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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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1925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유대인 사회학자. 바르샤바의 폴란드 사회과학원에서 사회학을 바르샤바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1954년부터 바르샤바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으나, 1960년대 말 폴란드 정부의 주도로 시작된 반유대 캠페인의 여파로 국적을 박탈당한다. 이후 영국 리즈대학 사회학 교수로 임용되면서 영국에 정착하게 된다. 20세기 격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살아오면서 쉼 없이 연구하고 끊임없이 저술해 온 그는 포스트모더니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잉여, 배제, 소비주의, 테러리즘, 유동성, 쓰레기 들을 다루는 신문기사나 그 밖의 많은 글에서 그는 자주 인용되어 왔다. 대표작으로 『자유Freedom』, 『근대성과 홀로코스트Modernity and the Holocaust』, 『개인화된 사회The Individualized Society』, 『포위된 사회Society under Siege』 등이 있다. 원제 Work, consumerism and the new poor인 이 책은, 근대 생산자들의 사회가 20세기 후반기에 소비자들의 사회로 변화했음을 포착하고 소비주의를 연구하기 시작한 그의 연구 결과물의 하나이다.
역자 이수영은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을 옮길 때마다 첫 번째 독자라는 설렘을 느끼며, 독자로서 느낀 감동을 잘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문장과의 싸움은 늘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글쓴이, 등장인물들, 독자들, 그리고 자신과 말없이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화로운 삶의 지속』, 『교실의 고백』, 『흡연의 문화사』, 『사라진 내일』, 『사코와 반제티』, 『어린이를 위한 불편한 진실』, 『돌연변이들』을 우리말로 옮겼고, 『빛을 훔쳐온 까마귀』를 쓰기도 했다.
목차
- 초판 서문
1부
1. 노동의 의미: 노동윤리의 생산
사람들을 일하게 만들기
노동이냐 타락이냐
생산자를 생산하다
‘더 나은 것’에서 ‘더 많은 것’으로
2. 노동윤리에서 소비미학으로
소비자 만들기
미학이 평가하는 노동
특권으로서의 직업
소비자 사회에서 가난하다는 것
2부
3. 복지국가의 성장과 몰락
포용과 배제 사이
쇠락하는 복지국가
만족한 다수?
끝난 성공
4. 노동윤리와 새로운 빈곤층
정착민 대 유목민
‘실업’에서 ‘잉여’로
‘최하층계급’의 발견
노동윤리가 최하층계급을 낳다
가난하다는 건 범죄다
도덕적 책무로부터의 추방
5. 세계화 속의 노동과 잉여
식민주의, 또는 잉여 노동력의 수출
지역적 문제의 지구적 해결, 그 성장과 후퇴
새로운 지구적 차원의 노동과 빈곤 문제
사회 문제들, 그리고 법과 질서
사회 국가에서 ‘보안 국가’로
3부
6. 새로운 빈곤층에 대한 전망
역할이 없는 빈곤층
역할이 없으면 도덕적 의무도 없다
노동윤리인가, 삶의 윤리인가?
주
찾아보기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빈곤층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빈곤층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그러나 가난하다는 것의 의미는 그들 ‘곁’에 있는 ‘우리’가 어떤 이들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생산 노동에 참여하는 모든 성인 구성원을 필요로 하는 사회에서 가난하다는 것과, 오랜 세월의 노동이 축적한 어마어마한 능력 덕택에 수많은 구성원들의 개입 없이도 필요한 모든 것을 생산할 수 있는 사회에서 가난하다는 것은 똑같지 않다. 생산자들과 보편적 고용의 사회에서 가난하다는 것과, 평생의 계획이 노동이나 직업 능력 또는 일자리가 아니라 소비자 선택을 중심으로 건설되는 소비자 사회에서 가난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지난날 ‘가난하다’는 의미가 실업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오늘날에는 무엇보다도 결함 있는 소비자의 처지에서 그 의미가 비롯된다. 이 차이야말로 가난한 삶을 경험하는 방식과, 그 불행에서 벗어날 가능성과 전망을 다르게 만드는 차이를 낳는 것이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
근대 사회 산업화 단계에서 대부분의 남성들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과 성인 시절의 대부분을 노동에 바쳤다. (로저 수Roger Sue에 따르면, 1850년에 노동이 차지한 시간은 깨어 있는 시간 가운데 평균 70퍼센트였다.) 그 뒤로 일터는 사회 통합의 일차적 공간이 되었다. 다시 말해, 규범에 복종하고 훈련된 행동을 하는 습관이 교육되고 흡수되는 환경이자 ‘사회적 인격’이 형성되는 장소였다. 적어도 질서 잡힌 사회의 영속화와 관계된 모든 측면에서는 그랬다. 대규모로 징집되는 군대는 위대한 근대 발명품 가운데 하나였고, 이와 함께 공장은 근대 사회의 주요 ‘파놉티콘 시설’이었다. 공장은 다양한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했다. 또한 모든 공장은 온순하고 고분고분한 근대 국가의 국민들도 만들어냈다.
