에도 햇볕 한 조각이 허락되지 않는 손바닥만 한 지하 월세방에서 이불 한 채와 그릇 몇 개가 전부인 초라한 살림을 꾸리며 살아가는 노인들.
습하고 어두운 반지하방에서 얼마 남지 않은 노년의 삶을 외로움과 가난, 질병을 벗 삼아 살아가는 독거노인들의 삶을 책으로 묶어낸 이유는 측은한 삶을 드러내 값싼 동정을 이끌어내자는 것이 아니었다. 사는 모습과 생김새는 달라도 여든을 바라보는 우리의 부모와 너무나도 닮아 있는 그분들 삶에 대한 연민과 존경 때문이었다. 또한 지나온 그분들의 삶을 통해 독거노인이 된 지금의 외로운 삶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인생의 어디쯤에서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복지단체로부터 배달된 도시락 하나를 아껴 먹으며 이틀을 견디는 할머니, 20년 동안 라면 한 개로 하루 식사를 해결해왔다는 할아버지, 영하 10도의 추위에도 보일러를 켜지 않은 채 전기장판에 의지해 몸을 녹이는 할머니, 영양실조로 온몸이 붓고 피부에 부스럼이 나기 시작한 할머니.
‘오마이북’ 신간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는 서울에서 외롭고 가난하게 살고 있는 독거노인 12명을 인터뷰한 책이다. 이 책은 출발은 지난 2009년 9월부터 12월 31일까지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총 17편의 기사였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김혜원 씨가 12명의 독거노인을 만나 이들의 살아온 삶과 현재의 삶을 인터뷰한 기사를 연재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오마이뉴스> 쪽지함에는 기사를 보고 어르신들을 후원하겠다며 계좌번호를 문의하는 내용이 쇄도했고, 후원 창구가 된 복지법인 ‘우양재단’에도 어르신들의 안부와 후원 방법을 문의하는 전화와 이메일이 쏟아졌다.
독거노인 기획취재 기사에 쏟아졌던 관심과 사랑을 더 많은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책 출간이 기획되었다. 저자는 어르신들을 보충 취재해 글을 보강했고, <오마이뉴스> 사진팀은 두 달간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면서 그 분들의 사는 모습, 웃음과 눈물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책에 등장하는 12명 독거노인의 삶은 너무나 구구절절하고 파란만장한 사연들로 가득 차 있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많이 배우지도 못하고 가난과 싸우며 어렵게 살았던 어린 시절, 원치 않았던 결혼 생활의 실패, 자식에게 버림받은 슬픔, 자식에게 이어진 가난이 자기 때문이라는 자책, 그리고 언제 허물어질지, 쫓겨날지 모르는 지하 월세방에서 정부 보조금, 복지단체 지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외롭고 힘겨운 삶.
우리의 이웃으로, 같은 하늘 아래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대부분 잊고 산다. 홀로 외로운 죽음을 맞은 독거노인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이 TV와 신문 지면을 통해 세상에 알려질 때에만 반짝 관심을 가질 뿐이다. 하지만 이 분들의 삶은 우리와 무관한 삶이 아니다.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이 분들의 지나온 삶을 듣고 있노라면, 한국 현대사를 관통한 우리 부모 세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21세기 무한 경쟁과 극심한 빈부격차, 높은 실업률 등 자본주의의 불안한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노년의 독거의 삶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지 않을까.
“이들의 외로운 삶과 고독한 죽음에 우리는 정말 아무 책임도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일까. 병들고 가난하고 외로운 독거노인들은 누구도 아닌 내 부모 세대의 모습이며 훗날 나의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차마 꺼내기 어려웠던 독거노인들의 삶을 이렇게라도 들추어내어 알리려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이 사회적 배려와 관심, 지원의 결핍으로 매일을 죽음과 도 같은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외로움과 싸우며 지내고 있음을 알아주길 바라기 때문이며 이들에 대한 공동체적인 대책과 지원방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생활비 보조마저 받지 못하는 독거노인들의 겨울은 더욱 혹독하다. 반찬값이라도 벌 수 있었던 공공근로나 노인 일자리사업도 동절기에는 중지되고, 폐지나 박스 줍기 역시 영하의 추위 속에서는 할 수 없다. 정부나 복지단체가 도와주지 않으면 추위와 배고픔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외로움 또한 독거노인을 괴롭히는 마음의 상처다. 젊음도 건강도 재산도 없는 독거노인들을 이제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자꾸 말씀하신다.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잊지 말고 자주 찾아와달라고.
“나의 보잘 것 없는 글이 그분들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될지 알 길 없지만, 우리 곁에 이렇게 외롭고 아프고 슬픈 노인들이 함께 살고 있음을 알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책속으로 추가>
김종예 할머니
“싼 방을 찾고 찾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몇 년 살지도 않아서 또 재개발된다고 나가달라고 하더라구. 나 이제는 못 나가네. 이 돈 가지고 서울땅에 어디를 갈 수가 있나. 늙은이 거리에 나앉게 해도 할 수 없고. 나는 모르네.”
“내가 낳지도 않은 자식 때문에 이렇게 거지꼴로 사는 게 정말 억울해. 왜 내 호적에 다 올려가지고. 차라리 자식이 없으면 수급자가 돼서 병원비도 안 들고 생활비도 나오고 사는 데는 아무 걱정이 없을 텐데 말이야.”
김원용 할아버지
“난방을 어떻게 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조금 할까, 어지간한 날씨는 참고 지내야지. 난방비를 누가 주나. 수급자라면 난방비도 지원되고 생활비도 지원되지만 나는 수급자도 아니니 그런 지원도 못 받아.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데 보일러를 막 때고 살면 그 돈을 누가 주나?”
“내가 보니 수급자 지정이라는 게 원칙이 없어. 밖에 나가보면 어떤 노인들은 먹고살 만한데도 수급자로 지정받아 생활비 타먹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폐지나 빈병을 주워서 간신히 연명하고 사는데도 쌀 한 자루를 안 주는 거야. 구청 담당자들이 직접 나와서 사는 걸 보면 알 텐데. 알면서도 무조건 호적에 자식이 있어서 안 된다니 우리 같은 사람은 죽겠는 거지.”
박막순 할머니
“자식은 맘처럼 안 되데. 노가다를 나가든 고물장사를 하든 그것만큼은 뒷바라지해서 잘 키워보고 싶었는데. 하긴 내 형편이 그러니 뭐 잘되길 바라지도 못하지만 말이야. 중학교 겨우 나와 지금까지 결혼도 못하고 사는데 그거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기본정보
ISBN | 9788996430537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03월 31일 |
쪽수 | 320쪽 |
크기 |
150 * 208
* 30
mm
/ 51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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