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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맥주의 다채로움이 와인보다 넓고 깊다고 생각하는 저자는 1930년대 신문을 뒤적이다 ‘맥주당(堂)’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곤 무릎을 탁 쳤다. 그 표현 그대로 저자는 ‘맥주 좋아하는 사람’이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한겨레》 기자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편집부, 법원, 검찰 취재를 거쳐 주말매거진
지금은 정치부에서 글을 쓴다. 나고 자란 섬 제주의 술과 음식문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게 먼 꿈이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는 못하지만,
다른 빛이 있을 때는 어둠을 밝힌다.
맥주는 스스로 관계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없지만,
이미 존재하는 관계를 행복하게 발효시킬 수 있다.
술은 구원도 해방도 아니지만,
술잔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매력을 난 결코 부정할 수 없다.”
― <프롤로그> 중에서
목차
- 프롤로그. 나는 행복을 발효하는 고 브루마스터!
1. 맥주형 인간의 고백
맥주 한 병만 시켜도 되겠습니까
제 눈에 안경
밑바닥 인생들을 위한 영혼의 만찬
하루키를 떠올리며
조선시대 맥주를 상상하며 입맛을 다시네
미사일 만들기보다 어려운 맥주 만들기
아기의 혀가 입안을 애무한다
맥주 맛도 모르면서
* Tip - 비어홀릭 기초 문법
2. 망원동 브루어리를 열다
공항 벤치에서 맥주 들이켜기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한국 맥주의 매트릭스
락스, 진자 락스?
포기와 도전의 갈림길에서
조지 오웰의 취향, 인디아 페일 에일
맥아보리가 싹을 틔울 무렵
2006년 여름 대동강에 빠지다
* Tip - 맥주에 얽힌 오해
3. 맥주가 익어가는 시간
효모가 부리는 마법
마트에서 필스너 우르켈을 만나다
졸지 마, 쫓겨날 거야
정체불명의 호프집
설탕아, 맥주를 부탁해
인생 노선도를 바꾸어 타다
맥주가 취미가 된 남자
차이 만세! 혁명 만세!
* Tip - 맥주별 어울리는 잔과 온도
4. 조촐하고 시끌벅적한 맥주 시음회
드디어 개봉박두!
피델의 추억
수입 맥주는 왜 비싼 걸까?
너는 내 운명
맥콜은 미국 금주법이 낳은 것?
나는야 삐루당
또 한 명의 비어홀릭, 꿈의 지도를 그리다
* Tip - 수입 맥주 전문점 BEST 10
5. 양조장에서 보릿가루를 뒤집어쓰다
강브리뉘스가 사는 곳을 들여다보다
얼른 가서 다른 효모 들고 와
맥주 석 잔이 주량이 브루마스터
청소, 소독, 청소, 소독, 청소, 소독
키를 아십니까
사단장이 떴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다니
내 손으로 효모를 뿌리다
* Tip - 맥주당 고나무가 콕 집은 맛있는 맥줏집
에필로그. 빚고 마시고 즐기라
감사의 말
참고 문헌
책 속으로
자자, 이제 브루마스터 고가 양조를 시작합니다! 여러 번 읽어 너덜너덜해진 양조공학 참고서를 펴들고 엎드려 스탠드를 켰다. 건너편 흰 벽에서 추억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일곱 살 때 살던 허름한 단독 주택이다. 나무 바닥을 들어 올리면 연탄 화덕이 나오는 좁은 부엌에서 어머니는 처음으로 식빵에 도전했다. 화덕 위 식빵 틀을 쳐다보며 어머니의 눈은 얼마나 반짝였을까. 하필 그때 일곱 살 아들에게 줄 빵을 만들던 어머니가 떠올랐던 건, 빵과 맥주 둘 다 효모를 사용한다(어머니는 효모 대신 베이킹파우더를 쓰셨지만)는 과학적 이유는 아닌 것 같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이 빵을 만들다가 맥주를 발견했다는 빵과 맥주의 역사적 친화성 때문도 아니었다. 내 손으로 먹을 거리를 만들어 누군가에게 준다는 설렘이었던 것 같다. 책을 뒤적이다 스탠드 불빛을 받으며 곯아떨어지기까지 채 10분이 안 걸렸다. 빵 만들기 전날 어머니도 나와 같았을까? ―2장 <망원동 브루어리를 열다> 중에서
출근 전에는 얼음을 대야에 넣고 선풍기 타이머를 맞춰놓고 현관을 나섰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발효가 잘되고 있을까? 얼음이 금방 녹으면 어떡하지?’란 조바심에 회사를 지나치기 일쑤였다. 발효통은 우렁각시였다. 나를 위해 밥을 해주기는커녕 항아리에서 잠만 자면서 시원하게 해달라는 까다로운 우렁각시.