근대사회와 노동윤리
노동윤리는 이처럼 근대 제도를 일으키는 데에 결정적인 노릇을 했다. 근대 산업사회의 일상적인 활동과 영속화에 필수적인 자본과 노동의 상호 협력을 그 모든 구성원(더 정확하게는, 그 모든 남성 구성원)들의 도덕적 의무이자 사명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노동윤리였다. 노동윤리는 사실 불가피한 가난이었던 것-새 경제의 실행자들이 새로운 국가의 입법자들의 지지와 원조의 바탕 위에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려 했던 빈곤-을 기꺼이, 기쁘게, 열렬히 받아들이라고 사람들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그 빈곤을 흔쾌히 받아들인다는 건, 이해할 수 없고 고통스런 강요로 여겨지는 질서에 저항하기를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일터에서 노동자들의 자율성은 용인되지 않았다. 노동윤리는 노동에 바치는 삶을 선택하라고 사람들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노동에 바치는 삶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뜻했다. 선택이 허락되지 않고 선택이 금지되어 있다는 걸.
출판사 서평
일하는 것보다 소비하는 것에 가치와 의미가 있는 시대. 소비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사회적인 역할이 없는 자유경쟁의 패배자로서, 복지로부터, 커뮤니티로부터, 그리고 ‘인간의 존엄’으로부터도 배제된다. 현재 더욱더 주목받고 있는 사회학의 권위자가, 현대에 만들어진 ‘새로운 빈곤층’의 실상과 그것을 낳은 현대사회의 실태를 해부한다.
빈곤은 이렇게 우리들 곁에 찾아온다
20세기 대표적인 석학으로 손꼽히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새로운 빈곤』이 출간되었다. 이 책의 주요한 테마는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빈곤문제이다. 특히 고용을 둘러싼 환경변화나 소비사회의 진전 등에 따른 현대의 새로운 유형인 ‘신빈곤층’을 다루고 있다.
현대사회가 잉태한 다양한 문제, 즉 세계화, 복지국가의 쇠퇴 등에 대처하는 바우만의 이 책은 근대 영국의 공업화의 전개와 전후해서 등장하는 ‘노동윤리’의 관점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라고 말했던, 일견 정당하게 보이는 ‘노동윤리’이지만, 그것은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슬쩍 바꿔치기 하고, 또한 인간관계를 파괴시켰다. 또한 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에서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로 전환됨에 따라 가난한 사람들은 이제 선택조차 할 수 없는 ‘결함 있는 소비자’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기에 이르고, 더욱이 자본가나 노동조합의 요청에 응해서 장래 노동자의 생산에 기여하고 노동예비군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역할을 했던 복지국가는 그 존재이유를 잃어간다. 선택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소비사회와 복지국가는 서로 양립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의 가난한 사람 ‘뉴푸어’는 특히 냉전의 종결에 따라 소멸된 외부의 적에 대신하여 ‘발견된’ 언더그라운드로서, 즉 ‘빈곤의 범죄화(가난한 것은 범죄다)’에 따라 빈곤문제를 사회의 한쪽 구석으로 격리시키고, 보이지 않게 하려는 메커니즘이다. 이는 세계화 속에서 지구적인 규모에서의 ‘인간폐기물’ 발생의 메커니즘과 그 해결의 곤란함을 발생시킨다.
