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서의 우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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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1963년 홋카이도 출생. 소설가 겸 디자이너. 요괴소설의 일인자로 불리는 교고쿠 나츠히코는 디자인 학교를 거쳐 디자인 사무소, 광고대리점에 근무한 후, 독립해 친구와 디자인 회사를 설립하여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아트디렉터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작품인 ≪루가루loup-garou≫뿐 아니라 온다 리쿠, 아야쓰지 유키토 작품의 표지장정을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계간잡지 ≪괴怪≫의 책임편집을 맡고 있으며 더불어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에서 일본의 괴담문화 성립과 변천에 관한 학술적 연구도 하고 있다. 그의 작품 중 ≪웃는 이에몬≫,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가 영화로, ≪후後·항설백물어≫, ≪망량의 상자≫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등 현재 일본의 각종 미디어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미스터리 작가이다. 1994년 직접 출판사로 들고 간 원고 ≪우부메의 여름≫이 전격 출판되며 일약 소설가로 데뷔했다. 1996년 ≪망량의 상자≫로 제4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장편부분) 수상, 1997년 ≪웃는 이에몬≫으로 제25회 이즈미쿄카문학상 수상, 2003년 ≪엿보는 고헤이지≫로 제16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 2004년 ≪후·항설백물어≫로 제130회 나오키상 수상 등 명성만큼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등의 ‘교고쿠도 시리즈’와 ≪웃는 이에몬≫, ≪백귀야행≫, ≪엿보는 고헤이지≫, ≪루가루≫, ≪항설백물어≫, ≪후·항설백물어≫등이 있으며, 요괴연구가 다다 가츠미와 함께 ≪요괴도감≫을 펴내기도 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으며, 현재 출판기획자 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교고쿠 나츠히코의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과 ≪음양사≫ 시리즈, ≪샤바케≫ 시리즈, ≪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 미야베 미유키의 ≪마술은 속삭인다≫, ≪외딴집≫,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메롱≫ 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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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아주 좋아한다네. 애초에 자네는 뭔가 착각을 한 것이 아닌가? 내가 싫어하는 것은 심령과학이니 초능력이니 하는 수상쩍은 유사과학이나 그것을 전제로 한 잘못된 괴기인식이지, 민간의 구비전승, 신앙, 속신(俗信)들을 싫어하는 것이 아닐세.” _ 상권 223쪽
“잘 듣게, 세키구치군. 이 세상에는 일어나야 할 일만 일어나고, 있어야 할 것만 있는 법일세. 그러니 이곳 주인이 보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있었을 테고, 이전에 다른 목격자가 있었다면 그때도 있었겠지.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없는 것은 보이지 않으니까. 그건 있었던 걸세.” _ 상권 225쪽
“그러니까 아는 것, 모르는 것,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 있을 수 있는 것, 있을 수 없는 것―――이것들은 명확하게 구별해서 생각해야 했어요. 다시 말해 ‘공중부양하는 승려’는 있을 수 없지만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나타난 시체’는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우리는 에노키즈 씨의 말씀대로 그 부분을 전부 혼동하고 있었던 거예요.”
_ 상권 344~345쪽
본론과 동떨어진 맥락 없는 내용의 이야기를 질릴 정도로 길게 늘어놓고, 막상 본론에 들어갔을 때는 그 쓸데없는 이야기들이 유효한 복선이 되어 결론을 뒤집기 어려워진다―――그것이 친구가 자주 사용하는 전법이다. _
중권 98쪽
“이―――천 년에 이르는 일본 선의 역사가 명혜사에는 그대로 들어 있어요. 명혜사는 마치 선의 모형정원 같습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명혜사는 일본의 선사(禪史)를 담은 별천지 같은 곳이 된 것 같군요.” - 중권 380쪽
“속박 없이 자유는 없어. 다시 말해서 우리가 없으면 우리에서 나갈 수 없네. 우리에서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우선 우리를 만들어야 하는 걸세.” _ 하권 354쪽
“점수로 깨닫는다―――점오선(漸悟禪)이라면, 그것은 북종선(北宗禪)입니다. 북종선은 나라 시대에 당나라 승려에 의해 전해지기는 했지만 전혀 뿌리를 내리지 못했지요. 일본의 현재의 선은 전부 남종선의 흐름을 따른 것. 다시 말해서 전부 돈오선(頓悟禪)입니다. 그렇다면 범인은 임제승도 조동승도 될 수 없다는 뜻이 되지요. (중략) 하지만 사이초는 아니에요. 그렇다면 구카이가 가져온 선이 바로 북종선이었던 것이 아닐까 (중략)” _ 하권 436~437쪽
출판사 서평
하코네의 산중에서 발생한 승려 연속 살인사건!
그리고 ‘산중에 쳐진 선(禪)의 결계’와 그 비밀!
