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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를 피해서 들어온 캄캄한 오두막에서 늑대 가브와 염소 메이는 서로의 정체도 모른 채 의기투합한다. '폭풍우 치던 밤에'라는 말을 암호로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진 늑대와 염소. 다음날 자신들이 '사냥감과 천적'이라는 관계를 확인하고도 그 우정과 사랑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간다. 결국 서로의 종족을 버리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이상향을 찾아 목숨을 건 도주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힘든 시련을 겪으면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이 만들어내는 박진감, 그리고 의외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전체가 하나로 잘 융합되어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진다. 그림책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늑대와 염소가 이상향을 찾아 행복을 만끽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반면 소설은 그 해피엔딩 이후의 이야기도 함께 담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작가정보
지은이 : 기무라 유이치(木村裕一)
1948년 도쿄 출생. 1995년 동화 〈폭풍우 치는 밤에〉로 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 상과 산케이 아동출판 문화상을 수상했으며 현재는 그림책, 동화, 희곡,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 최고의 아동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은 〈폭풍우 치는 밤에〉 시리즈는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게재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 번역되어 세계의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널리 읽히고 있고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졌다.
옮긴이 : 양원곤
일본 출생. 숙명여자대학교와 명지대학교 일본어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출판번역 전문회사 (주)엔터스코리아의 대표를 맡고 있다. 번역서로는 〈억만장자가 들려주는 가난 탈출법〉, 〈조직에서 살아남는 50가지 기술〉, 〈오륜서〉, 〈돈 버는 가게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뇌 학습혁명〉 등이 있다.
김준균
1973년 서울 출생.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일본 아사히 신문사 장학생으로 2년간 일본 어학연수를 마침. 주간지, 월간지 기자 등을 거쳐 현재는 단행본 기획편집 및 번역 업무를 맡고 있다. 번역서로는 〈나를 변화시키면 성공할 기회는 있다〉, 〈기억력 학습법〉 등이 있다.
번역 양원곤
번역 김준균
목차
- 프롤로그
제1장 만남
제2장 재회
제3장 비밀
제4장 고백
제5장 밀월
제6장 규탄
제7장 여행
제8장 불화
제9장 굴레
제10장 하얀 어둠
제11장 푸른 숲
에필로그
책 속으로
끼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면서 누군가 오두막 안으로 들어왔다.
‘누굴까?’
염소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어둠 속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대체 누굴까?
염소는 숨을 죽이며 귀를 기울였다.
헉헉거리는 숨소리.
설마 늑대? 이런 좁은 오두막 안에서 늑대라도 만난다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저녁밥이 되고 말 것이었다.
그리고
‘코옹, 코옹, 코옹, 코옹’
한 걸음 한 걸음 무언가 단단한 물체가 마룻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건 발굽 소리야. 뭐야, 그렇다면 염소잖아.’
-p.9
“그럼 내일 점심은 어떠세요?”
염소가 서둘러 제안을 해왔다.
“좋습니다. 폭풍우가 친 다음 날은 특히 날씨가 좋다고 하니까요.”
“장소는 어디로 하죠?”
“음, 일단 이 오두막 앞은 어때요?”
늑대가 답하자 염소가 바로 소리쳤다.
“좋아요! 하지만 저희들 서로 얼굴도 모르는데…….”
“그럼 만약을 위해서 제가 ‘폭풍우 치는 밤에 만난 상대입니다.’라고 말을 하죠.”
“후후, ‘폭풍우 치는 밤에’만으로도 알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염소가 또 높은 소리로 웃었다. 방울이 울리는 듯한 소리였다.
“그럼 저희들 암호는 ‘폭풍우 치는 밤에’인 셈이군요.”
늑대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일 약속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이 뛰는 일인지…….
“그럼 내일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p.27
“역시 우리 늑대는 당신네 염소들 입장에서 보면 정말 나쁜 존재군요.”
가브는 넘칠 것만 같은 눈물을 억지로 참으면서 말을 뱉었다.