나흘째부터 자다가도 불쑥불쑥 발효통에 귀를 댔다. 임신한 아내 배에 귀를 기울이는 남편이 이런 심정일 것 같다. 양조 참고서에는 발효가 잘 진행되면 부글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돼 있던데, 내 발효 통은 왜 이렇게 조용할까? 효모가 뜨거운 서울 날씨를 못 이기고 태업하는 건 아닐까? 노심초사 일주일이 지났다.
발효를 시작한 지 일주일째 되는 날, 한달음에 퇴근해 발효통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1차 발효가 제대로 됐는지 점검하는 운명의 날이다.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3장 <맥주가 익어가는 시간> 중에서
와인형 인간들이 쓰는 말 중에 ‘테루아(terroir)’란 것이 있다. 와인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토양 등의 특색을 가리킨다. 똑같은 포도 품종이라도 지역마다 테루아가 다르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와인의 개성이 다르다고 유럽 사람들은 생각한다. 머나먼 영국 서포크의 맥아, 망원동의 땅, 햇빛, 공기와 내가 구입한 충북 제천시 청전동의 생수가 망원 브루어리 인디아 페일 에일의 테루아를 만든다. 브루마스터 고의 맥주를 마시면서 다들 한 시간 넘게 자기가 마셔봤던 맥주와 그 자리에 누가 있었는지에 대한 추억을 말하느라 바빴고, 동료들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목젖을 드러내며 웃을 때마다 치아가 형광등 불빛에 반짝였다. ―4장 <조촐하고도 시끌벅적한 맥주 시음회> 중에서
‘무엇에 빠졌다’는 걸 영어로 ‘비 인투(be into)’라고 표현한다. 말하자면 대학 시절의 나는 무언가에 ‘인투’해 본 적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모험은 아니었지만 맥주를 만들면서 재밌었다. 여행을 하거나 어학 공부로 미래에 투자하면서 한 달을 보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언제 다시 맥주 양조장에 들어갈 수 있을까 싶었다. 처음으로 뭔가에 ‘인투’해 본 것 같다. 그렇게 만든 맥주를 친구와 취재원에게 나눠주면서 즐거웠다. 내가 가진 걸 모두 건 한판 도박은 아니었지만 하우스 맥주 양조장에서 2주 넘게 일하면서 짜릿했다.
‘홀릭’으로 사는 사람이라면 세상이 자신의 취미 같기만 바랄 게다. 세상이 음악처럼 신나고 리듬감 있었으면. 농구처럼 세상 사람들의 팀워크가 좋았으면. 번개처럼 짜릿했으면. 세상 모든 일이 맥주 만드는 일처럼 적당히 예측 가능하고 적당히 변수가 있어서 설레면서도 사랑만 쏟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낮으면 좋을 텐데.
9월 30일 오후 3시, 메가씨씨 문을 닫고 나오면서 이제 어디로 갈까 잠시 생각했다. 직접 만든 술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사람들이 내가 만든 술을 마시면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나는 사람들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에필로그> 중에서
출판사 서평
무언가에 빠져본 적 없는 ‘평범남’을 ‘몰입남’으로 만들어준 바로 그것은?
