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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91418233(8991418236)
쪽수	448쪽
크기	188 * 240 * 44 mm /1594g 판형알림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역사/문화 > 한국사 > 근현대사 > 한국현대사

이 책의 주제어

그 날 광장의 함성과 전율을 기억하다!

2016년 겨울, 23주간 이어진 촛불집회의 모든 현장의 한가운데서 기록한 이야기를 담은 『촛불혁명』. 10월 29일 촛불혁명 1주년을 맞이하며 펴낸 이 책은 2016년 10월 첫 촛불집회부터 2017년 5월 정권교체 이후 촛불혁명 1주년에 이르기까지 결정적 순간과 역사적 의미를 묵직하게 담아냈다. 7개의 국면과 45가지의 테마 그리고 484장의 사진으로 담아낸 촛불혁명 현장의 일기를 만나볼 수 있다.

87년 6월항쟁 이후 민주화의 공기를 호흡하며 자란 30대의 저자는 방대한 현장기록과 인터뷰, 언론과 정보자료와 수만 장의 사진 속에서 이번 사건의 실체와 본질, 거리의 발언과 혁명의 주체 등을 하나의 흐름으로 꿰뚫으며 촛불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새로운 감각과 명징한 사유의 언어로 정리해냈다.

더불어 시집 《노동의 새벽》의 저자로 80년대 혁명의 아이콘이자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던 박노해 시인이 이 책의 감수자로 참여해 기획과 편집 등에 조언을 하며 책의 서문을 특별기고 했는데, 촛불혁명에 대한 근원적 통찰이 무게감 있게 실려 있다. 끈질긴 의지로 민주주의와 정의에 대한 헌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이 땅의 무너진 믿음과 희망을 되살려준 1,700만 촛불시민들. 우리가 함께 이뤄낸 빛으로 쓴 역사를 다시 되새기게 된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책에는 역사실록처럼 충실한, 총 페이지의 5분의 1 분량에 달하는 부록이 수록되어 있다. 전국 150여 개 시·군 광장과 전 세계 31개국 71개 도시에서 열린 촛불집회 사진들과 함께 국정농단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언급될 가치가 있는 1차 사료들이 담겨 있다. 촛불혁명 기간 동안 벌어진 주요사건을 당시 촛불시민과 역사적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정리한 ‘촛불혁명 전체 일지’, 국회 탄핵소추안 전문, 헌재 탄핵선고문 등의 공식 문서,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심판 받은 구속자 전원의 사진과 관련자 명단, 1년여에 걸쳐 조사와 검증을 여러 차례 거듭하여 정리한 적폐청산 대상자 명단 등의 자료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연설 전문을 수록하여 촛불혁명 이후의 시대 교체와 변화된 사회 공기를 가늠할 수 있는 역사자료로 삼았다.

상세이미지

책 속으로

“이번 사태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라 불린다. 그러나 박근혜 최순실이 벌인 일들은, 그들의 목적에 비춰볼 때 그 정도의 말로 파악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우리가 목도한 것은 ‘비밀정부’의 ‘국가내란’ 사태다.” (44p)

“세월호 참사로 또래들이 어이없게 죽어가고, 국정 역사교과서로 보수적 역사관을 강요 받으며 출발부터 봉쇄된 자신의 미래에 좌절을 느껴야 했다. 그것은 배반의 연속이었다.(…) 30년 만에 등장한 ‘혁명 세대’의 탄생이야말로 이번 촛불혁명의 가장 빛나는 성취가 아닐까” (52p)

“2016년, 세계에는 그 두 가지 극적인 현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미국에서 유럽까지 번져가는 극우 포퓰리즘, 일상화된 전쟁과 테러, 난민 약자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 등 전쟁의 기운이 일렁이는 세계. 그러나 한국에서는 혁명, 촛불혁명이라는 놀라운 도약의 길을 찾아냈다.” (88p)

“우린 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는가? 촛불시민 스스로 폭력을 유도하는 움직임에 휩쓸리지 않고 현명하고 성숙하게 항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100만 그 자체가 거대한 폭력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만물을 길러내는 생명력이자, 그 모든 것을 한번에 휩쓸어버릴 파괴력이듯, 살아있는 인간의 ‘육체’는 그 자체로 ‘폭력’을 내장하고 있다. 언제든 폭력의 가능성을 품은 100만이라는 물질적 위력이 있었기에 평화혁명이 가능했던 것이다. 거대한 숫자만큼의 가공할 무력이, 무장할 손들이, 봉기의 함성이, 점령할 발들이, 방화할 불들이, 분노가 축적된 몸체가 광장과 거리로 진격할 때, 어찌 전율이 흐르고 공포가 어리지 않겠는가.” (115p)

