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르바나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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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정찬주는 30여 년 동안 특유의 구도적 문체로 불교적 사유가 담긴 산문과 소설을 발표해 온 정찬주는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로 살아가던 그는 행자가 진리를 구하듯 진정한 ‘나’로 돌아가기 위해 저잣거리의 생활을 청산하고 남도 산중에 집을 지어 들어앉았다. 솔바람으로 시비에 집착하는 귀를 씻어 불佛을 이룬다는 뜻의 이불재耳佛齋라는 집 이름에는 산중에서 자연의 섭리를 좇아 있는 듯 없는 듯 살고자 하는 그의 바람이 담겨 있다. 특히 그는 부처님 성지를 순례하며 삶의 지혜를 깨닫는 글로 깊은 울림을 주었는데, 이번에 발간하는 『니르바나의 미소』도 부처님 열반의 의미를 통해서 무엇이 행복하고 진정한 삶인지를 되새기게 해 준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장편소설 『소설 무소유』, 『산은 산 물은 물』, 『인연』, 『하늘의 도』, 『대 백제왕』, 『만행』등이 있고, 산문집 『절은 절하는 곳이다』, 『암자로 가는 길』, 『암자로 가는 길 2』, 『자기를 속이지 말라』, 『선방 가는 길』, 『돈황 가는 길』, 『정찬주의 다인기행』, 『뜰 앞의 잣나무』, 그리고 어른을 위한 동화『눈부처』가 있다. 1996년 행원문학상, 2010년 동국문학상을 받았다. 현재 이불재에서 농사일과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목차
- 유녀 암바빨리의 눈물
청춘 회상
사리뿟따와 목갈라나
마하깟사빠의 충고
홀로 가는 수행자
자신을 등불 삼아라
아누룻다의 눈
아난다의 간청
부처님의 열반 선언
마하빠자빠띠 비구니
윤회를 초월하는 가르침
비구들이여, 경과 율만 받들라
쭌다의 공양
뿍꾸사, 황금색 옷을 공양하다
쭌다를 위로하다
전생의 고향
4대 성지를 설하다
말라족 사람들과의 작별
마지막 제자 수밧다
열반에 드시다
사리를 8등분하여 탑을 세우다
| 작가 후기 |
인생은 순간이지만 미소는 영원하다
책 속으로
아난다는 어느 때부터인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절절하게 듣지 않았다. 자신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많이 들은 제자는 없을 것이라고 자만했다. 부처님에게 가끔 칭찬을 듣던 마하깟사빠大迦葉나 사리뿟따舍利弗도 자신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듣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우쭐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누구도 부처님을 25년이나 시봉한 아난다를 따를 수는 없었다.
- 12쪽
나의 머리카락은 검고 윤기가 흘러서 부드러웠습니다.
이제는 늙어 마치삼麻 껍질처럼 딱딱합니다.
진리를 말하는 부처님 이야기는 모두 옳습니다.
나의 예전 젖가슴은 동그랗게 균형잡혔고 위로 향했습니다.
지금은 물 없는 가죽주머니처럼 쭈그러들어 아래로 처졌습니다.
진리를 말하는 부처님 이야기는 모두 옳습니다.
- 18~19쪽
광란에 가까운 산정제는 종일 계속되었다. 제사가 절정에 달하자 모든 사람들이 미친 듯 날뛰며 춤을 추었다. 사리뿟따는 그들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지금 미친 듯 날뛰며 춤추고 있는 저 사람들이 백 년 후에도 과연 살아남아 저럴 수 있을까.’
- 40쪽
출판사 서평
법정스님 1주기에 되새겨보는
부처님 열반 이야기
오는 3월 11일은 법정 스님이 입적하신 지 양력으로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3월 19일(음력 2월 15일)은 부처님의 열반을 기리는 열반재일이다. 이 두 날을 맞아 법정스님 생전에 각별한 교류를 했던 소설가 정찬주가 부처님 열반 당시 이야기를 소설로 엮은 『니르바나의 미소』(도서출판 한걸음ㆍ더)를 출간했다.
이야기는 부처님이 웨살리에서 비구들을 모아 놓고 당신의 열반을 선언하신 때부터 끝내 꾸시나라의 변두리에 있는 살라나무 숲 속에서 눈을 감으신 열반의 순간까지 3개월의 노정을 따라 흐른다. 늘 곁에서 부처님을 시봉한 제자 아난다가 부처님의 마지막 행적과 말씀을 감동적으로 전한다.
