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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라이너 쿤체
# 국경을 넘은 두 시인의 교감 이 책의 번역자인 전영애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고 현재 같은 대학에 재직하고 있다. 교수는 평소, 라이너 쿤체와 서한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다. 몇 년 전, 전 교수가 독일을 방문했을 때 독일어로 쓴 자신의 시를 보여 주었다. 당시, 라이너 쿤체는 20여 편이나 되는 시 하나하나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손수 다듬어 주었다. 전 교수는 진심으로 감사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얼마전 뜻밖의 즐거운 소식이 전 교수에게 도착했다. 독일의 한 출판사에서 전 교수의 시집을 내겠다는 것이다. 예전에 보여 준 전 교수의 시를 라이너 쿤체가 일일이 손으로 적어서 시집 출판을 의뢰했던 것이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고전도 번역 출간되는 일이 쉽지 않은데, 한국 작가가 독일어로 쓴 시집을 현지에서 출판하는 일은 정말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쿤체의 우정은 이런 식이다. 고요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깊게 울린다. 시인의 이런 성품은 담백하고 소박한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방한에 앞서 라이너 쿤체는 율곡 이이와 황진이의 시조에 대한 답시를 보내오는 등 우리나라에 대해 따뜻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라이너 쿤체와 전 교수의 남다른 우정이 이 책의 출간을 더욱 빛내 주고 있다. 라이너 쿤체는 지난 10월 4일, 서울대학교 독일학연구소에서 주최한 시낭송회 초청을 받고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독자들을 위해 율곡 이이의 시조에 대한 답가로 신작시를 보내오기도 했다. 이번 방한 기간 동안 라이너 쿤체는 2개의 공식행사를 가졌다. 4일 그의 단독 시 낭송회를 가졌고 5일 독일 학술교류처 학회에서 잠깐 동안 시를 낭송했다. 비공식 행사로 어느 시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문인들과 함께 조촐하게 시낭송회를 가졌으며, 율곡 이이의 생가가 있는 강릉에 들러 설악산을 등반했다.
1933년 구동독 욀스니츠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철학과 언론학을 전공했으며 강의도 맡았다. 정치적 이유로 학문을 중단하고 자물쇠공 보조로 일하다가 1962년부터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76년 동독작가동맹에서 제명당하여 1977년 서독으로 넘어 왔고, 1988년과 89년에는 뮌헨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시학 강의를 하였다. 시집으로 <민감한 길>, <방의 음도>, <푸른 소인이 찍힌 편지>, <자신의 희망에 부쳐>, <누구나 다 하나뿐인 삶> 등이 있고, 산문집 <참 아름다운 날들>과 자료집 <파일명 "서정시">, 여러 동화집 등이 있다.
번역 전영애
목차
1부 시인의 선
명상
베토벤을 가져온 사람들
권력의 대표자에게 혹은 시쓰기에 대한 대화
검열의 필요성에 대하여
어느 심문받는 여인을 위한 찬가
날과 일사이의 기사
푸른 외투를 입은 그대에게
이륙 이후의 연시 록은 당신과 같은 비행기 안에서
만미터 고공에서의 위로
고월들에서
바스코 다가 마의 후손들
남십자성
시적, 폴로네이즈적 순간
부모님과 알프스에서
블라디미르 호로바츠가 빈에서 마지막으로 모차르트를 연주한다
위대한 산보들
자정 지나
빠른 야행
아침의 수리
에드바르 뭉크 : 루주 에누아르, 채색판화
생일 편지
십일월
어느 계절에나 가는 산보
당부, 그대 발치에
E 단조 야상곡
시학
모든 언어의 동전
그때면
죽어가는 나무들 아래서
장벽
큰 화가 제슈에 대한 전설
새천년 전환기에의 시구
메아리 시조
2부 번역자의 선
<초기시 Fruhe gedichte> 중에서
지빠귀와의 대화
새의 고통
<민감한 길> 중에서
큰키나무 숲은 그 나무들을 키운다
우화의 끝
예술의 끝
삼각조망
새해아침의 물고기 타기
첫 여름날
담배공룡
이름 바꾸기
조각 습작 세 개
단기교육
안테나
유리창 닦기에 대한 두 번째 시
매일
십이월
석주회랑의 콘서트
민감한 길
자정이 지나서까지 모라비아에 가 있었던 일
브르제시체의 집에서
한 잔 쟈스민 차에의 초대
뒤셀도르프 즉흥시
1968년 봄 프라하
프라하로부터 돌아옴
우편이라는 주제에 대한 스물한 편의 변주
방의 음도 중에서
자살
방의 음도
자신의 희망에 부쳐 중에서
야행
자동차를 돌보는 이유들
의미 하나를 찾아낼 가능성
은 엉겅퀴
좋은 아침에의 믿음
누구나의 하나뿐인 삶 중에서
우리 집의 설계 알프레드 쿠빈에 따라 자유롭게
새해를 위한 세 가지 소망
출판사 서평
# 반체제 시인으로 당국에 낙인찍히다 독일 최대의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상 수상, 시인에게 영예로 통하는 횔덜린 문학상을 포함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독일 국내외의 문학상을 수상한 라이너 쿤체는 1933년 동독에서 광부인 아버지와 재봉일을 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노동자 가정이라는 출신 덕에 동독에서 대학 공부를 마치고,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철학과 언론학을 공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집 《민감한 길 sensible wege》이 구동독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구동독에서 체제에 거부하는 시인으로 분류되어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결국 구동독작가동맹에서 제명 당하고 자물쇠공 보조일을 하며 전전하다가 1977년 서독으로 넘어갔다. 