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요 시대의 징후를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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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심경호는 1955년 충청북도 음성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일본 교토(京都)대학교에서 《조선시대 한문학과 시경론》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조교수와 강원대학교 국문과 조교수를 거쳤으며, 지금은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2010년 4월에는 잠시 일본으로 건너가 1년 동안 메이지(明治)대학교 객원교수로 지내면서, 한일 문학 및 문화 교류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2002년 성산학술상과 2006년 일본 시라카와 시즈카(白川靜) 선생 기념 제1회 동양문자문화상에 이어, 한국학술진흥재단 선정 제1회 인문사회과학 분야 우수학자에 뽑혔다. 그 뒤 2010년 11월 우호인문학 학술상을, 2011년 11월에는 연민학회 학술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한시의 서정과 시인의 마음》, 《여행과 동아시아 고전문학》, 《김시습평전》, 《한시기행》, 《간찰, 선비의 마음을 읽다》, 《산문기행》, 《내면기행》,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한학입문》, 《자기 책 몰래 고치는 사람》, 《책, 그 무시무시한 주술》, 《국왕의 선물》 등이 있다. 역서로는 《금오신화》, 《당시 읽기》, 《한자학》, 《중국자전문학》, 《역주 원중랑집》, 《한자, 백가지 이야기》, 《중국 고전시, 계보의 시학》 등이 있다.
목차
- 책을 엮으며
1부 ―― 고대, 중세의 참요
서동방을 몰래 안고 간다│서동요
백제는 둥근달, 신라는 초승달│백제월륜요
지리다 도파 도파│지리다요
나무망국 찰니나제│나무망국요
계림은 누른 잎, 송악은 푸른 솔│계림요
먼저 닭 잡고 뒤에 오리를 치리라│고경참요
절영 명마 이르면 백제가 망하리│절영마요
가련하다 완산 아이│완산요
인종 때의 동요
어느 곳이 보현찰인가 이 금을 따라가면 모두 죽으리라│보현찰요
용이 섰다│입룡요
용손 열둘 다 죽은 뒤 다시 십팔자│십팔자요
청새진 호장의 동요│청새진요
박나무 가지 꺾어서 물밥 한 그릇│호지목지요
용손 열둘이 다 죽고 남쪽에서 제경을 이룩한다│작제경요
만수산에 안개 자욱하네│만수산요
악양에서 죽으니 고난은 옛일│아야마요
닷새베로 도목을 짓네│종포도목요
홀연 남쪽 외적 하나가 깊이 와우봉으로 들어가네│남구요
소가 크게 운다│우대후요
참새야 어디서 날아오느냐│사리화요
서경성 밖에는 불빛, 안주성 밖에는 연기│이원수요
역사를 베네 역사를 베네│할사요
목자가 나라를 얻으리라│목자요
2부 ―― 조선 전기의 참요
남산에 가서 돌을 쪼니 정 남은 것이 없구나│남산요
해 저물자 계집아이를 구하다니│맥숙요
은행나무 다시 살면 순흥이 회복되고 순흥이 회복되면 노산군도 복위된다│은행나무요
망마다 승슬어이라│망마다요
웃기로고 궂기로고 패하로고│삼합로고요
매이역가 수묵묵│수묵묵요
충성이 사모인가│사모요
이 손이 어떤 손인가│만손요
목자는 이미 쇠퇴하고 주초가 천명을 받는다│주초수명요
슬파곤의 노래│슬파곤요
김안로 흉서의 동요│김안로 동요
서대문 아들의 큰 붓│대필요
채여 채여! 이를 고쳐 채라 했구나│채채요
나라 어지럽히는 자는 동인, 나라 망하게 하는 자는 서인│망국요
목자가 망하고 전읍이 흥한다│전읍흥요
뽕나무에서 말갈기 나면 집 주인이 왕이 된다│마렵요
정여립의 갈건삼을 입었구나│여립갈건삼요
막좌리 벌이 강물로 허물어지면│막좌리평요
악용운근 담공월영이라│악용운근요
경기감사 우장직령│우장직령요
이팔자 저팔자 타팔자│차팔자요
부슬비 내리는 서울 거리│세우천가요
네놈이 왜장 청정이 아니냐│왜장요
온 성이 궁궐이로다│만성궁궐요