길상사를 법정스님께 시주한 길상화 보살과
망고동산을 부처님께 기부한 암바빨리
이야기는 부처님께 귀의한 유녀遊女 암바빨리의 눈물로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이 소유한 망고동산을 부처님의 거처로 기부하면서 부처님이 더 머물러 있기를 간청했지만 부처님은 미소로 이를 거절했다. 마치 요정 대원각을 법정스님께 시주한 길상화 보살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법정스님은 기부 받은 대원각을 여법하게 도심 속의 수행도량 길상사로 탈바꿈시켰으나 정작 스님은 은거하던 강원도 산속에서 나오지 않으셨다.
이와 같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매우 다채롭다. 사리뿟다, 목갈라나, 마하갓사빠 등 기라성 같은 부처님의 십대제자들을 비롯해서 부처님께 황금 옷을 공양한 뿍꾸사, 최고의 요리를 공양하려다 부처님을 사경에 들게 한 쭌다, 출가해서도 부처님과의 속가 인연을 들먹이며 늘 안하무인인 전직 부처님 전속 마부馬夫 찬나, 부처님의 열반 소식을 접하고 땅바닥에서 뒹굴며 오열하는 말라족 사람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개별적으로 하나씩의 애틋한 스토리를 완성하는 동시에 부처님의 열반이라는 주제를 극적으로 승화시키는 독특한 캐릭터들이다.
그런데 부처님은 어떻게 돌아가셨을까? 열반을 둘러싼 얘기 중에 부처님께서 독버섯을 드시고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는 사실인가?
독버섯 스카라 맛다바를 부처님께 공양한 쭌다
부처님이 마지막으로 받으신 음식 공양은 빠와 마을에서 대장장이 아들 쭌다가 올린 ‘스카라 맛다바’라는 요리다. 스카라 맛다바는 해석하는 이에 따라서 연한 돼지고기라고도 하지만 이 소설은 쭌다가 독버섯인 줄 모르고 부처님께 버섯요리를 공양 올리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아무리 부처님이라지만 인간의 몸으로서 독버섯을 먹고도 멀쩡할 리가 없다. 부처님은 공양을 받으신 후 수일에 걸쳐 극심한 복통과 설사에 시달렸는데,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제자 아난다는 당장이라도 어떻게 되시는 게 아닐까 두려워 발을 동동 굴렀다. 이렇듯 부처님께서 열반을 맞이하신 때가 공교롭게도 스카라 맛다바를 드시고 극심한 복통과 설사을 겪은 직후라 ‘독버섯 열반설’은 미묘한 설득력을 지닌 채 세간에 퍼져 있는 것이다. 과연 부처님은 독버섯 때문에 돌아가셨을까?
부처님이 제자 찬나를 왕따시키다(?!)
또 이런 이야기도 있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한 사람을 철저하게 외면해 버리라고 시키신 것이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께서 ‘왕따’를 명하시다니, 독버섯 이야기보다 더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경전에도 나와 있는 이야기다. 사정은 이렇다. 부처님과 같은 날 태어나 태자 시절부터 친구이자 마부였던 찬나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부처님을 따라 출가해서는 부처님과의 인연을 들먹이며 아무데서나 안하무인으로 굴었던 것이다. 사문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열반을 앞둔 부처님은 가장 가까이서 시봉하던 제자 아난다를 불러서는 찬나에게 브라흐마단다라고 하는 벌을 내리게 하셨다. 브라흐마단다는 죄진 사문을 내쫓지는 않되 모두가 철저하게 침묵으로 외면하는 벌칙이었다. 요샛말로 하면 두말할 것 없이 ‘왕따’다. 찬나는 부처님께서 자신에게 벌을 남기고 가셨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너무나 큰 충격을 받고 기절했다고 한다. 그 뒤 찬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부처님께서 열반을 선언하신 후 석 달,
25년간 부처님만 바라보며 시봉해 온 아난다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탁발을 나서기 힘들 정도로 기력이 쇠한 부처님은 당신 스스로를 낡은 수레에 비유하시며 곁에서 시봉하고 있던 제자 아난다에게 미리 열반을 암시한다. 부처님의 속가 사촌동생이자 10대 제자 중 한 명으로, 후에 ‘다문제일多聞第一’이라고 불리는 아난다는 25년이나 부처님을 시봉해 오며 단 한 번도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세상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난다는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에야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당시에 그가 겪은 혼란과 두려움은 세상을 다 잃을 처지에 놓인 보통 사람들의 것과 다를 게 없었다. 밤길을 급히 걷다가 발가락을 다쳐 발이 ‘두꺼비’처럼 부어올랐는데도 부처님의 안위만 생각하는 그의 모습은 일면 미련해 보이면서도 그 지극한 정성에 가슴이 먹먹해 지는 데가 있다.
