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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얀 마텔(Yann Martel)은 1963년 스페인에서 캐나다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났다. 캐나다, 알래스카, 코스타리카, 프랑스, 멕시코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성인이 된 후에는 이란, 터키, 인도 등지를 여행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캐나다 트렌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다양한 직업을 거친 후, 스물일곱 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93년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을 발표하며 데뷔했고, 이후 『셀프』와 『파이 이야기』를 썼다. 전 세계 41개국에서 출간된 『파이 이야기』는 부커상 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로 떠올랐으며, 얀 마텔은 이 작품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베아트리스와 버질』은 『파이 이야기』 이후 9년 만에 발표한 신작이다. 마텔은 이 작품에 대해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량학살, 즉 홀로코스트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사실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순전히 상상적인 방식, 그러나 그 사건의 정서만은 그대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써냈다고 밝혔다. 독창적이고 기발한 착상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작가로서 얀 마텔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고히 다지게 해주었다.
“소설의 운명은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소설을 읽음으로써 작품은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된다”고 말하는 마텔은 작가인 아내 앨리스 카이퍼즈와 아들과 함께 캐나다의 서스캐처원에서 살고 있다.
역자 강주헌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고, 프랑스 브장송 대학에서 수학했다. 2003년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는 한편 ‘펍헙 번역 그룹’을 설립하여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 『키스 해링 저널』 『문명의 붕괴』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슬럼독 밀리어네어』 『그림만 보고 알 수 없는 액자 밖 화가 이야기』 『오프라 윈프리, 위대한 인생』등 100여 권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강주헌의 영어번역 테크닉』 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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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헨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얘기가 셔츠에서 전개됩니까?”
“그렇습니다, 셔츠의 뒤쪽에서.”
“베아트리스와 버질이 빵 부스러기보다 작거나, 셔츠가 엄청나게 크겠군요.”
“아주 큰 셔츠입니다.”
“그러니까 셔츠에서 원숭이와 당나귀가 돌아다닙니까? 거기에 나무와 시골길이 있고요?”
“그 이상이 있습니다. 모든 게 상징적인 겁니다.”
헨리는 자기가 똑같은 말을 먼저 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겠죠, 상징적인 것이겠죠. 하지만 무엇을 상징하는 겁니까? 상징이 무엇을 대신하는 건지 독자가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아메리카 합중국, 유럽 옷감 연합, 아프리카 구두 연방, 아시아 모자 연합, 이름은 뭐라도 상관없습니다. 우리가 멋대로 지구를 나눠서 풍경에 이름을 붙이고, 지도를 그리지 않습니까. 그러고는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
베아트리스_ 버질, 어제 나한테 질문한 거 있지.
버질_ (베아트리스를 등지고 있다. 거의 넘어질 듯 흔들거리지만 한 발로 아직은 용케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아, 일어났구나! 잘 잤어?
베아트리스_ 응, 잘 잤어. 내가 무슨 꿈을 꿨는지 알아?
버질_ 무슨 꿈을 꿨는데?
베아트리스_ 배!
버질_ (여전히 균형을 잡고 서서) 하지만 넌 배를 본 적이 없잖아.
베아트리스_ 꿈에서 봤어. 파인애플보다 컸어.
버질_ (여전히 균형을 잡고 서서) 그렇게 컸다면 맛이 없었을 거야.
베아트리스_ 그런데 너 어제 나한테 질문한 거 있지.
버질_ (여전히 균형을 잡고 서서) 그랬나? 허튼 질문이었겠지.
베아트리스_ 아니야, 좋은 질문이었어. 어젯밤 그 질문을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어.
버질_ (여전히 균형을 잡고 서서) 무슨 질문이었는데?
베아트리스_ ‘모든 것이 끝나는 어느 날, 우리가 겪은 일들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라고 물었어.
(버질이 넘어진다.)
버질_ 그건 우리가 살아남을 때 말이지.
출판사 서평
세계가 함께 기다려온『파이 이야기』후속작!
『베아트리스와 버질』은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파이 이야기』이후 9년 만에 발표된 얀 마텔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제34회 부커상 수상작이자 41개국에서 번역 출간되며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파이 이야기』이후 오랜 침묵 끝에 선보인 신작『베아트리스와 버질』은 인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해온 작가의 집념이 독창적인 상징을 지닌 우화 형식에 결합된 작품이다. 난파된 배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구명보트에 몸을 싣고 태평양 한가운데를 표류하는 소년 파이와 호랑이의 공존을 그린 전작에 이어, 이번에는 당나귀 베아트리스와 원숭이 버질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학살, 즉 홀로코스트를 상징적으로 조망한다.