은이냐 돌이냐│은야석야요
달아나는 것만 못하다│성불여월요
금수레야 금수레야│금거요
춘삼월 보름달이 돌아오네│도라오내요
밭 있으면 세금이 없고 세금 있으면 밭이 없구나│유세무전요
3부 ―― 조선 후기의 참요
탁탁귀가 있다│탁탁귀요
오라비 상투가 왜 그래요│병자란요
정혈을 버리고 사혈을 취하다니│사혈요
자점이 점점│자점점점요
형장을 형장하면 면이 면할소냐│형장요
섭제에 일어나리라│섭제요
허허 우습다│허허우소다요
의호청밀이라│의호청밀요
허적이 산적 된다│허적산적요
미나리가 좋으랴 장다리가│근호야요
미나리는 사철, 장다리는 한철│미나리요
어사화냐 금은화냐│어사화요
화로장사│화로요
권설이 소설│권설소설요
숭례문 밖 남지의 요참│남지요
일경은 파경│일경파경요
광삼의 천지다│광삼건곤요
상을 보면 느린데 성은 어찌 급한가│완급요
한유의 자리에 한 그루 송│석상송요
조송의 천지│조송건곤요
청루의 남은 꿈이 용문에 올랐다│청루여몽요
수통과부│수통과부요
증천 박색이 맹렬하게 들어온다│박색요
억수로 귀하다│억귀요
목탁탁 고양아│목탁탁요
안국동이 망국동, 마상에 봉한식이라│망국동요
정후겸 행상도│행상도요
이셔고만 감즉고만 옴즉고만│삼개고만요
홍도화는 한철│홍도화요
남인의 흥기를 예언한 동요
홍충도 감사의 탐학을 비판하는 동요│홍충도요
윤 여인의 죽음에 관한 노래│배천 농요
청량교에 시위 나니 니집두 떠내려간다│청량교요
잇꽃에 열매 없으니 홍화를 어찌 하나│홍화요
오오 동래 울산의 한 살배기 까마귀야│오오요
내일이면│내일요
수원은 원수│수원요
수원에 가서 태어나지 못하여 한스럽네│수원요
일 없소│무계관요
남포 주자화상서원 설립을 풍자하는 가요│운곡리가요
새 옷 입고 새 밥 먹고 새 잠 잔다│삼신요
일사황관에 귀신이 탈의하다│임신기병요
철산 치오 가산 치오 정주 치오│홍경래란요
이경화야 네 날 살려라│이경화요
간드렁 간드렁│간드렁요
연산 경내에 세 도둑놈│연산요
4부 ―― 구한말, 근세의 참요
관상감에서 성인이 나온다│관상감요
아랫대궐 웃대궐 경복궁 새대궐│경복궁요
바람이 분다│매화타령
경성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은 그렇다치고 어찌하여 영문에도 살지 못하나│삼수갑산요
평양 선화당은 민씨 사랑방│선화당요
숲속에서 자느라 돌아오지 않네│임간요
공자가 시관에 석숭이 장원이다│석숭장원요
파방 파방 또 파방 파방│파방요
우장이 나오자 어린아이 잘 자라고, 금계랍 들어오자 노인들이 제 명에 사네│우장금계랍요
천리 늘어선 소나무가 하루아침에 하얗게 되리라│천리연송요
전주고부 녹두새야│녹두새요
파랑새야 파랑새야 녹두꽃치 떨어지면 청포장사 눈물낸다│청포장사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파랑새요
개남아 개남아 진개남아│개남요
봉준아 봉준아 전봉준아│봉준요
가보세 가보세│가보세요
사대문 걸고 나비잠만 잔다│나비잠요
성났다 변났다 연주문을 열어라│연주문요
네가 무슨 년에 도화냐 복송아 꽃이 도화지│도화요
여드레간 청명했다│팔일청명요
초포에 배가 가고 계산 바위가 하얗게 된다│초포요
부록 1 요(謠)에 대한 고찰
부록 2 한국 한문학의 참요와 그 정착문헌 일람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 이때 귀신 하나가 궁궐 안으로 들어와, “백제가 망한다. 백제가 망한다.”라고 크게 외치고는 땅으로 들어갔다. 왕이 이상하게 여겨 사람을 시켜 파보게 했더니, 석 자[尺]가량의 깊이에 거북이 한 마리가 있었고, 그 등에 “백제는 둥근달과 같고 신라는 초승달과 같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백제는 둥근달 百濟同月輪
신라는 초승달 新羅如月新 _ 《삼국사기》
● 처음에 견훤은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멀리 궁정에서 고함치는 소리를 듣고, “이것이 무슨 소리냐?”라고 물었다. 신검이 아버지(견훤)에게 고하기를, “왕께서 연로하여 군사와 나랏일에 어두우신데, 장남 신검이 부왕의 자리를 잇는다고 모든 장수들이 기뻐 축하하는 소리입니다.”라고 했다. 이윽고 아버지를 금산사에 옮기고, 파달 등 장사 삼십 인으로 지키게 했다..