이미 깨달음을 얻은 다른 제자들이 비교적 담담히 부처님의 열반을 맞이하는 가운데 아난다의 심적 방황은 더욱 도드라진다. 부처님은 열반하시는 순간까지도 깨달음을 얻지 못한 중생들을 걱정했다. 그 맨 앞에 아난다가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중생을 향한 부처님의 안타까운 눈빛을 마주한다
아난다는 출가한 뒤부터 부처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지켜보았고 부처님이 설한 가르침은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부처님을 모시는 것을 자신의 숙명이라 여겼고 부처님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기에 정작 깨달음을 향한 갈망은 그다지 간절하지 않았다. 게다가 부처님이 정각을 이룬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자신도 얼마든지 아라한이 될 수 있다고 자만하기까지 했다.
부처님의 열반이 다가올 즘 두타제일頭陀第一 마하깟사빠, 천안제일天眼第一 아누룻다 등 다른 제자들도 아난다에게 어서 정진하여 깨달음을 얻으라고 조언했지만 아난다는 듣지 않았다.
“아난다, 세존이 열반에 드신다면 그대는 어디서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 하오. 해탈하지 못하고, 그때 후회한들 너무 늦지 않겠소.”
“나도 아라한과를 얻을 수 있소. 세존께서 어떻게 정각을 이루셨는지 나는 세존의 가르침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하고 있다오. 나보다 더 세존의 가르침을 알고 있는 제자가 어디 있겠소.”
- 분문 56~57쪽
작가는 ‘부처님의 열반’이라는 이 거룩하고도 엄숙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데 있어 그 시선과 목소리를 왜 하필이면 아난다와 같은 미완의 인물에게 맡겼을까. 그 이유는 중생을 모두 제도하고자 했던 부처님의 깊은 뜻을 드러내고자 하는 데 있다. 아난다는 미혹의 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바로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독자는 열반을 앞둔 부처님의 연민 어린 눈빛이 아난다를 거쳐 바로 독자 자신에게 닿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
열반을 앞둔 부처님의 간곡한 가르침
이미 40세에 깨달음을 이룬 부처님은 80세에 이르러 열반에 드실 때까지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생을 교화하고 제도하는데 전념했다. 부처님은 열반에 드는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에 의존하여 깨달음을 얻을 것이며 다른 것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라는 큰 가르침을 남겼다.
“비구들이여,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노라.
모든 현상은 소멸해 간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말이다.“
제자들을 불러놓고 마지막 가르침으로 남긴 말이다. 부처님은 이미 해탈한 이들보다 아직 미혹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중생이 눈이 더 밟혔던 것이다.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한 명인 아난다마저도 여태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니 부처님의 속이 얼마나 탔을지는 짐작되고도 남는다.
황홀하면서도 가슴 울컥하는 열반의 순간,
영원으로 남은 니르바나의 미소
부처님은 평생 ‘맨발로 수만 리의 거친 대지를 걷고, 강가강(갠지스강)의 뜨거운 모래밭을 걸으며’ 오로지 중생의 깨달음만을 위해 사셨다. ‘늙은 낙타의 발’처럼 마르고 거칠어진 부처님의 발은 중생을 향한 무변광대한 사랑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은 두 그루의 살라나무 사이에서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미 깨달은 자보다 아직 깨닫지 못한 비구들을 향해 눈길을 한 번 더 주셨고, 목소리가 잔뜩 잠겨드는 와중에도 한 마디라도 더 가르침을 설하고자 하셨다. 그러나 그 가르침은 무한히 큰 것이라 듣는 이는 천둥소리를 듣듯 들었다고 한다.
결국 마지막 순간이 오고 만다. 맨 먼저 천지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천둥이 울리며 부처님의 열반이 세상 구석구석까지 알려졌다. 그러자 하늘이 열리며 천상의 신들이 내려왔고 부처님의 법신 주변으로 만다라 꽃비가 쏟아졌다. 도리천에 있던 마야 부인도 놀라 내려와서는 아들인 부처님의 가사와 바루를 어루만지며 통곡했다. 그 장면은 수행을 하다가 실명했으나 천안통을 얻은 아누룻다에게도 보였다. 무상을 느끼며 부처님의 열반을 맞이하던 아누룻다마저도 눈물을 흘리고 마는데 그의 눈에 눈물이 맺힌 것은 실명한 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리운 이를 보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 독자라면 이 장면에서 함께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부처님의 위대한 생애는 찰나와 같이 마감되었지만, 그 마지막 남긴 평화롭고 아름다운 미소는 우리들에게 영원하다.
기본정보
ISBN | 9788993814347 |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03월 10일 | ||
쪽수 | 261쪽 | ||
크기 |
128 * 188
* 20
mm
/ 31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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