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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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 김도언은 모독에 대응하기 위해 자부심을 길러왔다. 그것이 좀 우습고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좀처럼 멈추지 못하는 게 또한 우습다. 우리의 삶은 고혈압 환자의 식단처럼 평속하고, 평속한 것을 비웃는 것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 삶을 견딘다는 점에서 나는 당신들과 다르지 않다. 당신들처럼 음악을 듣고, 샤워를 하고, 술을 마시고, 쇼핑을 하고, 책을 읽는다. 좋은 것을 생각해내지 못할 때 자주 아프고, 어떤 때는 아무런 근거 없이 우쭐해지기도 하지만 십중팔구는 무기력하다. 때때로 너무 빈번하지는 않게 허무맹랑한 몽상에 전생을 내맡기기도 한다. 그림 그리는 것과 사진 찍는 것과 시집 읽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서 하는 일이 대체로 내게 즐거움을 주었던 것 같다. 소설은,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가끔 고통스럽지만 역시 즐겁게 쓰고 있는 편이다. 혼자 살면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억압적인 조건으로부터 어떻게 해방시킬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있다.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서 지금까지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 풍경』(자음과모음) 『악취미들』(문학동네)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와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민음사) 『꺼져라 비둘기』(문학과지성사), 경장편소설 『미치지 않고서야』(중앙books)를 펴냈다. 2012년 계간 《시인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시작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목차
- 13 데카당스 문학
14 스타의식
15 깨달음과 즐거운 삶
16 정의라는 장르
17 10대 가수
18 선출된 자와 감시자
19 건강 강박
20 여성 대통령
21 생태주의 운동
22 담뱃값
24 비관주의자
25 지적 서사의 부재
26 리처드 브라우티건
27 삶을 암시하는 태도들
28 승자와 패자
30 갈비뼈의 희생
31 문학과 시대착오
32 말의 사회성
34 헌혈
35 프란치스코 교황
36 외로움이 발각되는 일
37 순우리말
38 몇 가지 희망들
39 이성과 광기
40 영화, 독서, 문화소비
41 병영의 야만
42 밀레의 스승
43 고등동물의 잔인함
44 이름
45 선과 악
46 글을 쓴다는 것
47 쌍둥이 형
48 관심과 믿음
49 슬픔을 밀어내는 슬픔
50 모순의 가치
51 스트레스를 퇴치하는 몇 가지 방법
52 손톱 깎을 때 아프다고 말하는 아이들
53 카피레프트
54 글에 대한 취향
55 마흔과 뱃살
56 환상 혹은 망상
57 문학의 윤리
58 정직한 육체성
59 오빠라는 호칭
60 폐허의 바닥
62 불가능한 가능
63 내가 쓰는 글
64 카페의 몽상
65 집이라는 것
66 자괴감
67 내 친구
68 생활의 수도승
69 기억의 습관
70 절망하는 이유
71 무의미한 동어반복
72 해원의 섬
73 세월호
74 가수와의 대화
75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적극적인 행위
76 포즈
77 집착과 존중
78 행복에 대해
79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것들
80 경찰 이야기
82 무명의 삶
83 술 마시는 날들
84 꽃이라는 장엄
85 어려워라, 삶이여
86 회비를 걷는다는 것
87 나의 친척들
88 예술가의 권위
89 토템과 터부
90 삶과 죽음의 은유
91 시인과 기자
92 정신을 흔들어 깨우는 것
93 내가 좋아하는 시인
94 문학적인 삶
95 무소유
96 얼우다
97 페이스북
98 신의 장난
99 되돌아간 의자
100 위염과 병원
101 책의 쓸모
102 관찰하는 자
104 성숙하고 겸허한 반성
105 마리우스의 마지막 식사
106 기적 같은 동물들
107 긍휼히 여기는 삶
108 자아도취
109 비빔국수의 추억
110 어떤 택시기사
111 소설가의 습관
112 소설가의 태도
113 작가의 오만과 독선
114 새로운 서정
115 시인들의 겨울
116 인사성
117 고독이라는 것
