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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 널리 알려진 로렌스는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1,000여 편의 시를 창작한 영미의 대표적인 시인으로도 꼽힌다. 이번 시선집에서는 사랑과 저항의 시인 로렌스의 진면목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그는 사람이라면 임금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런 사람들에 의한 근본적인 혁명으로서의 '제대로 된 혁명'을 염원하였다.
제1부에는 초기 시를, 제2부에는 유부녀인 프리다를 만나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던 시기를 노래한 작품들을 담았다. 제3부에는 동물을 소재로 생명공존의 사상을 구현한 작품들을, 제4부에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작품들을 담았다. 제5부는 죽음을 준비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 작품들로, 그의 원숙한 시세계를 엿볼 수 있다. [양장본]
<제대로 된 혁명> 중에서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는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
돈을 좇는 혁명은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가를 보는 짓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작가정보
영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1885년 영국 이스트우드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19세에 시 「동자꽃」 「불두화나무」 등을 쓰며 시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26년에 걸쳐 1000여편의 시를 창작하였으며 영미의 대표적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집으로 『사랑의 시』(1913) 『아모레즈』(1916) 『보라! 우리 드디어 해냈음을!』(1917) 『새로운 시』(1918) 『새, 짐승, 꽃』(1923) 『팬지』(1929) 『쐐기풀』(1930), 유고시집으로 『더 많은 팬지』(1932) 『마지막 시』(1932) 등이 있다. 1964년에는 이들 시집과 새로 발굴된 시들을 모은 시전집 『모든 시』가 출간되어, 삶의 역정과 궤를 같이하는 그의 시세계 전모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들과 연인』(1913) 『무지개』(1915) 『날개 돋친 뱀』(1926) 『채털리 부인의 연인』(1928) 등 높은 수준의 소설작품을 남겼고, 문학비평가로서의 혜안은 『고전 미국문학 연구』 『토머스 하디 연구』등에서 돋보인다. 남아 있는 수많은 여행기, 서한집, 당대의 진보적 지식인들과의 대화록은 삶에 쏟은 로렌스의 애정과 지적 호기심을 반영한다. 로렌스는 개인전을 열고 해설집을 낼 정도로 그림에도 조예가 깊었다.
번역 류점석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순천고, 연세대학교 영문학과(학부 및 석사)와 비교문학과(박사)를 졸업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신화와 종교, 문학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로렌스의 시를 문학생태학적으로 고찰한 『생명공동체를 향한 문학적 모색』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사람들만의 세상: 로버트 프로스트 시 연구」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대한 생태주의적 해석」 「자연/물에 대한 휴머니즘적 시각의 생태주의 고찰」 「향유하는 삶을 위한 공동체의 생태학적 패러다임」 등이 있다.
