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17세기 미술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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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임영방(林英芳)
프랑스 파리대학에서 철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1871-1940년 사이의 파리 시(市)의 공공건물 내의 벽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인문대학 미학과 교수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지냈다. 서울신문비평상(1986년), 프랑스 일급문화예술훈장(1996년), 대한민국 은관 문화훈장(2006)을 받았고, 저서로는 ?예술의 세 얼굴? ?서양미술전집? ?현대미술의 이해? ?미술이 걸어온 길? ?이탈리아 르네상스 인문주의와 미술? ?중세미술과 도상? 등 다수가 있다.
목차
- 책머리에
서론
바로크란 무엇인가
시대적 배경
자연과 인간의 재발견
제 1부 바로크 출현의 배경
1 반종교개혁과 바로크
교회를 향한 루터의 도전
교황청에 맞서다
확산되는 종교개혁의 물결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청, 종교개혁
개혁에 대항하는 가톨릭
트리엔트 공의회
가톨릭 교의에 맞는 미술
출판ㆍ건축ㆍ음악에 관한 지침
2 절대왕정과 바로크
절대왕정의 등장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
절대왕정의 전형
루이14세의 등장
태양왕 루이 12세
3 새로운 세계관, 과학과 철학
인간중심의 세계관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
우주는 무한하다
신은 만물의 원형이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
경험론의 대두
케플러와 갈릴레오
'생각하는 주체'로서의 인간
파스칼과 스피노자
라이프니츠와 뉴턴
과학과 예술의 만남
제 2부 바로크의 세계
1 바로크 미술을 어떻게 보나
바로크에 대한 다양한 정의
바로트에 대한 평가
르네상스와 대비되는 바로크
바로크는 인간정신의 표현형식이다
바로크의 역사적 양태
고전주의와 바로크의 관계
이성에 억눌렸던 감성의 폭발
라오콘 군상
2 다른분야에서 본 마르크
문학과 연극에서의 바로크
바로크 문학의 정립
변신과 과시의 문학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연극
에스파냐, 문학과 연극의 황금시대
영국과 프랑스의 바로크 문학
음악에서의 바로크
서양음악의 역사
바로크 음악의 출현
오페라의 등장과 발전
프랑스 오페라
바흐와 헨델
3 고전주의와 바로크 사이에서
고전주의에 대립되는 바로크
'고전'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그리스 정신을 계승한 로마
르네상스에서 부활하는 '고전'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
프랑스, 고전주의와 바로크 사이에서
프랑스에 유입된 바로크 양식
고전주의와 바로크의 양면성을 품다
제 3부 바로크 미술의 출현
1 마니에리즘 미술
마니에리즘은 무엇인가
그들의 미적 이념 '우미'
내적 관념의 표현
마니에리즘 미술의 표현양식
2 바로크 미술로 가는 길
인간의 삶에 대한 새로운 성찰
새로운 시대의 건축
혁신적인 미술, 카라치와 카라바조
카라치, 고전에 바탕을 둔 사실주의
카라바조. 현실에 입각한 사실주의
카라바조의 빛
바로크 미술의 밑거름, 베네치아 미술
티치아노와 틴토레토
베로네세, 벽화미술을 절정에 올려놓다
3 17세기 이탈리아의 바로크 미술
바로크를 여는 세 거장
반종교개혁운동과 바로크
로마의 재건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
바로크 건축의 특성
코르토나
바르베리니 궁 천장화
베르니니의 건축
베르니니의 조각
종합예술을 보여준 베르니니
새로운 건축을 선보인 보로미니
보로미니의 독특한 발상
바로크 건축미학을 제시한 보르미니
전성기의 바로크 미술
라이날디의 포포로 광장
베네치아의 롱게나
구아리노 구아리니
알가르디와 뒤케누아
베르니니의 문하생들
전성기의 화가들, 천장화의 발전
바로크 천장화
바로크 속에서의 '고전'
말기로 가는 바로크 미술
로마의 대표적인 건축
트레비 분수와 성 요한 대성당
나폴리의 반비텔리
회화와 조각
연극에 대한 열풍
고대에 대한 열광
도시풍경화, 베두타
