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극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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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백승무
목차
- 서문
제 1장 고전과의 대화
나는 너다, 오이디푸스 : 「오이디푸스 18
고전주의, 레퀴엠: 「아마데우스」 31
몸과 말 사이를 떠도는 악령: 「악령 」41
포화된 형식의 성찬 : 「템페스트」 48
꿀발림 사탕의 체증 : 「휘가로의 결혼 」 54
삶의 산문화에 저항하라 : 「죄와 벌 」59
제2장예술의 존재론
거기, 예술에 삶이 있었네 : 「예술하는 습관 」68
숭고의 열락, 혹은 종말의 추억 : 「레드 」83
선과 색이 그린 사랑의 비극 : 「화장 」102
한 여배우를 위한 찬가 : 「고곤의 선물 」107
제 3장체호피이다
20세기로 가는 ‘큰길가에서’. : 「큰길가에서」 114
체호프로 가는 징검다리 : 「숲귀신」 122
스타니슬랍스키거나 말거나, 혹은 체호프도 저리 가! : 「갈매기 」127
코드네임 ‘오경택의 「벚꽃동산」’ : 「벚꽃동산」 137
제4장 역사적 삶, 삶의 역사
죽음의 입사의식 : 「돐날」 148
악의 기원과 기원 없는 애도 : 「전명출 평전 」159
아프지 않게 역사를 기억하는 요령 : 「야끼니꾸 드래곤」 172
무대에서 살기, 혹은 삶-연기 : 「아버지를 죽여라 2」183
동화와 역사의 이중언어 : 「브루스니까 숲 」189
제5장 삶의 이면과 배면
겉절이처럼 풋풋한 청춘 밴드 : 「청춘 밴드 」196
죽어 울고, 웃다 죽고 : 「마지막 여행 」202
아빠의 청춘, 그 광활한 풍유 : 「꽃마차는 달려간다 」212
리얼리즘의 틈, 틈의 리얼리티 : 「설해목 」218
집, 역사, 인생 : 「1동 28번지 차숙이네 」235
살갑고 따뜻한 칼잡이의 세계 : 「칼잡이 」242
제 6장 실존과 내면
불안은 영혼만 잠식하나? : 「주인이 오셨다」, 「내가 까마귀였을 때」 252
쏠 수 있다면 ‘내 심장을 쏴라!’ : 「내 심장을 쏴라 」267
21세기 악의 꽃 : 「루시드 드림 」274
제 7장 축제의 신명
경계지음, 너머 경계지움 288
시대의 토양에서 피어난 한 떨기 리트머스 303
미래는 아주 오래 지속된다 310
자유, 비상하다 319
자유 너머의 자유 328
책 속으로
비탈진 가시밭길
‘수수께끼-정체-운명’의 얼개에서 비롯된 숫자 3의 상징성은 무대 형식에서도 의미심장하게 드러난다. 텍스트에 의하면 오이디푸스는 생후 3일째 되는 날 버림을 받는데, 친부살해가 벌어지는 공간도 포키스와 보이오티아 사이의 좁은 삼거리였으며, 라이오스의 호위병은 또한 3명이었다. 고대 피타고라스 학파에서 짝수인 2, 4는 여성을, 홀수 3은 남성을 의미하는데, 오이디푸스(3)는 어머니 이오카스테(2)와 딸 안티고네(4) 사이에 끼인 수이자, 두 수의 평균수이다. 델포이 신전에서 "뼈를 준 아비를 죽이고, 살을 준 어미와 동침한다"는 신탁을 받고 괴로워하며 테베로 떠나고 있던 오이디푸스는 괴물 스핑크스의 재앙을 피하기 위해 델포이 신전으로 가고 있던 라이오스를 삼거리에서 만난다. 이 삼거리를 백묵으로 그으면 사람 인人자가 나타난다. 물체극 연출가 이영란의 기막힌 연상력! 오이디푸스의 첫 범죄가 시작되는 삼거리, 그리고 두 번째 범죄의 서막을 여는 ‘인간’. 스핑크스 앞에서 당당히 ‘인간’을 외치는 오이디푸스의 착각과 무지가 무대를 채우는 것이다. “너는 나를 볼 수 있느냐?” 이오카스테의 외침이 울려 퍼지는 곳도 바로 人자가 그어진 이 ‘착각과 무지’ 위에서이다. 인간 행세도 못한 짐승 같은 놈, 오이디푸스를 타박하는 이 준엄한 아이러니! 지워지지도, 씻기지도 않는 오욕의 무지를 징계하는 이 무서운 상징!
