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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쥐스틴 레비(Justine Levy)는 1974년, 작가이자 철학자인 베르나르 앙리 레비와 그의 첫번째 아내였던 모델 이자벨 두트르뤼뉴 사이에서 태어났다. 첫 책 『만남(Le Rendez-vous)』은 엄마와의 어려운 관계를 플래시백(flashback) 형태로 구성한 소설로 미국과 유럽 전역, 국내에서도 출간되었으며 이 작품으로 <프랑스문학 콩트르푸앵 상>을 수상했다. 두번째 작품 『심각하지 않아(Rien de grave)』는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긴 젊은 여자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당시 쥐스틴 레비의 시아버지이던 장 폴 앙토벤의 애인 카를라 브뤼니(현재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영부인)가 자신이 남편과 바람이 나 이혼하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이 책으로 저자는 <르 보드빌 문학상>, <에로인 마리 프랑스 문학상>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세번째 소설 『나쁜 딸 루이즈(Mauvaise fille)』는 엄마의 병과 죽음을 주제로 자신의 임신과 딸에 대한 모성을 둘러싼 이야기를 나란히 풀어간다. 쥐스틴 레비는 이 작품으로 <공쿠르 상>, <메디시스 상> 후보에 올랐다.
역자 이소영은 연세대학교와 동대학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통번역대학원(ESIT)에서 한불번역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빠리 언니들』『좋은 부모의 용기 있는 한마디, 안 돼!』『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자들의 제안』 등이 있다. 현재 대전 프랑스문화원 통번역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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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그러니까 그날, 엄마는 카디건 차림에 자기가 가진 것 중 가장 예쁜 빛깔의 립스틱을 바르고,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 위에 스카프를 두르고 왔다. 그리고 다행히 틀니를 다시 끼우는 데도 성공했다. 이렇게 해서 간호사가 배에 주사를 세 대 놓고 노즐을 달아 액체가 방울방울 빠져나가도록 관에 연결하려고 세 번이나 시도할 때, 엄마는 입을 있는 대로 커다랗게 쩍 벌리고 고래고래 시원하게 소리를 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엄마의 배를 바라본다. 여기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어쩐지 구역질나는 싸움을 연상하게 했다. (12~13쪽)
부리나케 약국으로 달려가 임신 테스트를 한다. 내가 생각한 그대로다. 당연하다. 그리고 모든 게 바뀌었다는 것을, 내가 또 다른 일, 또 다른 모험에, 또 다른 삶에 뛰어들게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사랑해야 할 다른 누군가가 생기리라는 것을, 내가 나 자신보다 내 엄마보다 더 사랑하게 될 누군가가 생겨나리라는 것을 의미하는 그 작은 파란 십자표 앞에서 나는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기쁨의 흐느낌. 그러나 두려움과 수치심, 죄책감의 흐느낌이기도 하다. (23쪽)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였다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였다. 엄마가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교통 체증이 일어났고 남자들은 길에서 휘파람을 불어댔다. 그러면 엄마는 독특하면서도 우아하고 경쾌한 아름다움을 뽐내면서 아! 내 모자 때문인가 봐, 신발 때문인가 봐, 봄이라서 그런가 봐, 라고 말하곤 했다. (30쪽)
그런데 사실 세상에 병원보다 더 불안한 장소가 있을까? 사랑하는 이들이 죽어가고, 환자들에게 나을 수 있다고 믿게 하면서도 모든 침대를 작은 무덤처럼 칸막이 속에 나란히 정렬해놓은 이곳. 이제 나는 이곳 구석구석을 눈 감고도 훤히 안다. 복도 스위치가 어디에 붙었는지, 제일 좋은 방과 시끄러운 방은 어디이고, 난방을 너무 세게 틀어놓는 방은 어디인지, 3층까지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어떤 것이고, 열쇠로 작동되는 엘리베이터는 어떤 것인지, 몰래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구석진 장소는 어디에 있고, 절대 아무도 없어서 내가 볼펜이며 물병을 훔쳐 와도 전혀 상관없는 사무실이 어디인지를 꿰뚫고 있는 것이다. (59~60쪽)
나는 산 자들의 세상에서 온다. 속눈썹에 빗방울을 매단 채 엄마에게 입을 맞춘다. 엄마의 뺨이 불덩이처럼 뜨겁다. 나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건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초췌해진 얼굴이 아니라 냄새다. 전에 엄마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향기가 달라졌다. 그건 작은 비밀과도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냄새가 난다. 병실에 들어가니 엄마가 눈을 감고 있다. 끔찍하다. 처음에는 엄마가 나를 혼내려고, 나한테 벌을 주려고 일부러 눈을 감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넌 어제 안 왔어. 날 혼자 내버려뒀지. 게다가 거짓말을 했어. 나한테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잖아. 못된 것 같으니라고. 그러자 더 심한 생각이 든다. 엄마가 눈꺼풀 너머로 나를 보고 있다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고, 엄마는 모두 다 알고 있다고, 모두 다 알아차리고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이 한심한 딸을 놀리고 있다고. (69~70쪽)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엄마. 식사를 줄줄 흘리는 엄마. 의치를 삼켜버리는 엄마. 새하얀 시트에 똥을 싸는 엄마. 그래도 아직 살아 있는 엄마. 이제 엄마한테 살아 있다는 건 더 이상 사랑하는 게 아니다. 더 이상 거짓말하고 웃고 사랑을 나누고, 엄마의 꼬마 루이즈가 들려주는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게 아니라, 그저 숨을 쉬고 두 개의 관 사이에서, 두 번의 기침 발작 사이에서 공기를 찾으려고 애쓰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공기를 찾으려고 하지만 찾아내지 못하고, 도움을 받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이지만, 어쩌면 그렇게 하지도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얼마나 오랫동안 견뎌낼 수 있을까? 나는 엄마와 고통을 함께하려고 숨을 참아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77쪽)
출판사 서평
<공쿠르 상>, <메디시스 상> 후보작!