바로크의 마지막 불꽃, 베네치아 미술
티에폴로, 18세기 이탈리아 미술을 이끌다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그림
베네치아의 도시풍경화
새로운 물결, 로코코와 신고전주의의 출현
제 4부 유럽 각국의 바로크 미술
1 북유럽의 바로크 미술
플랑드르
북방예술의 산실
통합주의자 루벤스
인문주의자로서의 삶
루벤스의 초기 고전주의 양식
역동성과 생명력이 넘쳐나느 그림들
색체의 마술사
반 다이크, 새로운 초상화의 길을 제시하다
요르단스, 인간의 이중성을 유쾌하게 표현하다
네덜란드
정치ㆍ경제ㆍ문화적 배경
삶속으로 들어온 미술
프란스 할스, 생동감 넘치는 집단 초상화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리다
램브란트, 영혼의 세계에 문을 두드리다
초상화 화가로서 명성을 얻다
가장 바로크적인 작품 「아경」
내면세계로 침잠하다
「탕아의 귀환」
구성을 위한 미술을 시도한 베르메르
순수미술의 선구자
베르메르의 상징주의
풍속화와 건축화
바니타스 정물화
자연주의 풍경화
독일
시대적 배경
오스트리아의 바로크 건축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독일 바로크
아삼 형제
노이만, 독일이 배출한 최그의 바로크 건축가
조각가들
회화 세계
영국
17세기 영국의 상황
영국 건축의 아버지, 존스
영국 건축의 얼굴을 바꿔놓은 렌
영국식 바로크 건축의 전개
호가스의 도덕화 연작
초상화를 중심으로 발전한 영국 회화
2 프랑스의 바로크 미술
프랑스의 위대한 세기
프랑스 고전예술의 전개
정치ㆍ경제ㆍ문화의 황금기
르메르시에, 바로크의 씨앗을 뿌리다
망사르, 프랑스 고전주의 건축의 시작
르 보와 르 노트로
절대주의 왕정하의 프랑스 예술
프랑스 고전주의의 확립
프랑스 고전주의 미술
베르사유 궁
베르사유 궁의 전원
절대왕정체제를 형상화한 건축
아르두앵-망사르의 전축
부에와 샹파뉴의 회화
라 투르, 밤의 화가
루이 르 냉
푸생의 고전주의
보편적인 예술원리를 향한 탐구
영원하고 보편적인 원리
스토아 철학에 기반한 작품들
프랑스 고전주의 미술의 기수
클로드 로랭, '아르카디아'를 꿈꾸다
빛과 대기의 작용에 주목하다
르 브렁의 미술 아카데미
르 브렁의 작품들
베르사유 궁에서 꽃핀 17세기 프랑스 조각
퓌제, 프랑스식 바로크 양식을 구현하다
루이 14세 시대 말기
3 에스파냐, 포르투갈, 식민지 중남미의 바로크 미술
에스파냐
역사적 배경
16세기 에스파냐 미술, 플라테레스코 양식
순수주의 계열의 건축
16세기의 조각가들
엘 그레코의 등장
「오르가스 백장의 매장」
종교적인 영성을 표현한 화가
17세기 에스파냐의 바로크 건축
추리게라 양식
종교적인 성상에 집중한 조각
페르난데스, 페레라, 몬타녜스
다양한 조각가들
예술의 황금시기
리베라, 사실주의를 확장하다
예술미의 창조
수르바랑, 천상세계의 사실주의자
인간 내면의 온전한 영성을 그리다
신천지 탐험에 나선 벨라스케스
벨라스케스의 미술실험
루벤스와의 만남
철저한 객관적 사실주의
「시녀들」과 「실 잣는 여인들」
무리요의 온화한 그림들
포르투갈과 식민지 중남미의 바로크
신대륙 발견의 역사
포르투갈 미술
중남미 미술, 초기 식민지 건축
메스티소 미술
새로운 양식의 출현, '울트라-바로크'
페루와 브라질의 바로크
제5부 바로크 미술의 도상
1 새로운 도상의 출현
새론운 종교미술의 탄생
선교를 ?나 순교
초기 그리스도교 박해의 역사
환시와 법열
성인들의 영적 체험
죽음을 상징하는 형상들
해골장식
2 기존 도상의 변천과 새로운 도상의 출현
반종교개혁후의 그리스도교의 미술의 도상
새로운 도상의 등장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도상
도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
독립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요셉
3 수도원 장식
반종교개혁 정신을 전파한 수도회, 예수회
가르멜 수도회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도미니코 수도회
프란치스코 수도회
결론
바로크, 상상력과 꿈으로 가득 찬 세계
삶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은 바로크
바로크 미술의 특징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바로크는 속박과 제약으로부터의 해방을 지향하는
것으로 존재의 심연에서 솟구치는 원시적 생명력,
인간의 정념이 도달할 수 있는 광란의 극한, 충동적인
움직임, 자유를 향한 몸부림, 카오스적인 혼동 등을
수반한다. 바로크는 인간의 부분적인 자화상인 것이다.”
