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정신적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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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Judith Butler)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 수사학과와 비교문학과의 맥신 엘리엇 교수이자 수사학과 학장이다. 수행(성) 개념을 바탕으로 젠더 정체성의 형성을 이론화하는 대표적인 젠더/퀴어 이론가로 학계뿐만 아니라 퀴어 행동주의 형성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게이 및 레즈비언 국제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등 적극적으로 현실운동에도 참여해 왔으며. 최근에는 전쟁과 시오니즘 등에 대한 논쟁에 개입하며 이론적 실천의 폭을 확장하고 있다. 『젠더 트러블』(Gender Trouble, 1990),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Bodies That Matter, 1993), 『젠더 허물기』(Undoing Gender, 2003), 『불확실한 삶: 애도와 폭력의 권력들』(Precarious Life: The Powers of Mourning and Violence, 2004), 『윤리적 폭력 비판: 자기 자신을 설명하기』(Giving an Account of Oneself, 2005) 등 여러 저작을 집필했다.
번역 강경덕
마르크스주의 및 사회과학 분야를 연구하며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구조주의적 마르크스주의의 핵심 논점을 다룬 『구조와 모순: 구조주의적 마르크스주의의 논점들』을 저술하였고, 마르크스의 경제 이론을 분석한 던컨 폴리의 『<자본>의 이해: 마르크스의 경제이론』을 번역하였다. 주요 논문으로 「정치의 타자 또는 조건: 알튀세르의 인식론적 절단」, 「이데올로기와 예술: 스피노자 또는 브레히트」, “Language and Ideology: Althusser’s Theory of Ideology”, “Gramsci and Althusser: the Theorists of Topography?” 등이 있다.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유가윤리와 여성철학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수행하였다. 이후 유교적 혹은 포스트 유교적 방식으로 한국여성철학의 이론 정립을 위해 연구에 정진하고 있다. 성신여자대학교 연구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국여성철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동양여성철학에세이』, 『공자, 페미니즘을 상상하다』, 『신사임당, 하이테크놀로지를 만나다』 등이 있으며, 함께 옮긴 책으로 『여성주의 철학』이 있다. 그 외 다수의 여성철학 관련 연구 논문을 집필했다.
목차
- 감사의 말
서론
1장 _ 완고한 애착, 육체의 예속화: 헤겔의 ‘불행한 의식’에 대한 논의 읽기
2장 _ 양심의 가책의 순환: 니체와 프로이트
3장 _ 예속화, 저항, 재의미화: 프로이트와 푸코 사이에서
4장 _ “양심은 우리 모두를 주체로 만든다”: 알튀세르의 예속화
5장 _ 우울증적 젠더/거부된 동일화
부록 1 _ 계속 움직이게 하기_애덤 필립스
부록 2 _ 애덤 필립스의 논평에 대한 답변
6장 _ 정신적 시작: 우울증, 양가성, 분노
옮긴이 후기
찾아보기
책 속으로
‘예속화’(subjection)란 주체가 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권력에 의해 종속(subordination)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알튀세르의 호명에 의해서든, 푸코의 담론적 생산성에 의해서든 주체는 권력에 대한 일차적인 굴복에 의해 시작된다. 푸코가 이 정식 속에서 양가성(ambivalence)을 식별해 내기는 하지만 이 굴복 속에서 어떻게 주체가 형성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정교하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의 이론에는 전체 정신 영역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종속과 생산이라는 이중의 가치(valence)로서 권력에 대한 연구도 탐구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따라서 굴복이 예속화가 발생하기 위한 한 가지 조건이라면 다음과 같이 묻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권력이 취하는 정신적 형태란 무엇인가? 이와 같은 기획은 정신의 이론과 함께 권력의 이론도 사고해야 할 것을 요구한다. (12~13쪽)