당시 라이너 쿤체가 가진 영향력은 구동독 정보국에서 모아둔 라이너 쿤체에 대한 자료집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이 자료는 독일 통일 이후 《파일명 ‘서정시’ Deckname ‘Lyrik’》라는 이름으로 출간되기도 했는데, 시인의 주요 발언뿐만 아니라,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어 있다. 강의실에서는 어떤 대화가 오갔으며 휴가 때 시골에서 물을 몇 양동이 길었는지 하는 것부터 시인이 동독을 떠나는 순간 그의 초라한 자동차가 국경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의 스냅 사진까지, 일일이 기록되어 있다. 심지어 시인의 체취 샘플까지 유리병에 보관되어 있다(체취 샘플이란 몸에 붕대를 감아서 모은 체취를 보관한 것으로, 서독에서 동독으로 가는 것은 자유로웠던 만큼, 재입국 시 국경수비견들이 냄새를 판별하여 적발해내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한 시인이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이렇게 핍박받는 요주의 인물이 된 것일까? 그는 시를 썼다. 그것도 더없이 말을 아끼며 섬세한 언어로 시를 썼다. 모든 것은 곱게 수정될 수 있다 안 되는 건 오직 우리들 마음속의 네거티브 필름 ―<검열의 필요성에 대하여> 사진가는 마음에 드는 사진을 뽑기 위해 필름을 수정한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에 찍힌 세상의 모습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제아무리 강압을 가해도, 제아무리 화려한 정치적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결코 미화할 수 없는 것이다. ‘네거티브 필름(negativ)’이라는 말에는 부정, 거부의 이중적 의미가 담겨 있다. # 낮은 울림으로 독일인의 마음을 일렁이게 하다 라이너 쿤체의 이번 시선집의 제목은 《시》이다. ‘시(詩)’라는 보통명사가 이처럼 잘 어울리는 시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세상에 아직도 시인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 그리고 현존하는 독일 시인 중 한 명만 꼽으라고 할 때, 서슴없이 라이너 쿤체를 떠올린다. 마치 시를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그는 평생 시만 쓰면서 살았다. 라이너 쿤체는 섬세함과 따뜻함으로 대변되는 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화려한 수식이 없다. 독일어에서 대문자로 쓰는 명사마저 거의 소문자로 쓰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시들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바늘 끝처럼 깊이 와 닿는 예리한 인식이 담겨 있다. 들어오셔요, 벗어 놓으셔요 당신의 근심을, 여기서는 침묵하셔도 좋습니다 ―<한 잔 쟈스민 차에의 초대> 전문 이 시는 얼마나 포근한가. 따뜻한 몇 줄이 ‘시’를 이룬다. 가장 서정시다운 나직한 목소리의 시들이, 그렇게 지켜진 서정시의 본령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구동독 시절 사람들은 체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시로 <한 잔 쟈스민 차에의 초대>를 적어 문 앞에 걸어 놓았다고 한다. 강성의 이념어가 결코 이루어 내지 못했던 파문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일으킨 것이다. 이런 파문이 구동독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만 일었겠는가. 라이너 쿤체의 시는 이념을 초월한 서정성으로 동서독을 불문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독일 통일 이후에는 전 유럽인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그 보편성의 힘은 이념보다 강한 자본주의의 선전 언어들이 넘치는 오늘날 더욱 큰 빛을 발하고 있다. 믿음의 균열을 뚫고 비쳐 나오는 무(無) 하지만 조약돌이 이미 온기를 가져간다, 손 안에 고인 ―<의미 하나를 찾아낼 가능성> 전문 조약돌 하나를 소중하게 쥔 손을, 손 안에 쥔 소중한 돌멩이를 바라보는 눈이 있다. 차가운 돌멩이조차 따뜻해지고 싶어서 손으로부터 온기를 ‘가져가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언제나 그런 눈으로 시인은 세상의 작고 작은 것, 낮고 낮은 것들을 바라본다. 뒤로 물러서 있기 땅에 몸을 대고 남에게 그림자 드리우지 않기 남들의 그림자 속에서 빛나기 ―<은(銀)엉겅퀴> 전문 ‘은엉겅퀴’는 민들레같이 납작해서, 꽃조차 눈길을 끌지 못하는 은빛 풀이다. 그런 은엉겅퀴의 이미지에서 수렴된 아름다운 겸손과 결코 굴종적이 아닌 빛남은 시인이 살고자 했던 삶이자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아름다움에는 우리가 함부로 ‘손을 대어서는’ 안 된다는 말없는 호소가 시에서 울려 나온다. 라이너 쿤체는 파사우 근처 에를라우 마을에서 시작 외에도 동화, 사진집 등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대표 시집 《민감한 길》은 전 세계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74272159 |
---|---|
발행(출시)일자 | 2005년 10월 01일 |
쪽수 | 221쪽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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