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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 김길녀 시집

애지시선 98 | 양장
김길녀 지음 | 애지 | 2021년 05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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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ISBN 9788992219990(8992219997)
쪽수 134쪽
크기 129 * 196 * 17 mm /246g 판형알림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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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시와비평≫으로 등단한 김길녀 시인이 2013년 발간한 세 번째 시집 『푸른 징조』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네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우리 생의 만남과 이별, 사랑과 죽음의 파동 속에서 또 다른 차원으로 조용히 날개를 펼치는 시세계가 오롯이 담겨 있다. 만만찮은 세상, 가볍지 않은 고요가 쌓이는 오늘과 어제를 직관하는 섬세한 감각과 깊은 서정은 간절함을 이끌고 ‘다시, 푸른 징조’로 미학적 세계를 넓혀간다.
시집 곳곳에 출몰하는 ‘사과나무’ ‘옛집’ ‘빈터’ ‘돌담’ ‘고궁’ ‘돌아가신 엄마’ ‘무덤’ ‘이국에서 만난 사람’ ‘적도의 석양’ 등의 이미지들은 “신의 영혼을 가득 품은 연두와 함께/절박한 기도가 담긴 초록 오로라를 기다리”는(지금,) 시선으로 소환되면서 애틋한 그리움과 생명성으로 차용되고 있다. 특히 “태풍으로 줄기만 남은 사과나무/무슨 이유로 이파리가 돋고 꽃이 피어/잊힌 이름과 얼굴을 데리고 오는가”(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 이라거나 ”불온한 시간의 벽을 넘어온/이파리 무성한 나무의 생애를 무조건/기억해야 하리라“ (관찰자 시점) 라는 구절에서 보여지듯 시인이 몹시 애정하는 나무 혹은 식물성 이미지는 곧잘 폐허에서 더 푸르게 자라는 숲의 이미지로 나아간다.

박승민 시인은 발문을 통해 이번 시집에서 “보들레르에게 바치는 헌사(獻辭)이기도 한 「보들레르와 함께 포도주를 마시는 저녁」은 강렬한 색조가 분위기를 압도하면서도 미문(美文)의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는 백미”이며 “이 시는 일단 “적도”의 “붉게 타오르”는 석양으로 장엄하다. 그 장엄함은 “폐허의 사원에서 뜨거운 햇볕 받아 푸르게 푸르게 피어나”면서 바다에서 육지로 발화점은 넓어지고 강렬함은 더해진다. 그리하여 “일만 칠천 개 섬 곳곳에서 핏빛과 분홍 더러는 황금빛 햇살 부스러기로 쓰러지며 먼 바다 심해”를 물들인다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김길녀 시인은 이번 시집 출간을 앞두고 지난 2021년 5월 12일 오랜 병고 끝에 우리 곁을 떠났다. 향년 58세. 정성껏 세상과 삶을 대하며 살아왔으며 마지막까지 시를 놓지 않고 시인으로 살다간 시인. 그동안의 병고를 털어버리고 무시무종의 세계에서 영원한 자유를 환하게 누리시길 빈다.

작가의 말

남루하지 않아서 더 슬픈 누군가의
생애를 들여다보는 한낮
게으른 한 생이 더 느리게 흐른다

2021년 봄
김길녀

목차

제1부
반성 오후의 사과나무 - 봄/ 박물관에서 만난 여자/ 마지막 목련제/ 성채/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 우요일의 골짜기/ 폭설/ 지금,/ 더러는,/ 여행자의 일기/ 만첩홍도
제2부
그 남자와 앵무새/ 누구신가,/ 식물원 호텔/ 소년에게/ 오후의 사과나무 - 여름/ 이상한 나라의 낭독회/ 여자들이 살았던 거리/ 관찰자 시점/ 가을을 맞이하는 자세/ 묘지 박물관/ 지워지는 집/ 돌이 된 공주/ 그날의 하루를 만난 오늘 하루/ 아버지의 꽃밭/ 장소의 탄생/ 먼 땅에서 오고 있는,/ 이국에서 만난 사람/
제3부
탈고되지 못한 왕궁의 비밀/ 묵호에 있다/ 손수건 한 장의 대서사시/ 책도둑 다락방에서 만난 유령의 자서전 -영화〈책도둑〉후기/ 자작나무 상자에 스민 그믐밤 달빛/ 사육사의 일기/ 오래된 악기 - 홍혜선님/ 보들레르와 함께 포도주를 마시는 저녁/ 2014년 1월 12일 일요일의 일기/ 창덕궁 문지기/ 늦은 편지/ 서정춘 연애학 개론/ 석골사의 봄/ 현모양처
제4부
김영태 시인께 부치는 늦은 엽서/5 베르나르 포콩의 사랑의 방/ 홍수영의 서울오감도/ 낙운재樂雲齋/ 사이 미학/ 간단하지 않은 식사/ 수목장 산책/ 묘비명 - 미완성 교향곡, 1964/ 기우뚱 - 희인에게/ 절구/ 11월/ 3호선 홍제역/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또라자 마을에는 ‘똥꼬난’이 있다/ 한때의 기억을 현상하다/ 적도 근처에 처소가 있다

추천사

황인숙(시인)

그래, 시가 이래야지. 내가 잃어버린 것도 잊고 있던 원초적 시심도 고즈넉이 함초롬히 꽃 피우는 시집이다. 떨림과 설렘으로 술렁거리는 사랑 깊은 초록 눈빛 같은 시편들.
“남루하지 않아서 더 슬픈 누군가의/생애를 들여다보는... 더보기

권선희(시인)

친구 길녀네 과수원에서 머위 새순을 끊다가 지난해 밤송이에 오른쪽 가운뎃손가락 끝을 찔렸다. 만만한 것이 성을 냈다. 곪은 자리에 노란 양지꽃 고름이 찼다. 시를 읽는 봄 내내 만만찮은 세상에 Fuck you!를 날렸다. ‘... 더보기

책 속으로

어쩔 수 없이 버리고 간
귀하의 가을을 만나러 가는
시간은 하루 한번
아침이 시작되기 전입니다

삐걱거리는 통나무 대문
밀치고 들어가서 빈집의 지난밤
안부를 살피며 익어가는 모과
한 번쯤 만져보는 게 전부입니다

공가라는 노랑 종이 탄탄하게 붙은 돌담
저물녘 귀하가 서성거리던
꽃밭에는 지금 과꽃이 한창입니다
굴착기 큰 입으로 뜯어내기 전
노래 속 누이 찾듯이 어느 날
불쑥 하양 대문 밀치며 오시겠습니까

오래전 떠났던 여행길
이름 모를 신전 기둥에 기대어
들려주던 그 문장
그네에 앉아 들려주시겠습...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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