118 가능한 몽상
119 고마운 영화들
120 쌍둥이 형으로부터의 연락
121 북 콘서트와 문학 정신
122 문학과 포즈
123 제목없음
124 카메라 렌즈가 포착한 것들
126 신춘문예
127 일요일 아침
128 경외의 형식
129 문학의 조건
130 불행과 행복
131 운동의 유희
132 동기감응
133 밤 산책 중에 만난 의자
134 붓과 활
135 소설가의 조언
136 시시콜콜
137 페인트칠
138 상상하는 이의 숙명
139 버스를 탄 노인
140 코끼리 조련사의 노래
141 소통
142 버스의 풍속
144 모기가 가르치는 일각
145 불우한 통찰
146 사랑에 대한 단상
147 버스에서 만난 사내
148 소설 속의 공간
149 지하실의 귀뚜라미
150 존경과 경외
151 삶과 품위
152 떡 파는 사내에 대한 몽상
153 과도한 욕심
154 파주출판도시
155 신비와 미지
156 식욕과 성욕
157 현대의 편집자
158 마흔 살의 착각
159 버려진 의자
160 낯선 자각
161 병영에서의 추억
162 이어령 선생님
163 지혜로운 자
164 피로사회
165 신비에 대한 이야기
166 소설가의 자유로운 삶
167 언어와 생활
168 면접관 되어보기
169 관성의 속도
170 인간의 장애
172 기품, 삶의 조건
173 해학의 비밀
174 성공의 척도
175 행운의 전조
176 치사한 섭생
177 슬픔의 기원
178 폭력의 기억
179 생활의 발견
180 포교자의 자세
181 양성평등
182 시의 소비
183 수평적 소통
184 롤모델
185 소소한 일상
186 요통
187 고등학교 선생님
188 술에 대한 변명
189 채식주의
190 좋은 원고의 조건
191 후배의 질문
192 신앙생활
193 성숙한 문화소비
194 삶의 당대성
195 책이라는 신세계
196 커밍아웃
197 소문과 가십
198 '중딩'에 대한 고찰
200 이름을 남긴다는 것
201 종교와의 화해
202 난처한 일
203 감금의 상상력
204 야구의 휴머니즘
205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다면
206 희소성의 소비
207 플라톤의 행복
208 거짓말
209 옷장 정리
210 겸손하고 낮은 시인
211 가짜의 요란함
212 시인의 봄밤
213 책을 증정하는 관행
214 나이 먹는 것을 실감하는 것
215 너스레
216 요절한 시인들
217 출판이라는 생업
218 택시요금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법
219 작가의 문학적 신념
220 혼자 밥을 먹는 것
221 펑펑 울다
222 시인 김수영
223 어제의 내일, 내일의 어제
224 백팩 메는 법
225 균형감각
226 퇴출된 레슬링
227 노인에 대한 생각
228 최민식 선생님
229 입술
230 봄날의 어떤 풍경
231 대작가의 사랑
232 질 나쁜 폭력
234 단골집이 없는 이유
235 의사와 소매치기
236 나의 풍습
237 문학의 자율성
238 연민과 안도
239 신의 대리자
240 어른이 된다는 것
241 부정의 정신
242 독창성과 고유성
243 습관
244 망자의 세계
245 진보주의자의 유연성
246 문학상
247 결벽증
248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
249 결핍이 가져다주는 것
250 신춘문예 응원
251 훈수
252 도시에서 사는 법
254 홀로 영험해지는 것
255 첫사랑
256 예술가의 세 가지 자세
257 동백꽃
258 가난한 화가 이야기
259 소설가의 영혼
260 할머니의 가르침
261 김승옥 선생님의 말씀
262 책을 펴낸다는 것
263 글 쓰는 삶
265 탐욕과 위선
266 위선의 역설
책 속으로
순직한 동료 소방관의 영결식장에서 오열하는 소방관의 사진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내 눈시울도 어느 사이 젖는다. 그래 슬픔을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하리라. 그런데 말이다. 그게 가능하기만 하다면 새로 들어오는 슬픔이 묵은 슬픔을 밀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슬픔을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 - 49p 슬픔을 밀어내는 슬픔
참으로 초연한 표정으로 K시인이 먼저 대답을 했다. “그 말이 맞긴 한데요. 사실 농번기라고 할 것도 따로 없어요.” 그러자 S시인이 바로 말을 받았다. “맞아요. 시인들은 일 년 열두 달이 내내 보릿고개예요.” 두 시인의 천연덕스러운 대답을 들은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 115p 시인들의 겨울
