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자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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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리처드 코치(Richard Koch)
베인&컴퍼니의 창립 멤버이자 파트너였으며, LEK컨설팅을 공동 창립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컨설턴트로도 활동했다.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룩셈부르크와 영국의 벤처캐피탈 회사 등을 포함한 5개의 우수 벤처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가이자 14권의 책을 쓴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하다. <80/20 법칙>은 한국을 비롯, 세계 각국에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그 외 <80/20 세계를 지배하는 자연법칙> <팀장에서 CEO까지 전략을 재점검하라> <스마트 전략> <스마트 리더십> <중소기업에서 대기업까지 전략을 재점검하라> 등의 책들이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되었다.
크리스 스미스(Chris Smith)
최근까지 영국 하원의원이었고 문화언론체육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케임브리지대학교 펨브로크 칼리지의 명예연구원으로, 여러 개의 주요 미술 단체를 이끌고 있다.
채은진
서울여자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다 빈치의 유산>
><권력과 광기><찬재 파티시에, 프랑스 요리의 왕; 앙토넹 카렘 평전><아인슈타인, 신(神)이 선택한 인간><누가 달을 만드었는가><인류의 조상을 찾아서><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등이 있다. 또한 <여성에게 물어라><변호사처럼 설득하라><그레이 매터스>
저자(글) 크리스 스미스
번역 채은진
목차
- 머리말
01 서구의 정체성
유럽에 담긴 뜻 | 미국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 서구는 어디를 말하는가 | 서구는 진정 존재하는가 | 서구의 정체성이 의미하는 것 | 결론
02 크리스트교
크리스트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나 | 가장 혁신적인 신종교
변화와 개혁 | 신은 죽었을까 | 거짓 그리스도의 부활? | 결론
03 낙관주의
낙관주의의 근원은 무엇인가 | 낙관주의의 퇴각과 부활 그리고 절정 | 낙관주의는 죽었을까 | 낙관주의자들의 반격은 계속된다 | 결론
04 과학
과학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나 | 서구가 과학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이유 | 과학과 신의 관계 | 인간에게 있어서 과학의 의미 | 과학은 성장을 계속한다 | 무엇이 문제였을까? | 서구는 과학과 결별했는가 | 과학에 대한 믿음이 상실되면? | 세 가지 길 | 결론
05 성장
서구는 어떻게 자동적인 성장을 이루었을까 | 성장통은 필연적이다 | 새로운 경제체제가 의미하는 것 | 환경친화적 경제가 필요하다 | 개인화된 경제의 두 가지 부정적 측면 | 결론
06 자유주의
서구 자유주의 사회는 어떻게 등장했는가 | 현대정치의 탄생 | 20세기 자유주의에 닥친 위협 | 외부의 적이 가하는 위협 | 자유주의가 자초한 다섯 가지 위협 | 결론
07 개인주의
개인주의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 서구의 개인주의가 특별한 이유 | 개인화된 사회의 문제 | 개인화된 사회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 결론
08 서구와 그 밖의 세계
서구보편주의의 의미 | 자유주의적 제국주의가 지닌 뜻 | 세계는 미국화가 될까 | 시나리오 | 세계시민주의가 끼치는 영향 | 공존과 유인이 필요하다 | 결론
09 자멸은 불가피한가
크리스트교 | 낙관주의 | 과학 | 성장 | 개인주의 | 자유주의 | 새로운 서구문명에 대한 접근 | 서구의 비전은 실현될 수 있을까? | 결론
감사의 글
책 속으로
개인의 자살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끝내는 일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문명의 자멸은 스스로 그 문명을 끝내는 일이다. <챔버스Chambers 사전>에서는 자살을 "종종 비의도적으로 스스로 몰락을 불러오는 일"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우리가 말하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서구의 자멸은 바로 이런 의미이다. 외부의 적 때문이 아니라 서구인들이 하는 일과 하지 못하는 일 때문에 거대한 문명이 우발적으로 종말을 맞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_본문 17쪽