역사와 진실, 삶과 예술, 그리고 인간에 대한 신념
이 소설의 화자 헨리는 작가 얀 마텔의 모습과 닮았다. 두 번째 소설의 성공으로 어마어마한 명성을 얻은 작가 헨리는 ‘왜 홀로코스트를 다루는 방식은 역사적이고 사실적인 방식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하는 데 의문을 갖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소설을 완성하지만 출간하기도 전에 관계자들에게 혹평을 받고 글쓰기를 중단한 채 익명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독자가 보낸 의문의 소포, 뭔가를 감춘 듯한 토막 난 희곡으로 인해 그의 안온하던 삶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헨리는 이 희곡을 쓴 사람을 만나 그가 희곡을 완성하는 것을 돕게 되고, 어둡고 거칠고 두려운 세계로 점점 더 깊이 끌려들어간다.
철학적이고 환상적인 우화
문제의 희곡〈20세기의 셔츠〉속에서 베아트리스와 버질이라는 두 주인공은 잔뜩 굶주리고 지치고 겁에 질린 채 길을 걷고 있다. 이들의 이름은 단테의 『신곡』에서 주인공 단테를 천국으로 안내하던 베아트리체와 지옥과 연옥으로 안내하던 베르길리우스에서 따온 것이지만, 정작 이들은 살던 세상에서 추방된 채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 망설이고 있다. 오렌지빛 태양이 아른아른 빛나는 나뭇잎들 사이에 줄무늬 그림자를 드리우는 목가적이고 환상적인 배경을 두고 그들은 배와 바나나에 대해 말하거나 시답잖은 농담을 하고, 침묵에 귀를 기울여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따금 생각할 수도, 상상할 수도, 이름을 붙일 수도 없는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상징으로 둘러싸여 있던 모든 것이 하나씩 실체를 드러내면서, 소설은 충격적인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추천 서평
어둡지만 신성한 냄새가 물씬하다 … 이 소설은 홀로코스트를 다룬 걸작이 될 만하다. 마텔은 독자를 햇살이 찬란한 세상에서 끔찍한 어둠에 싸인 노인의 박제 상점과 유럽의 과거로 끌어간다. 소설의 끝 부분에서 모든 것이 밝혀지며, 독자를 경악과 감동에 몰아넣는다. _《유에스에이 투데이》
악의 세력이 준동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텔은 간결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이 질문에 답해냈다. 우리 대부분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공포의 시대를 다룬 문학에 또 하나의 걸작이 더해졌다. 인간이 얼마나 악랄해질 수 있고, 살아남기 위해 어떤 타협을 하는지 곰곰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_니나 산코비치, 《허핑턴 포스트》
맨부커상을 수상한 『파이 이야기』의 매력에 빠진 독자라면 마텔의 신작 소설에 다시 그런 매력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마텔은 비유의 힘을 한껏 활용해, 이번에는 홀로코스트의 유산을 다루었다. 진실과 착각, 책임감과 무분별의 경계를 집중적으로 다룬 소설이다. 우리에게 생각하는 즐거움을 자극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_《마리 클레르》
이번 소설도 우화 형식을 띠며 『파이 이야기』 못지않게 창의력이 돋보이고 도발적이다. 다만 이번 소설에서 다루는 주제는 대량학살이다. _《굿 하우스키핑》
마텔은 어떤 것도 소설처럼 진실을 말할 수 없다는 걸 다시 증명해 보였다……철학적 승리를 거둔 소설이다. _《클리블랜드 플레인 딜러》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도 베아트리스와 버질은 당신의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다.
_《북페이지》
『베아트리스와 버질』을 음악에 빗댄다면, 거의 들리지 않을 듯이 나지막이 시작해서 귀청을 찢을 듯한 고음까지 치달은 후에 갑자기 침묵으로 떨어지는 확대된 둔주곡이라 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지옥처럼 뜨거운 불길의 사로잡혀 있듯이, 독자도 이 소설에서 빠져나갈 길이 없다. 모든 구성요소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며 극한의 공포로 치닫는다. _《하버드 크림슨》
기본정보
ISBN | 9788972883876 |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02월 24일 | ||
쪽수 | 276쪽 | ||
크기 |
153 * 224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Beatrice and Virgil/Martel, Ya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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