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하프 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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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조선일보 > 2013년 10월 2주 선정
5월의 뉴욕, 우연한 만남과 운명적인 끌림으로 시작된 두 남녀의 관계. 완벽한 옷차림과 매너, 매력적인 미소를 지닌 남자는 여자와 함께 살면서 설거지부터 여자를 목욕시키고 옷을 갈아입히는 것까지 도맡아 한다. 여자는 남자의 요구에 하나하나 길들여져 가면서 자신이 사는 정상적인 낮 동안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밤의 세계를 살아간다. 그들은 한계를 넘어서는 일탈 행동을 통해 점점 더 새로운 자극과 흥분을 느끼는데….
작가정보
엘리자베스 맥닐이라는 필명으로 1978년 출간된 『나인 하프 위크』는 저자가 뉴욕에 거주하면서 겪은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회고록 형식으로 쓴 것이다. 직장에서 만난 한 남자의 사랑은 지배와 수치심으로 정형화되어 점점 강도 높은 피가학성 관계로 나아간다. 강렬하고 두렵기까지 한 자신의 경험담을 관조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이 책은 이후 미키 루크와 킴 베이싱어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20세기를 대표하는 성애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역자 공경희는 전문 번역가로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서울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했다. 시드니 셸던의 『시간의 모래밭』으로 데뷔한 후 『호밀밭의 파수꾼』,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비밀의 화원』,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파이 이야기』,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우리는 사랑일까』,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우연한 여행자』, 『매뉴얼』, 『사랑이 떠나가면』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 이 책은 목차가 없습니다.
책 속으로
나는 그게 ‘병적’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것’에 어떤 이름도 붙이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이 기간을 산 내게는 생각할 수 없는 일 같았다. 이제야 과거가 된 그 몇 주일을 독립된 현상으로 돌아볼 뿐이다. 그것은 모든 함축적 의미가 결여된, 꿈처럼 비현실적인 내 삶의 단편이었다.
-28쪽
그는 손에 말채찍을 들고 있다. 그가 말한다.
“테스트해보고 싶은데요.”
묘한 변화가 일어난다. 한순간 나는 방향감각을 잃고 외계에 와 있다. 이국적인 시대에. 그가 몇 발자국 걸어서 내가 반쯤 걸터앉은 책상으로 다가온다. 나는 한 발은 바닥에, 한 발은 공중에 있다. 그가 책상에 걸친 내 왼쪽 다리 위로 치마를 걷고 물러서더니, 허벅지를 채찍으로 때린다. 솟구치는 통증 사이로 설명할 수 없는 흥분감이 밀려든다. 숨을 쉴 수도,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다. 온몸의 모든 세포가 욕정에 휩쓸린다.
-49쪽
낮과 밤, 그와 함께와 따로. 그 둘을 뒤섞은 것은 실수였고 위험할 수도 있었다. 며칠, 몇 주일이 흐르면서 내 삶의 두 부분은 점점 완전한 균형을 이루어갔다. 우리의 밤이 더 분명하고, 집중력 있고, ‘환상적’일수록, 내 직장 생활도 더욱 환상적이 되었다.
-66쪽
그 기간 내내 내 낮 생활의 규칙은 이전과 똑같이 지속되었다. 나는 독립적이었고, 생활비를 댔고(아무튼 점심 식사는 혼자 감당했다. 그리고 빈 아파트 유지비와 소액이지만 가스비와 전화비도 감당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선택했다. 밤 시간이 되면 나는 무기력하고 의존적이고 완전히 보살핌을 받았다. 어떤 결정도 내릴 필요가 없었고, 아무런 책임도 없었다. 선택권도 없었다. 그게 좋았다. 그게 좋았다. 그게 좋았다. 그게 좋았다. 그게 좋았다.
그의 아파트에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부터 내가 할 일은 없었다. 나는 거기서 수동적인 존재였다. 다른 사람이 내 삶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했다. 통제권이 내 손에서 벗어났다면, 대가로 나는 통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허락받았다. 몇 주간 계속 어린 노릇이라는 짐을 내려놓은 안도감에 휩싸였다. 내가 받은 처음이자 마지막 중요한 질문은 “당신 눈을 가려도 되겠어요?”였다. 그때부터 내 동의나 반대에 대한 문제는 다시 생기지 않았다(그 과정에서 한두 차례 일시적인 불안이 있긴 했다. 내 탐닉에 대해 분명히 알게 되었다). 현실, 지성, 윤리적인 면에서 내 우선권이나 대안에 대한 문제는, 결과를 생각해야 되는 문제는 다시 생기지 않았다. 자기 삶의 방관자가 되는 쾌락적인 호사만 있었다. 개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호사, 자아를 버리는 방탕한 환락의 호사만 있었다.
-121~122쪽
다시는 그를 보지 못했다.