그들의 키는 2미터에서 140센티미터까지, 몸무게는 150킬로그램에서 35킬로그램까지 분포되어, 차이의 외연이 놀랍도록 확장된다. 외모 또한 어떤 중딩은 30대 성인의 외모를 갖고 있는가 하면 어떤 중딩은 초등학생 정도의 외모를 가진다. 지적 능력 역시 특정한 준거로는 짚어내지 못할 만큼 개별적 특성을 지닌다. 중딩들은 그 차이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기꺼이 권력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이를 물리적으로 행사한다. - 198p ‘중딩’에대한고찰
연료비 할인이나 버스전용차로 주행 허용 등이 그런 것들이다. 나처럼 밖에서 늦게까지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택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사실 지하철이나 버스요금에 견주면서 택시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미터기에서 요금이 올라갈 때마다 가슴이 바짝바짝 타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택시를 마음 편하게 타는 나만의 심리 전술을 고안했다. - 218p 택시요금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법
언젠가부터 호의와 찬탄 일색인 김수영에 대한 평가의 대세가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 한번은 어떤 술자리에서 김수영에 대해서 내가 비판조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덕분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로부터 하나같이 눈총을 받은 적이 있었다. - 222p 시인 김수영
28홉의 피의 전위가 흐르고 있는 입술, 우린 입술을 통해 서로의 피와 닿는다. 우리는 입술을 통해 서로의 피의 흐름을 감지한다. 키스는 피와 피가 서로의 향기와 온도를 알아보는 인사법이다. - 229p
입술
위선이란 어쩌면 현대인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학습에 의해 만들어진 도덕적 판단과 현세적 욕망은 언제나 뒤틀리면서 부딪치고 사람들에게 모순과 분열의 고통을 안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위선이 드러나는 방식도 매우 복잡다기한 것 같다. 예컨대 사람들에게 거의 천연적으로 입력되어 있는 프로그램 중에는 이성이나 감정의 명령에 반대 방향을 선택함으로 그것에 연루된 어떤 욕망을 원천적으로 초월하려는 기제 같은 게 있는데, 이것 역시 사람들이 ‘위선’이라고 쉽게 오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 266p 위선의 역설
출판사 서평
- 실존의 바닥에서 건져낸 빛나는 아포리즘
- 소설가 김도언이 말하는 사소하지만 아름다운 변명
명료한 문장과 사소한 것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통해 소설의 지평을 넓혀온 소설가 김도언이 산문집을 펴냈다.
《길 위의 풍경》이란 칼럼 명으로 한국일보에 2년간 연재한 글을 책으로 엮은 것.
길지 않은 각각의 글들이 어떻게 작가의 눈에 비친 현실을 반영하며 하나의 줄거리가 되어 흘러가는지 관찰하는 일 또한 흥미롭다.
궁극적으로 세상의 모든 소설은 소설가의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작가는 비교적 자유로운 산문 형식을 빌려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 모인 글들은, 소설가로서 내 눈에 들어오는 세계의 다양한 형태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 심상을 묘사한 것이었는데, 그것은 하나같이 내 사유와 감각의 첨단을 찾아 표현하려는 열정의 소산이었다. 그러다 보니 형식과 내용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어떤 경우에는 에피소드의 형태를 띠기도 하고, 흐릿한 관념이나 몽상적 에피그램의 형태를 띨 때도 있으며, 때로는 견고한 주장이나 선언의 목소리를 가지기도 한다. 나는 이런 것들이 포괄적인 의미에서 ‘변명apologia’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이 변명은 필연적으로 당신의 추궁을 요구하는 것이다. 나는 독자인 당신의 추궁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더 적극적으로 변명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이 세계가 당신의 추궁과 나의 변명으로 가득 차기를. 그 문답의 행간에서 이 세계가 비로소 완성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
1.
