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 가브라스 영화의 시나리오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정치 스릴러물" - <뉴욕 타임스>

"마약 카르텔과 부패 정치라는 뫼비우스의 띠, 그 악의 고리를 끊으려는 콜롬비아 여성 정치인의 불굴의 투쟁, 그리고 진솔한 삶의 기록"

지난 2월 23일 반군에게 납치된 콜롬비아의 산소당 대통령 후보 잉그리드 베탄쿠르의 자전적 에세이. 부패한 정치와 마약 카르텔로 신음하는 조국 콜롬비아를 구하기 위해, 콜롬비아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4,300만 국민의 선두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온 한 여성 정치인의 불굴의 투쟁과 인간적 고뇌가 가슴 뭉클하다. 5월 26일의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현재, 국제사회의 다각적인 석방운동에도 불구하고 '콜롬비아의 딸'은 납치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산소당 대통령 후보, 반군에 피랍
콜롬비아의 이미지는 불행하게도 마약, 좌익 게릴라, 극우 민병대, 내전, 지진 등으로 얼룩져 있다. 얼마 전 그 이미지를 더 어둡게 하는 소식이 있었다. 지난 2월 23일, 대통령 선거(5월 26일)를 앞두고 산 비센테 델 카구안에서 중도좌파 산소당의 대통령 후보 잉그리드 베탄쿠르가 반군 '콜롬비아혁명군'(FARC)에 납치되었다는 외신이었다. 베탄쿠르는 반군 포로와의 교환 석방을 주장하는 게릴라 측의 볼모로 이 책이 국내에 소개된 현재까지도 억류되어 있고, 앰네스티를 비롯한 여러 국제 인권단체들이 국제적인 석방운동을 전개하고 있다(http://www.ingridbetancourt.com/ 참조). 이 납치 사건의 아이러니는 베탄쿠르가 게릴라와 정부 사이의 평화협상을 재개하도록 정부를 비판해 온 유일한 의원이라는 데 있다. 그녀는 FARC 리더들과 여러 차례 만나, 게릴라와 정부 양쪽이 진정한 평화의지를 가지고 협상에 참여할 것을 강력히 주장해온 인물이었다. 이 책은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하원의원, 상원의원을 지낸 잉그리드 베탄쿠르(산소당 당수)가 콜롬비아의 불행의 구조적 원인인 마약 카르텔과 부패한 정치에 맞서 싸워온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담아낸 자전적 에세이다.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과 정치판, 뫼비우스의 띠
콜롬비아에서 마약 카르텔과 부패한 정치세력은 안팎의 구분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맞물려 있다. 때문에 그 숨 막히는 폭력의 고리를 끊으려는 그녀의 싸움은 두 배 더 힘들고, 두 배 더 위험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생명을 건 그녀의 싸움은 콜롬비아 국민들의 숨통을 트는, 콜롬비아에 새 생명을 잉태시키려는 몸짓이다. 아이들을 콜롬비아 밖으로 피신시키고, 그 자신 역시 두 번의 암살 위기를 넘기며 마약 카르텔-정치판의 추잡한 세력을 상대로 홀로 벌이는 투쟁의 기록은 "코스타 가브라스 영화의 시나리오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정치 스릴러물"이라는 <뉴욕 타임스>의 평과 딱 들어맞는다(<뉴욕 타임스>는 2002년 3월 11일 베탄쿠르의 특집기사를 싣기도 했다).

나는 콜롬비아의 딸이다!
베탄쿠르는 명문가의 딸로 태어나 혜택받은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녀는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았고, 프랑스 외교관의 아내로서 화려한 인생을 즐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연재해, 마약 카르텔, 내전, 그리고 부패로 고통받는 조국 콜롬비아, 민주주의와 자유를 열망하는 4,300만 콜롬비아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그녀를 내내 괴롭혔다. 콜롬비아로 돌아가려는 그녀의 열망은 외교관 아내의 자리를 포기하고, 또 이혼을 감수할 만큼 절박했다.여섯 살 때 피아노 밑에 몰래 숨어, 콜롬비아의 운명을 놓고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어른들의 토론을 들었던 그날 밤의 경험이 그녀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베탄쿠르는 콜롬비아에 만연한 부패와 마약에 대한 투쟁의 상징으로 '콘돔'을 나누어주는 기발한 선거전을 통해 자유당 최고 득표를 올리며 하원에 진출한다. 그리고 부패와 마약 카르텔로부터 자유로운 몇 안 되는 정치인으로서 외로운, 그러나 꺾이지 않는 투쟁을 전개한다.

