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를 위한 사회과학 교양 입문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시끄러움’은 왜 일어나는가? 왜 대다수 사람들은 가난과 전쟁, 고통으로 내몰리는가?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가면 좋을까? 또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새로운 세상 만들기는 어떤 모습인가?
이 책은 이런 진지한 물음에 비교적 유쾌하게 답하는 ‘반자본주의 안내서’이다. 지은이 에세키엘 아다모프스키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FTA, 광우병 쇠고기, 용산 참사 같은 일의 밑바탕에 바로 자본주의 시스템이 있음을 새삼 일깨운다. 또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경제위기와 대량해고, 실업을 피해 갈 수 없고 그 문화는 사람들의 내면에까지 스며들어 체제에 ‘적응’시킨다고 강조한다.
조직보다는 개인, 이념보다는 상식, 대의와 희생보다는 자발성에 바탕을 두고 광장으로 달려가 촛불을 밝힌 개인들. 과연 보수 언론의 말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발찍한 ‘10대’들일 뿐일까? 한국현대사에서 전쟁세대, 산업화세대, 민주화세대의 진지함이나 치열함보다 못하지 않은 솔직함과 용기를 가진 촛불세대를 ‘반자본주의 교실’로 초대한다. 벌써 부모가 되어 버린 민주화세대는 이 책을 통해 그들과 소통할 수도 있다.
사회과학 이론과 사회운동론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본문 여기저기에 등장하는 역사 인물의 캐리커처나 세계 곳곳의 저항운동을 묘사한 생생한 그림은 ‘학습’의 부담을 덜어 준다. 마르크스, 그람시 같은 사상가를 비롯해서 체 게바라, 마르코스 부사령관 같은 혁명가들이 베레모를 쓰거나 복면 차림으로 걸어 나와 자신의 주장을 펴는 ‘자유 발언’은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저항운동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해 독자들이 책을 읽어 가다가 직접 접속할 수 있게 했다. 이 책은 2003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스페인어로 출간된 이래 빠른 시간 안에 스페인과 중남미 대부분의 나라는 물론 영국과 독일, 일본에서도 번역되어 대중적으로 읽히고 있다.

-자본주의 바로 알기
인류 역사를 통해 성립된 지 불과 200여 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자본주의! 이 책은 우선 자본주의의 역사를 원시적 축적, 제국주의 시대, 지구화 시대 3단계로 나누고 그 기본 개념과 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계급, 상품과 임금, 시장, 생산관계, 계급투쟁, 국가와 사회의 기능, 헤게모니,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개인주의와 자본주의 문화……. 역사적 유물론과 정치경제학의 주요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자본주의의 생성, 발전, 팽창의 구체적 과정에는 반드시 반자본주의 사상과 저항의 역사가 함께했음을 알 수 있다.
“계급투쟁은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다” ―카를 마르크스
“지배계급의 힘은 우리의 무의식과 일상생활에도 파고들어 내면화시킨다” ―미셸 푸코
“국가 기구는 부르주아 질서에 저항한 투쟁의 역사가 새겨진 제도적 화석이다” ―존 할러웨이

-인류 저항의 역사, ‘반자본주의’의 강물로
반자본주의 운동은 아득히 먼 옛날부터 이어 온 기나긴 투쟁의 전통을 상속받았다. 계급투쟁은 어김없이 낡은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냈다. 중세의 암흑을 뚫고 휴머니즘 혁명(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 전 유럽을 휩쓸면서 16세기가 되면 독일에서 농민전쟁이 일어난다. 또 토머스 모어, 캄파넬라 같은 이들의 ‘유토피아’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그려냈다.
이 책은 잘 알려진 영국혁명(1648), 프랑스혁명(1789)뿐 아니라 투생 루베르튀르가 이끈 ‘아이티혁명’(1804)과 단두대에서 1793년 처형된 올랭프 드 구주의 ‘여성과 시민의 권리 선언’을 조명함으로써 인종과 민족, 여성의 문제를 반자본주의 운동의 역사로 자리매김한다.
“프랑스에서 당신들이 선포한 자유?평등?박애를, 우리가 흑인이라는 이류로 누릴 수 없단 말인가” ―투생 루베르튀르
“우리 여성도 투표권은 물론이고 교육을 받고 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원한다” ―올랭프 드 구주