카오스적인 혼돈을 수반하는 바로크는 인간의 부분적인 자화상이다
역사를 품고 있는 단어는 그 말의 본뜻과 상관없이 낡고 지루한 느낌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문화 예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미술사를 얘기할 때 흔히 언급되는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등의 양식은 개별적인 사조의 특색에 밝지 않은 사람들에게 고풍스럽고 점잖은 분위기로만 느껴지기 쉽다. 특히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으로 대표되는 바로크가 주는 느낌은 엄숙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엄숙함 뒤에 숨겨진 바로크의 본 모습은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철부지 어린아이”에 가깝다. 바로크는 고집스럽게 규칙과 규범에 따르지 않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제멋대로의 것, 한마디로 기괴한 것을 즐겨 수용한다. 스스로도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방황하는 영혼, 그것이 바로크다. 문화 속에서 바로크 현상을 규명하는 데 힘쓴 에스파냐의 미술사학자 도르스는 “고전적인 의식이라는 고급스러운 정신상태가 약화되면 자아 안에 들어 있는 무수한 많은 것들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활개를 치면서 밖으로 분출되어, 마음과 몸이 일체를 이루던 자아가 바로크적인 자아로 바뀌게 된다”는 말을 남겼다. 도르스가 말하는 바로크적인 자아란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듯 인간의 이성 아래 숨죽이며 잠복해 있던 내면의 모든 것이 단단한 지각을 뚫고 폭발하듯 터져 나온 상태를 말한다. 바로크가 인간의 부분적인 자화상임을 도르스가 밝혀준 것이다.
「바로크-17세기 미술을 중심으로」는 원로 서양미술사학자 임영방이 「이탈리아 르네상스 인문주의와 미술」 「중세미술과 도상」에 이어 펴낸 국내에서 흔치 않은, 바로크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미술서다. 저자는 총 95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에서 바로크의 등장과 발전을 건축 ㆍ 회화 ㆍ 조각을 중심으로 문학 ㆍ 연극 ㆍ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살펴본다. 역사적 ㆍ 철학적 ㆍ 종교적 지식이 뒷받침된 인문학적 식견으로 바로크의 중심지인 이탈리아에서부터 플랑드르, 네덜란드, 독일, 영국을 다룬 북유럽과 중남미의 바로크를 아우르는 이 책은 바로크에 관한 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
바로크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이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유럽에서 합리적인 관념의 세계를 벗어나 자유로움 ㆍ 충동 ㆍ 광기 ㆍ 신비 ㆍ환상을 추구하는 비합리적인 바로크가 어떻게 발생할 수 있었을까? 제1부에서는 바로크가 태동하게 된 종교적 ㆍ 역사적 배경과 함께 과학이 집중적으로 조명된 새로운 세계관을 살펴본다. 17세기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앞세운 르네상스와 18세기 계몽시대의 사이를 이어주는 시대로, 여러 가지 역사적인 변동이 많았다. 이 시기는 종교 ㆍ 정치 ㆍ 과학 등에서 구체제를 탈피하고 새로운 시대로 향해가던 때로 사람들은 그때까지 안주했던 기존 체제를 벗어나는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벅차게 끓어올랐다. 코페르니쿠스 ㆍ 케플러 ㆍ 갈릴레오로 이어지는 천문학자들은 감히 우주의 신비를 알아내려는 모험을 감행했고, 철학자 데카르트는 그때까지의 선험적인 사고를 버리고 경험에 의거한 합리주의 철학을 수립했다. 이러한 역동적인 시대 분위기를 반영한 바로크 미술의 출현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바로크는 르네상스의 합리적인 고전성에 역행하여 비합리성으로 방향을 틀었고, 인간의 ‘감성’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디뎠기 때문에 낯설고 예기치 못한 미술을 탄생시켰으며, 바로크 미술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조차 어렵게 했다. 17세기의 바로크 미술은 주로 교회와 왕가를 위해 이용되었기 때문에 선동성이 강한 수식적인 표현이 많았다. 특히 교회는 회화와 조각, 벽장식 등으로 휘황찬란하게 성당 내부를 장식하여 신자들의 마음과 눈을 현혹시켰다.
