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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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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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주의와 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자, 진 리스
부조리한 관습에 얽매인 세계와 그 속에서 고립된 약자들의 초상을
탁월하게 그려 낸 20세기 영국 최고의 명단편 국내 초역
리스의 단편 세계를 시기적으로 구분해서 살펴보자면, 가장 어려웠던 30대에 집필한 초기작(『왼쪽 둑』에 수록)에서는 주로 리스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여성의 몸을 노골적으로 상품화하는 의상 모델의 세계를 담은 「마네킹」, 빈곤과 굶주림의 고통을 묘사한 「허기」, 여성의 억압된 욕망을 그린 「환상」, 이방인에 대한 적대와 혐오를 다룬 「시디」 등 이 시기의 작품은 허름한 방과 카페, 뒷골목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황폐한 일상과 그런 삶에 대해 느끼는 자조, 환멸, 연민 같은 개인적인 감정들을 짧지만 강렬하게 담아내고 있다.
나아가 1960년대에 완성하거나 이전에 쓴 소설을 새롭게 다듬은 중기작(『호랑이는 멋지기나 하지』에 수록)에서는 보다 넓은 시선, 즉 여성 혐오를 조장하고 약자 간의 대결을 부추기는 사회구조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풍자가 더해져 작가로서 한층 원숙해진 면모를 보여 준다. 리스의 단편들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재즈라고 하라지」에는 집도 돈도 잃고 절망에 빠진 여자에게서 마지막 위안거리인 노래마저 빼앗아 상품화시켜 버리는 비정한 현실이 그려진다. 또한 서로 공감하고 연대해야 할 여성들을 경쟁으로 내몰아 오히려 반목하게 만드는 왜곡된 사회에 대한 묘사는 리스가 당대의 현실을 얼마나 냉철하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분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녀의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러한 삶 속에서 약자들이 느끼는 ‘외로움’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다. 리스는 희망 없는 현실을 집요하게 다룸과 동시에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작중 인물의 억눌린 욕망과 절망, 고립감 등을 탁월하게 그렸다. 이는 주로 노년에 접어들어 집필한 후기작(『한잠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부인』에 수록)에서 빛을 발한다. 이 무렵의 작품들에는 약자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으로 나이 들어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곳곳에 녹아 있다. 사회로부터 완전히 밀려나 병원 문을 나서면 더 이상 갈 곳조차 없는 어느 여성을 그린 「기계 밖에서」나 주변과의 소통이 완전히 단절된 채 홀로 쥐를 보고 두려움에 떠는 「한잠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부인」에서의 노부인이 겪는 심리의 묘사는 ‘상품성’이 떨어져 ‘기계 밖으로’ 버려지는 것, 즉 늙어 감에 대한 공포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리스는 30~40대에 의욕적으로 창작에 매진해 단편을 비롯하여 『사중주』(1929), 『어둠 속의 항해』(1935) 등 걸출한 작품을 다수 발표했는데, 그녀가 다룬 독특한 주제와 모더니즘적 기법들은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음에도 보수적인 당시 사회 분위기상 대중들로부터는 그리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한밤이여, 안녕』이 BBC 방송으로 각색되는 것을 계기로 1950년대부터 본격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졌고, 1966년에 발표한 장편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가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면서 리스는 문학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확고한 명성을 얻는다. 그녀의 소설은 한 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비추어 주는 작품”(가디언)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그녀가 평생에 걸쳐 쓴 단편들은 진 리스 문학의 백미를 넘어 ‘20세기 최고의 단편’으로 꼽힌다.