-마르크스주의에서 신자유주의까지
19세기에 들어오면 사회주의(로버트 오언, 푸리에, 프루동)와 아나키즘(바쿠닌, 크로포트킨)이라는 강력한 반사회주의 사상이 등장하게 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사회변혁의 이념을 체계화하여 《공산당 선언》을 발표하고 전 유럽은 혁명의 시대를 맞이한다. 세계 사회주의 운동은 1864년 런던에서 제1인터내셔널이라는 단일 조직을 결성하게 된다.
1917년 러시아혁명은 교회와 지주의 땅을 몰수하고 기업의 국유화와 귀족과 부르주의의 특권을 폐지함으로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주의 국가를 탄생시켰다. 동유럽과 중국뿐 아니라,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아 온 쿠바, 베트남을 비롯한 제3세계 여러 나라들은 자본주의를 넘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세기 말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시작한 동유럽과 소비에트연방 사회주의권은 몰락의 길을 걸었고 신자유주의 이념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미국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투기자본과 온 세상의 사유화와 시장화에 따라 대다수 사람들의 삶에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삶의 터전뿐 아니라 건강도 안전도 교육도 이제 소수 특권층을 위한 것으로 바뀌었고, 기업의 욕망은 환경을 파괴해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 따라 반자본주의 운동도 세계적 규모에서 더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파티스타에서 시애틀까지
1994년 멕시코 토착 원주민 사파티스타의 봉기는 새로운 반자본주의 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그 뒤로 전 세계의 저항운동 세력은 새로운 방식으로 서로 연대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정치적 수단을 모색하고 희망을 되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1999년 11월 전 세계의 반자본주의자들은 시애틀에 모여 WTO 각료회의를 저지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의 3장 ‘새로운 반자본주의 운동’에서는 과거 전통적인 좌파와 구분되는 새로운 방식과 과정을 통한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 ‘권력’의 장악하는 것만으로 사회 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화될 수 없으며, 혁명이 언젠가 일어날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일상적으로 권력에 저항함으로써 평등하고 자율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바로 혁명이라고 본다.
노동자계급, 농민, 토착 원주민, 억압받는 민족과 이주자, 여성, 예술가, 소비자, 학생, 인권운동가, 평화주의자……. 자본주의의 억압과 착취가 미치고 있는 다양하고 폭넓은 존재를 운동의 주체로 삼고 중앙집권적인 조직이 아니라 네트워크 형태를 통해 투쟁을 전개한다. 정치적인 결정도 중앙 조직보다는 이미 주어진 상황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동의와 합의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접행동과 시민불복종 운동은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주요한 방식이다. 더 이상 ‘간접’ 정치적 의사 표현이나 선거를 통한 방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공공연히 법에 맞서거나 법 집행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권력의 질서를 타파한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불법 이민자’ 수용소를 점거하고 그들을 풀어 주는 일도 있었다.

“다양성이 인정되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마르코스 부사령관
“자본주의는 ‘국경을 무력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중심과 주변의 구분이 점점 희미해지는 세계화된 제국이 되고 있다. 제국은 중심도 영토도 국경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화된 권력 구조이다. 반자본주의 운동은 자율적인 세상(아우토노미아)을 건설하여 일상적으로 권력에 맞서는 일이다” ―안토니오 네그리?마이클 하트
“저항운동은 지역마다 현실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우리의 투쟁이 마치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세계 어디서나 똑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나오미 클레인
“생산과 소비는 민주적이고 분권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시장 법칙은 사라지고 경제 관료들도 필요 없어진다. 노동자와 소비자가 수평적인 방식으로 투자와 생산, 소비를 함께 결정하는 ‘파레콘’(참여경제)을 구성해야 한다. 참여 경제의 생산계획은 평의회 방식으로 결정되는데, 기업이나 마을에서는 물론이고 지역이나 국가 차원에서도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게 된다” ―마이클 앨버트