시원하게 마셔본 맥주 한잔에 인생이 뜨겁게 달궈진 한 남자 이야기
달리기가 취미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에서 얻는 기쁨 가운데 하나로 완주한 뒤 벌컥벌컥 단숨에 들이켜는 맥주의 맛을 꼽았고, 국문학 박사 양주동은 원고료 대신 맥주를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귀천」의 시인 천상병은 맥주로 끼니를 때울 정도로 맥주애호가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대체 흰 거품의 노란 알코올 음료가 이들을 열광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맥주의 매력에 푹 빠져 자칭 ‘비어홀릭(beerholic)’이라고 말하는 청년 기자 고나무 역시 세기의 맥주광(狂)들과 비교해 볼 때, 그 내공이 만만치 않다. 정치적 취향이 다르더라도 상대가 맥주를 좋아하면 일단 대화를 나눌 준비가 갖춰져 있고, 와인 종주국 프랑스에 가서도 맥주만 줄기차게 마셔댔다는 그가 그동안의 체험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논픽션 『인생, 이 맛이다』를 세상에 내놓는다.
영화평론가 프랑수아 트뤼포가 말한 ‘영화광의 마지막 단계는 스스로 영화를 만드는 것’에 동의한다는 듯 상큼한 과일향, 달콤한 버터스카치향 등 다양한 풍미와 질감을 자랑하는 맥주를 천편일률적인 밍밍한 맛으로 통일해 버린 한국 맥주의 맛에 만족하지 못한 저자는 맥주 양조 키트를 구입해 직접 맥주를 제조하기에 나선다.
저자는 옛 문헌에서 맥주에 관한 기록을 뒤적이기도 하고, 기자로서 역할 모델로 삼은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조지 오웰이 인디아 페일 에일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그 원액을 구해 술을 양조하기로 한다. 재미로 시작했던 맥주 담그기에 점점 몰입하다 보니, 담가놓은 효모가 제대로 뛰놀까 걱정하다가 목적지를 지나칠 정도로 맥주라는 결과물만을 위해서가 아닌 술을 담그고 발효시키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원액 캔 상태로만 보던 맥아를 눈으로 확인해 보기 위해 맥아 공장에 찾아가 보리가 싹을 틔우는 장면에 감격하는가 하면, 보리를 재배해 ‘제주 에일’을 담그는 스페인 사람과 제주도에서 만나 맥주와 함께 발효된 인생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달 남짓의 휴가를 쓰게 되자 저자는 급기야 양조 전체 과정을 지휘하는 브루마스터(양조전문가)의 일을 체험하기 위해 양조장에 발을 들여놓고, 하루 종일 발효통을 청소하고 바닥을 닦고 보릿자루를 나르며 즐거워한다. 그곳에는 맥주에 자신의 삶을 바치며 일하는 ‘특별한’ 동료들이 있었고, 그들에게는 맥주와 함께 ‘발효된’ 인생과 ‘잘 익은’ 동료애가 있었다. 비로소 인생의 참모습을 맞닥뜨린 그는 자신의 삶을 진짜로 살아가는 것이란 어떠한 것인지 되짚어보게 된다.
매사에 ‘미지근하다’는 평을 받으며 별다른 색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왔기에 저자는 맥주 제조로 시작된 자신의 변화에 몰입하는 중이다. 시간이 흘러 맥주가 아름다운 빛깔을 내듯 그 역시 맥주와 같은 삶을 추구하겠다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그의 옆에는 직접 만든 맥주를 함께 마시며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을 것이니, 결국 인생은 바로 이 맛 아니겠는가.
기본정보
ISBN | 9788973372621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09월 06일 |
쪽수 | 234쪽 |
크기 |
153 * 224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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