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는 허수아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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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전문기관 추천도서 > 문학나눔 선정도서 > 2020년 선정
시인은 시집의 ‘시인의 말’에서 “시의 촉수를 자극하는 장면을 만나면 사진에 담고 거기에 담긴 기억과 느낌을 소환하여 시를 썼다.”고 말하고 “시와 사진의 혈맥이 섞여 한 몸이 되는 방식”임을 밝히고 있다. 디카시의 의미규정과 부합되는 대목이다.
시인은 사소하게 보이는 일상에서 소재를 취하여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사진과 시로써 이를 형상화하고 있다. 가령 싸움닭에게 싸움을 시키고 이를 팔짱끼고 지켜보는 사진에서 피 흘리는 한반도를 그려낸다거나, 봄이 되어 쉬고 있는 도끼자루에 나팔꽃 덩굴이 감아 오르는 장면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빚어내는가 하면, 주변의 동식물 사진으로부터 나와 우리의 정체성을 묻기도 한다.
공광규 시인은 복효근의 이러한 작업을 보고 “복효근의 시적 재능과 기량이 디카시에 와서도 꽃을 피우고 있다. 그의 디카시는 비유적이고 암시적이다. 시사적이고 정치적이다. 우화와 철학이 공존한다. 재미있다.”고 말하고 “한국 디카시는 복효근에 의해 비약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디카시가 교과서에 소개되고 아이들의 창의력을 새롭게 펼쳐 보일 수 있는 창작활동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에 비추어 시인의 이번 시도는 디카시를 쓰고자 하는 학생들은 물론 시적 자기표현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한 전범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작가정보
1991년 계간 시전문지 ≪시와 시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목련꽃 브라자』, 『마늘촛불』, 『따뜻한 외면』, 『꽃 아닌 것 없다』, 『고요한 저녁이 왔다』 등이 있으며 시선집 『어느 대나무의 고백』과 청소년시집 『운동장 편지』, 교육 에세이집 『선생님 마음 사전』을 출간하였다. 편운문학상, 시와 시학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 한 바 있다. 작지만 야무진 시를 쓰자는 시 창작 동인 〈작은 詩앗 채송화〉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남원 대강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작가의 말
시의 촉수를 자극하는 장면을 만나면 사진에 담았다.
거기에 담긴 기억과 느낌을 소환하여 시를 썼다.
시와 사진의 혈맥이 섞여 한 몸이 되는 방식이다.
사소한 일상에서 시를 발견하며
세상엔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의미 있는 일이었으며
발견과 깨달음의 작은 기쁨들이 함께하였다.
2020년 연두빛에 싸여 범실에서
복효근
목차
- 제1부
오리가 오리여야 하는 이유/ 책에 나와 있지 않은 것/ 닭싸움/ 부부송/ 나비 담장/ 죄인/ 오일장 가는 길/ 돌아가는 길/ 나비의 경우/ 장미와 거미/ 노인보호구역해제/ 허수아비는 허수아비다/ 세상의 모든 새끼
제2부
OK/ 참개구리/ 예물/ 봉인/ 60촉 별/ 어떤 평화/ V/ 초능력이 생긴다면/ 자서전/ 사랑/ 꽃이 피는데/ 없는 새가 아름답다/ 적막/ 아날로그/ 택지분양
제3부
어머니 생각/ 동작 그만/ 보은/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공존의 방식/ 봄/ 사막에서 온 편지/ 깔창/ 숟가락의 용도/ 모자/ 두부찌개가 끓는 시간/ 자화상/ TOP/ 자매
제4부
퍽큐와 부처/ 쓰고 싶은 전설/ 연민/ 청개구리/ 어머니1/ 어머니2/ 기다림/ 갈매기의 꿈/ 달팽이/ 가족/ 찬란/ 넥타이/ 빨래집게
추천사
-
복효근의 시적 재능과 기량이 디카시에 와서도 꽃을 피우고 있다. 그의 디카시는 비유적이고 암시적이다. 시사적이고 정치적이다. 우화와 철학이 공존한다. 재미있다. 싸움닭 두 마리가 서로 목깃을 세우고 노려보는 광경과 닭싸움을 부추기고 지켜보며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을 통해 한반도 분단현실을 환기시킨다. 우연이겠지만 조류도감에서 곤줄박이 그림을 보고 있는데, 곤줄박이가 마침 도감에 와서 앉는 상황을 통해 실재가 책 밖에 있다는 오래된 철학적 문제를 실증한다. “물에서 헤엄치지 않으면 우리를 돼지로 안다”는 오리와 “날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삶은/꿈꾸지 않는다”는 갈매기의 우화적 대사가 일품이다. 장수의 동상 칼날 위에 앉아 있는 비둘기와 나팔꽃 덩굴이 감고 올라간 녹슨 도끼날을 통해 평화를, 갈라진 시멘트 틈에서 자라 꽃을 피운 고들빼기에서 어렵게 산 사람의 자서전을 읽는다. 잠자리 두 마리가 엉겨 교미하는 장면을 하트모양으로 절묘하게 잡고는 “서로에게 뿌리 내리는 것”이 사랑이라고 정의한다. 풀잎에 다닥다닥 맺혀있는 이슬방울에서 예물인 팔찌나 목걸이를 발견하는 눈이 맑고 아름답다. 한국 디카시는 복효근에 의해 비약하고 있다.
책 속으로
오리가 오리여야 하는 이유
엄마, 우리 안에서 놀아도 먹을 것 주잖아요
추운데 꼭 물에 들어가야 돼요?
물에서 헤엄치지 않으면 우릴 돼지로 안단다
그러면 좀 어때요?
그러면 우리가 꿀꿀하고 울어야 하는데 그럴 자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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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싸움
싸움닭 두 마리가 목깃을 부풀리고 서로를 노려보는 풍경 저쪽
짝다리 짚고 지켜보는 사람들 있다
싸움으로 흥정하고 챙기는 사람들 있다
피 흘리는 한반도가 어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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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
스승의 날 바카스 한 병 받았네
캔 커피 하나 받아도 뇌물이 되는 세상에서
정작 나를 죄인으로 만든 것은
잘 기억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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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뭐 어때유
괜찮아유
당신 손을 또 감싸 안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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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는 허수아비다
허수아비 같다는 말처럼이나
나를 두고 사람 같다는 말도 하지 않았으면 해
이래봬도 난 진짜야
진짜 허수아비
기본정보
ISBN | 9788992219907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6월 20일 | ||
쪽수 | 128쪽 | ||
크기 |
128 * 195
* 15
mm
/ 236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애지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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