바로크 세계 - “이 세상은 단지 연극일 뿐 모든 것은 변화무쌍하고 환영에 불과하다.”
제2부에서는 바로크 예술에 대한 다양한 미술사학자들의 평가를 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문학ㆍ연극ㆍ음악에서 표현된 바로크 예술을 소개한다. ‘바로크’라는 용어의 기원에 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지만, 불규칙한 모양의 진주를 지칭한 포르투갈어의 바로코(barroco)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바로크가 고전미술과 상반되는 시각형식의 미술표현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미술사학자 뵐플린 덕분이며, 프랑스의 포시용은 바로크를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어느 시기에라도 나올 수 있는 보편적인 개념, 즉 불변의 항상적인 가치인 ‘이온’(Aeon)으로 파악했다. 에우헤니오 도르스 역시 이와 비슷한 견해로 고전주의와 바로크가 대립되는 관계라는 설정 아래, 바로크를 조화로운 이성ㆍ비례ㆍ규칙ㆍ척도ㆍ균형ㆍ안정에 반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에 이르는 유럽의 문학세계는-물론 하나의 공식으로 전체를 어우르는 사조는 아닐지라도-그 형식과 내용 면에서 바로크적인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을 통해 접근해본 바로크 세계는 키르케와 공작새, 다시 말해 변신과 과시로 장식되어 있다. 자신에 대한 끝없는 변신을 꾀하며 남에게 좋은 모습으로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은 결국 인간의 본성을 집약해서 말해주는 것이다. 가장과 변장과 눈속임, 거울 속의 유희, 극중극(劇中劇)이 펼쳐지면서 진실과 거짓, 현실과 환상이 끝없이 전개된다. 책에서는 광범위하고 다채로운 바로크 문학의 세계를 에스파냐의 세르반테스, 영국의 셰익스피어, 프랑스의 코르네유를 중심으로 펼쳐보인다. 또한 오페라를 중심으로 바흐, 헨델의 음악을 통해 좀더 자유롭게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바로크 음악 세계를 다룬다.
17세기 이탈리아에서 꽃피운 바로크 예술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 사이에는 정체불명의 기이한 현상으로 ‘마니에리즘’ 미술이 끼어 있다. 제3부에서는 마니에리즘에서부터 출발하는 바로크를 향한 여정을 시작으로 17세기 이탈리아에서 절정을 이룬 바로크 예술을 건축ㆍ회화ㆍ조각ㆍ연극 분야에 걸쳐 다룬다. 르네상스의 기운은 이내 쇠진하며 눈에 보이는 감각계에서 찾아지는 미의 전형을 넘어서서 그 ‘미’를 있게끔 한 근원적인 미를 추구한 마니에리즘 미술이 등장했다. 저자는 미켈란젤로의 「승리상」, 폰토르모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내림」, 파르미자니노의 「긴 목의 마돈나」(266~268쪽 참조)등을 마니에리즘 미술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는다.