세계적인 종교들은 모두 사회 정의를 강조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모든 신앙 가운데 초기 크리스트교는 가장 급진적이고 평등주의적이고 포괄적이었으며, 사람들 사이의 모든 장벽뿐만 아니라 개개인과 신 사이의 장벽까지도 허물었다. 서구문명이 유일하게 노예무역과 노예제도를 자발적으로 폐지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서구문명은 최초로 기근을 없애고 때 이른 죽음을 거의 정복했으며, 최초로 시민들을 위해 사회지원 체제를 세우고, 최초로 일반 남성들에게, 후에는 여성들에게도 자유와 평등을 부여했다. 또한 서구문명은 최초로 인종이나 피부색, 장애, 성적 취향에 따른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시작했다. _본문 71쪽
서구문명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걸어가기가 좀 더 쉬운 한쪽 길을 따라 내려가면 냉소주의와 지독한 이기주의, 무관심, 권력의 재집중, 공격성 등이 눈앞에 놓여 있다. 이 길은 무정부주의에서부터 신 파시즘, 환경 파괴, 새로운 미 제국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형태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들은 모두 서구문명을 종말로 인도할 것이다. 유럽과 미국 사람들이 수백 년 동안 꿈꾸고 양성하고 근접한 민주주의와 개인주의 이상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서구문명을 자멸로 이끄는 요인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서구인들 자신이다.
다른 한쪽 길을 따라 내려가면 용기의 회복, 서구인들 스스로와 서구 문화에 대한 확신, 미국 내와 유럽 내, 유럽과 미국 간, 다른 유럽인 정착지들과의 단결, 책임감 있는 수많은 개인들이 권력이나 맹목적인 전통 신념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노력, 낙관주의, 이성, 연민, 평등, 개인주의, 상호 동일성 등 스스로 발견하고 스스로 인정한 속성들을 통해 한데 뭉친 사회와 문명이 기다리고 있다. 이 길은 잘 포장되어 있고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다. 이 길을 걷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여행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 _본문 312쪽
출판사 서평
그 누구도 서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왜 서구는 스스로 몰락의 길을 향해 가는 것인가?
▣ 여섯 가지 키워드로 살펴본 서구 문명의 발달과정과 미래
이 책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서구의 가치관과 문명의 역사를 살펴보고 그 가치관들이 지닌 의미, 인류의 의식과 삶에 끼친 영향을 고찰한 뒤 2,000년 동안 이어져 온 서구의 문명과 가치관이 과연 미래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혹은 아예 존재 자체가 멸망할지에 대해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서구를 이끌어온 가치관으로 크리스트교, 낙관주의, 과학, 성장, 자유주의, 개인주의를 들었다. 이 여섯 가지 가치관은 서로 맞물리고 서로 영향을 끼치면서 지난 2,000년 동안 전 세계 역사를 끌어왔다.
각 가치관의 의미, 태동의 배경, 변천의 역사, 인류의 삶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고 현재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향후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의 전망을 밝혔다. 이를 통해 서구문명이 지속될 것인지, 멸망할 것인지를 고찰했다. 나아가 지속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자멸의 길을 걷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를 살폈다. 또한 멸망의 길을 걷지 않기 위해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를 제안했다.
▣ 서구의 의미
이 책에서 말하는 서구는 지리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유럽과 북아메리카, 호주와 뉴질랜드이다. 즉 유럽 문명을 뿌리로 한 국가들이다. 여기에는 동유럽도 포함되나 라틴아메리카는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로 의미하는 서구는 서유럽과 미국이다.
▣ 자멸의 의미
자멸Suicide은, 서구사회 내의 모순을 해결하여 서구의 이상을 보존하는 데 실패한다는 의미이다. 몰락Decline과 다르게 쓰였음에 주목해야 한다. 몰락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한 국가(혹은 문명)가 망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자멸은 내부적인 요인으로, 스스로 멸망한다는 뜻이다. 자살과 비슷한 의미로 보면 된다.
