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서 차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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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브리타 다스
저자 브리타 다스는 독일에서 태어나 열네 살에 가족과 함께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하였다.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에서 물리치료 부문 학위를 받았고, 인도, 네팔, 부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로 배낭여행을 다녔다. 1997년 영국 대외자선봉사 단체인 VSO의 후원 아래 물리치료사로 부탄에 들어가 경험한 내용을 <히말라야에서 차 한잔>에 담아 펴냈다. 현재 토론토에서 남편, 두 딸과 함께 지내면서 물리치료사 일을 계속하고 있다.
번역 이은숙
역자 이은숙은 EBS를 비롯한 텔레비전 방송에서 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을 번역하였으며 현재는 출판 기획·번역 네트워크‘사이에’의 위원으로 도서 번역에 주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핑거북, 나를 말하는 손가락>, <안녕, 엠마>가 있다.
목차
- 프롤로그
1. 동쪽으로 가는 길
2. 멀리서
3. 첫 만남
4. 눈을 감지 말아요
5. 라모
6. 허리가 휘는 일
7. 초덴
8. 미물에도 자비를
9. 지루하지 않아요?
10. 히말라야에서 차 한잔
11. 노인 수행자
12. 초르텐과 기도 깃발
13. 목발을 짚고 학교에
14. 진리인가 돈인가
15. 카담 고엠바
16. 빛의 춤
17. 타시양체에서의 고난
18. 소라 나팔 소리
에필로그
옮긴이의 글
책 속으로
노르부 아마는 기분이 한껏 부풀어 있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쏟아내며 우리의 찻잔을 채워 준다. 그 차는 뿌옇고, 기름방울들이 둥둥 떠 있다. 나는 조심스레 한 모금 홀짝여 본다. 느끼한 맛이다! 그리고 아주 많이 짭짤하다! 대체 무슨 차가 이런 맛이란 말인가? 노르부 아마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나를 본다. 나는 억지웃음을 짓는다. 혀와 배 속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지만. 내 배는 그 이상한 액체의 역겨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싶다.
“수유차예요.”
비쿨이 알려 준다.
“버터차죠. 전에 마셔 본 적 있어요?”
나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괜찮죠?”
그의 물음에 나는 마지못해 동의한다. 차가 아니라 느끼한 수프 같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한 모금을 마신다.
“여기, 이걸 넣어서 먹어 봐요.”
비쿨이 자오를 한 움큼 집어 내 찻잔에 넣어 준다. 나는 그런다고 맛이 좋아질까 싶은 마음으로 자오를 넣은 차를 흘끔거린다. 입맛이 당기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둥둥 떠 있는 쌀알에 밀려 기름기가 안 보이는 것이 그나마 좀 낫다고 할까. 그래도 예의상 다시 한 모금을 마신다. 놀랍게도 맛이 그런대로 괜찮다. 자오를 오도독오도독 씹다 보니 짭짤한 차 맛에 서서히 속이 풀리는 것 같다. 나는 또 한 모금 마신다. 마실수록 맛이 더 좋아진다.
결국 노르부 아마가 몇 번이나 내 찻잔을 채워 줬는지 모를 만큼 많이 마신다. (181-182쪽)
출판사 서평
세상 끝 지상낙원으로 불리는 나라 부탄.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하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의 목록에 올라 있는 그곳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웃고 울고 사색하며 경험한 다채로운 문화와 살아가는 방식
신비로운 베일을 벗고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 이야기
캐나다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저자는 학창 시절부터 베트남, 인도네시아, 네팔 등지로 배낭여행을 자주 다녔으며, 부탄을 수차례 여행한 아버지와 함께 인도와 네팔을 거쳐 부탄에 이르는 여행을 한 후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게 된다. 의료 혜택이 고루 미치지 못하는 부탄에서 물리치료사로 자원봉사를 해 보기로 한 것이다. 1997년, 스물여섯 살의 저자는 영국 대외자선봉사 단체인 VSO의 후원 아래 부탄의 수도 팀푸에 도착한다. 부탄 왕정 복지부는 저자에게 부탄 동부의 몽가르 병원에서 네 명의 물리치료 보조사들을 훈련하는 책임을 맡긴다.