프랑스가 격찬한 작가 쥐스틴 레비의 신작 장편
보헤미안 엄마와 딸 사이의 ‘기막힌 타이밍’
“엄마가 세상과 멀어져갈 때 나는 생명을 잉태했다”
나쁜 딸 루이즈 VS 괴짜 엄마 알리스 사랑하지만 당혹스러운 ‘관계’ 이해하기
『나쁜 딸 루이즈』는 평범한 간섭과 평범한 저녁 식사, 평범한 엄마를 가지고 싶었으나 끝내 그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엄마를 병으로 잃은 저자 쥐스틴 레비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작가는 엄마 알리스와 딸 루이즈 사이 애증의 문제를 예민하고 사실적이며 섬세하게 그려낸다. 작품 속 엄마와 딸은 일반적으로 가족이라는 소재가 주는 기대감, 이를테면 배려, 희생 같은 일체의 것들을 철저하게 배신한다. 시종 자유분방한 개인주의 성향의 이 가족은 엄마를 죽음으로 이끈 병마를 통해서 비로소 가까워지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숙명적인 인연의 고리를 이해하게 된다. 여기에 덧붙여 루이즈의 임신과 출산을 통해 엄마-나-내 딸로 이어지는 삶의 연장성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문단과 독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문체는 언제나 꾸밈없이 정곡을 찌르고, 어조는 감미롭고 쓸쓸하며, 냉정한 자조에는 비애감이 깃들 여지조차 없다”고 분석하면서 “『나쁜 딸 루이즈』에 흐르는 자기중심주의적인 사고방식은 성가실 수도 있겠지만, 그 진정성만은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평가했다. <프랑스2 텔레비전>에서도 “작가는 이 파괴적인 모녀 관계의 미묘한 그 무엇을 아주 정확하게 되살려내고, 극도로 예민한 감정의 현(絃)에서 정확한 음을 연주해냈다”고 극찬했다.
쥐스틴 레비는 이 작품을 통해 <공쿠르 상>, <메디시스 상> 후보에 올랐으며, 오늘날 프랑스가 주목하는 대표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줄거리
거리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교통 체증을 유발시키는 아름다운 엄마 알리스. 그녀는 사교계 거물부터 거리의 부랑아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주저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졌다. 또한 술과 담배, 마약, 예술에 취해 살던 보헤미안이기도 했다. 루이즈는 이 특별한 엄마 덕분에 지나치게 자유가 많이 주어진, 그래서 쓸쓸한, 어린아이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유년 시절을 보낸다. 엄마를 향한 동경과 애증의 간극에서 혼란스러운 성장기를 보낸 루이즈는 한편으로 엄마의 남다른 세계관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닮아버린다.
그러던 중 알리스는 암에 걸려 입원을 해, 화려했던 과거와는 다른 늙고 지친 외모와 죽음에 대한 강박적인 생각을 가진 평범한 환자가 된다. 루이즈는 엄마의 병간호를 팽개치고 떠난 남자친구와의 여행에서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한 생명이 떠나가려는 때 또 다른 새 생명이 잉태되었다는 사실에 기묘한 죄책감과 우울을 느낀 루이즈는 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를 꺼린다. 그리고 루이즈가 임신에 대해 털어놓았을 때 이미 알리스는 정신을 잃어 이야기를 듣거나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태가 돼버린다.
결국 알리스는 세상을 떠나고 루이즈는 딸 앙젤을 출산한다. 루이즈는 앙젤을 보며 엄마-나-내 딸로 이어지는 생명과 천성적인 개성의 일치를 느낀다. 그리고 엄마는 세상을 떠난 것이 아니라 자기 딸에게 깃들어 언제나 함께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옮긴이의 말
옮긴이로서는 이 작품의 커다란 매력 중 하나를 ‘담백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문체’로 꼽고 싶다. 그렇기에 이 문체의 여운이 프랑스어와 한국어, 두 언어 사이에 존재하는 아득한 거리를 뛰어넘어, 독자의 머리가 아니라 가슴 한가운데로 곧바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이 작품은 담담한 듯하면서도 가슴 저리도록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하다.
기본정보
ISBN | 9788991310315 |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03월 01일 | ||
쪽수 | 214쪽 | ||
크기 |
128 * 188
* 20
mm
/ 382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Mauvaise fille/Levy, Justine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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