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연애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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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윤이희나
저자 윤이희나는 세상이 궁금해 남들보다 먼저 학교 울타리를 뛰어넘은 탈학교 1세대. 학교 밖은 늘 할 일이 천지였다. 열아홉 살 때 중고 자전거를 몸에 싣고 유럽을 여행하며 삶의 태도를 정리했다. 그 뒤로 춤추고, 요가하고, 여행 공동체를 만들고, 십대들과 소통하며 즐겁게 사는 중이다. ‘먼저 놀아 본 언니’라는 필명으로 교육 잡지에 글을 쓰고, 대안교육 공간에서 강의도 한다. 전문 분야는 연애로, 오랜 세월 천착한 끝에 ‘연애 인문학’을 창학(創學)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뉴질랜드에서 노는 듯 공부하고 있다.
그림/만화 이진아
그린이 이진아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다가 십만원영화제 스태프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때 만든 포스터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첫 작업이었다. 그 뒤로 책, 포스터 등 다양한 매체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려서부터 계속 무언가를 그려 왔고 지금도 그리고 있는데, 이게 참 질리지도 않고 재미있다. 이렇게 살 수 있어 퍽 고맙고, 앞으로도 쭉 그릴 생각이다. <첫사랑 온천>,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등에 그림을 그렸다.
목차
- 1장 나의 로맨스, 너의 판타지
로맨스 소녀의 이상형, 야동 소년의 이상형
하이틴로맨스와 야동의 법칙
[Zoom] 외모에 대한 소녀와 소년의 욕망
나쁜 남자가 더 달콤해?
나쁜 남자를 향한 딜레마
인스턴트 연애의 달인, 이지걸
2장 아슬아슬한 연애 인문학
내 욕망 바로 알기
진도를 나가, 말아?
귀찮고 짜증나는 그들의 작업 받아치기
[Zoom] 열네 살짜리 우리 딸이 키스를 했대요
스킨십은 희생과 봉사가 아니잖아
여자를 지켜주려는 남자가 좋은 거야?
언제쯤 해도 되는 거야?
3장 스킨십의 이론과 실천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콘돔을 둘러싼 진실 혹은 거짓
피임법 완전 정복
피임법에 대한 이해와 오해
[Zoom] 인터코스에 집착하지 마! 촌스럽잖아
학교 성교육 잔혹사
[Zoom] 자위 ≒ 자기 위하기
4장 사랑과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사랑은 운이 좋으면 얻어 걸리는 것?
관계의 생명력을 원한다면
이별에 대처하는 두 가지 사례
사랑과 이별 사이
이별 앞에 명심할 것
책 속으로
우글우글한 십대 소녀소년들과 지내 보니, 그들의 삶이 생방송 리얼리티 프로그램처럼 여과 없이 시야에 들어왔다. 책 창고에 숨어서 키스하고 있는 두 연놈, 출입문 쪽 소파에 뒤엉킨 채 자빠져 있는 세 연놈, 집에다 거짓말하고 몰래 단체 외박을 했는데 머 어찌어찌했다는 등등 오색찬란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무릇 연애라는 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 맺는 일이니, 인간 존재에 대한 심오한 고찰을 요하는, 쉬울 리 없는 작업이긴 하다. 내 염장을 무수히 질러 대던 그 소녀와 소년들 역시 이런 연애질을 마냥 즐겁게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연애를 고민해 보게 되었고, 그렇게 ‘먼저 놀아 본 언니의 <연애 인문학>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 책은 우리의 십대 소녀소년들을 위한 연애 안내서다. 또 십대 때 좀처럼 놀아 보지 못한, 연애 경험이 전무한 이십대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 아이만은 혼전 순결을 지켜야 마땅하다고 부르짖다 뒤통수 맞을 부모들, 혹은 진보적인 방식으로 아이의 성(性)장을 지지하고 이해하고 돕고 싶은 부모들 모두 이 책을 읽어 주길 바란다. - <머리말> 중
연애 관계의 진짜 실력은 밀고 당기기의 잔기술을 많이 외운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진지하게 나의 진심을 털어 놓고, 상대의 마음을 받아들여 주는 무수한 조율을 거치는 가운데 생긴다. 조율을 잘하려면 나와 상대, 그리고 각자가 속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 사랑의 열정이 앎에 대한 의지로 뻗어 갈 때 나의 지식과 지혜는 사랑의 기술로 승화될 터이니. - ‘제1장 나의 로맨스 너의 판타지’ 중(56쪽)
스물두 살의 언니가 남자친구랑 100일 기념으로 단둘이 여행을 갔단다. (그런데 언니의 남자친구가) 난데없이 자기를 “지켜 주겠다.”고 해서 손만 잡고 잤다는 평범한 연애 미담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언니는 지켜 주겠다는 말이 달갑지 않았고, 왠지 기분도 좀 별로였다는 거다. “아니, 내가 문화유산도 아니고 뭘 지켜 주겠다는 건가?” 친밀한 사이에서 스킨십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럼 자기가 밝히는 거냐는 의문이 그 언니 고민의 요지였다.