목차
- 제1부 맨발로 뛰노는 아가
맨발로 뛰노는 아가 | 무성한 초원 | 동자꽃 | 버찌 도둑 | 어린 시절의 상처 | 농가의 사랑 | 어떤 엄마의 독백 | 읍내에서 온 편지: 편도나무 | 결혼식날 아침 | 번개 | 오페라가 끝나고 | 아침 일 | 앓다가 잠든 아가 | 겨울 이야기 | 고니 | 신부 | 침묵 | 죽은 이들과의 언약 | 해방 | 이렇듯 영리한 여인들 | 또다른 오필리어의 발라드 | 기차에서 키스를 | 참나무 아래서 | 교회에서 | 피아노 | 사랑의 폭풍 | 20년 전에는 | 봉인 일곱 개 | 선생님
제2부 디종의 영광
디종의 영광 | 푸른빛 | 강가에 핀 장미꽃 | 아침 식탁에 놓인 장미꽃 | 달이 뜸 | 돈 후안 | 프리아푸스를 위한 찬가 | 헤네프 강가에서 | 첫날 아침 | “오! 제발 나라는 인간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기를” | 그녀가 뒤돌아본다 | 발코니에서 | 환희에 찬 주검 | 어둠속에서 | 젊은 아내 | 풀 깎는 청년 | 철저히 버려진 | 메달의 양면 | “그녀도 내게 그렇게 말했다” | 석류 | 모과와 마가목 열매 | 옥수수 밭의 반딧불이들 | 저녁나절 어미사슴 한 마리 | 12월 어느날 밤 | 새해 전날 밤 | 새해 첫날 밤 | 다시 들어간 낙원 | 봄날 아침 | 결혼 생활 | 역사 | 역경 뚫고 온 남자의 노래 | 새 하늘과 새 땅
제3부 뱀
뱀 | 모기 | 물고기 | 박쥐 | 사람과 박쥐 | 아기 남생이 | 남생이 등딱지 | 남생이 가족 | 그와 그녀 | 남생이의 짝짓기 | 남생이의 환호성 | 벌새 | 코끼리 | 캥거루
제4부 우리의 날은 저물고
우리의 날은 저물고 | 황혼녘에 귀 기울여라! | 부르주아가 이토록 추하다니 | 참다운 민주주의 | 우월하다는 것 | 레다 | 소용돌이치는 불길 | 생계 | 쇠로 만들어진 물건들 | 사람이 만든 물건들 | 우리가 가진 전부는 삶이다 | 11월 바닷가에서 | 성교는 죄악이 아니다 | 코끼리는 여유롭게 짝짓기 한다 | 섹스와 신뢰 | 어린 물고기들 | 모기는 안다 | 자기 연민 | 순결 | 돈을 없애라 | 사람들은 나쁘지 않다 | 로렌스 선생! 그게 아니죠! | 셰익스피어를 읽을 때 | 앓고 있다 | 용기 | 불 | 내 안의 태양 | 제대로 된 혁명 | 임금 | 가장 슬픈 순간 | 현대의 기도 | 그들이 그대들에게 어떤 짓을 했던가? | 풀의 잎, 풀의 꽃 | 진정한 사랑 | 인간의 마음 | 치유 | 도시 생활 | 당신이 인간이라면 | 살인 | 투쟁 | 지난 전쟁
제5부 아름다운 노년
아름다운 노년 | 과일이 익어 떨어질 때 | 운명 | 우리는 전달자 | 우주는 흐른다 | 새로운 말 | 드디어 | 하느님 | 제정신 그리고 제정신이 아닌 | 교회 | 회귀하는 낙엽들 | 종 | 사탄의 검은 물방앗간 | 신들이시여! | 신들은 없다 | 알려지지 않은 땅 | 예수에 대한 반론 | 하느님은 태어난다 | 창조주 | 신의 형체 | 무지개 | 튀레의 남자 | 고래는 울지 않는다! | 달에 바치는 기원 | 바이에른의 용담꽃 | 생명의 숨결 | 하느님의 손바닥 | 바다의 힘 | 사탄이 추락했을 때 | 죽음으로 향하는 배 | 집 없이 죽은 사람들 | 끝, 시작 | 잠과 깨어남 | 그림자 | 불사조 | 이브
로렌스 산문: 현재의 시
해설: 찰나의 진리, 그 현현에 목말라하던 시인 • 류점석
책 속으로
그녀가 아침에 일어나면
난 그녈 바라보며 서성인다.
창문 아래 목욕수건을 펼치는 그녀에게
아침 햇살이 머물러
어깨 위에서 하얗게 반짝이고
그녀의 몸 선을 타고 흐르는 농염한 황금빛 그림자는
그녀가 스펀지를 집으려 허리 굽힐 때
불타오르고, 출렁이는 젖가슴은 요동친다.
활짝 핀 노란 장미
‘디종의 영광’처럼.
몸에서 구르는 물방울 그녀의 살결인 듯하고, 두 어깨
은빛으로 반짝이며 허물어진다.
물에 젖어 떨어지는 장미꽃처럼 내 귀 기울여
어깨의 빗물이 빚은 봇물 같은 꽃사태의 울림 듣나니.
햇살 가득한 창문에
황금처럼 빛나는 그녀의 그림자 켜켜이
새겨들어 마침내 광휘를 내뿜는다
영광의 장미꽃처럼 감미롭게.