종속된 자들의 주장을 뒤집으려는 이들은 한 주체가 자신의 종속에 정념적으로 애착을 느낀다는 주장을 냉소적으로 거론해 왔다. 만일 어떤 주체가 자신의 종속된 지위를 추구하거나 유지하려 한다는 점을 보일 수 있다면, 이는 종속에 대한 책임이 결국 그 주체에게 있다는 추론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견해를 넘어서 그리고 이 같은 견해에 반대해서 나는 예속에의 애착은 권력의 작용을 통해 생산되며, 권력이 생산하는 것 중 가장 은밀하게 나타나는 정신적 효과 속에서 이 같은 권력 작용의 한 부분이 명확해진다(이는 정념적 애착의 생산에서 가장 은밀하고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만일 주체가 반성적인 형태를 취하며 자신에게 등을 돌리려는 의지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라면, 주체는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권력의 양상(modality)이다. 즉, 주체는 자신을 향해 되튀어 돌아가는 권력의 효과인 것이다. (20쪽)
정신분석학은 앞에서 다루었던 변증법적 전도와 평행적인 노선을 취하며 육체의 예속화를 주장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론화한다. 리비도의 억압은 항상 리비도적으로 투자된 억압(a libidinally invested repression)이다. 그러므로 리비도는 억압을 통해 완전히 억압되는 것이 아니라, 리비도 그 자체를 예속화하는 수단이 된다. 억압적인 법은 법이 억압하는 리비도의 바깥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억압이 리비도적인 행위가 되는 한에서만 억압을 행한다. 게다가 도덕적 금지, 특히 육체에 등을 돌린 금지는 그 자체로 그것이 구속하려고 하는 육체적 행위에 의해 유지된다. (86~87쪽)
이름이 고유한 이름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적인 범주로 사용될 때, 즉 분산되고, 갈등적인 방식으로 호명될 수 있는 기표로 사용될 때 나타나는 호명과 오인의 동학적 힘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여성이나, 유대인, 또는 퀴어나 흑인, 치카나(멕시코계 여성을 이르는 속어)로 불릴 때, 이는 그 부름이 발생하는 맥락에 따라서(여기서 맥락이란 기호의 유효한 역사성과 공간성이라고 할 수 있다), 긍정적인 것으로 들릴 수도(해독될 수도) 있고 모욕적인 것으로 들릴 수도 (해독될 수도) 있다. 이름이 불릴 때 우리는 종종 대답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주저하게 된다. 그 이유는 이 질문의 논점이 다음과 질문들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름에 수행되는 임시적인 총체화는 정치적으로 무엇인가를 가능하게 하는 힘인가 아니면 마비시키는 힘인가, 특정한 부름(hailing)이 실행하는 정체성의 총체적 환원의 폐제, 이 총체적 환원의 폭력은 정치적으로 전략적인 것인가 아니면 퇴행적인가, 아니면 활동을 마비시키고 퇴행적이기는 해도 무엇인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인가? (143쪽)
출판사 서평
헤겔, 프로이트, 푸코, 니체, 라캉, 알튀세르를 가로지르는 주체형성의 이론!
미국의 저명한 페미니스트이자 퀴어 이론가인 주디스 버틀러의 저작 『권력의 정신적 삶』이 그린비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본서를 통해 헤겔, 니체, 프로이트, 푸코, 알튀세르, 라캉 등 다양한 철학자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석하며, 『젠더 트러블』,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 『혐오 발언』, 『젠더 허물기』 등에서 꾸준히 다루어 온 주제인 주체 일반의 형성 메커니즘과 성적 주체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주체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헤겔과 프로이트를 넘어 니체와 푸코를 가로지르는 버틀러의 논리 속에는 권력구조 안에서 정신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중요한 이론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이 책의 주요한 과제 중 하나가 정신적인 것 안에 어떻게 권력의 효과로서 예속화와 그 예속화의 조건으로서의 자아/주체가 접합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버틀러는 프로이트의 애도(Trauer/Mounrning)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의 또 다른 핵심 주제는 ‘권력과 정신의 관계’라고 요약될 수 있다. 특히 권력을 정신의 잠재력으로 분석하고 금지와 불복종이 어떻게 권력구조의 기능에 투자되는지 설명하는 버틀러의 논의에서 푸코나 알튀세르가 명확히 다루지 않은 예속의 양가성에 대한 설명을 발견할 수 있다.