이 책에서의 자멸의 실제적인 의미는 “서구사회가 생태적으로 자멸하거나” 아니면 “여섯 가지 서구 가치관을 핵심으로 하지 않는 또 다른 문명으로 변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세기부터 싹트기 시작해 지난 20∼30년 사이 뚜렷해진 서구사회의 부정적 경향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서구사회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즉 역사적인 목표나 이상과 다른, 그리고 수백 년 동안 가까워진 현실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 서구 문명의 소멸
서구문명은 과거나 현재의 다른 문명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서구문명이 차별적이고 보다 성공적인 이유는 깊이 뿌리박혀 있는 사상과 그 사상이 이끌어내는 행동 때문이다. 서구문명의 중심에는 지칠 줄 모르고, 자기향상적이고, 낙관적이고, 합리적이고, 자제력 있고, 어떤 의미에선 이상주의적인 개인, 멈춰 있지 않으며 자신과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믿는 개인이 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기향상적이고 자부심과 책임감이 있는 개인, 자유주의 공동체에 뿌리를 두고 그 공동체에 사명감을 갖고 있는 개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서구 사람들이 이전 세대보다 못한 것은 아니다. 도덕적인 행동이 쇠퇴하기는커녕 오히려 진보했다고 말할 수 있다. 서구 전역에 걸쳐 현재 소수집단이나 여성에 대한 차별은 줄었고 빈민에 대한 원조는 늘었다. 아동과 동물에 대한 학대는 줄고 환경에 대한 관심은 늘었다. 공공연한 인종차별과 해로운 민족주의는 줄고 광범위한 자선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늘었다. 인구에 대비해 볼 때 서구 사람들이 살생하는 동포 및 적의 수는 이전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다.
그러나 서구의 사상이 변화했으며 특정한 핵심 사상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거의 무너졌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서구 사람들이 더 이상 믿지 않는 사상이 서구문명의 이례적인 성공을 가능케 한 원인이라면 서구는 지금 심각한 곤란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사실을 입증한다.
즉, 서구문명을 멸종으로 몰아가고 있는 경향을 저지하고 전환시킬 수 있는지, 아니면 그러한 경향이 구조적으로 불가피한지 짚어보는 것이다. 이렇다 할 이유가 없는데도 자멸이 불가피한 경우가 종종 있다. 자멸은 순전히 자신에 의해,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생각과 보다 ‘분별 있는’ 현실관의 불화로 인해 일어난다. 자멸을 피하는 유일한 길은 우리 자신을 생각하는 방식을 재건하는 것인데 이는 아마도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 네 가지 질문
서구문명은 과거나 현재의 그 어느 문명보다도 번성했다. 특히 경제, 군사 및 정치 분야, 과학 기술 분야, 학술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보인 서구는 시민들의 건강과 부, 수명 연장에도 큰 공헌을 하여 인간의 행복을 끌어올렸다. 명백하고도 심각한 수많은 잘못들에도 불구하고 서구 문명은 인간 생명의 신성성과 존엄성, 모든 구성원의 교육, 기회의 균등, 개개인의 자유와 능력 발휘, 인류의 본질적 평등과 형제애, 개인 및 단체에 대한 편견 제거, 과학 및 학술 증진, 보다 값싸고 편리한 상품 개발, 그리고 고통 구제의 중요성을 다른 문명들보다 한층 부각시켰다. 이러한 문명의 기준들을 놓고 볼 때 그 어떤 문명도 서구만큼의 성과를 이룩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모든 성공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서구에 만연해 있는 자신감 상실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서구의 자신감을 뒷받침하던 여섯 가지 성공 요인은 한 세기 동안 지속적인 공격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러한 개념들은 더 이상 서구를 고무하거나 단결시키지 못하며 개개인이 무의식적으로 공동 작용을 하는 데 필요한 믿음을 주지도 못한다.