바우만이 제시하는 현대사회의 필독서
저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20세기 격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살아오면서 쉼 없이 연구하고 끊임없이 저술해 온, 포스트모더니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힌다.
이 책은 2004년에 출간된 제2판이며, 본서의 초판은 1998년에 발행되었다. 개정을 하면서 제5장 ‘세계화 속의 노동과 잉여’가 덧붙여졌으며, 이것은 초판 발행 후의 급속한 글로벌화의 진전에 입각하여 쓰인 것이다. 초판의 발행이 1998년이긴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노동문제(특히 비정규 고용문제)와 그에 따라 생겨난 격차, 빈곤문제를 넓은 시야에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빈곤이라는 현재적인 테마를 근대의 초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광대하고도 균형 있는 시각으로 수록하면서 대담하고 정밀한 분석을 진행하는 바우만의 사고 편력을 이 책에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주요 내용
1장은 노동윤리의 기원을 살펴본다. 노동윤리는 근대 시대 초기부터 빈곤층을 정규 공장 노동으로 유인하고, 빈곤을 뿌리 뽑고, 사회 안정을 확립하는, 이 모든 일을 한꺼번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실제로 노동윤리는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새로운 공장제도가 자리 잡는 데에 필요한 복종을 가르쳤다.
2장에서는 근대 사회가 초기에서 후기 단계로 꾸준히 이행해 가는 과정을 다룬다. ‘생산자의 사회’에서 ‘소비자의 사회’로, 노동윤리가 이끌어가는 사회에서 소비의 미학이 지배하는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이다. 소비자 사회에서 대량 생산은 더 이상 대규모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난날 ‘산업예비군’이었던 빈곤층은 ‘결함 있는 소비자’로 다시 정의된다. 이로써 이들에게는 쓸모 있는 사회적 역할?실제적이든 잠재적이든?이 주어지지 않으며, 그것은 빈곤층의 사회적 지위와 그 개선 가능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
3장은 복지국가의 성장과 몰락을 추적한다. 그것이 2장에서 설명한 이행 과정과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 그리고 개인의 불행에 관하여 집합적 책임을 지지하는 대중적 합의가 갑작스레 등장하는 배경, 또한 오늘날에 와서는 그 원칙에 반대하는 합의가 지난날처럼 갑작스레 등장하는 배경을 살펴본다.
4장은 그 모든 것의 결과로서, 빈곤층이 사회적으로 생산되고 문화적으로 정의되는 방식을 다룬다. 최근에 유행하는 개념인 ‘최하층계급’을 탐구하며, 그것이 궁핍의 광범위한 형태와 원인을 권력의 지원 속에 하나의 범주로 응축시키는 도구로 주로 이용되고 있음을 밝힌다. 그 하나의 범주에 속하게 된 이들은 그들 모두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결점으로 뒤덮인 이미지를 지니게 되고, 따라서 하나의 ‘사회 문제’로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빈곤층과 빈곤의 미래를 고찰한다. 또한 노동윤리가 오늘날 발전된 사회의 상황에 더 적절한, 새로운 의미를 줄 수 있을지 살펴본다. 실재하지 않는 사회를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통적인 도구의 힘을 빌어 빈곤을 퇴치하고 정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생계의 권리를 노동력 판매로부터 ‘분리’하고, 사회적으로 인식된 노동의 개념을 노동시장이 인정하는 개념을 넘어서 확장시키는 것 같은,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그런 질문들을 마주하여 실제적인 해답을 찾아내는 일은 얼마나 절박한 것인가?
-저자 초판 서문
신자유주의라는 구호가 우리의 의식을 휩쓸고 있는 오늘날, 근대사회 건설의 기초였던 노동이라는 말은 어쩌면 진부해 보인다. 그 대신 어느새 우리 의식을 차지하고 있는 말은 소비, 유동성, 엘리트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빈곤이라는 말은 아마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날이 갈수록 결코 진부하지 않다. 한쪽에서 부의 축적이 가속화되고 그 반대편에서 빈곤의 심화가 가속화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는 결코 자유롭지 않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바로 그 이유를 우리들에게 알려 준다. 근대 초기부터 지금까지, 근대가 어떤 동력에 의해 진행되어 왔으며, 그것이 단계마다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그리고 오늘날의 세상이 어떤 흐름을 지니고 있는지를. 우리는 왜 날이 갈수록 빈곤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며, 왜 두려움은 점점 커져 가는지를.
