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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상 추천도서 > 해외문학상 > 아쿠타가와상 > 1998년 선정
작가정보
저자 하나무라 만게츠는 1955년생. 소설가. 본명은 요시카와 카즈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자신의 에세이에 따르면, 그때부터 불량소년이 되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동상담소를 거쳐 복지시설에 수용되었다. 그 시설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지만 곧 중퇴하고 전국을 방랑한다. 서른 살이 넘어서 작가로 데뷔하는 계기를 만난다. 한겨울에 홋카이도를 여행하면서 <여행일기>를 쓰게 되는데, 친구가 그 글을 대신 응모하여 입선하는 바람에 10만 엔의 상금을 받게 된다. 그때 ‘이런 걸로도 돈을 벌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고 석달 만에 1500매를 쓰면서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 원고로 각종 신인상에 응모하여 그 가운데 《갓·브레이스 이야기》가 1989년 소설스바루 신인상을 받는다. 1997년에는 《개월》로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한다. 그 후《울》(1997),《징·징·징》(1998)과 같은 작품처럼 기승전결이나 등장인물의 행동 이유를 무시해버리는 서사성이 희박한 작품을 연속으로 발표한다. 소설 속에서 새로운 윤리를 창조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야심이다. 성과 폭력, 인간의 비열함을 더 높은 곳으로 승화시키는 작품을 구상하기에 이르는데, 그 첫 작품이 바로 《게르마늄 라디오》다. 이 책은 신의 존재와 종교윤리를 치열하게 탐구한 것으로, 제119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역자 양억관은 번역가. 《탐정클럽》《소울 뮤직 러버스 온리》《야구장 습격사건》《우안》《NO.6》 《너의 친구》《베드타임 아이스》《120%쿨》《탐정 갈릴레오》《아빠는 가출 중》《한밤중의 행진》《우리가 좋아했던 것》《용의자 X의 헌신》《중력 삐에로》《러시 라이프》《69》《나는 공부를 못해》《스텝 파더 스텝》《남자의 후반생》《장량》《교양으로 읽어야 할 중국고전명저》《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라라삐뽀》《컨닝 소녀》 등을 번역했다.
목차
- 한국어판 저자 서문 _9
게르마늄의 밤 _13
왕국의 개 _59
무도회의 밤 _129
해설·도착과 혼종을 통해 신의 자리와 인간 본능을 조명하다: 장정일 _245
책 속으로
육욕과 폭력으로 분출, 승화된 종교적 욕망
로오는 아스피란트와의 첫 경험에서 성행위와 종교행위의 유사성을 깨닫는다. 그는 육욕에 빠져 있으면서도 종교적 욕망을 갈구한다.
모든 쾌감의 본질은 반복이다. 기도와 성행위가 바로 그런 점에서 하나로 결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종교의 진정한 쾌락을 이해해 가고 있었다. 자아 없는 반복, 그것이 최고다. (…) 동물적 쾌감이 강렬한 열광과 함께 한순간에 꺼져버리는 불꽃놀이 같은 성격을 가졌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작열, 우윳빛 액체의 방출이 여실히 증명해 주지 않는가. 종교적 쾌감은 더욱 집요하고 깊다. 인간이 만들어낸 궁극적인 쾌락이다. -본문 55-56쪽
평소 농장 동료 우가와를 혐오했던 로오는 그의 폭력를 더 큰 폭력으로 압제해버린다. 또 기꺼이 노예가 되겠다고 한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은 교정원 시절의 선배 미우라의 불알을 걷어차버림으로써 복수한다.
나는 허리를 굽히고 그의 입에 붙여놓은 테이프를 천천히 떼어냈다.
그와 동시에 우가와는 돌을 뱉어내고, 부러진 이빨도 함께 뱉어냈다.
울었다.
소리를 죽여 울었다.