사연 설명이 끝나자마자 주변에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지켜 주는 게 순결을 지켜 준다는 건가?”
“그치. 손만 잡고 잤다니까.”
“뭐로부터 뭘 지킨다는 거야?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자기 아냐?”
“그러게, 자기로부터 지켜 준다는 건가?”
“그건 자기가 위협적인 인물이라는 뜻의 다른 표현이야?”
“지켜 준다는 거, 보호해 준다는 게 좀 일방적인 거 같아.”
“저 남자는 순수한 의도인 거 같긴 한데, 좀 촌스럽다.”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스킨십을 강요하지 않는 건 좋아 보여. 근데 지켜 준다는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약한 인간으로 취급받는 것 같아.”
“지켜 준다는 건 거꾸로 언제든 그 지위와 힘을 이용해 관리 지배할 수 있기도 한 거니까. 완전 음모론이군.”
“평등한 관계라면 스킨십의 선들을 잘 합의해 가면 되지 않아? 그리고 그 약속을 잘 지키고. 지켜 주는 게 아니라!”
“응, 동감. 누가 누구를 지켜 줄 필요는 없는 거니까.”
“지켜 주겠다는 말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
모든 여자가 지켜 준다는 말을 반긴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함부로 “지켜 줄게.”란 말을 날리지 말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자. 또 지레짐작으로 센스 없는 배려는 삼가자.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1979년에 발행한 미국의 1달러 동전에 들어가 있는 여성운동가 수전 앤서니의 말이 떠오른다.
“여성은 남성의 보호가 필요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반드시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제2장 아슬아슬한 연애 인문학’ 중(92~94쪽)
콘돔을 쓸 때는 먼저 자르르 쭉쭉 펼쳐 놓고 씌우는 거라 여겼던 소녀와, 정액이 나오는 끝부분만 씌우면 되는 거 아니냐고 되묻던 소녀가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뒤의 소녀는 콘돔의 생김새를 친구들로부터 전해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콘돔을 반만 씌우면 되는 거라고 혼자 상상했단다. 얼핏 설핏 오가면서 주워들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은 참 이렇듯 매콤하게 작용하는 듯싶다. (116쪽)
………
통계에 따르면 부모가 정확한 성지식을 알려줄 때 자녀가 성행위에 노출되는 경우가 더 적다고 한다. 자신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알고 서로를 존중하며 정확한 피임법을 숙지할 때 긍정의 성을 경험할 확률이 높아진다. 성적 자극을 끊임없이 제공하면서도 제대로 된 성교육은 없는 이 잔혹사가 이제 그만 막을 내렸으면 좋겠다. - ‘제3장 스킨십의 이론과 실천’ 중(169쪽)
출판사 서평
사랑은 19금이 아니다!