현대 철학에서 주체 개념은 매우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다. 그것은 자율성, 행위성(agency), 책임성 등을 설명하는 필수 조건으로 논의되기도 하고, 남성중심적이고 제국주의적이며 지배적 개념으로서 해체되어야 할 것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버틀러는 주체에 대한 이러한 논쟁들이 어떻게 양가성을 드러내는지 보이는 데 주목한다. 버틀러에게 주체란 언어적 수행성의 결과, 개인이 이해가능성, 인식가능성을 획득하고 재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언어적 계기이다. 따라서 주체가 된다는 것은 예속의 과정이나 주체화의 과정을 겪음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며, 개인들은 주체의 자리를 점유함으로써 언어 속에 확립되는 속에서만 이해가능성을 확립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개인과 주체를 분리하는 버틀러의 논의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다음의 두 가지 이론적 가정이다. 하나는 주체의 제삼자적 이해이다. 그의 논의에 따르면 주체는 자신의 발생에 대해 기술하는 행위 속에서 자신의 관점을 삭제할 때에만 자신의 발생에 대해 말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주체가 구성되는 과정에 대한 서사(敍事)는 그 구성이 이미 발생했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오로지 근본적 타자성의 관점에서만 주체의 동일성 및 주체형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바라보는 주체, 주체화
이 책에서 버틀러는 헤겔과 프로이트, 헤겔과 푸코, 니체와 프로이트, 푸코와 프로이트, 프로이트와 라캉, 알튀세르와 프로이트 등의 이론을 가로지르고 교차하면서 이 이론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독해하고, 논의의 종합을 시도한다. 특히 우울과 애도를 주체화를 구성하는 핵심동학으로 이론화할 가능성에 대해 자문한다.
버틀러는 저항이 담론 그 자체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가에 주목하면서 정신분석학적 시각을 통해 푸코의 이론들을 독해한다. 그리하여 욕망을 생산하고 지지하는 법이 없다면 어떤 욕망도 존재할 수 없음을 주장하고, 무의식은 권력 구조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기보다는 권력 그 자체가 급진적 반복을 위한 조건을 제공하는 무의식을 소유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버틀러의 권력에의 예속과 종속, 주체화에 대한 설명 방식은 섹스화, 젠더화된 정체성과의 연관성으로 이어진다. 이전 저작에서 전복적 전유와 호명 이론을 통해 동성애, 드래그(drag)의 수행성을 논의했던 버틀러는 이 책에서도 동성애적 우울증을 중요한 논제로 소환한다. 이 책의 5장과 6장의 핵심논제이자 이 책 전체의 핵심 주장이라고 할 수 있는 ‘우울증적 젠더 주체’는 『애도와 우울증』, 『자아와 이드』, 『문명 속의 불만』 등의 프로이트 논의를 활용하며, 젠더 정체성이 구성되는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제시한다. 특히 버틀러는 이를 통해 애도와 우울증을 젠더 주체화의 기본 동학으로 이론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처럼 버틀러는 프로이트가 그의 저작에서 다루었지만 명시적으로 발전시키지 않은 것을 징후적 독해를 통해 이론적으로 전유하고 이를 다른 이론들과 접합하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주체형성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방법을 모색한다. 이와 같은 버틀러의 시도는 여성과 남성의 이성애적 주체성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의 정체성도 아우를 수 있는 이론적 가능성을 지닌다. 다시 말해, 버틀러는 성소수자의 주체화 과정을 무시하는 않는 젠더 정체성의 어떤 일반화 모델을 애도와 우울의 관점에서 시도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논쟁적일 수 있지만 버틀러가 제시하는 그 길이 우리의 성적 주체성을 이해하는 데 유력한 하나의 가설이 될 것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76825483 |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6월 10일 | ||
쪽수 | 304쪽 | ||
크기 |
152 * 224
* 24
mm
/ 450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철학의 정원
|
||
원서명/저자명 | The Psychic Life of Power: Theories in Subjection/Butler, Judith P.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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