정말 듣기 좋은 울음소리였다. 그 거머리 같은 입술에서 순수한 슬픔이 터져 나온다. 나도 조금 슬퍼졌다. 그러나 그보다 풀밭에 흩어진 이빨에 매료되었다. 많이 빠진 것 같았다. 이빨의 하양과 피의 빨강이 밤의 남색에 도전이라도 하듯 억제된 빛을 발한다. 왼쪽 반이 없는 상현달의 어렴풋한 빛 속에서 그것은 선명히 떠올랐다.
색채란 이렇게 존재해야 한다. 뼈의 하양이 너무나 직접적으로 눈을 후빈다. 너무 강제적이다. 피의 빨강이 교묘히 그 협박의 직접성을 약화시킨다. 아아, 멋진 광경이다. 지적이다. 나는 황홀경에 빠졌다.
-본문 77-78쪽
생각대로 그것이 찢어져 내용물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불알 자체는 파열되지 않았다. 내 눈앞에 드러난 것은 피를 흘리는 하얀 구체였다. 그 구체가 타원이라는 것은 내 물건을 만져봐서 충분히 상상하고 있었지만, 그 색채만은 도무지 예상 밖이었다. 그것은 가느다란 끈 같은 것에 의해 복부와 연결되어 있어서 그 구체만 따로 굴러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마치 얼굴에 달라붙는 밤을 밀쳐내기라도 하는 듯이 허리를 굽혀서 새하얗게 윤기를 내는 그물상의 빨간 알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본문 183-184쪽
테레시아 수녀에게 흑심을 품은 로오는 그녀를 강간하기 전, 모스카 신부에게 미리 고해성사를 한다. 범하지도 않은 죄를 고백하고 실행에 옮기려는 로오. 그것은 신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었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요. 아무튼 수녀는 아직 완벽한 동정입니다. 그러나 나는 미래의 죄를 고백했습니다. 고백된 죄는 행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과 신은 존재하지도 않은 죄를 용서한 셈이 됩니다. 용서의 비적이 성립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게다가 이 미래의 죄는 선생님의 용서라는 비적에 의해 신으로부터 면책특권이 내려졌습니다. 그래서 나는 마음 놓고 실행에 옮길 겁니다.” -본문 114-115쪽
출판사 서평
그리스도교를 매개로 인간의 위선과 나약함을 조롱하고
극단적인 폭력과 도착적인 성(性)을 묘사한
아쿠타가와상 최고의 화제작!
♣ 종교와 인간의 본질을 묻는 짜릿한 일탈문학!
“현대 종교의 위선을 야유하고, 문학이야말로 기존 가치의 본질적인 파괴자라는 원리를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라는 평(아쿠타가와상 심사위원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을 받으며 제119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이 작품은 폭력과 성性에 대한 극한 묘사가 시종일관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것은 소설을 통해 ‘독자를 우울하게’ 만들고 싶다는 저자의 의도를 드러내주는 적절한 방편일 뿐이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모순투성이인 우리 삶의 ‘불편함’을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내주기도 한다. 그 불편함이 종국에 이끄는 삶의, 인간성의 한 자락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성스러운 것과 속된 것을 통해 종교의 본질과 인간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작가의 솜씨가 녹록치 않다. 또한 저자는 종교의 본질을 섹스와 폭력으로 치환시켜 버림으로써 독자들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한다. “모든 쾌감의 본질은 반복이다. 기도와 성행위가 바로 그런 점에서 하나로 결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본문 55쪽)는 작중 화자의 이야기에는 저자의 의도가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폭력과 전복의 묘미뿐만 아니라 아주 잘 읽힌다는 미덕이 있다. 재미있다. 드라마틱하고 스피디한 전개와 정교하게 짜인 이야기 구조는 독자로 하여금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어 독서를 멈추지 못하게 만다. 이 책은 저자가 10년을 공들여 쓰고 최근에야 1부를 완결한, ‘종교’를 주제로 한 필생의 작품《왕국기》라는 대하소설의 도입부 격인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2005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져 주목을 받았다. 국내판에서는 소설가 장정일의 해설을 더했다. 원고지 50매가 넘는 장정일의 글은 이 소설의 근간을 파고드는 담론들을 통해 심층적인 이해가 가능하게 한다.