위대한 문명이 단지 외부의 적들 때문에 무너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로마제국은 이방인들의 도전을 받기 전에 이미 퇴폐하고 분열되어 있었다. 히틀러가 독일의 인도적이고 민주적인 문명을 파괴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문명의 옹호자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서구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위협은 내부의 분열과 결함이다. 서구를 특별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요소를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냉소와 비관론, 무심함이 가득할 뿐이다. 이대로라면 집단적인 자멸은 불 보듯 빤한 일이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네 가지다. 1)서구 문명에 특별한 점이 있는가? 2)서구 문명이 그토록 번영한 이유는 무엇인가? 3)서구 문명이 왜 현재는 위협받고 있는가? 4)서구 문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여섯 가지 키워드
1. 크리스트교
서구의 성공과 부절제, 실패에 있어서 크리스트교만큼 중요한 요인도 없다. 크리스트교는 고대 세계를 세우고 천상과 지상의 관계를 변화시켰으며 현재까지 서구인의 생활양식과 인격을 정의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크리스트교는 세계 최초의 개인화되고 행동주의적인 자기수양 운동이었다. 모든 서구인들이 크리스트교도나 불가지론자, 무신론자 심지어 다른 종교 신자들도 비서구인들과 다르게 세상을 보고 행동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또한 이는 서구가 지구상의 다른 40∼50개 문명보다 성공한 이유이기도 하다.
크리스트교는 몇 가지 행동효과를 남겼다. 1)개인의 책임, 2)그리스도의 힘을 통한 변화, 3)약자에 대한 원조, 4)저주받은 이들의 구원 또한 변화와 개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근세기 들어 “신은 죽었다”는 사상이 출현했으며 크리스트교 내의 분열은 오늘날 서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분열의 축도라고 볼 수 있다.
초기 크리스트교의 자유로운 정신, 내적 자아라는 개념의 도입, 개별화와 권력에 대한 거부와 개인 관계에서의 사랑을 강조하는 태도, 학대받는 이들에 대한 연민과 평등 요구, 자기수양과 자기개선 장려 등은 서구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 서구를 분열시키고 나아가 세계를 분열시켰다. 그리하여 내부에 더욱 강하게 존재하는 위협으로 남아 있다.
2. 낙관주의
서구문명이 시작된 후 20세기 초까지 서구 역사를 지배한 것은 한 가지 사상과 한 가지 현실이었다. 그것은 바로 인류에 대한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낙관주의와, 끊임없이 세계를 개선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확신이었다. 낙관주의는 행동주의로 이어졌다. 그 행동들은 자연세계에 대한 이해와 통제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낙관주의는 언제나 두드러지는 서구의 특징이었다. 서구 낙관주의의 중심에는 서로 얽힌 세 가지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자율성의 신화, 두 번째는 선(善)의 신화, 세 번째는 진보의 신화다. 그러나 이 낙관주의는 비관주의로 변했고 신과 인간의 박애가 이루는 조화를 파괴했다. 또한 인간의 자율성과 선 그리고 서구문명의 진보에 대한 믿음은 일련의 사회적 격변과 그에 대한 반응으로 인해 깨져버렸다.
서구의 성공은 대체로 낙관주의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런데 현재 낙관주의의 뿌리는 시들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서구가 다시 낙관주의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이론적 실제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이 이루어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3. 과학
서구가 현재 기술, 혁신, 생활수준, 군사력 면에서 다른 문명들보다 훨씬 우위에 있게 된 요인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과학의 성공이다. 1900년 이후 과학적 성과는 이론적인 의미에서도 실제적인 의미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원대해서 자연과 우주에 관한 6세기에 걸친 놀라운 발견들을 빛내주었다. 과학적 성과 및 발견에 있어서는 압도적으로 서구가 우세했고 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900년까지 과학적 진보는, 단순한 종교적 세계관이 보다 정확하면서도 마찬가지로 단순한 과학적 설명으로 대체되어 세계를 이해하기가 점점 더 쉬워질 것이라는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은 부정적 영향을 안겨주고 있더. 지구의 물과 공기, 토양을 오염시키기 시작했으며 온실효과와 오존층 파괴, 지구 생태계 파괴,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그리고 핵무기와 생화학무기의 놀라운 확산 등이 모두 과학의 산물이었다.
