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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문학상 추천도서 > 국내문학상 > 이효석문학상 > 2009년 선정
제10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편혜영은 익숙한 서사를 벗어나는 참신함과 혐오스러운 이미지로 새로운 미학을 창조하는 독특한 작품 세계로 주목을 받아온 젊은 소설가이다. 이번 작품 <토끼의 묘>에서는 현대인의 일상에 배어 있는 공포를 예리하게 포착하였다. 토끼의 이미지와 파견근무자의 일상을 겹쳐놓으며, 현대 문명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파고든다.
이밖에도 편혜영의 자선작 <크림색 소파의 방>과 전년도 수상자인 김애란의 자선작 <너의 여름은 어떠니>를 담았다. 그리고 추천 우수작에 오른 박성원의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2>, 윤성희 <웃는 동안>, 이장욱의 <고백의 제왕>, 조경란의 <기타부기 부기우기>, 천운영의 <남은 교육>, 한유주의 <장면의 단면>을 수록하였다.
작가정보
목차
- 제10회 수상작
편혜영 │ 토끼의 묘
수상작가 자선작
크림색 소파의 방
기수상작가 자선작
김애란 | 너의 여름은 어떠니
추천 우수작
박성원 |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2
윤성희 | 웃는 동안
이장욱 | 고백의 제왕
조경란 | 기타부기 부기우기
천운영 | 남은 교육
한유주 | 장면의 단면
수상소감
심사평
편혜영의 문학적 자전
내가 만난 편혜영 1
내가 만난 편혜영 2
출판사 서평
도서출판 해토에서《2009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출간하였습니다. 가산 이효석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효석문학상은 올해로 제10회를 맞이하였습니다. 올해 수상작인 편혜영의〈토끼의 묘〉는 현대인이 살아가는 일상의 공포를 파견근무자와 토끼의 모티프를 통해 담담하면서도 천연덕스럽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으로, “자본주의적 일상에 배어 있는 공포를 예리하게 포착해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박성원, 윤성희, 이장욱, 조경란, 천운영, 한유주 등 최근 한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실려 있어 젊은 작가들과 한국문학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2009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수상작 편혜영의〈토끼의 묘〉를 비롯해 자선작(〈크림색 소파의 방〉)과 문학적 자전(〈교본의 시간〉), 전년도 수상자인 김애란의 자선작〈너의 여름은 어떠니〉, 소설가 김태용과 김애란의〈내가 만난 편혜영〉, 추천우수작으로 박성원의〈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2〉, 윤성희의〈웃는 동안〉, 이장욱의〈고백의 제왕〉, 조경란의〈기타부기 부기우기〉, 천운영의〈남은 교육〉, 한유주의〈장면의 단면〉 등이 수록돼 있다.
편혜영 - 평단과 문단을 당혹스럽게 만든 2000년대 대표 작가
편혜영은 한국 문단의 하드고어 개척자로 등장하여 익숙한 서사를 벗어나는 참신함과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이미지를 나열하며 새로운 형태의 미학을 창조하는 독특한 작품 세계로 문단과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젊은 소설가다.〈사육장 쪽으로〉로 2007년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며 많은 화제를 모았고, 이번에는〈토끼의 묘〉로 제10회 이효석문학상까지 거머쥐었다.
편혜영은 이 작품에서 현대인의 일상에 배어 있는 공포를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핏발 선 것 같은 빨간 눈동자로 물끄러미 상대방을 응시하는 토끼의 이미지와 느닷없이 낯선 곳으로 옮겨진 파견근무자의 일상을 겹쳐놓으며 모더니티에 유린되는 인간 소외의 한 극단을 섬뜩하게 그려내고 있다. 현대 문명의 뒷면을 적나라하게 파고들어 ‘일상의 악몽’을 천연덕스럽게 형상화하는 독특함은, 편혜영이 왜 한국 문단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작가로 거론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토끼의 묘〉 - 담담한 어조로 그려낸 일상의 공포!
일상의 단면을 담담한 어조로 그려내지만, 읽고 난 뒤 오스스 한기가 들어 문득 주위를 둘러보게 만드는 편혜영의 특징이 이 소설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시하는 사냥감을 단지 잡아오기만 하면” 될 뿐 “무엇을 잡을지, 잡은 후에 구울지 삶을지 버릴지 박제를 할지 결정”할 권한도, 그 결정에 참여할 기회도 없는 이의 적막한 나날이 도시락 뚜껑을 열고 대하는 식은 밥처럼 눈앞에 다가든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입사해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 한직으로 파견근무를 나간다. 그러고는 거기서 딱히 필요하지도 않은 일을 한다. 또한 파견근무가 끝날 무렵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파견근무자들이 기르다가 공원에 버리는 토끼는 도시에서 시용가치가 다하면 버려지는 파견근무자들의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주인공의 전임인 상사나 주인공 ‘그’, 그리고 그의 후임인 후배 모두 동일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이런 현대사회의 비인간적인 조직 체계, 일상의 무의미하고도 악무한(惡無限)적인 반복성을 공포스럽게 전하고 있다. 그로테스크한 환상과 그 환상의 현실적 연원을 이루는 권태로운 일상으로 공포를 형상화한 편혜영의 전작들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심층에서 작용하는 정체성의 상실감과 문화적 단절감으로 기이한 심리적 공포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소설의 현재와 미래를 본다!