비탈의 원근감을 살린 삼각형 무대(무대디자인 이태섭)도 이 수수께끼 운명의 역설을 잘 구현해내고 있다. 산이 많은 그리스 지형과 신전이 서있는 언덕에서 따온 이 삼각형 무대는 금방이라도 미끄러질 듯한 불안감을 야기하면서 언제든지 불행의 굴레에 빠질 수 있는 인간의 유약함을 그려내고 있다. 주로 3명씩 등장하는 인물들이 이 삼각형 무대를 정으로, 혹은 역으로 배반해서 서있는 그림도 삼각형 상징과 인물간의 긴장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준다. 물론 서 있기도 불편한 이 삼각형 무대 때문에 배우들의 움직임이 지루할 정도로 경직되고, 격정이 목청 위주로 표현된다는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다. 반면 측면에 위치한 철판은 테베의 현실을 프리젠테이션하는 스크린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날카롭게 튀어나온 철못은 죽은 자의 시신 위에 꽂힌 묘비석을 위시해 전체적으로 테베 시민들의 위태로운 삶을 상징한다. 동시에 이는 오이디푸스의 눈을 찌르는 징벌용 못, 혹은 가시밭길 같은 주인공의 험난한 운명을 연상시킨다. 이 위태롭고도 절망적인 우측 절벽에서, 마치 동영상처럼 민중의 피폐한 삶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이 처참한 아수라장에서 오이디푸스는 두 차례 텅 빈 무대 좌측의 심연 속으로 이동을 한다. ‘탄핵’의 위험을 고지하는 크레온에 의해 신탁을 의뢰하러 티레시아스를 찾아가는 것이 그 하나이고, 자신의 정체를 결정적으로 깨닫게 되는 목동과의 대질을 위한 이동이 그 다음이다. 소란과 정적, 익명과 실명, 충만과 공허, 토착세력과 이방인, 집단과 개인, 세속과 탈속, 빛과 어둠 등으로 좌우가 양분되었던 비대칭적 무대는 이 상징적인 두 번의 움직임을 통해 의미론적으로 양가적 균형을 회복한다.
친부살해가 벌어지는 삼거리 협곡의 폐쇄적 공간감을 지향하는 이 무대 형식은 피할 수 없고 물러설 수도 없는 운명의 외길이란 강력한 상징성을 확보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미학적 과욕이 불어온 구조적 한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우측의 역동성에 비해서 좌측은 너무나 외면당했는데, 그 구성 전략이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우측 관객들의 시선이 상대적으로 왜곡되고 협소화되는 결점을 극복하지 못했고, 공간 의미의 다중성을 너무 쉽게 포기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또한 원일 음악감독의 연주공간이 이 위압적인 무대의 수직 상승력 때문에 밖으로 튕겨 나와버린 듯한 소외감이 들었는데, 기교와 효과 면에서 완벽한 예술성을 발휘한 그의 존재감을 고려해볼 때, 쇠를 불리는 풀무처럼 무대 안과 밖의 경계를 초월한 공간배치를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출판사 서평
1. 위기 시대의 연극비평에 대한 사유-위기를 돌파하는 연극비평
우리 시대는 연극의 위기를 넘어 그 위기의 만성화, 불감증화를 겪고 있다. 모두 위기를 말하면서도 그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생산하거나 그 대안을 실천하는 데는 인색하다. 공연(극작가/연출가)-비평(비평가)-감상(관객)으로 이어지는 공연예술 창작-수용 메커니즘은 상호호혜의 원칙과 상호견제의 원칙을 상실하고 빈곤의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인적?물적 자원뿐만 아니라 예전의 창조적 혈기와 예술적 집요함도 감퇴하고 있다. 게다가 영화의 급성장은 대중의 예술 체험기회를 독식하고 있고 그나마 공연예술에 할당된 소규모의 감상권조차도 뮤지컬의 등장으로 인해 편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장해서 말하면 이제 연극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소수의 컬트 문화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연극 전공학생들과 관련 분야 교강사들의 관극과제가 아니면 객석 채우는 것 자체가 최대의 화두가 되어버렸다.
저자는 비평가의 일 인으로서 이런 상황에 대한 최대의 책임은 비평가에게 있으며, 그에 대한 타개의 임무 또한 비평가에게 있다고 선언한다.