(「디종의 영광」, 66쪽)
출판사 서평
사랑과 저항의 시인 로렌스
소설가로 잘 알려진 D. H. 로렌스(David Herbert Lawrence, 1885~1930)는 1885년 영국 이스트우드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19세부터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26년에 걸쳐 1000여편의 시를 창작하였으며 영미의 대표적 시인으로 평가된다.
그의 시는 삶의 연대기로도 볼 수 있다. 초기 시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어린 시절의 상처, 자연의 생명력에 대한 공감, 여자친구와 어머니에게서 느끼는 사랑, 어머니의 사망으로 인한 아픔 등이 녹아들어 있다. 이들 시는 이 시선집의 제1부 “맨발로 뛰노는 아가”에 묶였다.
로렌스는 대학교 은사였던 위클리 교수의 부인 프리다를 27세에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고, 사회적 지탄 속에서 여섯 살 연상의 프리다와 2년간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며 유럽을 전전하게 된다. 제2부 “디종의 영광”의 시들은 신혼의 남녀가 사랑과 증오의 감정을 교차해 겪다가 마침내 축복의 상태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린 것으로 사랑의 유랑을 하던 이 시기를 노래한 작품들이다.
제3부 “뱀”에 실린, 동물을 소재로 한 시들은 생명공존의 사상이 구현된 작품들로 번뜩이는 재치, 인간⋅동물⋅신의 관계, 생명력의 표현인 성애에 대한 로렌스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제4부 “우리의 날은 저물고”에는 제국주의 전쟁까지 불러일으킨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가 주로 포함되었다. 「부르주아가 이토록 추하다니」 「참다운 민주주의」 「돈을 없애라」 「제대로 된 혁명」 「임금」 「도시 생활」 「지난 전쟁」 등의 시들은 저항시인으로서 로렌스를 새롭게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40세에 폐병 중증이라는 사실을 알고 45세에 타계하기까지 로렌스는 죽음을 준비하면서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 신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시에서 드러냈다. 그는 삶과 몸을 긍정하고 죽음을 일상의 문제로 느끼며 몸으로 구현되는 아름다운 힘을 신으로 여겼다. 「바이에른의 용담꽃」 「죽음으로 향하는 배」 「불사조」 등 제5부 “아름다운 노년”의 작품들은 한층 원숙한 경지에 이른 로렌스 시문학의 절창을 보여준다.
삶을 향한 문학, 오늘날에도 시사점을 던져주는 시들
「우리가 가진 전부는 삶이다」에서 로렌스는 “사람이라면 임금노예로 일하는 것을 모두 거부해야 한다. / 사람이라면 자신을 위해 일할 것을 요구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일에 자신의 생명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자기로부터의 혁명을 완수한 사람들에 의한 사회적 혁명, 광범위한 근본적인 혁명으로서의 ‘제대로 된 혁명’을 염원했고 이는 오늘날에도 많은 공감을 주고 있다.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는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
돈을 좇는 혁명은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가를 보는 짓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제대로 된 혁명」 부분
최고의 편수, 최고의 번역
이 시선집은 영미시의 빼놓을 수 없는 걸작으로 평가받는 「무성한 초원」 「피아노」 「농가의 사랑」 「석류」 「뱀」 「박쥐」 「바이에른의 용담꽃」 「죽음으로 향하는 배」 「그림자」 등을 망라했을 뿐만 아니라 1000편이 넘는 시들 중 152편을 가려뽑아 사랑과 저항의 시인 로렌스의 진면목과 전모를 알 수 있게 하였다.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좋은 시 번역본이 없어 흔히 소설가로만 잘못 알려진 로렌스는 소설뿐 아니라 시에서도 대가의 반열에 드는 탁월한 시인이었다. 다행히 이제 로렌스 시 전공자 류점석의 유려한 번역으로 그의 시를 제대로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기본정보
ISBN | 9788996046349 |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08월 25일 | ||
쪽수 | 375쪽 | ||
크기 |
132 * 194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The)complete poems of D. H. Lawrence/Lawrence, D. 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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