“역사의 투표지에 탄핵 ‘가可’라는 한 글자를 새기기까지 얼마나 길고 험난했던 촛불의 밤이었던가.(…) 뜨거운 분노와 냉철한 지성으로 숱한 정치 공학을 뚫어보며 한순간에 판을 뒤흔들고 모든 향배를 바꿔버린 힘, 그것은 바로 공동선을 위한 마음으로 한겨울 광장과 거리로 모여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촛불 국민의 힘이었다.” (161p)

“외로움과 차가움이, 비정함과 공허함이 흐르던 이 도시에서 전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 해방감. 촛불의 광장에서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바로 이 자리에 참여하는 것이 오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내 시간을 내서 내 두 발로 걸어 여기 함께 있는 것이 최고의 기여였다. 나의 존재 자체로 무언가 할 게 있다는 기쁨. 역사의 광장 한가운데 서 있다는 벅참.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희망. 해방 광장은 점차 촛불혁명의 임시정부가 되었다.” (169p)

“(그 모든 것은 세월호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날 이후, 진실은 수면 아래 잠겨있고 고통은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악이 깊어지면, 절망이 바닥까지 침몰하면, 마침내 진실의 시간이 솟아오른다. “이게 나라냐!” 304명의 생명이 수장당하는 동안 대통령과 국가가 보여준 비상식적 대응에 대한 분노가 촛불집회에서 폭발했다.” (217p)

“1970년 노동자들의 고통을 안고 분신한 전태일 열사가, 1980년 계엄군에 학살당한 광주의 시민들이, 1987년 박종철과 이한열과 수많은 청년들이 2014년의 세월호였다. 그토록 거대한 권력과 두터운 거짓 속에서도 광화문광장에 세월호라는 ‘영혼의 농성장’이 버티고 있었기에 정의는 되살아나고 진실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 끈질긴 주체가 희망의 모든 것이다! 세월호에서 타오른 촛불혁명. 언제나 맨 앞자리엔 세월호의 엄마 아빠들이 서 있었고, 우리 마음속엔 세월호의 아이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223p)

“이제 우리는 유보되고 가려져온 이 체제와 문명, 삶의 실상을 깊이 돌아봐야 한다. 어떤 나라를 세울 것인가? 어떤 아이로 키울 것인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세월호는 우리에게 던지는 뜨거운 물음표다.” (249p)

“촛불혁명의 드라마를 완성한 것은 날씨였다. 서울에 첫눈이 내린 11월 26일. 한 달째 이어진 주말집회에 매일같이 일한 피로감과 밀린 집안일에 오늘은 좀 쉬어야지 했던 날. 그런데 굵은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못 나오면 어쩌나, 이러다 광장이 비면 어쩌나’ 덜컥 불안한 마음에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고 아이를 안고 하나둘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 (261p) 닫기

출판사 서평

'촛불혁명'이 내 삶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빛으로 쓴 역사’ 『촛불혁명』 전 과정을 집대성한 역사서

1960 4.19혁명, 1987 6월항쟁, 그리고 2017 촛불혁명
한국현대사 30년 만에 도래한 ‘혁명의 시간’
기억은 기록으로 역사가 된다

“불의한 권력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두 가지다.
살아 움직이는 인간들의 항쟁, 그리고
그 현장의 진실과 사상을 담은 한 권의 책.
그 기록과 기억이 다음에 오는 혁명의 불꽃이기 때문이다.”
- 박노해 시인

혁명은 인류사적 사건이다. 프랑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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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시민의 함성이 진정한 헌법이다 ch**yong | 2018-08-02 | 추천: 0 |

2016년 11월 5일. 광화문 광장에서 백남기 농민 마지막 가시는 길을 닦는다고 하여 행사 30분 전에 도착했다. 의자는 4백 개쯤 마련되어 있었는데 찾아온 이는 반도 안 되었다. 유족이 앞좌석 쪽에 있고 준비하는 사람들 발길이 바빴다. 사람이 적을까 조바심을 내며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행사를 시작하자 다행히 사람들이 차근차근 모이기 시작했다. 야당 대표와 서울시장의 추도사가 있었고, 농민과 관계된 분들의 추도사가 있고 난 뒤 살품이춤 공연이 있었다. 행사는 두 시간 정도 하고 난 뒤 끝났다. 행사가 마무리되어 ... 더보기