-옮긴이의 말 중에서
서평
“지그문트 바우만의 저술은 설득력이 있고 논리적이다. &&저명한 학자가 빈곤 문제에 새 지평을 열어주는 중요한 책이다.”
브리티시 저널 오브 소시올로지
“바우만의 주장은 논리적이고 정교하며 글의 흐름은 매끄럽다. 오늘날 우리의 불만스런 상황을 폭넓게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은, 우리 사회 제도를 재평가하고 되짚어보도록 하는 데 있어 사회학이 우리와 동료 시민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문제제기로 평가할 만하다.”
노동, 고용, 그리고 사회
책속으로 추가
소비가 미학인 사회
요새 모든 당파의 정치인들은 한 목소리로 절실하게 ‘소비자 주도의 경기 회복’을 말한다. 생산 감소, 주문 감소, 중심 상업지구의 불황은 모두 소비자의 관심 또는 ‘소비자의 신뢰’(다시 말해 파산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를 만큼 강력한 소비자의 신용 구매 욕망)가 부족한 탓으로 몰아가곤 한다. 이 모든 문제가 일소되리라는, 경기가 활력을 되찾으리라는 희망은 소비자들이 다시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책임으로 돌아간다. 소비자들은 다시 구매하려고 하고, 많이 사려고 하고, 더 많이 사려고 해야 한다. 상황이 정상적이고 제대로 돌아감을 확인하는 주요 근대적 잣대이자 사회가 계획대로 작동함을 알려 주는 주요 지표인 ‘경제 성장’은 소비자 사회에서 ‘국가의 생산력’(건강하고 풍부한 노동력, 넉넉한 재원, 자본가들과 경영자들의 대담한 기업가 정신)이 아니라 그 소비자들의 열망과 활력에 기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날 개인의 동기와 사회 통합, 그리고 체제 재생산을 연결시키던 노동이 수행했던 역할이 이제는 소비자의 활동에 맡겨졌다.
‘부자는 보편적인 숭배의 대상이 된다’
지난날 보편적으로 숭배되는 영웅의 본보기였던 부자들은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그들의 삶은 그들이 철저하게 지켰던 노동윤리의 긍정적 결과를 전형적으로 드러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사례는 없다. 이제 숭배의 대상은 부 그 자체이다. 매우 다채롭고 풍요로운 삶의 방식을 보증하는 부.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또는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다. 부유층의 사람들이 흔히 부러움을 사는 것은 삶의 내용물?살 곳, 함께 사는 배우자?을 선택하는 놀라운 능력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마음대로 손쉽게 바꾸는 능력이다. 그들은 결코 진로를 바꾸기에 이미 늦었다고 후회할 것처럼 보이지 않으며, 그 부의 대물림은 결코 끝나지 않을 듯하고, 그들의 미래는 언제나 그들의 과거보다 내용면에서 풍부하고 훨씬 유혹적이다.
복지국가의 출현
복지국가는 여러 가지의 접점에서 등장했다. 스스로 또는 정치의 도움이 없다면 자신의 생존 조건을 재창조할 수 없는, 병들어 있는 자본주의 경제가 주는 압박, 또다시 스스로 또는 정치의 도움이 없다면 예측할 수 없는 ‘경기변동’에 맞서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없는, 조직화된 노동계급이 주는 압박, 사회 불평등의 가장 혹독하고 견디기 힘든 징후들을 완화함으로써 사회 불평등 원리를 옹호하고 재천명하라는 압력, 불평등의 재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을 변방으로 몰아냄으로써 불평등의 수용을 자극하려는 욕망, 그리고 정치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경제의 파괴적인 영향을 국가의 구성원들이 견뎌내도록 도와주어야 할 절박한 필요들의 접점에서.