가련하다 완산 아이 可憐完山兒
아비 잃고 눈물 줄줄 흘리누나 失父涕漣而 _ 《삼국유사》
● 장맛비가 여러 날 동안 내렸어도 물이 불지 않았는데, 군사가 다 건너고 나니 큰물이 갑자기 닥쳐와서 온 섬이 물속에 잠겼다. 사람들이 모두 신기하게 여겼다. (이성계가) 회군하기 전에 잠저(潛邸)가 있는 동리에 동요가 있었는데, 그 노래에 다음 구절이 있었다.
목자가 나라를 얻는다 木子得國 _ 《고려사》
● 백여 년 전에 이런 노래가 있었다.
목자가 망하고 전읍이 흥한다 木子亡 奠邑興 _ 《혼정편록》
출판사 서평
난세를 살아갔던 옛사람들의 트위터, 참요!
〈서동요〉〈완산요〉〈계림요〉부터 〈녹두새요〉〈초포요〉까지
역사적 격변기에 불리었던 참요 127편을 만나다
우리나라 고전 문헌에는 요(謠)라고 불리는 독특한 장르가 있다. 요는 짧고 간결한 음악적 언어로 이루어져 현재의 트위터 같은 마이크로 블로그와 닮아 있다. 옛사람들은 이 요를 통해 현실에 대한 우려감이나 정치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는 했다. 그중 도참사상이나 참언(讖言)을 토대로 만들어진 요를 참요(讖謠)라고 한다. 우리 역사의 변혁기, 즉 삼국시대,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 고려 말에서 조선 초, 임진왜란, 병자호란, 구한말 등의 왕조 교체기엔 어김없이 민간에 참요가 나돌았다. 참요란 이런 시대의 변화나 정치적 징후를 예언하거나 암시하는 노래로 정의할 수 있다. 현실을 풍자하거나 정치적 성격을 띠었으며, 왕실의 흥망성쇠, 길흉화복, 국왕의 폭정, 왕실 여인들의 비사 등을 예언했다고 간주되어 왔다.
이 책의 저자 심경호 교수는 몇 년에 걸쳐 《삼국유사》 《삼국사기》 《동사강목》 등의 우리 문헌에 등장하는 참요를 하나하나 찾아내 원문을 싣고 해설하였으며, 아울러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이했다. 본문에 등장하는 참요는 총 120여 편이며 이는 고정옥의 《조선민요연구》(1949) 이후 최대 목록이다.
과연 옛사람들은 요즘과 같은 혼탁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읊조렸을까?
예언인가 선동인가?
주술인가 부회인가?
중국이나 우리나라 문헌에는 현실을 비판하거나 미래를 예측하거나, 혹은 시대나 군주를 찬미하는 내용을 짧은 어구의 노래로 표현한 요(謠)가 많이 나온다. 그중 도참사상이나 참언(讖言)을 토대로 만들어진 요를 참요(讖謠)라고 한다. ‘참(讖)이라는 글자는 은어나 예언 따위로 나라나 사람의 길흉화복, 성패 등을 예언하는 것을 말한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의자왕’조에 이런 내용이 전한다.