“어차피 우리는 눈도 찢어지고, 입은 상스럽고 코는 못생겼으니까요.”
“무슨 그런 말을…….”
“아무리 이렇게 만난다고 한들 결국 우리는 염소와 늑대니까요. 이것만큼은 바뀌지 않잖아요.”
가브는 그런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그 사실이 자신에게 들이닥치자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커다란 벽이 눈앞에 가로막힌 것처럼 절망감에 휩싸였던 것이다.
메이 역시 그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둘의 관계를 망가뜨리긴 싫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비밀스러운 관계잖아요.”
메이는 앞으로 돌아와서 가브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비밀스러운 관계?”
자신도 모르게 가브가 대답했다.
“네에.”
미소를 띠고 끄덕이는 메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왠지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p.90
“우리 이제 어쩌죠?”
가브가 배시시 웃는다.
“네, 우리 이제 더 이상 비밀스러운 관계가 아닌 것 같아요.”
메이는 벼랑 위에 죽 늘어서 있는 늑대들을 올려다보았다. 동료 염소들도 늑대들의 눈을 피해 어느 숲 속에선가 이들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계속 갈지 아니면 돌아갈지를 결정해야겠어요.”
“저를 잡아먹으면 모든 일이 해결되겠지만요.”
“하하하, 그렇게만 되면 문제는 간단하죠.”
둘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소리를 모아 웃어댔다.
“이렇게 된 이상 가는 데까지 가 볼까요?”
“그런 각오쯤은 이미 하고 있어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브와 메이는 저편 언덕을 바라보았다.
-p.184
“괜찮아, 가브. 너 벌써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 어차피 밖이 이렇게 추워서는 염소인 나로서는 더 이상 못 버텨. 그러니까 가브, 내 몫까지 살아.”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 가브와 만나서 행복했어. 목숨을 바쳐도 좋을 상대를 만났던 것도 감사해.”
“그렇게 생각해주는 네가 있어서 나야말로 행복해.”
“그러니까 가브는 먹이를 많이 먹고 힘내서 이 산을 넘어가.”
“무슨 말이야? 먹이가 어디 있다고?”
“있잖아, 여기에.”
가브는 흠칫하며 메이를 봤다. 너무나도 뜻밖이라 가브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가브는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야! 메이는 먹이 따위가 아니야! 아니라고!”
-p.276
출판사 서평
▶ 애니메이션 〈폭풍우 치는 밤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뒷이야기 전개
_원작자 기무라 유이치가 밝히는 충격의 라스트 신
이 책은 현재 상영중인 애니메이션 〈폭풍우 치는 밤에〉의 원작자 기무라 유이치의 동명 소설로 전체적인 소설의 흐름은 애니메이션이나 그림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폭풍우를 피해 들어온 캄캄한 오두막에서 늑대 가브와 염소 메이는 서로의 정체도 모르고 이야기를 하다 완전히 의기투합하게 되었고 나중에 자기들이 ‘사냥감과 천적’이라는 관계를 확인하고도 종족을 초월한 우정과 사랑은 더욱 깊어져서, 결국 서로의 종족을 버리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이상향을 찾아 목숨을 건 도주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나 그림책이 늑대와 염소가 이상향을 찾아 행복을 만끽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반면 소설은 그 해피엔딩의 뒤를 이어 늑대와 염소가 서로를 꼭 껴안고 죽음을 맞이하는 슬픈 라스트 신까지 보여주는데 바로 이 점이 영화와 그림책과는 가장 크게 구별되는 특징이며 읽는 이에게 깊은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러한 이유 탓인지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의 주인공인 늑대와 염소가 마치 사람인 것처럼 느끼고 그들이 이루려는 힘든 사랑을 자신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 소설이 가장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느끼는 감동이 애니메이션과 동화에서 느끼는 감동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본정보
ISBN | 9788990994400 | ||
---|---|---|---|
발행(출시)일자 | 2006년 03월 27일 | ||
쪽수 | 317쪽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あらしのよるに/木村 裕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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