17세기 이탈리아는 바로크 예술의 성지였다. 저자는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316~320쪽 참조)을 시작으로 바로크의 경이로운 예술을 꽃피운 세 명의 거장 코르토나ㆍ베르니니ㆍ보로미니의 예술 세계를 탐방한다. 건축뿐만 아니라 회화와 장식 등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긴 코르토나는 특히 산타 마리아 델라 파체 성당(325쪽 참조)의 개축공사에서 정면건축은 앞에 있는 작은 광장의 무대처럼, 또 광장은 청중석인 듯한 연극적인 공간구조로 만들어놓았다. 베르니니는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환각’을 표방하는 바로크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었으며, 보로미니가 지은 평면구도부터 아주 파격적인 산 카를로 알레 콰트로 폰타네 성당(353~355쪽 참조)은 바로크 건축의 진주로 평가된다. 안니발레 카라치는 회화 세계에서 이탈리아 바로크의 빗장을 활짝 열어준 거장이다. 안니발레는 고전적인 이상주의를 바탕으로 삼았지만 무엇보다 그림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진실을 설득력 있게 전하기 위해 사실주의적인 표현을 중시했다. 안니발레를 따라 볼로냐에서 로마로 온 많은 제자들, 도메니키노, 귀도 레니, 란프란코로 대표되는 볼로냐 화파는 고전적인 전통과 새로운 미술의 흐름을 종합하여 바로크 미술의 기초를 다져놓았다.
18세기는 17세기의 찬란했던 바로크 양식의 여운과 새로이 움트는 로코코와 신고전주의라는 새로운 시대의 양식이 교차하는 전환기였다. 18세기에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연극에 대한 열풍과 고대세계에 대한 열광이다. 이 가운데 장대한 고대세계를 담고자 한 푸생, 로마 근교 캄파냐의 전원을 시적인 정경으로 그려낸 클로드 로랭, 좀더 극적인 양상으로 풍경을 다룬 푸생의 처남인 뒤게는 로마에서 고전적인 풍경화의 기초를 다져놓은 인물이다. 18세기 베네치아 미술을 대표하는 예술가 티에폴로는 우디네 대주교관 갈레리아의 천장과 벽면 프레스코화(424~425쪽 참조), 발마라나 저택의 벽면 프레스코화(428쪽 참조) 등의 작품을 통해 밝고 투명한 색채, 청량한 대기감, 한낮의 햇살과 같은 빛, 눈속임기법의 건축 배경, 장면의 연극적인 설정, 사실적인 인물표정 등으로 장면의 실제감을 최고조로 살려주면서 동시에 환각효과를 극대화시켰다.
따로 또 같이, 북유럽의 바로크 미술
제4부에는 유럽 각국의 역사적ㆍ정치적ㆍ사회적 배경을 토대로 각국의 문화적 토양을 흡수해 다채로운 모습으로 발전한 바로크 미술을 살펴본다. 플랑드르, 네덜란드,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에서부터 프랑스와 식민지 중남미까지 다뤄 바로크 예술의 다양한 면모를 접할 수 있다. 미술사에서 가장 성공한 화가로 일컬어지는 루벤스의 등장은 한때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지만 국운이 쇠퇴 일로에 있던 플랑드르인에게 자부심이고 희망이었다. 루벤스가 사망한 후 플랑드르 미술은 새로운 초상화의 길을 제시한 반 다이크와 인간의 이중성을 유쾌하게 표현한 요르단스에 의해 맥이 이어졌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궁과 교회를 장식하던 종교ㆍ역사ㆍ신화를 주제로 한 기념비적인 작품들은 사라지고 주문자인 시민층의 기호에 맞춰 일상 속의 소재를 담은 풍속화ㆍ정물화ㆍ초상화ㆍ풍경화 등이 환영받았다. 바로크의 후발 주자였던 독일 건축은 이탈리아 바로크 건축의 장엄함과 프랑스 절대왕정체제의 위압적인 보임새를 합친 건축으로 이러한 유형은 독일에서만 유일하게 출현해 독특한 바로크 양식으로 자리 잡는다. 드레스덴의 건축가 푀펠만이 지은 왕궁의 별관인 츠빙거(556~557쪽 참조)는 건축과 일체를 이루는 화려한 조각장식으로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독일 특유의 바로크 건축양식을 선보인다.