의자왕 20년인 660년, 사슴 모양의 개 한 마리가 서쪽으로부터 사비하 언덕에 이르러 왕궁을 향하여 짖더니 잠깐 사이에 사라졌다. 그러자 서울의 개들이 길에 모여 울부짖다가 얼마 후 흩어졌다. 이때 귀신 하나가 궁궐 안으로 들어와, “백제가 망한다. 백제가 망한다.”라고 크게 외치고는 땅으로 들어갔다. 왕이 이상하게 여겨 사람을 시켜 파보게 했더니, 석 자[尺]가량의 깊이에 거북이 한 마리가 있었고, 그 등에 “백제는 둥근달과 같고 신라는 초승달과 같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백제는 둥근달 百濟同月輪
신라는 초승달 新羅如月新
이 참요는 한 나라의 멸망을 명확하게 예언했다. 하지만 의자왕은 참요의 참 의미를 새겨듣지 않아서 결국 나라를 망치고 말았다. 이처럼 참요는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여 마치 아이들의 언어유희와 같으면서도 미래를 예시하는 기능을 지니기에, 옛사람들은 그것을 동요라고 불렀다. 그러나 요는 아동이 만든 것만은 아니다. 누군가 아동을 통해 유포시키거나 아이들의 노래 형식으로 조작하기도 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서동요〉(본문 17쪽 참조)가 대표적이다.
서동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 공주 선화가 아름답기 짝이 없다는 말을 듣고, 머리를 깎고 서라벌(지금의 경주)로 갔다. 거리의 아이들에게 마를 나누어주자, 아이들이 그를 따랐다. 그러자 서동은 동요를 지어 아이들로 하여금 부르게 했다. 이 노래가 대궐 안에까지 퍼지자 왕은 마침내 공주를 귀양 보냈다. 그러자 서동이 길목에서 기다리다가 그녀를 데리고 백제로 돌아가서, 자신은 임금이 되고 선화는 왕비로 삼았다고 한다.
이처럼 참요는 그것이 과연 예언인지 부회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지만, 공적 언론과 대치되는 대항적 언론으로서, 대개 현실 정치의 잘못을 명확하게 지적해왔다. 그렇기에 과거의 군주들은 대항언론의 내용을 듣고 정치의 득실을 파악했다. 이익은 《성호사설》의 ‘첨앙인주(瞻仰人主)’ 조항에서, 항간의 동요는 궁내의 일들을 풍자하는 내용이 많으므로 군주는 그 노래를 듣고 자신의 몸가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정약용은 지방 수령에게 괘서와 투서를 불살라야 한다고 권하면서도, “유언비어가 거두어져서 보리뿌리로 들어간다.”라는 속담을 인용해서, 유언비어는 스스로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위정자나 목민관은 유언비어가 발생한 이유를 살펴서 스스로 근신하고 정치를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역사의 변혁기에는 참요가 유행했다!
우리 역사의 변혁기, 즉 삼국시대,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 고려 말에서 조선 초, 임진왜란, 병자호란, 구한말 등의 왕조 교체기나 격변기엔 어김없이 민간에 참요가 나돌았다. 이것은 시국의 변동과 관련하여 민중이나 지식인들 사이에서 생성된 신비적인 언어이거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위조되었을 터다. 이를 통해 권력자에 대한 원한, 혹은 정치사회에 대한 불만 등을 교묘하게 담아냈다. 대표적으로 <전읍흥요(奠邑興謠)>와 <형장요(亨長謠)> 등은 명백히 정치적 의제이다. <전읍흥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백여 년 전에 이런 노래가 있었다.
목자가 망하고 木子亡
전읍이 흥한다 奠邑興
정여립은 이 여섯 글자를 옥판에 새겨 연승을 시켜 지리산 석굴 속에 두게 했다. 연승은 도잠, 설청 등과 함께 유람 간다는 구실로 그리로 가서 옥판을 가져와서는 정여립에게 바쳤다. 이때 변숭복, 박연령 등이 합좌하고 있었다. 정여립은 “너희는 이것을 어디서 얻었느냐? 남에게 보여주어서는 안 되니, 깊이 보관하거라.” 했다. 박연령 등은 마침내 정여립이 시운에 응하는 사람이라고 여겨, 해서 지방에서 떠들고 다녔다. 해서 사람들은 더욱 그 말을 믿게 되었다.