등단 15년 이하의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이효석문학상은 매년 탁월한 작품을 발표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냄으로써 현대 소설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이번에 추천 우수작에 오른 작품들은 작가들의 개성을 잘 드러내면서도 우리 소설의 미래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변태성과 정상성의 이분법이 실제로는 상품의 논리에 의해 재구성됨을 보여주는〈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2〉, 인물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삶의 페이소스를 드러내는〈웃는 동안〉, 기괴하고 충격적인 고백을 늘어놓는 등장인물을 통해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드러내는〈고백의 제왕〉, 아버지의 권리와 상처를 인정하고 공감함으로써 가족의 유대를 재확인하는〈기타부기 부기우기〉, 거칠고 극단적인 표현으로 모녀관계를 그려낸〈남은 교육〉, 서사를 파괴하고 전 문장을 부정문으로만 쓴 형식의 독특함이 돋보이는〈장면의 단면〉 등이 추천 우수작으로 실려 있다.
■ 심사평
예심에 올라온 10여 편의 후보작들은 등단 15년 이내라는 이효석문학상 규정에 맞춤하게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작가가 아닌 작품에 주어지는 이 상의 취지에 맞게 다양한 색깔을 지닌 개성 있는 작품들이 특정한 경향이나 세대와 상관없이 추천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본심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중복 추천을 받은 작품은 네 편이었다. 전성태의〈이미테이션〉, 박성원의〈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2〉, 윤성희의〈웃는 동안〉, 편혜영의〈토끼의 묘〉가 해당 작품들이다.
전성태의〈이미테이션〉은 순 토종 한국인인데도 별명이 “양키” 아니면 “튀기” “아이노코”일 정도로 “다국적 외모”를 지닌 주인공이 ‘명실상부’하게 군 입대에서도 “외관상 식별이 명백한 혼혈인”이라는 조항에 의거하여 면제받으려는 해프닝 아닌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인공 하천, 원어민 영어 과외, 짝퉁 가방 모티프 등을 통해 인생 자체가 원본 확인이 불가능한 ‘이미테이션’에 불과함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시니컬하게 그리고 있다. 이 작가의 특장인 능청스러움이 원본에 대한 집착을 희화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박성원의〈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2〉는 근대문학의 오랜 주제인 “사막일 수 없는 사막”으로서의 도시 문제를 새롭게 형상화하고 있다. 흔할 수 있는 주제를 정면 돌파하려는 작가의 배포가 대단하다. 21세기적인 도시의 고현학이나 세태소설로서의 면모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심리 묘사나 이미지의 적절한 활용으로 독특한 아우라를 형성하고 있는 소설이다. 매미와 변태 모티프, 유아 성추행범들과 잃어버린 아빠와의 교직, 희생 제의의 상징성 등이 도시의 폭력성과 허무함을 적절하게 모자이크화하고 있다.
수상작과 함께 마지막까지 논의의 대상이 된 윤성희의〈웃는 동안〉은 특히 주인공과 조카가 이야기 나누는 앞부분의 유머러스한 전개가 압권이다. 하지만 유령 화자가 나타나면서 소위 ‘이태백’ 세대들의 아픔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특히 이들의 아픔은 아이러니하게도 ‘웃고 있는’ 동안 더 진하게 전해진다. 이들은 웃으면서 실패를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죽음과 대화한다. 그리고는 별 볼 일 없을 수도 있는 자신들의 미래와도 화해한다. 한 명의 죽음을 통해 나머지 세 인물들이 죽은 친구가 남긴 소파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 공중부양의 경지까지 상상하게 하는 결말은 따뜻하면서도 짠하다.