완전히 발전된 형태의 과학은 서구의 현상이다. 과학의 근원에는 다른 두 가지 서구 사상, 즉 크리스트교의 완벽하고 전능하고 합리적인 창조주에 대한 믿음,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낙관주의의 자극이 있다. 그러나 과학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20세기 과학과 유행하는 생각들이 바로 이 두 가지 사상에 대한 믿음을 손상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문명은 바로 합리성과 과학에 달려 있다.
4. 성장
약 200년 전부터 서구의 경제성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1750∼1820년 사이 영국이 기계시대로 들어서면서 인류는 눈부신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 증기기관 및 산업과 함께 성장은 급속하게 서구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1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경제성장은 서구에 세계 지배권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성장을 통해 인간은 길고 안전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고 인구와 생활수준도 크게 증가했다. 산업 성장은 사회를 일으키고, 그 사회를 새로운 계급들로 나누고, 그들을 도시에 집중시키고, 시골을 더럽히고, 지구를 파괴하고, 인간의 정신을 고갈시키고, 전례 없는 권력 집중화에 일조했다.
자동적인 경제성장은 서구에서 시작되어 전례 없는 인구 성장과 수명 연장, 부의 증가를 이끌어냈다. 산업 성장은 곳곳으로 확산되어 마찬가지로 즉각적인 이익을 불러오고 있지만 지구에 막대한 손상을 초래하고 있기도 하다. 오늘날 서구는 산업자본주의에서 개인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개인화된 경제로 방향을 틀었다. 이제 유일한 희망은 전 세계적으로 산업자본주의가 개인화된 경제로 대체되는 것뿐이다. 현재로서는 이런 일이 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성공적으로 개인화된 경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곧 서구의 가치관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단지 서구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서구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5. 자유주의
모든 서구사회는 자유주의 원칙과 제도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 비서구사회에서는 이런 경우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서구사회가 자유주의적인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며, 자유주의는 서구의 고유 역사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자유주의 사회는 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자유정신과 공평함, 모든 시민에 대한 존중이 있는 사회다. 자유주의 문명은 다른 문명에 비해 인간 생명의 신성과 존엄, 모든 구성원의 교육, 기회의 균등, 개인의 자유, 과학과 예술 장려, 모든 인류동포의 본질적 평등을 훨씬 더 중요시한다.
이처럼 서구 자유주의 문명은 다른 문명에 비해 훨씬 큰 이익을 시민들에게 제공해준다. 20세기에 서구 자유주의는 서로 경쟁하는 세 가지 이데올로기(민족주의, 파시즘, 공산주의)의 도전으로 거의 사멸할 뻔했다. 현재 자유주의에 대한 외부의 위협들 -이슬람 혁명주의와 수많은 형태의 테러리즘- 은 서구에서 대중적인 호소력을 거의 지니고 있지 못하며 군사적으로도 약하다.
그러나 자유주의 문명은 그 성공과 외부의 적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무시무시한 위협을 받고 있다. 가장 심각한 위험들은 모두 자유주의 문명이 자초한 것이다. 20세기 자유주의 어젠다가 서구 시민들의 안전과 복지, 자유를 놀랍도록 효과적으로 증가시켜주었지만 현재 자유주의는 과거에 비해 훨씬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인 실천과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6. 개인주의
서구의 중심적 특징은 개인주의다. 개인주의는 크리스트교에서부터 르네상스, 종교개혁, 현대경제 및 현대사회의 성장에 이르기까지 서구 역사를 관통하는 모티프다. 서구의 개인주의와 비슷한 뿌리는 다른 어떤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개인화된 사회의 문제는, 공동체를 약화시키고 개인의 중압감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전통적이고 중앙집권화된 사회는 제도와 권력 관계, 뚜렷한 역할,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정체성을 통해 움직인다. 개인화된 사회는 전혀 다르다. 사회가 개인화되고 우리가 가족, 친구, 이웃, 클럽, 교회, 조합, 공동체집단 등과 단절될수록 ‘사회 자본’이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보여준다. 정신적 건강과 경제적 성공의 중요한 요소인 신뢰는 우리가 서로에게 낯선 사람이 되어갈수록 붕괴된다.