프랑스에서 17세기는 한마디로 ‘위대한 세기’였다. 이탈리아ㆍ플랑드르ㆍ네덜란드 등 물밀듯이 밀려오는 외국 미술의 홍수 속에서 프랑스 예술가들은 다양한 양식을 맛볼 수 있었고, 또 그것들을 토대로 자신들만의 독립적이고 새로운 미술세계를 개척해나갔다. 부에는 프랑스 미술계에 이탈리아 미술을 들여와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으며, 샹파뉴는 반 다이크와 루벤스의 영향을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 안에 흡수시켜 아주 독창적인 초상화를 그려냈다. ‘밤의 화가’로 알려진 라 투르는 빛을 중심으로 한 카라바조 미술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양식으로 발전시킨 화가다. 그러나 17세기 프랑스 미술의 중심인물은 단연 푸생이다. 푸생은 충분한 사변적인 기초 없이 자연발생적이고 다분히 즉흥적이라 볼 수 있는 바로크 미술이 한참 기세를 올리고 있는 로마에서, 자연의 영원한 이상미를 추구하는 그리스ㆍ로마 미술의 고전성에서 자신의 미술의 길을 찾은 드문 예술가였다. 이렇게 고대의 예술원리는 푸생으로 인해 새 시대, 즉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 미술원리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17세기 프랑스는 새롭게 해석이 가해진 고대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고전양식에다 프랑스 내 미술의 전통을 혼합하여 질서와 조화, 무엇보다 위엄과 위대를 갖춘 프랑스 고전주의 미술을 탄생시켰다. 이른바 ‘루이 14세 양식’이 탄생되었고 이론과 실천이 일치되어야 했기 때문에 미술은 철저히 통제되었다. 르 브렁은 아카데미의 수장으로서 신념과 능력 모든 면에서 루이 14세의 통치이념을 구현할 공적인 미술품 제작을 맡기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었다. 그는 베르사유 궁의 ‘거울의 방’ ‘평화의 방’ ‘전쟁의 방’ ‘대사들의 계단’ 등 궁의 모든 내부 장식을 도맡아하며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성격으로 바로크와 고전주의 모두를 보여주었다. 루이 14세의 절대왕정체제를 그대로 시각화한 상징이라고 여겨지는 베르사유 궁 건축과 정원(648~655쪽 참조)은 통일된 기획안으로 형식 면에서는 고전주의의 전형을 보여주나 기하학적인 원리에 의한 정원조성이 시각적인 착각을 준다는 점에서 바로크적이다. “베르사유 궁은 건축형식에서는 고전주의의 전형을 보여주나 상징적인 관점에서 절대왕정체제를 완벽하게 형상화시킨 점은 바로크인 것이다.”
바로크와 원주민 미술의 만남, 식민지 중남미의 바로크 미술
에스파냐의 민족주의와 통일국가 형성은 이슬람과의 대항 속에서 이루어진 것인 만큼 국민들의 열광적인 신앙심이 이에 뒷받침됐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16세기에 시작된 ‘황금시대’는 제국의 위세가 절정에 달하여 강렬한 기운과 열기가 넘쳐나던 시대였지만 동시에 사양길로 접어드는 징조를 보여준 시기이기도 했다. 명암이 교차하는 시대상황, 양면성을 보이는 민족적인 기질, 열광적인 신앙심과 신비주의를 함께 보여주는 종교관은 빛과 그림자라든가 삶과 죽음과 같은 대립적인 관계의 공존을 표현하는 바로크적인 특성에 맞아 바로크 양식은 에스파냐에서 활짝 피어나게 되었다.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746쪽 참조)은 바로크 미술의 특징인 현장감, 연극성, 환각성, 종교적인 황홀경, 극적인 볼거리로서의 효과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바로크 시기에 닻이 올려졌던 사실주의의 영향으로 에스파냐 화가들에 의한 리얼리티에 대한 다각도적인 해석이 내려지면서 광범위한 국면으로 전개되어 현대미술의 길을 열어주었다. 리베라의 사실주의는 인물들의 현실적인 상황과 상태를 그대로 옮기는 사실주의를 뛰어넘어 그들의 현실적인 모습으로부터 새로운 독자적인 미, 새로운 ‘예술미’를 창조했다. 에스파냐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 세비야에서 활동한 수르바랑은 물질세계의 사실성을 통해 그 너머의 영적 세계를 너무도 잘 나타내 ‘천상세계의 사실주의자’로 불렸다. 「시녀들」 「실 잣는 여인들」을 통해 자신의 예술을 총결산한 벨라스케스는 대상을 놓고 작가의 정신으로 여과되는 모든 과정을 빼버리고 눈에 보이는 그대로 옮겨놓고자 했다. 그래서 그의 미술을 두고 작가의 어떠한 식의 개입도 허용치 않는 철저한 대상 중심의 객관적인 사실주의라고 말하는 것이다.
