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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1. 배달부 군 망명길에 오르다
2. 룸살롱 습격 사건
3. 망망대해
4. 굳세어라 달순아
5. 복수는 나의 것
6. 정글의 법칙
7. 오토바이 암살단
8. 잊혀진 전사
9. 황야의 총잡이
10. 돈을 갖고 튀어라
11. 로맨티스트
12. 다큐멘터리 세상의 빛을 보다
13. 굿바이 필리핀
14. 도주
15. 새로운 조직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비주류의 하층민, 한국사회의 자본과 권력에 조롱을 퍼붓다!
조혁신 소설가, “문학성? 철학적 사유? 사실주의? 대중성? 뭐 이런 것들은 애초부터 개한테나 던져주었다.”
두 권의 단편소설을 통해 우리시대 서민들과 밑바닥 삶의 희망과 절망을 절묘하게 보여줬던 작가 조혁신이 첫 장편소설 『배달부 군 망명기』를 출간했다. 첫 소설집 『뒤집기 한판』을 통해 고단한 삶의 실상을 넘어서는 도시 서민들의 인정과 해학을 긍정적으로 보여주었다면 두 번째 소설집 『삼류가 간다』는 한층 우리시대 삶의 절망적인 면모가 드러난 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작가가 만 3년 만에 출간한 첫 장편소설 『배달부 군 망명기』에서 작가 조혁신은 우리시대 하층민들이 처한 고립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을 뒤로 물리고 그 대신에 끊임없이 하층민들의 삶을 옥죄고 억압하는 주류사회에 대한 저항과 분노를 펼쳐 보여준다. 지역언론의 노조위원장을 맡아 저열한 현실의 속내를 치열하게 겪고 한동안 필리핀에서 지냈던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구상한 이 소설의 창작의도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고백한다. “비극적 존재의 삶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그들 당사자에게는 너무나 억울한 일이었다. 그들은 자본주의에서 깨지고 터지고 일터에서 쫓겨나고 짐승처럼 일하다가 죽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순간 나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떠올렸다. 비극적 삶을 희극적으로 그리고 자본주의를 희화하며 자본주의의 심장을 찌르는 이야기들을 말이다. 비주류들이 다시 자본과 ‘맞짱뜨는’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작가의 이러한 의도를 그대로 반영하듯, 이 소설은 하층민을 대변하는 배달부와 배달순 남매와 이들과 연대하는 하층의 지식인들이 자본과 권력에 대해 통쾌하게 설욕하는 통쾌담을 보여준다. 권력자들과 자본가들의 추악한 몰골과 그들의 앙상한 논리를 풍자로 일그러트리고, 여기에 기생하는 언론과 지식인들을 끝없이 조롱한다. 소설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국정원 댓글논란과 권력의 시녀가 된 언론들, 박근혜시대에 일어난 RO 내란음모 사건과 공무원간첩 조작사건 등을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자본과 권력의 추악한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서 “만담이든, 만화든, 판타지든, 무협지든, B급 영화든, 포르노든 상관없이 소설에다 가져다 쓸 수 있는 형식이란 형식은 마구잡이로 차용”하는 종횡무진의 서사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기실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이 소설의 재미는 기성권력에 대한 통쾌한 복수의 서사와 이를 능란하게 끌어가는 조혁신 작가의 풍부한 서사적 재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본과 권력에 대한 하층민들의 저항의 근원적 방법을 찾고자 작가는 퀵서비스 배달부인 배달부 군의 망명기를 배치하고 필리핀 반군과 만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리핀 반군의 투쟁 또한 자본이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우리시대의 싸움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작가는 잘 알고 있다. 이 소설은 우리시대 하층민들의 억눌린 서사를 대변하고 있는 조혁신 작가의 새로운 작품세계를 예고하는 작품이다. 이미 모든 도시에 편재돼 있는 자본주의의 도시 내부에서 펼쳐지는 하층민들의 새로운 서사를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다.
* 《작가의 말》
"전 좌파도 우파도 아니예요."
"그렇다고 자네가 중립이라고 생각하나?"
영화 《컴퍼니 유 킵》 중에서
몇 해 전 필리핀으로 건너가 반년을 머문 적이 있다. 출국 직전까지 나는 꼬박 3년을 생존권을 지키려고 싸웠다. 그 기간 동안 나는 1000일 가까운 날들을 조합사무실과 천막에서 농성하며 보냈다. 또한 세 번이나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고 해고 위협을 받았으며 후배 노조활동가와 함께 해고 결정을 받기도 했다.