1950년대 도쿄 인근의 하코네. 수수께끼의 거찰 명혜사를 취재하기 위해 하코네의 산중에 있는 여관 ‘센고쿠로’에 묵고 있던 『희담월보』의 아츠코와 동료 이쿠보 일행 앞에 승려의 시체가 홀연히 나타난다. 그 무렵 교고쿠도 역시 의뢰받은 일로, 여행을 겸해 세키구치와 아내들을 동반해 하코네를 방문한다. 이후 그들의 눈앞에서 네 명의 승려가 차례로 살해된 채 기묘한 형태로 발견되고, 그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교고쿠도의 일행은 사건의 관련자가 되어 경찰의 주목을 받는다. 이에 교고쿠도는 해박한 지식과 현란한 말솜씨로 하코네 산중의 미스터리와 명혜사의 비밀을 하나 씩 밝혀낸다.
“이 세상에 이상한 일 따위는 없습니다.”
이제는 ‘일본의 현상’이 된 교고쿠 나츠히코는 전작들(『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에서 ‘추리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이상한 일”로 인식되고 표현되는 초자연적인 현상 혹은 그 세계관을, 뇌와 신경, 양자역학, 기독교, 심리학 등과 같은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세계관과 그 모든 것의 역사적 맥락을 통해 설명함으로써, “존재해야 할 것만 존재하고, 일어나야 할 일만 일어나는 것”임을 설파하고 있다. 더불어 초자연적인 세계관과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세계관 사이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며 때로는 아파하는 존재들의 치유를 모색한다.
이와 같은 교고쿠 나츠히코식의 모색은 이 책 『철서의 우리』에서도 계속된다. 저자 나츠히코는 자신의 작품 속 페르소나인 고서점상 ‘교고쿠도’의 입을 빌려, ‘13년 동안 성장하지 않은 미아’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완곡히 부정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 현상 자체’를 곡해하거나 혹은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에 ‘아예 없는 일’, 그리고 ‘있어서는 안 되는 현상’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저자의 부정, 교고쿠도의 부정은 늘 그랬던 것처럼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해박한 지식과 치밀한 논리로 독자들에게, ‘성장하지 않은 미아’라는 일종의 초자연적인 현상과 존재는 결국 다른 자연 현상들처럼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며, ‘존재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음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이면에 감추어진, 인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갈등하던 서로를 화해시킨다.
나약한 인간의 욕망이 만든 ‘철서’라는 괴물
하코네의 산중에서 발생한 연속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명혜사’라는 사찰에서 수행하는 승려들이다. 그러나 박식함이라면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교고쿠도’에게도 이들이 있던 명혜사는 그 역사나 종파는 고사하고 이름조차 생소한, 그야말로 ‘수수께끼’의 절이었다.
나츠히코는 『철서의 우리』에서 자신이 창조한 사찰, 명혜사에 얽힌 수수께끼를 밝히기 위해 일본에서 전승되는 요괴 중 하나인 철서(鐵鼠)의 모티프를 차용한다. 그와 함께 ‘승려가 변한 존재로 세상을 혼란케 하는 쥐’인 ‘철서’는 나약한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그래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하나의 가공된 이미지로 규정한다. 저자는 주인공 교고쿠도를 통해 이를 설명함으로써,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세상을 혼란케 하는 철서’는 곧 자기 자신이며, ‘철서’를 없앨 수 있는 존재 역시 자기 자신이 되는 역설을 이야기한다. 결국 하코네의 산중에서 발생한 살인사건도, ‘명혜사’의 수수께끼도 모두 나약한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나츠히코가 풀어 놓는 ‘선과 깨달음’의 의미, 그리고 일본 선종(禪宗)의 역사
전작들에서 전문가에 필적하는 다양한 지식들을 선보임으로써 여느 미스터리와는 다른 자신만의 지적(知的) 미스터리 영역을 구축한 교고쿠 나츠히코는, 이 책 『철서의 우리』에서는 선종이라는 불교의 한 종파, 그리고 ‘선’과 ‘깨달음’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나츠히코는 명혜사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원인이, 애증이라던가 권력, 정치적 음모라는 여느 미스터리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전개를 배척한다. 저자는 천 년 역사를 가진 일본 선종의 역사를 ‘명혜사’라는 장소에 집약하고 있으며 서른일곱 명이라는 ‘명혜사’의 구성원들을 통해 투영한다. 결국 그들의 갈등은 일본에 전래되고 다양한 모습으로 분파된 선종의 갈등이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선과 깨달음을 이해하는 방법의 차이였던 것이다. 독자들은 그들의 모습과 갈등에서 미스터리적 재미뿐 아니라 선종의 역사, 그리고 선과 깨달음이라는 종교철학적 의미를 함께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90028587 |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06월 21일 | ||
쪽수 | 455쪽 | ||
크기 |
115 * 180
* 30
mm
/ 472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교고쿠도 시리즈
|
||
원서명/저자명 | 鐵鼠の檻/京極夏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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