내 피부 색깔이 정상으로 돌아갔을 무렵, 나는 다른 남자랑 잠을 잤고, 누워서 양옆에 내려놓은 손을 어떻게 해야 될지 잊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책임감을 되찾았고, 밤이나 낮이나 다시 어른으로 살았다. 남은 문제는 내 감각의 온도 조절기가 망가졌다는 점이었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내 몸이 다시 미지근한 정도를 넘어서게 될지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173쪽
출판사 서평
에디션 D의 탄생
욕망,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이것은 때때로 부정적이고 위험한 것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 형태와 크기는 다르더라도 욕망을 품고 살아간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제하거나 억누르는 사람, 혹은 비틀어진 욕망을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출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인간이라는 소우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내면의 풍경들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 번쯤 고요히 침잠하여 자신의 마음속 욕망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性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다룬 소설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폴린 레아주의 『오(O)의 이야기』, 사드의 『소돔 120일』,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이 그 대표적인 작품이지만, 장르적 한계로 일반 독자까지 끌어 모으기에는 무리라는 평과 함께 포르노 수준을 넘는 설정과 묘사로 지탄의 화살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에로틱 로맨스 소설은 이제 세계 모든 연령의 여성을 사로잡으며 출판계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E. L. 제임스)와, 『크로스파이어 유혹 1,2』(실비아 데이) 등의 에로틱 로맨스 소설이 ‘여성 취향의 로맨스 소설'이라는 비판이 무색하게 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판매 부수를 기록,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굳혔다.
인간의 에로티시즘과 욕망을 말하는 그책의 문학 시리즈인 에디션D(desire)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자극시키는 노골적인 묘사가 아닌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깊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세계적인 열풍에 한발 앞서 2011년 국내 출간되었던 조세핀 하트의 『데미지』, 제임스 발라드의 『크래시』, 엘리자베스 맥닐의 『나인 하프 위크』가 표지 디자인 및 본문 가독성을 높여 개정된 형태로 재출간 되었으며,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비터문』과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부영사』를 더해 총 5권이 동시 출간되었다. 이어서 2013년 하반기에는 앙리 피에르 로쉐의 『줄앤짐』, 필립 장의 『베티 블루』까지 추가로 출간할 계획이다. (총 20권 출간 목표)
이처럼 에디션D는 인간 내면에 숨겨진 은밀한 욕망의 세계를 탐험하고, 나아가 인간이라는 가장 불가해한 존재에 대해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 『데미지』,『크래시』,『나인 하프 위크』는 표지 및 본문이 개정된 형태로 재출간되었습니다.
에디션D 시리즈 03 - 나인 하프 위크
NINE AND A HALF WEEKS
그의 아파트에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내가 할 일은 없었다
꿈결처럼 몽롱하고, 불꽃처럼 강렬했던 9주일 반 동안의 사랑
“밤이 되면 나는 무기력하고 의존적이고 완전히 보살핌을 받았다.
… 그게 좋았다. 그게 좋았다. 그게 좋았다.”
쾌락을 얻기 위해 자기 삶의 방관자가 된 한 여성의 내면의 기록
5월의 뉴욕, 거리 축제 인파 속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는 운명처럼 서로에게 이끌려 순식간에 연인이 된다. 완벽한 옷차림에 점잖은 매너, 매혹적인 미소를 지닌 남자는 여자와 함께 살면서 요리에 설거지, 차 준비까지 모든 것을 도맡아 한다. 심지어 여자를 목욕시키고 옷을 갈아입히는 것까지. 여자는 남자의 요구에 하나하나 길들여져 가면서 자신이 사는 정상적인 낮 동안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밤의 세계를 살아간다.
이들은 기존의 상식적인 도덕이나 이성 등을 무시하고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에 충실하게 따른다. 여자는 손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 채 탁자 다리에 수갑으로 묶여 있고, 채찍으로 맞고, 방바닥을 기어 다닌다. 남자가 떠 먹여주는 밥을 먹고, 남자가 씻어주고 입혀주는 대로 따른다. 회사에 나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남자의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완벽하게 수동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심지어 남장을 하거나 창녀 복장을 하고 시내 호텔에서 관계를 갖고, 남의 물건을 훔치기도 한다. 그들은 한계를 넘어서는 일탈 행동들을 통해 점점 더 새로운 자극과 흥분을 느낀다.
만난 지 9주일 반이 지난 어느 날, 여자는 강한 두려움을 느끼고 결국 그를 놓아 버린다. 여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책임감을 되찾았고, 밤이나 낮이나 다시 어른으로 살았다.”