木子(목자)는 李(이) 자의 파자이다. 木子가 망한다는 것은 이씨 왕조가 망한다는 뜻이다. 조선이 개국할 때는 <목자흥 木子興>이라는 동요가 유행하더니, 조선 중기에 이르러서는 <목자망 木子亡>이라는 동요가 유행하게 된 것이다. 奠邑(전읍)은 鄭(정) 자의 파자이다. 전읍이 흥한다는 것은 정씨 왕조가 흥기한다는 뜻이다. 정치적 의도에서 이 동요가 만들어졌겠지만, 국가의 오랜 안정이 오히려 국가의 멸망을 말하는 조짐으로 해석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구한말에도 참요가 많이 발생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는 동인이 정권을 잡았으나, 내우외환에 대처하는 방안이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이러한 미래의 사실까지 모두 예견한 것인지, 이미 선조 연간에 “나라를 어지럽힌 자는 동인”이란 노래가 나왔다고 한다. 한편, 광해군 때 동인 가운데 북인이 정치를 했으나, 인조반정으로 서인이 정권을 잡았다. 서인들은 후금의 침략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결국 삼전도의 굴욕을 초래했다. 이러한 미래의 사실까지 모두 예견한 것인지, 이미 선조 연간에 “나라를 망하게 한 자는 서인”이란 노래가 유행했다고 한다(<망국요>, 본문 221쪽 참조).
난세를 살아갔던 옛사람들의 트위터, 참요!
참요는 노랫말의 특성상 전파가 빨라 ‘적시성’을 지녔다. 곧 언중들이 짧은 음악적 언어로 현실에 대한 기대감이나 우려감, 혹은 정치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그 방식은 오늘날 트위터의 글쓰기와 매우 닮아 있다.
철산(鐵山) 치오
가산(嘉山) 치오
정주(定州) 치오
위 〈홍경래란요〉는 순조 12년(1812) 홍경래 난이 일어났을 때 민간에서 부르던 민요라고 한다. 홍경래 난은 홍경래, 우군칙 등이 중심이 되어 일으킨 농민 봉기로, 순조 11년(1811) 12월부터 순조 12년(1812) 4월까지 5개월간 지속되었다. 이 민요는 봉기군이 철산을 치고 가산을 치고 정주를 쳐서 청천강 이북의 여러 성읍이 호응해서 기세가 자못 당당할 때 민간에서 부른 노래였던 듯하다. 그에 반해 아래 〈청포장사요〉는 민중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한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안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사 울고간다
위 노래에서 파랑새는 창생(蒼生), 즉 백성을 비유하고, 녹두꽃은 전봉준을 의미한다. 이 노래는 어구가 조금씩 바뀌기도 해서 비슷한 게 많다. 내용 또한 동학군을 비적(匪賊)으로 간주하고 거기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만류한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성호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이런 말을 했다.
천하가 장차 어지러워지려면 귀신의 도가 성행하여, 돌이 말을 하는 따위가 사람의 이목을 현혹시키는 법이므로, 괴이하게 생각할 것이 없다고 본다.
이긍익은 《연려실기술》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예로부터 항간에서 동요(참요)가 생기는 것이, 처음에는 아무런 뜻이 없이 무심한 데서 나와 사람의 조작이 개입되지 않고, 순전히 자연발생하여 나왔다. 그 때문에 저절로 미리 정하여진 징조에 감통되어 예언으로 징험되는 바가 틀림이 없었다.
과연 옛사람들은 요즘과 같은 혼탁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읊조릴까?
│저자의 글│
“민중의 소리를 들어라. 민중의 소리를 두려워하라.”
이것은 근대 이전의 정치 강령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기에 위정자는 거리에서 노래되는 동요나 민간에 떠도는 참요와 요언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정권을 농단하는 자들은 민중의 소리를 두려워하여 그것을 금압하려고 했다. 고려 원종 때 임유무가 동요와 도참(圖讖, 앞날의 길흉을 예언하는 술법)을 퍼뜨리는 자를 체포하면 관작과 재화를 상으로 주겠다고 했던 것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참요나 요언, 산호 등은 공적 언론과 대치되는 대항적 언론으로서, 대개 현실 정치의 잘못을 명확하게 지적해왔다.
기본정보
ISBN | 9788991087583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07월 31일 |
쪽수 | 648쪽 |
크기 |
153 * 224
* 35
mm
/ 92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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