이 모든 강력하고 한 곳으로 집중되는, 그러나 서로 이질적인 동력들 덕택에, 근대(산업, 자본주의, 시장, 민주) 사회라는 특정한 발전 단계에서 복지국가의 출현이 ‘중층 결정’되었다. 복지국가를 현실로 일구어내고 오랜 세월에 걸쳐서 활기를 거듭 불어넣었던 압력들은 무척 막강했다. 그래서 일반 상식으로는 국가가 운영하는 복지의 제공이 선거로 당선되는 권력 형태나 일정 형태의 화폐와 마찬가지로 근대적 삶의 당연한 요소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
위험한 계급, 가난은 범죄다?
‘최하층계급의 문제’와 ‘빈곤 문제’를 구분하는 것은 돌 하나로 새 여러 마리를 잡는 효과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효과는-소송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걸로 알려진 사회에서-최하층계급으로 분류된 이들에게는, 사회의 오작동으로 희생양이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요구’할 권리를 주지 않는 것이다. 소송에 따를 수 있는 모든 절차에서, 증명의 책임은 공평하게 ‘최하층계급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소송에 착수해서 자신들의 선의와 선해지려는 결심을 입증해야 하는 쪽은 그들이다.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 최하층계급 사람들이 직접 해야 한다(물론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문해 줄 전문 변호사나 자발적인 변호사가 부족하지 않은데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나고 최하층계급의 망령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 뜻은 간단하다. 누구의 잘못인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사회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스스로 책망할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최하층계급 사람들의 사악한 선택을 가로막겠다는 결심이 모자라다는 것뿐이다. 그럴 때 더 많은 경찰, 더 많은 교도소, 더욱 가혹하고 위협적인 처벌들이 그 실수를 보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보인다.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느냐고 묻지 말라
정치적 전망의 부재와, 정치적 전망을 효과적으로 추구하는 정치 기구의 부재는 현재 더 불길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그 모든 측면(특히 분업, 부와 빈곤의 분배, 사회계급화)에서 우리의 지구적 범위의 상호의존성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 격차를 메우지 못할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먼 곳에서 알지 못하는 이들이 겪는 불행은 우리가 있는 이곳에서 행해졌거나 행해지지 않은 어떤 일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결과물일 수 있다. 그러나 멀리 있기 때문에 그것은 가까이에서 사람의 고통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그것만큼 강한 윤리적 책임을 환기시키지 않고 행동 의지를 자극하지 않는다. 부유층과, 부유층이 그 노동력을 사거나 또는 사지 않는 이들을 가르는 간극은 점점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다. (세계 인구의 상위 20퍼센트가 버는 소득은 이미 하위 20퍼센트가 버는 소득의 114배이다.) 장소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면, 한 곳의 행복과 다른 곳의 불행 사이의 연관은 당연히 눈에 보이지 않으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다. 상호 의존은 지구적일 수 있으나 윤리적인 의무는 변함없이 지역적이다.
역할이 없는 빈곤층
역사상 처음으로 오늘날 빈곤층은 근심과 골칫거리일 따름이다. 그들의 불행을 보상하기는 고사하고 불행을 없앨 만한 의미가 없다. 그들은 납세자들이 지출하는 대가로 제공할 만한 것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은 이익이 돌아오기는커녕 원금도 되돌려 받기 힘든 나쁜 투자처이다. 가까이 오는 것은 무조건 빨아들이고 아무것도 내뱉지 않는, 아니 어쩌면 문제만을 내뱉을 수 있는 블랙홀이다. 사회의 품위 있고 정상적인 구성원들-소비자들-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빈곤층은 전혀 쓸모가 없다. 아무도-지위와 발언권과 호소력이 있는 누구도-그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빈곤층에게 돌아가는 것은 무관용원칙이다. 빈곤층이 빈민촌을 불 지르고 떠날 때 사회는 훨씬 잘살 수 있다. 그들이 없다면 세상은 그만큼 더 기뻐할 것이다. 빈곤층은 필요 없고 쓸모가 없다. 쓸모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큰 가책이나 망설임 없이 버려질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93753097 |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05월 10일 (1쇄 2010년 03월 25일) | ||
쪽수 | 240쪽 | ||
크기 |
160 * 220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Work, consumerism and the new poor/Bauman, Zygmunt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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