♣ 금기를 넘어선 아쿠타가와상 최고의 화제작!
이 책은 십수 년 전 한국에서 실질적인 판매금지 조치인 ‘18세 미만 구독불가’라는 판정을 받아 붉은 딱지가 붙여져 판매되었고, 결국 일부 독자들에게 ‘몰래’ 읽힌 책이 되었다. 이를테면 ‘성(性)과 종교’라는 금기에 정면 도전한 책으로 인식되어 그런 판정을 받은 것인데, 이 책은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아쿠타가와상’은 대중문학이 아닌 ‘순수문학’을 대상으로 하는 상이다.(같은 시기에 주는 상인 나오키상은 ‘대중문학’을 대상으로 하는 상이다.)
문학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상상력의 상자’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상상력을 발휘해 시대의 금기를 깼던 작품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당대에는 어김없이 금서 취급을 받았고, 현대에 이르러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민음사 세계문학전집030, 2000년 발간)와 버트런드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사회평론, 2005년 발간) 등이 그런 예다.
이 책의 발간을 위해 저자에게 새로 요청한 ‘한국어판 독자 서문’에서 저자는 지난 논란을 돌아보며 ‘당당하게’ 입장을 밝힌다.
이른바 내세울 거라고는 지성 하나뿐인 인텔리겐치아는 말할 것도 없고 기독교 같은 것을 믿는 사람들에게 미움받고 기피대상이 될 그런 말을 하려 했다. 그런 작품이 사람들에게 대환영을 받는다면 작가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러기에 한국에서 안이하게 읽히지 않도록 처음부터 그런 취급을 당했다는 것을 나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아아, 아직도 내 작품을 보고 감정에 자극을 받는 신앙심 깊은 사람이 한국에 있다고.(본문 12쪽)
이 책이 ‘고전’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독자들의 ‘말초감각’을 건드리려는 목적으로 ‘금기’에 도전한 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
스스로 왕국을 만들려는 한 오만한 젊은이의 행적
주인공 로오는 교정원을 겸한 수도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사회에 나가 두 명을 살해하고 스물두 살의 나이로 다시 수도원으로 도피해 온다. 백인 원장 돈 셀베라는 로오를 숨겨주는 대신 그에게 ‘특별봉사’를 요구한다. 로오는 그것을 수락하고 수도원 부속 농장에서 일하게 된다. 한편 로오는 호두나무 아래서 우연히 만난 아스피란트(수녀가 되기 위해 수행 중인 수녀 지망생)에게 동정을 빼앗긴 후 매일 밤 몰래 만나는 사이가 된다.
그는 농장 동료 우가와의 이중성과 잔인함에 분노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고 실질적인 농장의 ‘대장’이 되지만, 가장 힘든 일이라 여겨지는 돼지 잔밥 나르는 고행을 계속해서 수행함으로써(그는 체력 단련을 위해 잔밥 나르는 일을 다른 이에게 넘기지 않았다.) 수도원 청소년들의 우상이 된다. 또한 연상의 수녀, 테레시아에게 흑심을 품고 고해사제 모스카 신부에게 미리 테레시아 수녀에게 범할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음으로써, 미래의 죄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역설을 통해 신에게 도전한다.
사회에서 범죄를 일으키고 수도원에 돌아온 작은 성자(省子) 로오는 그곳에서 그를 추종하는 이들에 둘러싸여 수도원 안의 또 다른 수도원, 즉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려 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93690057 |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12월 25일 | ||
쪽수 | 264쪽 | ||
크기 |
128 * 188
* 20
mm
/ 315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ゲルマニウムの夜/花村萬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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