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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무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3 | 양장
김엄지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02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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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ISBN 9788972751540(8972751545)
쪽수 160쪽
크기 111 * 191 * 19 mm /232g 판형알림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월간 『현대문학』이 매달 25일 발행하는 월간 핀 소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 023 출간 !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스물세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스물세 번째 소설선, 김엄지의 『폭죽무덤』이 출간되었다. 유례없는 소설가의 탄생이라며 크게 주목받으며 2010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한 이래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완성해가고 있는 김엄지의 이번 소설은 2019년 『현대문학』 5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어떠한 욕망도 추구하지 않고 미래를 간절하게 바라지 않는 인물들을 그려낸 전작 『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번 작품은 권태로운 삶 속에 스스로를 타자화하고 살아가는 한 남자의 황폐하고 무감한 인간관계로 이루어진 삶의 풍경들을 김엄지 특유의 건조한 문체로 그려낸 소설이다.

여기 이미지에 지배당한 한 남자가 있다.
남자에게는 헤어진 여자가 있고 귀신 들렸다 생각하는 엄마가 있고 그런 엄마를 견디어내는 동생이 있다. 그들 곁에서 남자는 그 무엇도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그 무엇에도 갈급해하지 않는다. 남자의 일상 어디에도 삶의 욕망과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남자는 간다. 혼자 카페에 가고 호프집에 가고 국밥집에 가고 장례식장에 간다.
남자는 엿듣는다. 동창을 영입하려는 콜센터 직원의 호언장담을 엿듣고, 스위스 지하 입자가속기에 대해 지껄이는 취객의 말을 듣고, 한 여자의 기행을 둘러싼 노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장례식장 조문객들의 수많은 대화를 엿듣는다.
남자는 본다. 천변의 언 물과 천변 산책로에서 혼자 걷는 흰 개와 떨어지는 눈과 테이블에 드리워진 자신의 그림자를 본다.
그리고 남자는 생각한다. 모텔과 여자와, 성욕과 벽에 대해 생각한다. 그 중 그가 가장 자주 생각하는 것은 ‘벽’에 관한 것이다. 벽을 빌리고 싶어 하고, 벽을 부수고 싶어 하고, 벽을 가장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이 뭘까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가 가장 많이 의식하는 것 역시 벽이다. (생각 속에서) 모텔에서 여자와 함께 누워 있을 때도 그는 벽을 의식하고, 호프집에서는 ‘벽대여’라고 쓰인 명함을 받고, 경찰서 벽에 붉은색으로 ‘다 죽어’라고 쓰인 낙서를 보며 벽이란 무엇일까 생각한다.
남자는 하고 있거나 이미 했다. 답장이 오지 않는 여자에게 끊임없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귀신이 들러붙었다고 믿는 엄마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팥을 사서 달려간다. 자신의 몸에 붉은 팥을 뿌리는 엄마를 지켜보았고, 엄마를 요양원에 입원시켰으며, 이후 엄마의 죽음을 맞닥뜨린다. 그리고 약간의 죄책감에 시달린다.
남자는 드디어 벽을 마주한다. 빨간색 래커로 쓰인 ‘산송장’이라는 낙서와 허물어지다 멈춘, 건물의 한 면이었던 벽 앞을 지나게 된다. “이미지에 지배된 사람은 미쳐 살기 십상이라던데”, 언젠가 그런 말을 들었던 것을 떠올리며 남자는 미친 사람처럼 서 있는 큰 나무를 보며 자신의 두 다리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벅찬 세상과 자신을 분리시켜줄 도피처로서의 벽 앞에 섰으나 그가 만난 건 구원이나 희망이 아닌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산송장과 같은 자신의 모습일 뿐이다.
불꽃같은 삶을 꿈꾸어도 결국은 폭죽처럼 잠깐 터지고 결국은 이내 사그라져 모두 무덤으로 돌아갈 것을 아는 남자는 걷고 엿듣고 보고 생각만하며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갈 뿐이다. 이것이 그가 생각을 욕망하고 욕망을 생각하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 안에서, 생각이 차갑고 생기 없는 “무덤” 같은 것으로만 남아 있고, 욕망이 뜨겁게 폭발한 뒤 덧없이 사그라지는 “폭죽” 같은 것으로만 남아 있는 한에서, 우리는 생각 혹은 죽음의 과정과 욕망 혹은 삶의 과정의 상호 침투를 통한 인간 존재의 긍정적 변형의 가능성을 ‘의식적’으로 생각할 수도, 욕망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한 긍정적 가능성을, 생각은 욕망할 수 있는가? 욕망은 생각할 수 있는가? 김엄지의 『폭죽무덤』으로부터 떠오르는 물음은 희비극적 인간 존재들이 아직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잠재적인 긍정적 가능성을 향한 ‘생각의 욕망’ 혹은 ‘욕망의 생각’에 대한 물음이다.
-김대산, 『작품해설』 중에서

저자소개

저자가 속한 분야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나 201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했다. 소설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장편소설 『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가 있으며,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폭죽무덤 009
작품해설 143
작가의 말 158

책 속으로

벽대여. 그렇게 적힌 명함을 받았다.
나에게 명함을 준 남자는 내 앞을 걷고 있었다.
남자와 나는 호프집에서 나와 줄곧 한 방향으로만 걸었다. 골목과 골목, 육교와 주유소를 지나는 동안 남자의 머리 위에 계속 달이 있었다.
추워서 움츠러들었다. 내 외투는 너무나 얇고.
언제부터 이렇게 얇았을까.
내 앞을 걷는 남자는 무릎까지 오는 갈색 모직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나보다는 20센티는 큰 키에 덩치도 있고 보폭이 컸다.
벽은 어디에 있습니까? 나는 앞서 걷는 남자의 뒤에서 말했다.
남자는 더 걸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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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폭죽과 무덤 사이, 욕망과 생각 사이

우리에게 “폭죽”은 ‘삶의 이미지’와 ‘(어쩌면 허무할지도 모를) 욕망의 이미지’로 나타나며, “무덤”은 ‘죽음의 이미지’와 ‘(어쩌면 지루할지도 모를) 생각의 이미지’로 나타나기에, “폭죽무덤”이란 ‘삶과 죽음, 욕망과 생각이라는 기이한 이율배반적 대립성들의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동거’를 의미한다. (……) 이러한 해석은 이 소설이 “추위와 더위” 혹은 ‘차가움(한기 혹은 냉기)과 뜨거움(온기 혹은 열기)’에 대한 의식을 반복적으로 환기시켜준다는 점에 의해 뒷받침될 수 있다.
-김대산,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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