포르투갈의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것은 마누엘린 양식인데, 고딕ㆍ무데하르ㆍ이탈리아 르네상스ㆍ북유럽 등의 여러 요소가 혼합된 양상을 보이고 때로는 인디언의 영향도 감지하게 된다. 바로크 미술은 중남미 식민지 원주민의 기질과 합치되면서 몇 배의 상승효과를 냈다. 원주민들이 바로크식 건축이나 성상을 통해 벅찬 감동과 위로를 받았던 것이다. 17, 18세기 중남미의 바로크 미술은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을 통해 받아들인 서양의 바로크 양식과 식민지의 지역적인 특성이 합쳐진 ‘메스티소’미술이다. 멕시코 오악사카의 산토 도밍고 성당이나 푸에블라의 산토 도밍고 성당 내의 로사리오 예배당(852쪽 참조)의 장식은 메스티소 미술의 시작을 알렸고, 18세기를 넘어서면서는 현란한 경지의 장식성을 특징으로 하는 ‘울트라-바로크’를 구현했다.
새로운 종교 미술의 탄생
제5부에서는 시대적인 상황에 따른 도상의 변화를 다루었다. 저자는 17세기 바로크 미술이 이탈리아에서 종교미술로 출현하여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이 바로크 종교미술의 도상을 따로 살펴보게 했다고 한다. 이 시기에는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결의된 바에 따라 감동적이고 수사학적인 표현이 예술에 요구되며, 각 수도회 성격에 따른 새로운 도상들이 대거 출현했다. 예수회를 비롯해 가르멜 수도회ㆍ아우구스티노 수도회ㆍ도미니코 수도회ㆍ프란치스코 수도회 등은 창립 초기부터 각각의 수도회 정신에 맞게 수도회에 속한 성당을 장식해왔다. 17세기는 각각의 수도회들이 성당 장식에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도상 체계를 온전히 보여준 특별한 시대였다.
“17세기에 들어서면서 수난ㆍ순교ㆍ죽음 등의 장면을 실제 그대로 처절하게 묘사하는
분위기여서 그리스도의 수난 장면도 여과되지 않고 그대로 묘사되었다.
채찍질당하는 그리스도의 장면을 보면, 매를 맞는 그리스도가 기둥에조차
몸을 기대지 못한 채 매질을 당할 때마다 몸을 이리저리 젖히고 있다.
이는 극심한 고통을 당하는 그리스도의 처참한 상태를 보여준다.” (890쪽 참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성이 강조된 고전주의가 담아내지 못했던 인간 내면의 모든 정념들과 광기ㆍ충동ㆍ고뇌ㆍ불안 등이 펼쳐진 바로크 세계를 여러 예술에 걸쳐 집요하게 탐험했다. 바로크가 찬란하게 꽃핀 이탈리아에서부터 북유럽과 중남미에 이르는 그의 여정은 건축ㆍ회화ㆍ문학ㆍ음악을 다루며 바로크의 세계를 풍부하게 다뤘다. 불확실성의 시대로 정의되는 요즘, 갈수록 제 한 몸 건사하기 힘들다는 이들이 많다. 좌충우돌 돈키호테의 삶이 부러웠다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듣고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바로크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기본정보
ISBN | 9788991636637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09월 10일 |
쪽수 | 947쪽 |
크기 |
166 * 230
* 40
mm
/ 146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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