특히 그녀 혼자서 삼페르 대통령의 마피아 선거자금 수뢰를 밝혀내고, 부패의 척결을 위해 고독한 투쟁을 펼치는 과정은 긴장과 '가슴에 솟는 분노' 없이는 읽을 수 없는 부분이다. 1998년의 '산소당' 결성, 그리고 2002년 대통령 선거 출마로 이어진 그녀의 투쟁은, 2월 23일 그녀가 반군에게 납치됨으로써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 그러나 그녀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내 나라에서 행복하게 늙어가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불행이 닥칠까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내 땅에 살 권리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콜롬비아의 딸' 베탄쿠르. 그녀의 투쟁은 콜롬비아가 부패와 마약의 사슬을 끊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꽃피우는 그 순간까지, 누구도 그 무엇도 꺾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01년 프랑스, 유럽, 미국 베스트셀러!

저자 잉그리드 베탄쿠르의 말
"내 이름은 잉그리드 베탄쿠르, 마흔한 살, 두 아이의 어머니입니다. 조국 콜롬비아의 상원의원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나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가르쳐준 조국 콜롬비아에서 벌인 우리의 투쟁을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갉아 먹는 마약, 이 마약 카르텔이 콜롬비아에서 얼마나 막강한 세력인지 여러분도 잘 알 것입니다. 때로는 그들이 일으키는 무자비한 살상과 추잡한 정치 스캔들에 대해서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콜롬비아에는 이 지옥 같은 톱니바퀴에서 헤어나오려는 용기 있고 자랑스러운 4,300만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는 10년 전부터 이들과 함께 싸워왔습니다. 물론 위험한 일인 걸 압니다. 내 아이들은 죽음의 협박을 당했고, 3년 동안 엄마인 나와 떨어져 살아야만 했습니다. 앞으로도 언제 다시 서로 멀리 떨어져야 할지 모릅니다. 마약 마피아는 나를 두 번이나 암살하려 했습니다. 매 순간순간 나는 위험을 느끼고 있지만 그렇다고 물러서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제 희망이 바로 저기, 우리들 바로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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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잉그리드 베탄쿠르
1961년에 태어나 부모를 따라 콜롬비아와 파리를 오가며 자랐다. 어려서부터 네루다, 마르케스, 보테로 등 이름난 작가와 화가를 접하며 자랐다. 여러 콜롬비아 정치인들이 부모와 밤이 깊어가도록 콜롬비아의 미래를 얘기하는 것을 피아노 아래에 숨어 엿들으면서 조국 콜롬비아를 위한 정치적 소명이 싹텄다. 특히 시를 주고받았던 네루다와는 '글벗' 사이였다. 1981년 프랑스 최고의 정치학교인 시앙스포에 입학했다. 1982년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프랑스인과 결혼해 멜라니와 로렌소를 낳았다. 에콰도르, 세이셸, 미국 등에서 외교관 아내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자연재해, 마약 카르텔, 내전 등으로 콜롬비아가 고통을 받고 있는 동안 그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은 그녀를 내내 괴롭혔다. 콜롬비아로 돌아가려는 그녀의 열망은 이혼을 감수할 만큼 절박했다.

1990년 콜롬비아로 돌아오고 난 뒤 1993년까지 행정부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정부공무원으로는 한계가 있는 걸 깨닫고 정치에 입문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1994년 보고타에서 자유당 최고 득표로 하원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콘돔을 나눠주는 기발한 선거전으로 부정부패에 맞서 싸운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후 그녀의 정치신념은 부패와의 투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살해의 협박을 받아 아이들을 해외로 피신시켜 아이들과 3년 동안 떨어져 살아야 했고, 그녀 자신도 두 번이나 암살 위기를 넘겼다. 1996년 마약 카르텔과 정치권(에르네스토 피사노 삼페르 전 대통령)의 유착관계를 알리는 『그는 알고 있었다』(Si sabia)를 콜롬비아에서 발간했다. 1998년 산소당을 창당하고 전국 최다 득표로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 2001년 이 책의 원저인 『La Rage au cœur』(가슴에 솟는 분노로)를 프랑스에서 발간했다.

삼페르 전 대통령이 책이 나오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던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프랑스와 유럽에서 큰 울림과 파장을 가져왔다. 이 책은 '미국'에서도 『Until Death Do Us Part: My Struggle to Reclaim Colombia』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2002년 '가슴에 솟는 분노'를 무기 삼아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 2002년 2월 23일, 선거유세차 반군이 장악하던 지역을 방문했다가 FARC에 납치되었다. 반군 포로와의 교환 석방을 주장하는 FARC의 볼모로 이 책이 국내에 소개된 현재까지도 억류되어 있다. 현재 앰네스티를 비롯한 여러 국제 인권단체들이 비폭력 석방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딸이 풀려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베탄쿠르가 납치된 지 꼭 한 달째인 3월 23일에 숨졌다.

옮긴이 이은진
이화여대, 서울대 대학원, 파리 3대학 박사과정에서 프랑스문학을, 파리 7대학 석사과정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공부했다. 5년간 주 프랑스 교육원과 유네스코 한국대표부에서 교육·문화 코디네이션을 맡았고, 지금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편지』(장 그르니에-장 폴랑), 『로댕』, 『클림트』, 『쇠라』, 『툴루즈-로트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