나는 어릴 때부터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누가 나를 다른 사람과 견주는 것도 싫어했고 나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기고 앞서 가라면서 줄을 세우는 제도권 교육이 정말 싫었고 당연히 줄을 서지도 않았다. 문학의 길에 들어선 이후에는 나의 이 같은 풍속이 더욱 확고해졌다. 나는 내가 참여하는 일에서 1등, 베스트원이 되는 걸 한 번도 원했던 적이 없다. 나는 동료 작가나 시인의 작품보다 좋은 작품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다만 내 고유한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일에 집중했다. 내 목소리와 색깔을 어떻게 낼 것인가, 이것만이 내 관심사였다. 그러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세상은 모든 것의 서열을 나누고, 그 서열에 따라 이익을 분배하고, 그 이익 앞에서 굴종을 강요하고 있다. 예술계도 문학판도 예외는 아니다. 소위 말하는 좌도 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설가로서 나는, 이 제도화된 생태계의 폭력적인 구조, 미친 시스템을 묘사하는 데 내 문학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욕망, 위선, 위계, 지배, 해방. 이런 것들이 나에게는 가장 근본적인 탐구 대상인 것이다. 평소의 내가 현실정치나 현안에 대해 비교적 거리를 두는 것은, 그것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나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내가 아니어도 나보다 그런 일을 잘할 사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2.
이 책에 모인 글들은 한국일보에 2012년 겨울부터 2014년 가을까지 2년 가까이 연재했던 것들이다. 소설가로서 내 눈에 들어오는 세계의 다양한 형태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 심상을 묘사한 것이었는데, 그것은 하나같이 내 사유와 감각의 첨단을 찾아 표현하려는 열정의 소산이었다. 그러다 보니 형식과 내용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어떤 경우에는 에피소드의 형태를 띠기도 하고, 흐릿한 관념이나 몽상적 에피그램의 형태를 띨 때도 있으며, 때로는 견고한 주장이나 선언의 목소리를 가지기도 한다. 나는 이런 것들이 포괄적인 의미에서 ‘변명apologia’이라고 보았다. 내가 지금 여기에서 이렇게 살고 있다는 실존적 변명 말이다. 그런데 이 변명은 필연적으로 당신의 추궁을 요구하는 것이다. 나는 독자인 당신의 추궁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더 적극적으로 변명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이 세계가 당신의 추궁과 나의 변명으로 가득 차기를. 그 문답의 행간에서 이 세계가 비로소 완성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3.
간밤부터 비가 내린 모양이다. 우리 집에서는 다행히 빗소리가 잘 들린다. 비가 제법 오면 물 흐르는 소리, 그러니까 빗물이 돌계단을 흘러내리는 소리까지 들린다. 왜 빗소리 얘길 하냐면, 요즘 나에게 큰 위안이 바로 빗소리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씻김을 받는 기분이랄까. 깊이 스미기 위해 빗물이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나는 좀 더 나의 내부로, 내 고유한 세계로 돌아가야 하리라. 세상에 고개를 함부로 내밀었다가, 보지 않아도 좋을 것만 보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좀 더 근본적인 세계의 창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지금부터 말이다.
4.
감사를 드리는 것으로 이 글을 맺고 싶다. 어수선한 원고를 귀한 책에 담아주신 gasse 김남지 대표님과 미지의 독자께, 그리고 내 삶의 허기와 욕망을 송두리째 돌아볼 수 있는 절대적인 적막을 허락해준 K에게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2015년 봄, 새절에서 김도언
기본정보
ISBN | 9788993489477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5월 15일 |
쪽수 | 268쪽 |
크기 |
152 * 225
* 20
mm
/ 40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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