필리핀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나는 매일 극심한 위경련에 시달렸는데, 그것은 아마도 지난 3년간의 스트레스와 몸을 돌보지 않은 데서 오는 후유증이었던 것 같다. 후유증이 꽤 컸던지 약을 사먹어도 약효가 듣지 않아 아픈 배만 부여잡고 방바닥을 데굴데굴 뒹굴며 칼로 도려내는 통증을 견뎌내야 했다.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한 달여가 지났을까…… 필리핀 친구 하나가 끙끙 앓고 있는 내 몰골을 보더니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다. 내가 사정을 말하자 그는 마당 구석구석에서 흔하디흔하게 자라고 있는 관목의 어린 잎사귀 세 잎을 따서 달여 마시라고 했다.
나는 그의 말대로 했다. 그랬더니 세상에나 놀랍게도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배앓이에서 벗어나자마자 나는 필리핀 땅에서 딱히 할 일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떠밀리듯 고향땅을 떠나온 처지라 읽을 만한 책 한권 챙겨오지 못했고, 주머니에는 한국으로 돌아갈 항공권 한 장만이 달랑 있을 뿐 여윳돈이 넉넉지 않아서 어디 한군데 여행을 다닐 형편도 못됐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동네 구멍가게인 ‘사리사리’에서 ‘산 미겔’(San Miguel) 맥주를 사다가 마셔대는 일뿐이었다. 나는 열대의 폭염이 쏟아지는 한낮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이 쏟아질 때까지, 더러는 스콜의 세찬 빗줄기가 들이치는 처마 밑에서 말보로 라이트가 필터까지 타 들어갈 때까지 홀짝홀짝 맥주를 마셔댔다. 참으로 무료하고 침울한 일상이었다.
그렇게 종잡을 수 없는 세월을 흘려보내다가 우연히 술자리에서 필리핀 친구 한명을 사귀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반군이 되어 정글 속에서 청춘을 불태웠던 사내였다. 나는 그에게 정글에서의 삶을 묻지 않았다. 그의 삶이란 말로 그려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묻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 날 나는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고 서로에 대해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한국에서 글을 썼던 것을 알게 된 그는 "작가든 기자든 글을 쓰는 사람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상을 글로써 보여주는 존재"라며 나를 격려해 주었다. 그날 이후 나는 그를 다시 만나지 못했으나 그가 내게 건넸던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상을 글로 보여주는 존재”라는 말은 이상하다시피 내 뇌리 속 깊이 뿌리박히게 되었다. 어쩌면 그것은 내 평생의 화두가 될지도 모른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낮에는 돈벌이를 하러 일을 나갔고 밤에는 옥탑 자취방에 틀어박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소설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비주류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비주류란 임금노동으로 살아가는 기본계급들뿐만 아니라 자본과 권력에 의해 육체 및 정신적 소외를 받고 좌절하는 모든 사람들인데, 적어도 그들은 한국 자본주의에서는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비극적 존재의 삶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그들 당사자에게는 너무나 억울한 일이었다. 그들은 자본주의에서 깨지고 터지고 일터에서 쫓겨나고 짐승처럼 일하다가 죽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순간 나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떠올렸다. 비극적 삶을 희극적으로 그리고 자본주의를 희화하며 자본주의의 심장을 찌르는 이야기들을 말이다. 비주류들이 다시 자본과 ‘맞짱뜨는’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이 소설에서 자본가, 권력자, 관료, 권력기관, 어용언론, 어용학자, 극우 파시스트 등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을 한데 싸잡아서 조롱하려고 했다. 그 거대하고 셀 수도 없는 괴물들을 조롱하고 비아냥거릴 수만 있다면 형식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것이 만담이든, 만화든, 판타지든, 무협지든, B급 영화든, 포르노든 상관없이 소설에다 가져다 쓸 수 있는 형식이란 형식은 마구잡이로 차용해왔다. 전통적인 소설문법도 무시했고 사건의 인과관계라는 낡은 사슬도 끊어버렸다. 문학성? 철학적 사유? 사실주의? 대중성? 뭐 이런 것들은 애초부터 개한테나 던져주었다. 그러다보니 결국 내 소설은 마구잡이 잡탕 섞어찌개와 같은 것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소설에 대해 만족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에게 앞으로 닥칠 일들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배달부 군 남매와 마피디, 잊혀진 전사 등이 풀어놓을 이야기들은 우리들의 몫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앞으로 펼쳐질 그들의 이야기가 진짜 알짜가 되어야 한다.
이 소설을 쓸 수 있게 영감을 주고 도움을 준 내 친구에게 깊이 감사한다. 이제 당분간 고요 속에 잠겨 있어야겠다.
2014년 3월 인천 근처에서 조혁신
기본정보
ISBN | 9788993038149 |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3월 10일 | ||
쪽수 | 310쪽 | ||
크기 |
142 * 210
* 30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작가들 소설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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