몽가르에 도착하자마자 온몸으로 겪게 된 부탄의 생활 현실은 상상 이상이었다. 벼룩과 쥐는 일상이었고, 물, 전기, 식품, 생필품 등은 돈이 있어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병원에서 본 환자들의 치료 상태와 위생은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각오는 했지만 그 모든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을지 도저히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꾸스짱 뽀올 라!(안녕하세요!)”
경쾌한 목소리로 인사하며, 잔뜩 겁먹은 저자에게 힘을 실어준 주인공은 그곳 사람들이었다. 가난한 환경과는 별개인 인간애를 지닌 이들이었다. 수줍어하면서도 이방인을 결코 배척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차 한잔, 달걀 하나라도 대접하려 애쓰는 인심을 보인 부탄 사람들이 웅대한 자연 경관 이상으로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을 사람들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저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집집마다 있는 불단이었다. 불교 국가라 할 만큼 신자가 많은 부탄에서 종교는 일상 자체였다. 사람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기도 바퀴(마니차)를 돌리며 ‘옴 마니 밧메 훔(부탄에서 가장 보편적인 기도 문구.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오, 연꽃 속에 있는 보석이여’란 뜻이다. 마니는 ‘보석’을, 밧메는 ‘연꽃’을 뜻하고, 옴은 만물의 시작을 나타내는 소리며 훔은 ‘그렇게 되어지다’는 뜻의 어미다. 훔과 옴은 우주를 나타내기도 한다.)’을 외었고 집에서는 불단의 불상 앞에 항상 향을 피우고 공양물을 올렸다. 곳곳에는 많은 수의 기도 깃발(불교 경전이나 상징물이 인쇄된 긴 천 조각)과 초르텐(불사리탑. 불교 유물이나 보석을 보존하는 불교의 석조 건조물), 종(행정 관청 및 국립 승원으로 쓰이는 요새 겸 사원) 등이 눈에 띄었다.
이러한 부탄인들에게 믿음은 그저 믿음 자체일 뿐, 그 믿음의 대상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수많은 형상의 불상들에 예불을 올리는 이들은 다르마(부처님의 가르침. 진리)를 따르고 깨달음을 구할 뿐이다.
이 책의 원제는 ‘버터티 앳 선라이즈(Buttertea at Sunrise)’이다. 버터차는 찻잎을 끓인 물에 버터와 소금을 섞어 진한 맛을 낸 부탄의 차로, 저자는 방문하는 집마다에서 이 차를 대접받는다. 처음에는 배에 통증이 일 만큼 거부감이 드는 맛이었지만 곧 익숙해지면서 결국에는 이 차를 좋아하게 되는데 이는 저자가 부탄의 일상에 녹아드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과 따뜻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어도 매일이 그저 좋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저자는 자원봉사를 하는 병원에서 만난 인도인 의사 비쿨과 연인 사이가 되어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었지만 부탄의 열악한 생활환경은 인내심을 밑바닥부터 흔들어 놓기도 한다. 저자는 이 같은 경험을 이 책에서 매우 솔직하게 풀어 놓는다.
미사여구로 포장하지 않고 애써 상황을 합리화하지도 않으며 아주 솔직하게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는 신비의 나라 부탄의 모습을 생생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부탄에서의 생활이 일 년이 채 안 된 시점에 저자는 원인 모를 복통에 시달려 몇 주를 앓게 된다. 태국 방콕의 병원에까지 실려 가고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권고를 받는다. 의사의 충고를 무시하고 몽가르로 돌아가 두 달의 요양 끝에 병원에 복귀하지만 몸이 회복되지 않아 결국 삼 주 만에 일을 그만두고 캐나다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10년 후, 그때의 경험을 이 책 한 권에 담아냈다.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생활은 많은 것을 얻게 한다. 저자도 마찬가지였고,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직접은 아니지만 저자의 경험을 충분히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개발의 바람 속에 변화가 계속되는 부탄을 떠올리며 ‘히말라야의 호젓한 왕국의 신비로운 풍경과 수백 년 동안 이곳 사람들을 지탱해 온 불교의 참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기도 하지만, 저자에게 있어 부탄은 여전히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옴’ 소리다.
기본정보
ISBN | 9788993838145 |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03월 30일 | ||
쪽수 | 360쪽 | ||
크기 |
138 * 203
* 30
mm
/ 514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Buttertea at Sunrise/Das, Britta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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