개인화된 사회는 자유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지시되거나 자동으로 결정되던 어려운 선택을 우리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개인주의는 서구의 성공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였고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그렇다. 개인주의는 서구의 도덕적 가치관과 낙관주의, 과학, 정치적 안정, 경제적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주의의 위험요소들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 계급사회에서 개인화된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개개인은 개인적인 상호관계와 지역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계급사회의 종말이 개인적 성공에 대한 피해의식과 냉소주의로 귀결된다면 서구는 더 이상 서구로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세계의 미국화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미국의 활발한 국제적 지휘와 개입이 더 필요한가? 전 세계의 맥도널드화가 더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때때로 세계의 미국화는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을 만한 방식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보스니아 사람들을 집단학살로부터 구하기 위해 개입한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세계의 미국화는 인도주의적인 중재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세계은행, GATT, IMF 등 미국이 주도하는 수십 개의 국제기구들이 그리는 것은 대체로 미국의 양식을 따르는 경제적·정치적·인도주의적 세계 질서다. 미국은 세계의 미국화를 위한 기반과 힘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완전한 미국화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제적·문화적 영향력이 계속해서 널리 퍼져나간다고 생각해보라. 필연적으로 강자에게 유리한 자유무역이 전 세계에 보편화된다고 생각해보라.
군사적·과학적·경제적 주도권을 바탕으로 미국은 새롭고 영속적인 문명을 이루게 될 것이다. 미국은 제국주의 로마만큼이나 무자비하게 세계의 대부분 혹은 전체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자멸은 불가피한가?
지난 2세기 사이 서구문명은 다른 어떤 문명도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었다. 바로 풍요로운 사회와 문화다.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모든 세대가 그 부모 세대보다 풍요로운 생활수준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중요한 자유의 풍요도 이루게 되었다.
서구문명은 많은 것을 소망했고 많은 것을 이룩했다. 그러나 서구문명은 막대한 성공을 가져다준 사상을 이제 단념해버린 것일까? 서구문명은 스스로 만든 한계에 부딪혀 실패하고 말 것인가? 서구문명은 훨씬 덜 매력적인 문명으로 변하기 시작하여 머지않아 훨씬 덜 성공적인 문명이 되고 말 것인가?
서구문명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걸어가기가 좀 더 쉬운 한쪽 길을 따라 내려가면 냉소주의와 지독한 이기주의, 무관심, 권력의 재집중, 공격성 등이 놓여 있다. 이 길은 무정부주의에서부터 신파시즘, 환경 파괴, 새로운 미제국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들은 모두 서구문명을 종말로 인도할 것이다.
다른 한쪽 길을 따라 내려가면 용기의 회복, 서구인들 스스로와 서구 문화에 대한 확신, 미국 내와 유럽 내, 유럽과 미국 간, 다른 유럽인 정착지들과의 감정적 단결, 책임감 있는 수많은 개인들이 권력이나 맹목적인 전통 신념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노력, 낙관주의, 이성, 연민, 평등, 개인주의, 상호 동일성 등 스스로 발견하고 스스로 인정한 속성들을 통해 한데 뭉친 사회와 문명이 기다리고 있다. 이 길을 걷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여행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
서구의 숙명은 모든 서구인들의 소망과 잠재력과 도덕성을 발휘함으로써, 그리고 인류를 매혹시킬 만한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인도적이고 자유롭고 풍요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9211438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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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출시)일자 | 2009년 01월 02일 | ||
쪽수 | 317쪽 | ||
크기 |
152 * 223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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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Suicide of the West/Richard Koch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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