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피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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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프랑크 모베르
저자 프랑크 모베르(Franck Maubert)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현재 파리와 프랑스 중서부에 있는 투렌을 오가며 왕성하게 저술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세기 미술 전문가로 1980년대부터 『엑스프레스』(L’Express)지에 미술 평론을 기고했으며, 『현대 미술』(La peinture moderne, 1985)이라는 에세이집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 『정말 밤인가』(Est-ce bien la nuit?, 2002), 『그 여자들 가까이』(Pres d’elles, 2003), 『로트레크의 파리』(Le Paris de Lautrec, 2005), 『영원한 갱스부르』(Gainsbourg For Ever, 2005), 『니노의 멜랑콜리』(La melancolie de Nino, 2006), 『내 아버지의 아버지』(Le pere de mon pere, 2008) 등이 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마지막 모델인 까롤린과의 만남을 소재로 한 『자코메티가 사랑한 마지막 모델』(Le dernier modele, 2012)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어 있다.
번역 박선주
역자 박선주는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연세대학교에 출강했으며 현재 ‘번역문학연구소’ 전임 연구원이다. 저서로 『프랑스 문학에서 만난 여성들』(공저, 2010), 『프랑스 작가, 그리고 그들의 편지』(공저, 2014), 사진집 『마들렌』(2013)이 있다. ‘철학아카데미’ 운영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미술 강의와 번역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목차
- 카오스의 체류
프랜시스 베이컨과의 대담
베이컨 그리고 베이컨: 타자의 임상 기록
전기적 지표들
옮긴이 후기
책 속으로
아시다시피 창조란 나머지 모든 것을 제거해야 할 그 어떤 필연성을 의미합니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내 삶을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신에 대해서 해석하는 것만을 생각했을 뿐입니다. 창조는 사랑과 흡사해서, 당신은 그 무엇에도 도달할 수 없습니다. 그건 필연성의 문제입니다. 그 순간에는 사물들이 어떻게 오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물들이 스스로 다가온다는 사실이지요. 사물들 자신을 위해서요. 그게 다예요. (46~47쪽)
캔버스에 첫 붓질을 할 때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거의 모른다고 하는 게 옳지요. 수많은 우연이 끼어듭니다. 어떤 이미지가 형성될 때, 나는 우연을 사랑합니다. 그렇게 해서 우연을 구성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지요. (57쪽)
네, 나는 다른 것을 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내 작업을, 동일한 강박관념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다르게 작업할 수가 없어요.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피카소도 큐비즘의 시기를 제외하고는, 심지어 모든 시기에 걸쳐, 사실상 늘 동일한 것을 그렸지요. 누구나 자신의 길을 추구합니다. 바로 이것이 내가 지속적으로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계속 일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삶이 연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그게 당신이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93쪽)
출판사 서평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인 프랜시스 베이컨과 프랑스의 에세이스트 프랑크 모베르의 대담집. 베이컨은 인간의 얼굴이나 신체를 기괴하게 비튼 회화 작품으로 인간에 내재한 잔혹함과 공포, 불안을 유례없는 방식으로 형상화한 화가로 평가받는다. 이 대담집은 베이컨이 이러한 회화 세계를 구축한 동기들, 그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작가와 화가, 회화를 향한 그의 열정 등을 담고 있으며, 나아가 베이컨의 개인적인 관계나 추억을 담담하면서도 유쾌한 어조로 기록하고 있다. 이 대담집을 통해 우리는 화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타고난 예술가일 뿐 아니라 한 명의 인간이기도 한 베이컨의 복합적인 면모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회화의 괴물 베이컨
그의 예술 인생과 인간적 삶을 동시에 맛보다!
생애 황혼기에 접어든 노화가의 회고와 회화에 대한 열정을 담은 대담집!!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오프닝 크레디트와 함께 그림 두 점이 차례로 스크린을 채운다. 한 점은 남성을, 다른 한 점은 여성을 그린 그림이다. 피부 바깥과 내부가 뒤섞인 채 뒤틀려 있는 것 같은 신체들. 그다음 장면에는 한 남성이 기차가 지나가는 교각 아래에서 양손으로 귀를 막은 채 절규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것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문제작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의 첫 장면이고, 이 영화의 오프닝에 등장하는 두 점의 회화 작품은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이 그린 초상화들이다. 찬사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위기에 빠진 인물의 고독과 광기를 형상화한 영화이며, 오프닝에 그의 그림이 등장한 것에서 알아차릴 수 있듯 베이컨의 회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그리고 베이컨이 인간의 얼굴과 신체를 극단적으로 비튼 회화 작품들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 역시 바로 이것이며, ‘20세기 회화의 괴물’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그는 어떤 화가와도 비슷하지 않은 독자적인 표현 양식으로 이러한 위기, 고독, 공포, 광기, 절규를 화폭 속에 담았다.