*오늘이 바로 혁명의 날이다
해외 소식을 통해 전해 듣는 전 세계 ‘반자본주의 운동’의 구체적 활동을 보여 주고 일일이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일상적으로 권력에 저항함으로써 자율적인 틈새들을 새로 만들어 내고 있다.

*브라질 23개 주 150만 명이 참여한 ‘토지 없는 농민운동’(MST)과 전 세계 농민조직인 ‘비아 캄페시나’(Via Campesina). 아르헨티나의 실업자노조운동(MTD)와 ‘피케테로스’(도로점거 시위대), 폐업과 해고의 위기에 맞서 공장을 점거하고 관리를 시도한 ‘브루크만(Bruckman) 노동조합’.
*과거 여성운동의 틀을 넘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저항운동과 연대하여 세계은행, IMF, NATO 등 국제기구의 반민중적 정책에 맞선 ‘세계여성행진(WMW)’. 2005년에는 상파울루를 출발해 전 세계 53개 나라를 거쳐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도착하는 대행진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7월에 서울의 대학로에서 종묘까지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이 열린 바 있다.
*인도의 나르마다 강 댐 건설에 반대하는 운동의 성과로 창설된 ‘나르마다 살리기’(NBA)는 실제로 이 건설에 자금을 융자한 세계은행으로 하여금 주민과 협상하여 정책을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1995년 런던의 예술가들과 환경주의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거리 되찾기’(RTS) 운동은 공적 공간의 사유화와 개발해 항의에 고속도로의 아스팔트를 파 내고 나무를 심는 깜짝 ‘축제’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도시 소웨토에서 만들어진 ‘재접속 특수부대’는 전기요금을 못 내서 전기가 끊긴 사람들을 위해 불법으로 전선을 연결해 주는 활동을 전개했다.
*‘독립미디어센터’(IMC)는 시애틀 각료회의에 대비해 만들어진 단체이다. 거대 언론매체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지 않을 것을 예측하고 독립 저널리스트들과 활동가들이 독자적으로 정보를 수집해서 보도했다.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이들 뉴스는 100만 회가 넘는 접속을 기록해 CNN과 같은 뉴스채널을 능가하는 성과를 보여 줬다.
*이 책은 그 밖에도 광고 게릴라 활동을 통해 기업이나 국가의 일방적인 주장과 선전을 무력화시키는 ‘애드버스터’(Adbuster)와 그 밖에도 ‘퇴거반대운동’(ABC), ‘국경 없는 모임’(NO Border), 지역화폐 실험으로 알려진 ‘전지구적교환연대’(RTC), 포르투알레그레의 ‘시민참여예산 제도’ 같은 여러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 촛불시위, 삼보일배, ‘언소주’의 광고소비자 불매운동, 네티즌과 블로거 시국선언…….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운동 방식도 이런 새로운 운동의 흐름에 있고, 반자본주의 운동의 국제적 모범이 아닐까?

이 책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 우리 모두를 위한 안내서이다. 이 책은 단순한 자본주의 이론이나 논리를 딱딱한 언어로 설명하는 방식을 벗어나서, 주체적인 개인으로 혹은 집단으로 전 지구적 자본주의에 맞서는 사람들의 저항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즉 사람들이 신 자유주의에 굴복한 것만이 아니라 이에 맞서 다양하게 저항에 왔고 그러한 저항으로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지 자본주의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서 있다.
동시에 바로 오늘이 ‘체념의 현실’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꿈꾸어 볼 수 있는 희망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넘겨 가면서 ‘지식’과 ‘실천’의 결합이 사회 변혁의 중요한 원리임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