"진 리스의 단편은 대부분 삶의 장면들을 그대로 내보이는 식이라 독자들은 소위 ‘따뜻한’ 시선이나 긍정적 가치로 상쇄되지 않은 고되고 팍팍한 삶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특히 사회적 지표 면에서 비교도 안 되게 여성의 지위가 신장되었다는 지금도 상황은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여기 그려진 가차 없는 여성의 자화상은 지금 우리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환상」의 브루스 양이 상상 속에서 화려한 여성적 삶을 살면서 겉으로는 금욕적이고 지적인 삶을 산다면, 우리는 반대로 소비자본주의가 조장하는 소비적 여성의 삶을 살면서 그것이 지적이고 자기 주체적인 삶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환상을 걷어 내는 일은 고통스럽고 그래서 리스의 단편을 읽는 일이 때로 버거운지도 모른다." _ 「옮긴이의 말」에서
작가정보
저자 진 리스 (Jean Rhys, 1890~1979)
영연방 도미니카의 수도 로조에서 태어난 진 리스는 웨일스인 아버지와 스코틀랜드계 크리오요 어머니를 둔, 소위 백인 지배계급이었으나, 인종 간 위계와 갈등을 목격하며 서구의 백인 남성 중심 체제에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다. 열일곱 살에 영국으로 건너가 퍼스 여학교에 진학하지만 외지인에다 영어 억양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고, 배우가 되고자 들어간 왕립연극학교도 언어 문제로 중도에 그만두는 등 주류 사회에 통합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결혼 후 유럽 각지를 돌아다닐 때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으므로 어찌 보면 그녀의 생애 전체가 인종과 성과 계급의 문제가 중첩된 이방인의 삶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가 사망하고 집안이 기울면서 코러스 걸, 마네킹, 누드모델 등을 전전하던 리스는 경제적으로 의지했던 연인과 헤어지고 아이를 낙태하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 큰 사건을 연이어 겪은 뒤 글을 쓰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것은 첫 남편이 불법적인 일에 연루되어 체포된 무렵이었다. 포드 매덕스 포드의 도움으로 《트랜스애틀랜틱 리뷰》에 단편 몇 편을 발표한 그녀는 1927년 소설집 『왼쪽 둑』을 시작으로 식민주의와 여성 문제에 천착한 작품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특히 사회적 통념에 갇혀 가난과 멸시를 견디며 살아가는 여성들을 탁월하게 그렸는데, 이는 대부분 순탄치 않았던 리스 자신의 삶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녀가 다룬 주제나 모더니즘적 기법들은 출간 당시에는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으나, 『한밤이여, 안녕』(1939)이 BBC 방송으로 각색되면서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재평가를 받는다. 이어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서 영감을 얻은 1966년 작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가 “19세기 걸작을 비틀어 20세기의 걸작을 탄생시켰다”는 찬사를 받으며 작가로서 절정기를 맞았다. 서인도제도와 유럽 양쪽에 걸친 독특한 정체성에 기반한 진 리스의 작품들은 오늘날 탈식민주의와 페미니즘의 측면에서 많은 비평가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으며, 여성의 억압된 성과 욕망, 실패와 고독을 집요하게 묘사한 단편들은 ‘20세기 영국 최고의 단편’으로 꼽힌다. 89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평생 의욕적으로 창작에 매진했던 그녀는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78년 대영제국훈장(CBE)을 받았다.
영문학자, 번역가. 용인대학교 영어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폭력적인 미국의 세기』 『핵 벼랑을 걷다』 『십자가 위의 악마』 『일곱 박공의 집』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 환상
강신론자
프랑스 감옥에서
카페에서
몽파르나스 사람들과 한 여인
마네킹
뤽상부르 공원에서
예술가와 함께 차를
트리오
칵테일 만들기
다시 앤틸리스제도
허기
빈털터리 친구에게 저녁을 사는 부인의 이야기
어느 밤
라리베 거리에서
엄마가 되는 법을 배우다
파랑새
잿빛 어느 날
시디
빌라도르에서
대단한 피피
빈
9월까지, 퍼트로넬라
책을 태워 버린 날
재즈라고 하라지
호랑이는 멋지기나 하지
기계 밖에서
로터스
견고한 집
강물 소리
낯선 이를 알아채다
낭비한 시간
개척자여, 오, 개척자여
잘 가 마커스, 잘 가 로즈
주교의 연회
열기
시궁창
서곡과 초보자
홍수가 덮치기 전
앉아 있는 새는 쏘지 않는 법
키키모라
1925년 밤 나들이
플라스 블랑슈의 기사
곤충 세계
라푼젤, 라푼젤
다락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누가 알겠어?
한잠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부인
예전에 여기 살았었지
키스멧
휘파람새
무도회에의 초대
옮긴이의 말 · 장식적 여성과 이방인, 그 적나라한 자화상
진 리스 연보
책 속으로
“맙소사!” 내가 큰 소리로 내뱉었다. 그러고는 너무 놀라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정말 재밌는 사람일세!” 브루스 양의 장롱이 열렸을 때 그 안에는 색색의 온갖 부드러운 실크들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모든 것들이.
중앙의 영광스러운 자리에는 정말 아름다운 색조의 빛바랜 금색 연회복이 걸려 있고, 그 곁에는 불타는 듯한 붉은색 드레스도 있었다. 검은 드레스 두 벌이 있었는데, 하나는 은빛이 약간 돌고, 다른 하나는 청록색과 파란색의 세련된 자수가 놓여 있었다. 세련된 벨트가 딸린 흑백 체크며 꽃무늬?정말 꽃무늬였다!?의 얇은 실크며 마스크까지 다 갖춘 축제용 의상, 말 그대로 온갖 색깔과 온갖 재질의 옷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던 것이다.