“진한 매질 자국과 처음으로 틀어막은 비명”
사회적 통념을 깨고 쾌락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
이 책은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난 9주일 반 동안의 이야기와 그 관계의 끝을 보여준다. 우연한 만남과 운명적인 끌림의 두 남녀의 시작은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럽고 온화한 남자는 어느 날 갑자기 매질을 시작하고 여자는 이상하게도 그것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갑에 묶이고, 개처럼 바닥을 기고, 창녀처럼 입고, 남의 물건을 훔치고, 애인이 다른 사람과 하는 섹스를 지켜보는 등 여자는 무슨 일이든 남자가 시키는 대로 이끌려간다. 그리고 이에 점점 익숙해지자 여자의 몸에 난 멍 자국들은 여자와 상관없는 것이 된다. 즉, 그녀의 몸은 그녀의 자아와 아무 상관도 없다. 그 몸은 오직 짜릿한 자극을 위해 남자의 결정에 따라 이용되는 미끼에 불과한 것이 된다.
한 여자가 쾌락을 얻기 위해 자기 삶의 방관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독자들은 고통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주인공과 같은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다.
“당신 눈을 가려도 되겠어요?”
이 질문으로 우리의 9주일 반 동안의 관계가 시작되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모든 것을 해준다. 먹을 것을 만들고 먹여주고 설거지를 하고, 아침에는 옷을 입혀주고 밤에는 옷을 벗겨주었다. 신문, 잡지, 소설, 서류 파일들까지 읽어주었다. 머리를 감겨주고 젖은 머리를 말려주고 빗질을 해주었다. 화장을 지워주고 목욕을 시켜주었다. 그리고 여자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남자를 만나면서 여자는 낮과 밤의 이중적인 생활을 시작한다. 낮에는 회사에 다니는 일반적인 커리어우먼의 모습이다. 독립적이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선택을 한다. 그러나 밤이 되면 무기력하고 의존적이고 완전히 보살핌을 받았다. 어떤 결정도 내릴 필요가 없었고 아무런 책임도 없었으며, 선택권도 없었다.
이 책이 출간된 1970년대 말은 미국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들이 힘을 키우려고 애쓴 시기와 겹친다. 페미니스트들이 힘들게 얻어낸 권력과 독자성, 자존감 등을 이 책의 여주인공은 뉴욕의 거리 축제에서 만난 남자와 연애를 시작한 지 며칠 만에 포기해버린다. 더 큰 아이러니는 여주인공 역시 표면적으로는 여성운동가들이 싸워 얻은 것들을 누리는 신여성이라는 점이다. 그녀는 빈틈없는 비즈니스 우먼으로 친구들의 사랑을 받고 상사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다. 간단히 말해 뉴욕의 젊은 중산층, 독신, 전문직 여성의 특혜를 누린다. 여주인공의 이런 사회적 배경 때문에 한 남자에 의해 완벽하게 수동적인 존재로 변해가는 여자의 모습은 더욱 충격적이다.
미키 루크와 킴 베이싱어를 가장 섹시한 배우로 만든 영화
「나인 하프 위크」의 원작 소설
1986년 애드리안 라인의 연출로 만들어진 영화 「나인 하프 위크」는 가장 에로틱한 영화의 하나로 손꼽힌다. 당대 최고의 섹시 가이인 미키 루크와 본드 걸로 유명한 킴 베이싱어가 남녀 주인공인 존과 엘리자베스를 연기하였다. 영화는 농도 짙은 정사 장면을 감각적인 영상미로 담아낸 것으로도 유명한데, 강렬하고 두렵기까지 한 장면들은 개봉 이후 지금까지도 여러 광고나 드라마, 다른 영화에서 차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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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를 심연의 끝으로 데려간다. 그곳은 자아의 경계가 지워지고 모든 것이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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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하프 위크』는 너무나 특이하고 너무나 열정적이고, 심리적으로 또 성적으로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숨을 멎게 한다. 가장 놀랍고 예기치 못한 점이자 이 책의 진정한 성과는, 이 극단적이고 병적인 열정이 누구나 빠질 수 있는 극단적인 열정에 대한 은유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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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같은 회고록. 소설보다 소설 같은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이야기가 칼끝이 폐부를 파고들 듯 날카롭고 아리게 펼쳐진다. 뉴욕 한 가운데서 만나 9주 반 동안 자신을 잃어버릴 만큼 관계에 몰입했던 여자. 그녀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마음 한켠으로 꿈꾸는 쌉쌀한 초콜릿 맛 같은 관계가 현실에서는 어떻게 드러나는지 알게 된다. 자아를 외면한 탐미적인 쾌락의 끝이 가슴 서늘하게 다가온다. 과연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공경희(옮긴이)
기본정보
ISBN | 9788994040370 |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2월 20일 | ||
쪽수 | 183쪽 | ||
크기 |
114 * 185
* 20
mm
/ 184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에디션D
|
||
원서명/저자명 | Nine and a half weeks : a memoir of a love affair/McNeill, Elizabet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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