수상작으로 결정된 편혜영의〈토끼의 묘〉는《아오이 가든》에서의 비일상적이고 환상적인 폭력이《사육장 쪽으로》에서부터 일상적이고 심리적인 공포로 변화하고 있는 작가적 특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동일한 점심〉에서 ‘인문대 구내식당의 정식 A세트’의 역할을 이 소설에서는 ‘파견근무’ 모티프가 담당하고 있다. 입사해서 일정한 시간이 되면 한직으로 파견근무를 나간다. 그러고는 거기서 딱히 필요하지도 않은 일을 한다. 또한 파견근무가 끝날 무렵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파견근무자들이 기르다가 공원에 버리는 토끼는 도시에서 시용가치가 다하면 버려지는 파견근무자들의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자신의 전임인 상사나 주인공 ‘나’, 그리고 자신의 후임인 후배 모두 동일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이런 현대사회의 비인간적인 조직 체계, 일상의 무의미하고도 악무한적인 반복성을 공포스럽게 전하고 있다. 우리가 공포를 느끼는 것은 낯선 것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할 때보다는 익숙한 것에서 낯선 것을 발견할 때라는 사실이 새삼 절감된다. 지리멸렬한 듯한 일상의 전개 속에서 어느덧 카프카적 성(城)의 세계가 ‘토끼의 묘’로 현현하게 되는 강렬함이 이 소설을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소설로 만들고 있다. 수상에 값하는 진지함과 깊이를 찾을 수 있다. 수상을 축하한다.
김미현(문학평론가, 이화여대 교수)
■ 수상소감
여행지에서 쓴 소설
지난겨울은 여행지에서 보냈다. 서울보다 해가 짧은 곳이었다. 가지고 간 책은 아끼며 읽는 중이었고 외국어로 방송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는 영 흥미를 느낄 수가 없어서 대체로 집밖을 산책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숙소에서 조금 걸어 나가면 큰 전철역과 넓은 공원이 있었다. 공원에서 주민들은 산책로를 따라 달리기를 했고, 주변 오피스타운에서 일을 끝낸 직장인들은 담배를 태우거나 한담을 나누다가 역으로 갔다. 조금 어두워지면 으슥한 곳을 찾아 아베크족이 모여들었다. 나는 공원에 앉아 여행지에서 처음 듣게 된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사위가 어두워지는 걸 지켜보다가 추워지면 숙소로 돌아왔다.
어느 날 공원 화단에 한 뼘 길이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나무를 뽑아 와서 먹고 난 요구르트 용기에 심었다. 며칠이 지나도 나무가 죽지 않는 것이 신기해서 역 근처 화원에서 몇 개의 작은 화분을 더 샀다. 식물을 키워본 적 없는 내가, 집에서도 키우지 않던 식물을 여행지에서 산 것은 순전히 그곳이 여행지인 때문이었다. 머무는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므로 불성실하게 돌봐주어도 나무가 죽을 리 없었다. 성급히 죽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잘 자라면 오히려 곁을 떠나기 아쉬울 거였다. 나무가 잘 자라건 말건, 나는 곧 그곳을 떠나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토끼의 묘〉는 여행지에서 쓴 유일한 소설이다. 집을 떠나 소설을 써 본 적이 없어서 여행지에서 짐을 풀며 이곳에서는 분명 아무것도 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잘 돌봐주지 않아 이내 나무의 잎이 마르고 화분의 흙이 마르는 걸 보면서 이 소설을 썼다. 여행지에서 나는 대체로 편안하여 무상(無想)하였으나 한편으로 낯선 것이 두렵고 두려워서 외로웠는데, 내가 말라 죽인 나무만큼이나 메마른 느낌이었다. 만약 이 소설이 아니었다면 그 시절은 죽은 나무로만 기억되었을 것이다. 소설 덕분에, 한 시절이 지나가는 듯해도 그저 지나가는 것만이 아님을, 한 순간 머무는 듯해도 결코 머무는 것만이 아님을 알았다.
수상 소식을 듣고 소설을 쓰는 동안 회의와 불안을 거듭하느라 생겨난 깊은 자책이 영 쓸모없는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했다. 올해로 소설을 쓴 지 꼭 십년이 되었으나 여전히 나는 소설 앞에서 매번 주저하고 자신 없고 용기를 잃는다. 그럼에도 이내 소설이 쓰고 싶어진다. 쓴다는 것의 가치와 의미를 애써 궁리하지 않고, 스스로의 노고에 매혹되지 않으며, 그저 즐겁다는 것에 위무받아왔다. 그것이 작가로서 나의 유일한 자부다.
나는 늘 이 상의 이름을 가진 이효석 선생이 쓴 소설의 일부처럼,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푸르게 젖은 듯 보이는, 그런 흐드러진 달밤에 격이 맞는 얘기를 쓰고 싶었다. 세계는 이미 서정을 잃었고, 일상 속 개인은 그런 세계에 압도당해 무능하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세계의 뒤쪽 어딘가로, 숨겨진 검은 구멍 쪽으로, 깊고도 어두워 아름다운 밤길로 흔쾌히 걸어 들어가고 싶다. 이 상 덕분에 한동안 그 밤길이 외롭지 않을 것 같다.
기본정보
ISBN | 9788990978813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08월 10일 |
쪽수 | 284쪽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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