그는 이 시대 연극비평은 주관적 감상이나 폐쇄적 소통구조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위기의 진단, 그 타개책에 대한 면밀한 인식 없이 자기만족적 인상비평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본다. 게다가 만연해있는 비평가끼리의 돌려보기식 제한적 유통경로에 갇혀서는 더더욱 안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한국연극, 깊이>는 이러한 비평계의 위기의식과 사명의식 속에서 그 타개책에 대한 고민의 과정에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2. 연극비평, 어떻게 할 것인가?-예술로서의 연극비평
산업의 영역인 영화와는 달리 연극은 여전히 예술의 영역을 수호하고 있다. 그렇다면 연극의 위기는 한국 예술의 위기에 다름 아니다. 본격적인 연극의 위기는 97년 IMF사태를 통해서 증식되었으며 현재도 97년 체제의 깊은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위기로 인한 예술의 고립이 연극판의 위기로 전이된 거라면 연극의 갱생이 선행되지 않으면 예술의 복원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연극이 제자리를 잡을 때 한국의 예술과 문화는 활로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극비평은 예술비평의 최전선에 서있어야 하고, 연극의 예술성을 복원하는 첨병이 되어야 한다. 공연에 수동적으로, 사후적으로 반응하는 비평이 아니라, 공연에 앞서 공연을 진단하고 공연 후에는 다음 공연에 대한 가늠자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비평이 제대로 서면 공연이 좋아지고, 공연이 나아지면 관객이 몰려드는 선순환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연극비평은 그 자체로 예술성을 확보하고 그 스스로 예술이 되어야 한다. 비평이 예술이 되었을 때, 그 비평의 아우라는 창작자들에게 제작의 척도와 영감을 제공할 것이고, 관객들이 제대로 된 안목으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노선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연극비평은 한 나라의 문화적 감성을 평가하고 조직화, 선전하는 일종의 사명이다. 이런 절박함과 막중함 없이 생사의 갈림길에 선 한국연극을 정확히 볼 수도, 제대로 일으킬 수도 없다. 어느 때보다, 어느 시대보다 연극비평의 사명은 막중하다.
<한국연극, 깊이>의 기획의도는 명확하고 단순하다. 비평이 예술이 되어야하고, 사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의 결과 향을 정확하고 정밀하게 포착하는 비평, 창작의 본질뿐만 아니라 창작을 넘어서는 부분까지 예민한 촉수를 접촉하는 비평, 창작자에게 영감과 반성을 제공하는 풍성한 비평, 공연을 보지 않아도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끌리는 비평, 그런 비평이 아니면 창작자를 향한 예술적 역류도 불가능하고 관객과의 교호도 불가능하다. 우리는 1970-80년대 ?문학과 지성사?, ?창작과 비평?이 한국문단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다. 80-90년대 문학의 전성기는 바로 소수 평론가들이 이룩한 영토확장과 비평예술의 성과에 크게 힘입었다. 연극계에도 바로 그러한 혁신의 새바람이 불어야 한다. <한국연극, 깊이>는 그 혁신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이 되고자 기획되었다.
3. 연극비평의 제자리 찾기를 꿈꾸며
<한국연극, 깊이>는 기존 비평집들과 다음과 같은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1) 양적인 면에서 보면 <한국연극, 깊이>는 리뷰가 아니라 비평을 목적으로 한 글들로 묶였다. 비평은 공연에 대한 감상문을 넘어 체계적이고 일관된 연극관을 토대로 치밀하고 엄격한 분석과 통찰을 담아야 한다. 반면 리뷰는 공연의 소개와 해설, 그리고 약간의 주관적 평가를 섞은 저널리즘적 성격의 글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비평집은 본격 비평집이라기보다 리뷰모음집에 가깝다. 비평과 리뷰로 글의 성격을 분명히 분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본 비평집은 비평 본래의 의미와 기능을 회복하고 창작자들의 고뇌와 성찰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의도에서 평균 원고지 40-50매의 비평을 모았다. 이는 연극비평의 제자리 찾기가 너무나도 절실한 과제임을 알리기 위한 전략이다.
2) <한국연극, 깊이>는 인터뷰나 작가연구, 배우연구 등 공연비평 외의 영역은 제거하고 순수하게 비평만을 위한 전문비평집이다. 또한 지나치게 오래된 글은 피하고 최근 5년 내에 올라간 공연의 비평에 한정해서 엮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
3) <한국연극, 깊이>는 담론의 스케일을 공연 자체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창작자들과 관객들에게 다양한 상상과 감성을 자극할 수 있도록 폭넓고 용융합적인 인문학 테마들을 함유하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91958760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9월 09일 |
쪽수 | 342쪽 |
크기 |
152 * 225
* 18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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