2016년 11월 5일. 광화문 광장에서 백남기 농민 마지막 가시는 길을 닦는다고 하여 행사 30분 전에 도착했다. 의자는 4백 개쯤 마련되어 있었는데 찾아온 이는 반도 안 되었다. 유족이 앞좌석 쪽에 있고 준비하는 사람들 발길이 바빴다. 사람이 적을까 조바심을 내며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행사를 시작하자 다행히 사람들이 차근차근 모이기 시작했다. 야당 대표와 서울시장의 추도사가 있었고, 농민과 관계된 분들의 추도사가 있고 난 뒤 살품이춤 공연이 있었다. 행사는 두 시간 정도 하고 난 뒤 끝났다. 행사가 마무리되어 비로소 자리에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의자를 채우지 못할까 조바심을 냈는데 오히려 자리를 넘어 광화문 광장까지 사람들로 꽉 차 빈틈이 없었다. 눈대중으로 봐도 수십 만 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촛불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자연스레 두 번째 촛불이 참여했다. 그러고는 확신했다. 우리 승리하리라.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불타오른 촛불이 마침내 시만들 가슴을 일깨우고 그것은 다시 더 큰 촛불이 되어 끝내 이기게 되리라. 오늘 모임 사람들이 바로 그 확실한 증거다! 확신은 실제 촛불 집회 참여로 이어졌다. 주말마다 열리는 촛불 집회에 혼자 참여하기도 하고, 식구들과 함께 참여하기도 했으며, 벗들과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참여하면서 확신은 더욱 단단해졌다. 1987년 민주화 운동과 노동자 대투쟁 때의 벅찬 감동보다 더 큰 감동과 승리의 맛을 보았다. 주말마다 사람이 늘어나 언론이 온통 촛불 집회 보도를 하면서 드디어 박근혜 탄핵, 이재용 구속, 박근혜 파면을 하기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1,700만 촛불이 무혈 혁명 정권 교체를 이룬 것이다. 세계사에서 시민이 피를 흘리지 않고 혁명을 이룬 첫 사례였다.

촛불 집회가 무혈 혁명으로 이어지기까지 보이지 않는 무수한 노력이 있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집회 기획과 섭외, 밤샘 무대 준비, 광장 사용 허가와 행진 동선 조율, 촛불과 물품 준비, 언론 홍보와 자원봉사 운영, 법적 대응과 안전 확보, 깨끗한 청소와 마무리까지 촛불 집회 성공의 일등 공신이다. 그들은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비상국민행동의 요청에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내 놓은 사람들. 그들의 밑받침이 있었기에 촛불 혁명이 가능했다. ‘나눔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나 같이 준비하지 않고 광장에 나간 사람도 그들이 나눠준 손팻말을 들을 수 있었고, 그날의 이슈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나눔문화는 촛불 집회가 끝난 뒤 “오늘의 사태를 정리하고 내일의 정세를 분석하고 다음 집회의 피켓 문구를 논의하고, 돌아와 밤새 수첩과 사진을 정리”했다고 한다. 책은 바로 그 충실한 기록물이다.

가진 자는 스스로 내놓은 법이 없다. 권력자는 스스로 내려오는 법이 없다. 재산과 지위의 박탈, 감금과 처형으로 귀결될 ‘민중 봉기’의 두려움 앞에서만 물러나고 영악한 타협으로 양보할 뿐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 전율이 흐르는 100만의 연좌농성, 인내와 질서, 함성과 행진, 100만의 평화 집회가 갖는 도덕적 위력은 직접 폭력이라는 물리적 위력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그 힘을 체험했다. 권력자들에게는 잘못하면 당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새겨놓았고 주권자인 우리 자신,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민주주의의 등뼈인 봉기 정신의 혁명 체험을 새겨놓았다. (115쪽)

촛불의 명령은 깨어있는 시민의 명령이었고, 국회도 언론도 헌재도 그것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촛불의 명령이 곧 헌법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참여한 우리는 내 삶의 결정권자였다. 그 경험은 두고두고 살아 움직이는 민주주의를 추동하는 힘이 될 것이다. 정권 교체,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지방 선거 같은 것을 통해 그것은 구체화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불법 대선 개입, 4대강 죽이기, 자원 외교, 방산 비리, 천안함 침몰,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살인, 과거사위원회 폐지, 건국절 왜곡, 국정 역사교과서, 한일 위안부 합의, 불법적 사드 배치, 노동법 개악, 노조 탄압, 전교조 불법화, 검찰 및 사업부 장악,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테러방지법 제정, 공영방송과 언론 장악, 남북 대결, 개성공단 폐쇄, 원전 확대, 공공부문 민영화, 규제 완화, 친재벌 정책 같은 적폐가 아직도 살아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 친일 독재부터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의 광주 학살까지. 불법과 악정을 하나하나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나아가 관련 기관과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 온전하게 다시 나라를 바로세울 때까지 촛불은 끝끝내 꺼지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정신이 되어. 닫기
모두의 외침에 세상은 응답했다 qu**tz2 | 2017-12-24 | 추천: 0 |