프랑스의 미술 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스트인 프랑크 모베르(Frank Maubert)는 1980년경 화가 베이컨을 인터뷰하기로 결심한다. 3년 가까운 기다림 끝에 모베르는 1982년 베이컨을 만날 수 있게 되고,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여러 장소에서 그와 대담을 나눈다. 베이컨이 사망하기 약 10년 전에 진행된 이 대담은 베이컨 사후 한참이 지난 2009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었다. 다변가이자 달변가인 베이컨에게는 이야기하는 것도 하나의 예술이었고, 이 책은 저자인 모베르가 그런 베이컨의 이야기 중에서 화가이자 한 명의 인간인 베이컨의 모습에 가장 근접한 말들을 선택하려고 노력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모베르는 베이컨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자 늘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던 아이스킬로스의 한 시행을 베이컨이 변형해 즐겨 사용한 ‘인간의 피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제목으로 달았다. 이 강렬한 제목은 베이컨을 사로잡았던 문구였을 뿐 아니라, 베이컨의 회화 세계를 압축적으로 드러내 주는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고깃덩어리다
: 베이컨이 말하는 화가 베이컨
언젠가 베이컨은 회화 작품에 관해 말하는 것을 꺼린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말수가 매우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수식어나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 건조하고 압축적으로 진행된 이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베이컨이 일생 동안 끊임없이 접근하고 되풀이했던 수많은 핵심 주제를 풀어낸다. 이 대담에서 우리는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벨라스케스나 피카소, 반 고흐 등에 대한 베이컨의 애정 고백을 볼 수 있으며, 반대로 그가 여타의 화가들과 당대 미술계의 아카데미즘에 대해 가감 없이 속내를 털어놓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학과 사진, 영화 등 여러 예술 장르에서 깊은 영향을 받고 자신의 그림을 통해 이를 회화적으로 형상화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인 화가답게 베이컨은 아이스킬로스나 셰익스피어 등의 문학적 언어가 가져다준 영감, 사진이나 영화 같은 이미지의 발명이 자신에게 미친 충격도 언급하고 있다.
나아가 베이컨은 이런 영향 관계들뿐 아니라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들도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그가 리얼리즘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평가하는 ‘임상적(clinical) 회화’를 완성하고 싶은 소망, 정육점에서 본 고깃덩어리가 남긴 강렬한 인상, 절규와 고통, 고독 등 계속해서 그를 사로잡은 테마들, 처음에는 우연에 붓질을 맡기고 우연을 길들이며 그림을 완성해 가는 그의 작업 방식 등 베이컨 회화의 핵심을 이루는 주제들을 베이컨 자신의 육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낙관적 허무주의자의 초상
: 인생의 끝자락에서 회고한 인간 베이컨의 면모들
괴팍한 성격과 제멋대로인 생활, 기행으로 유명한 베이컨이지만 모베르와의 대담은 친절하고 다감한 그의 모습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일흔이 넘은 시기에 이뤄진 이 대담은 베이컨에게도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는 하나의 기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 도박과 쾌락에 탐닉했던 시기들,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들에 대한 기억, 살거나 여행했던 도시들과 거리들에 대한 추억 등 베이컨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이제는 자신이 늙고 추하며 친구들과도 멀어져 외톨이로 지낸다고 고백하는 그에게서 우리는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즐거움을 유지하면서 쾌활하게 대화에 임하는 태도를 보면서 그 자신이 지칭한 ‘낙관적 허무주의자’의 모습을 감지할 수 있다. 이처럼 이 대담을 통해 우리는 상반되는 감정들을 동시에 지닌 인간 베이컨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입버릇처럼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라고 말했듯, 이렇게 모순되지만 공존하는 감정들을 화폭에 극단적으로 강렬하게 표현한 것이 바로 베이컨의 회화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베이컨은 더 나은 그림을 그리고픈 욕망을 대담 곳곳에서 드러낸다. 그는 우여곡절 많은 개인사를 겪으면서도 쉴 틈 없이 그림을 그렸다. 끊임없이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리낌 없이 그림을 파기하는 것이 그의 삶이었다. 그는 “이미지의 실재를 가장 날카로운 형상으로 전달”하려는 실험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내가 이루고자 했던 것에 결코 도달하지 못했”다고 한탄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일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언제가는 성공할 것”이라고 희망을 내비치는 그의 말에서 우리는 예술가일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초상을 떠올리게 된다.
저자인 프랑크 모베르는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로서 예술가의 삶에 많은 관심을 가진 프랑스 작가이다.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는 베이컨이 자신의 주제들을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성공한다. 나아가 ‘후기’를 대신한 모베르의 에세이 ?베이컨 그리고 베이컨: 타자의 임상 기록?은 베이컨의 먼 선조이자 근대 경험론의 시초인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이 ‘생물체와 무생물체의 노화 및 부패’에 관해 쓴 미간행 원고(20세기 말에 출간)와 베이컨 회화의 동형성을 추적하는 글이다. 화가 베이컨이 철학자 베이컨의 원고를 읽었을 가능성이 전혀 없음에도 두 명의 베이컨이 노화나 부패 과정을 묘사하는(한 명은 글로, 다른 한 명은 그림으로) 방식이 기묘한 일치를 이룬다는 점을 밝히는 이 글에서 모베르는 에세이스트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76826077 |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3월 10일 | ||
쪽수 | 136쪽 | ||
크기 |
130 * 200
* 10
mm
/ 176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L'odeur du sang humain ne me quitte pas des yeux/Franck Maube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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