십대 소녀소년을 위한 연애 안내서
“2010년 9월 경기도 안산시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택시를 타려고 함께 길가에 서 있었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이 학교 교감이 즐거운 표정의 두 학생을 유심히 지켜봤다. 다음날 두 학생에게 ‘3일 교내봉사’의 징계가 내려졌다. 왜일까. ‘죄명’은 ‘윤리거리 위반’이었다. 이 학교에는 남녀가 50㎝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윤리거리’ 규칙이 있다.” - 한겨레신문 2010.11.17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들이 밝힌 ‘청소년 연애 탄압 조사’ 결과 중 일부다. ‘아수나로’는 2010년 9월에서부터 10월까지 전국 주요 지역 중고등학교 354곳의 교칙 등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조사대상 학교의 81%에서 학생들의 이성 교제나 신체접촉을 금지하는 교칙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소녀/소년들에게 ‘연애’란 사실상 ‘금기’와 동의어다. 그러나 그런 ‘금기’는 어른들의 생각일 뿐이고, 소녀/소년들에게 '연애'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책의 저자는 피끓는 이팔청춘의 연애를 인문학적으로 성찰하자고 제안한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철학적/문학적/역사적 언사만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연애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성'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어, 학교 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저자인 윤이희나는 고미숙의 <호모 에로스>를 재미나게 읽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연애 실전에 필요한, 성에 관한 정보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고 한다. 자료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의 첫 성경험 연령이 15세인 것을 비롯 세계 평균은 17세 전후라고 한다. 우리나라 학제로 치면, 중고등학교 시절에 이미 성경험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성춘향과 이몽룡이 ‘본능에 충실한’ 연애 관계를 맺은 게 이팔이 16, 16세였고, 줄리엣과 로미오의 나이도 10대였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한국 사회의 연애 금기 현상은 피끓는 이팔청춘들에겐 견디기 힘든 현실인지도 모른다. 그런 현실에서 이 책은 고미숙이 <호모 에로스>에서 선보인 인문학적 통찰에 바탕을 두면서도, 거기에 실용적 성 정보를 충실히 덧보탠 책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책은 소녀/소년 당사자들이 직접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도록 구성하였다. 글과 함께 적재적소에 담긴 이진아 작가의 그림이 이 책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도록 도와준다. 이제 30대에 접어든 글쓴이와 그린이는, 이 책을 통해 연애를 ‘금지’하는 어른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애를 ‘살펴보고’, ‘돌아보고’, ‘즐기라고’ 하는 어른들도 있다는 사실을 청소년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듯하다.
추천사
안광복 _ 철학박사, <열일곱 살의 인생론> 저자
참 재밌게 읽었다. 읽으면서 여러 번 “뿜었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은 멋지고 잘 생긴 데다 돈까지 많은데, 왜 하필 평범한 여자에게 사랑을 느낄까? 현실의 남자들은 왜 큰 가슴과 S라인에만 끌릴까? 저마다의 환상에 길들여진 남녀가 현실에서 튼실하게 연애를 꾸려 갈 리 없다. 그래서 연애에도 지혜와 연습이 필요하다. <아슬아슬한 연애 인문학>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진작부터 필요했던 책이다.
이남석 _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 저자
인문학은 ‘삶의 조건을 밝히는 학문’이다. 삶의 조건 중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인간관계이고, 이 책은 인간관계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다. 사랑에 대한 저자의 번득이는 인문학적 통찰, 실용적 성 정보, 공감이 가는 생활 속 사례들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독자는 자신의 삶 전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부디 <아슬아슬한 연애 인문학>을 통해 독자의 생활이 더욱 행복해지기를 기원해 본다.
[책속으로 추가]
자, 기억하자. 이별의 감정을 인정하고 충분히 애도하되, 애도의 감정이 집착으로 흘러가지 않아야 한다. 충분히 슬퍼하는 애도의 과정을 보내라는 게 감정을 확대 재생산하라는 뜻은 아니니까. 우리에겐 슬픔을 느끼는 나도 있지만, 뚜렷한 직관과 이성, 건강한 방향성으로 나아가려는 나도 있다. 그 의지를 믿고 이별의 좌표로 삼으며 이별을 완성하는 거다. 그렇게 할 수 있어야 건강한 사랑이며 이별이다. 그래야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되었을 때 주저하지 않을 수 있다.
자,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제4장 사랑과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중(206쪽)
기본정보
ISBN | 9788984314337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11월 29일 |
쪽수 | 207쪽 |
크기 |
148 * 210
* 20
mm
/ 286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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