프랑스를 일컬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곤 한다. 혁명에 성공한 몇 안 되는 나라란 점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도 혁명이 있었고 쿠바에서도 혁명이 있었으나 아무래도 우리와는 다른 체제에 속한 사회다보니 그리 가깝게 느껴지지가 않는 모양이다. 우리에게도 혁명이란 단어를 사용해 불러도 부끄럽지 않은 시절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후 취해진 조치들은 만인의 열망에 반하는 것이었다. 당시에 제대로 된 길을 걷지 못함으로써 우리는 뒤틀린 역사를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고야 말았다. 12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달력의 마... 더보기

프랑스를 일컬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곤 한다. 혁명에 성공한 몇 안 되는 나라란 점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도 혁명이 있었고 쿠바에서도 혁명이 있었으나 아무래도 우리와는 다른 체제에 속한 사회다보니 그리 가깝게 느껴지지가 않는 모양이다. 우리에게도 혁명이란 단어를 사용해 불러도 부끄럽지 않은 시절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후 취해진 조치들은 만인의 열망에 반하는 것이었다. 당시에 제대로 된 길을 걷지 못함으로써 우리는 뒤틀린 역사를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고야 말았다.
12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달력의 마지막 장에는 대통령 선거일을 알리는 붉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그날 난 정상 출근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아니 채울 수 없었다. 그토록 많은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도 대통령직을 유지했더라면 모두가 경악을 뛰어넘어 좌절했을 것이다. 근데 이제까지의 모든 권력은 그래왔다. 힘이 있을 때 자신이 하고픈 모든 것을 행하고, 한 몫 단단히 잡지 않는다면 어리석은 것이라는 평가가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제기된 적이 있을 정도였다. 이를 감안한다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의 움직임은 정말 위대한 것이었다. 속으로는 간절히 바랐을 수도 있으나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숱한 욕구들이 그 기간 동안만큼은 광장에 울려 퍼졌고, 결국 원하는 변화를 일구는 자양분으로 작용했다.
당시의 흐름을 접하며 나는 생각했다. 성공하건 실패하건 이 또한 하나의 역사가 될 것인데, 이를 필히 기록해야만 한다. 역사라 하는 것은 강자의 시선으로만 이루어질 때가 잦다. 미약할지라도 우리 자신의 관점이 반영된 역사를 만들 수 있어야 왜곡이 행해지더라도 바로잡을 여지가 생긴다. 움직임에 합류해 목소리를 드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잊혀지지 않도록 매 순간을 기록할 누군가의 존재가 시급했다. 무책임하게도 탄핵 이후 나는 당시의 고민을 잊었다. 탄핵 정국은 ‘비상’이었고 ‘비정상’이기도 했다. 일상으로의 복귀에 합류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움직임이 뜻하는 바가 무언지 시일이 지난 후에 객관적인 시선으로 평가할 여유를 누리지 못했다.
어둠이 짙으면 빛은 더욱 밝기 마련이다. 매서웠던 지난 겨울 활활 타올랐던 촛불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아무리 최신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도 두 눈으로 목격한 만큼의 선명한 이미지를 생산해내기란 쉽지 않다. 고로 나는 <촛불 혁명>에 담긴 내용이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봄 사이에 이루어진 모든 것을 담아냈다고는 감히 말하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무엇이 어떻게 부족한지를 찬찬히 따져볼 마음보다 반가움이 앞섰다. 적어도 완벽히 잊혀지진 않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모든 사진이 흑백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진에서는 묵직함이 느껴졌다. 기억하기로 광장에서 이루어진 일이 마냥 심각하지는 않았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에서부터 부모의 품에서 혹은 유모차에서 곤히 잠든 아주 어린 아이까지, 정말이지 다양한 연령대가 지난 움직임에 함께했다. 무언가 지독히도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데 뜻을 함께한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소리이기도 하나, 한 편으로는 그랬기에 대중성을 포기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꽤 높은 인지도를 지닌 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혹자는 “이 또한 하나의 문화”라고 평하기도 했다. 무대를 광화문으로 옮겨왔을 뿐, 여느 연예인의 콘서트와 무엇이 다른지를 모르겠다는 회의감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당시를 떠올릴 때면 나도 모르게 심경이 복잡해지곤 한다. 촛불 혁명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결론이 무엇이 되었건, 당시 우리는 절실했고, 세상은 그 절실함에 응답했다.
정권 교체는 만병통치약이 아니었다. 여전히 우린 크레인이 무너지고 대형 화재로 사람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매일 듣는다. 방방곡곡에서 들려오는 비극에 나는 묻는다. 이것이 진정 우리가 원하던 나라였을까. 사람이 바뀌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시스템의 변혁이다. 우리는 아직 지난날로부터 충분히 멀어지지 않았다. 추운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외쳤던 구호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깨어 있어야만 한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깨닫기 위해 우리는 두 눈 크게 뜨고 매순간 세상을 응시할 필요가 있다.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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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5개의 키워드, 10권의 책

2018-04-24 | 조회: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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