도벽이라도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잠깐 떠올랐으나 곧 떨쳐 냈다. 그럼 모델 일을 하나? 말도 안 돼! 모델을 하려고 수천 프랑을 들여 옷을 사는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어쨌든 여기 잠옷은 없었다.
머뭇거리며 들여다보는 중에 한쪽 구석에 있는 뚜껑 없는 상자가 눈에 띄었다. 그 안에는 작은 상자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루즈 파시나시옹, 루즈 망다린, 루즈 앙달루즈, 몇 개의 분, 눈꺼풀에 바르는 검은 가루와 눈썹용 염료…… 막 피어나는 마농 레스코에게 어울리는 것들이었다. 없는 게 없었다. 난 황급히 문을 닫았다. 들여다보며 추측 같은 걸 할 권리는 내게 없었으니까. 하지만 추측을 했고, 알게 되었다. 다른 쪽 장롱 문을 열고 잠옷을 찾아 선반 위를 뒤지면서 확실히 알았다. 아름답고 싶다는 끝없는 갈망, 이브에게 내린 진짜 저주였던 사랑에 대한 갈구를 그럭저럭 억눌러, 그럭저럭 자각도 못 할 정도로 단정한 옷 아래에 잘 감추어 놓고는 상점 앞을 지나가는 브루스 양을.
_ 12~13쪽, 「환상」
문득 낭만적 여인에게 영감이 떠올랐다. 자신이 성공적이고 훌륭한 패션 아티스트인 만큼 그 역시 성공적이고 훌륭한 초상화가라고 들었다…… 분명 그도 그녀처럼 자신의 성공을 경멸하면서 더 고귀한 젊은 날의 이상을 애도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는 아주 젊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 닮은 영혼이 있는 것이다. 새벽 1시의 몽파르나스의 무도장에 삶의 공허함을 이해한 또 다른 영혼이 있는 것이다. 이해했다고! 하지만 그가 절대 그것을 표현하지 못할 것임을 알았고, 그래서 절망하는 것이다. 인공 감미료 레모네이드로 강화된 낭만적 정신은 그런 식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천천히 방을 가로질러 가서는 그의 우울한 어깨에 손을 얹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슬픈 거로군요! 정말 안됐어요! 충분히 이해해요!”
젊은이가 무거운 머리를 들어 올리고는 눈을 몇 번 깜박거렸다. 보통은 잘 하지 않는 일이지만, 토요일 밤에는 그 역시 다른 사람처럼 너그러워질 수 있었으므로 모호하게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녀를 알아보고는 눈 속에 공포심이 떠올랐고, 그는 도와줄 사람을 찾아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말인가요!” 그가 화난 듯이 외쳤다. “전 말할 수 없이 행복한 사람이에요!”
_ 33~34쪽, 「몽파르나스 사람들과 한 여인」
아침은 꿈처럼 흘러갔다. 멋지게 장식된 의상실의 뒤편은 의외로 음침했다. 헷갈리는 수많은 복도와 계단들, 토끼굴이나 미로 같은 그곳은 만약 비어 있다면 우중충하고 우울했을 것이다. 도대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마네킹 분장실에서 그녀는 한 시간 동안 수줍게 화장을 했다. 붉은 연지로 더욱 선명해 보이는 하얀 얼굴과 하얀 팔, 시끌벅적한 목소리와 화장품 냄새, 실크 란제리가 가득한 그곳은 갸름함과 아름다움이 두드러지는 독특한 분위기였다. 거울에 비친 애나에게 차갑게 뜯어보는 시선이 꽂혔다. 그 누구도 애나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았다…… 휑하고 냉랭한 방은 그 자체로는 얼마나 우울한지, 이들 인간 꽃들에게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온실이었다.
_ 37~38쪽, 「마네킹」
“뭐야, 이 자식, 침대에 누워서! 더러운 검둥이 놈! 일어나서 빨리 안 움직여!”
“많이 아파!” 아랍인이 신음했다.
울화와 짜증이 치미는지 거만한 교도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잠깐만, 내가 아픈 게 뭔지 보여 주지, 이 게을러빠진 새끼! 세상을 뭐로 보고, 기다려 봐, 이 버러지 같은 검둥이 자식, 더러운……” 발로 걷어차는 소리가 둔탁하게 들렸다. 두 번, 세 번…… 아랍인에게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더니 의자가 뒤집어지는지 요란한 쿵 소리가 났다.
“바닥에 계속 누워 있고 싶다고 했지? 그래 계속 누워 있어. 침대에는 얼씬거리지도 마, 아니면 아주 작살을 낼 테니까. 후레자식.” 감방 문이 닫히고, 징 박은 구두 소리가 복도를 울리더니 고요해졌다.
그날 밤 힘없고 가냘픈 신음 소리가 수도꼭지에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듯 규칙적으로 밤새 이어지다가 동틀 무렵 그쳤다.
‘잠이 들었나 보군, 불쌍한 녀석.’ 54번이 생각했다.
7시에 침대를 검사하러 교도관이 왔을 때 시디의 감방 쪽에서 다시 요란하게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반쯤 당황하고 반쯤은 성가시다는 투의 외마디가 들렸다. “젠장, 죽었잖아, 이 검둥이!”
54번은 잘생긴 옆방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모로코의 뜨거운 해와 형형색색의 이미지를 가득 담고 있던, 웃는 표정의 그 커다란 두 눈을 영원히 감으면서 마지막으로 본 것이 프랑스 감방의 차갑고 음울한 벽과 더럽고 지저분한 침대와 손톱이 시커먼 살진 주먹, 격분하여 벌게진 얼굴과 욕을 내뱉는 ‘기독교인’ 관리의 험한 입이었으리라 상상했다.
_ 110~111쪽, 「시디」
미스 버니는 아이를 다시 소리쳐 부르거나 따지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래 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힘이 빠져나가고 무감각해지는 느낌이 서서히 그녀를 사로잡았다. 추위보다 더 강하게. 두려움보다 더 강하게. 이제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그런 느낌. 거의 체념과도 같은. 다른 누군가 지나간다 한들 다시 소리쳐 도움을 요청할까? 그럴 수 있을까? 냉랭한 무감각과 싸우면서 그녀는 마지막으로 몸을 움직여 보려고, 적어도 무릎의 빵 조각이라도 떨어뜨려 보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하루 종일 잊고 있었던 쥐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그녀를 헤집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혀 되질 않았다.
분명히 쥐가 모습을 나타낼 구석 쪽?낡은 의자와 카펫이 놓인 구석, 건초 더미가 쌓여 있는 구석?을 눈을 부릅뜨고 쏘아보았다. 곧바로 공격을 할까, 아니면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는 게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릴까? 어쨌든 조만간 나타날 것이었다. 그렇게 미스 버니는 어둠 속에서 괴물 쥐를 기다렸다.
_ 562쪽, 「한잠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부인」
출판사 서평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장편소설 위주의 관습에서 벗어나 단편소설에 초점을 맞춘 <세계문학 단편선> 시리즈는 그동안 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거장들의 주옥같은 작품들과 단편소설이라는 장르의 형성과 발전에 불가결한 대표 작가들을 소개할 것이다. 아울러 지구촌 시대에 걸맞게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문학의 변방으로 여겨져 왔던 나라들의 대표적 단편 작가들도 활발히 소개해 단편소설의 발전이 문화의 중심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도처에서 이루어져 왔음을 독자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현대 대중문화의 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미스터리, 호러, SF 등 문학 장르의 분화를 촉진했는데 이러한 장르문학의 형성에도 단편소설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한 장르문학의 형성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작가들의 단편 역시 새롭게 조명할 것이다.
21세기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편소설은 그리스 신화가 그러했듯이 삶의 불변하는 단면을 촌철살인의 관찰력과 응축된 예술적 형식으로 꾸준히 생산해 왔다. 작가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그린 칼로 베어 낸 듯 날카로운 인생의 다양한 단면들은 시공을 초월해 오늘의 우리에게도 깊은 감동을 준다. 새로운 문학적 기법과 실험의 도입을 통해 단편소설은 현재도 계속 진화, 확장되고 있다. 작가의 예술적 열정이 가장 뜨겁게 투영된 다양한 개성의 다채로운 단편들을 통해 문학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통찰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는 문학작품은 독자가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짧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쁜 일상의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세계문학 단편선>은 중심을 잃지 않고 삶과 사회, 나아가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 믿는다.
기본정보
ISBN | 9788972759270 |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9월 28일 | ||
쪽수 | 600쪽 | ||
크기 |
145 * 207
* 33
mm
/ 663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세계문학 단편선
|
||
원서명/저자명 | Collected Short Stories/Jean Rhys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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