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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톰 라비
저자 톰 라비Tom Raabe
골수 책중독자인 톰 라비는 포틀랜드, 메인, 샌디에이고, 덴버 등지에서 신문사 프리랜서, 편집자, 작가로 일했다. 책으로부터 자유롭던 시절에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인도, 네팔, 아프가니스탄, 이란, 터키, 유럽 등지를 쏘다녔다. 한꺼번에 많은 독자들을 뜨겁게 달구지는 않았지만 알음알음으로 끊임없이 은밀히(?) 읽히고 있는 이 골수 책중독자의 고백록은 2011년 현재 출간된 지 꼭 20년이 되었다.
역자 김영선
한때 “뒷방에 숨어들어 책이나 읽으며 살아버릴 테다”라는 치유불능의 책중독자적인 생각을 품었으나 다행히 재활의 길을 걸어 지금은 출판 기획 및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러브, 섹스, 그리고 비극』『재즈: 자유로운 영혼의 울림』『피테르 브뢰헬』『레오나르도 다 빈치』『르네 마그리트』『초현실주의』『세상의 모든 영화』『괴짜사회학』등이 있다.
그림 현태준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장난감 수집가, 박물관 관장 등 하는 일 많은 전방위 예술가. 최근엔 10여 년간 모은 옛날 장난감과 잡동사니들로 ‘20세기 소년소녀관’과 ‘뽈랄라 수집관’을 열었다. 중1 때부터 시작된 책 수집의 열정도 대단해서 수천 권의 재미난 책을 모은 ‘책 수집광’이기도 하다. 글 쓰고 그림 그린 책으로 『뽈랄라 대행진』『아저씨의 장난감 일기』『오늘도 뽈랄라』 등이 있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 《가난사파리》, 《진실 따위는 없다》,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자동화된 불평등》, 《투 더 레터》, 《망각의 기술》, 《왜 하이데거를 범죄화해서는 안 되는가》, 《지능의 사생활》,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괴짜사회학》 등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소심하고 내성적이어서 얌전히 방구석에서 만화를 그리거나 빌려온 만화책의 주인공들을 몰래 오려서 모으곤 했다. 중학생이 되어 손수 그린 만화책을 학교에 가지고 가 친구들에게 자랑하던 중 담임선생님에게 들켜 ‘공부에 방해되니 앞으론 만화를 그리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더 이상 만화를 그리지 않게 되었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르고 나서야(35살 때부터) 만화를 다시 그리게 되었는데 그 계기는 본인도 잘 모른다. 짤막짤막한 네 칸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하며 아직도 펜 터치에 익숙하지 못해 버벅거리는 이 사람은 못 그리면 못 그리는 대로 살자는 기분으로 작업에 임한다고. 서울미대 공예과를 졸업한 후 대만에서 2년 동안 지냈으며 귀국 후에는 ‘신식공작실’이란 곳을 만들어 아내와 함께 재미난 물건을 만들어 팔기도 하였다. 지금은 주로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하면서 캐릭터나 일러스트 같은 것을 그려주거나 잡지에 만화를 연재하기도 하고 시간이 나면 대학에서 강의도 하면서 먹고 살고 있다.지은 책으로는 『뽈랄라 대행진』 『아저씨의 장난감 일기』가 있다.
목차
- 서문
1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2 중독의 해부
3 테스트: 당신은 책중독자입니까?
4 책의 역사
5 장서광과 애서가
6 수집광
7 돌연변이들
8 책 도취증
9 우리가 사는 책이 우리를 말해준다
10 상상 속의 책방
11 책 읽기
12 정리와 보관
13 빌려주기
14 치유하기
후기 | 주 | 옮긴이 후기 |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당신도 책방에만 가면 ‘정신줄’을 놓습니까?
O X
평범한 수다쟁이 책중독자의 수상한 책 사랑
처음에 그는 남들보다 책을 조금 더 애지중지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러나 “디킨스야, 나야? 책이야, 나야?”라는 애인의 질문에 답한답시고 “……하지만 난 자기를 트롤럽보다 더 사랑해” 따위의 망언을 일삼으며 같은 책을 여러 권 사들이다가 뻥 차이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갈 데까지 갔다 온 뒤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책중독의 진상을 밝히고 이 병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모색해 책중독자 동지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비장한 결의에서 출발했지만……. 동서고금을 망라하며 책중독자들의 심리와 행동 양상을 낱낱이 파헤치고, 책중독을 더 잘 즐기는 비법들도 전격 공개한다.
책^중독-자(冊中毒者)[---짜]
「명사」
「1」 과도한 책 구매ㆍ읽기ㆍ보관ㆍ숭배ㆍ소비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 ≒ 책덕후, 책벌레, 책귀신
¶ 책방에만 가면 ‘정신줄’을 놓는가? 잠시 시간을 때우기만 할 요량으로 들어갔다가 한참 후 적지 않은 책들을 옆구리에 끼고서야 책방을 나선 적이 있는가? 차곡차곡 쌓여 보기 좋게 진열된 수많은 책들 사이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상하게 마음이 달뜨는가? 그 때문에 기분이 좋은가? 어쩌면, 좋아 죽을 지경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그렇다’이면, 당신의 앞날이 심히 험난할지 모른다. 나는 안다. 내가 그랬으니까. 나는 그 심원한 기쁨을 맛본 적이 있다. 그 힘이 유혹적이어서 포기할 수 없다는 걸 나는 안다. 그렇다. 나는 책중독자다. 《톰 라비,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2」책에 넋이 빠진 상황을 ‘부인’해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사람.
¶ 자기가 뭘 샀는지 기억 못하고, 헌책방에서 양팔 가득 책을 껴안고 나오고, 충분한 검토 없이 책을 사들이고, 사들인 책을 나르려면 외바퀴 손수레가 필요하면서, 정작 자기가 사는 책들을 읽을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맹세컨대 무분별한 중독자다. 이들은 책중독자, 다시 말해 책을 사들이는 데 극성인 문제 있는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만족할 줄 모르고 책을 사들이는 바람에 저축해둔 돈을 모두 써버린다. 나? 나는 아직 은행에 통장 잔고가 조금은 남아 있다. 하하! 내가 책중독자일 리 없다. 나는 단지 이따금 책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톰 라비,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3」톰 라비가 동료 애서가들을 정겹게 부르는 말.
¶ 전자책이 출판계를 지배하게 되든, 세상 사람들이 일제히 개선될 수 없는 것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든, 또는 가상 책과 실물 책이 혼합된 어떤 책이 마침내 승리를 거두든, 문장이라 불리는 단위로 예술적으로 배열된 글들을 읽는 걸 사랑하고 이들 글을 방대하게 수집하고 방에다 진열해두는 데 열중하는 우리가 그리 많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책을 읽고 사들이리라. 아마도 심히 많이.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그 책들을 사랑하리라. 역시 심히 많이.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다. 우리는 책중독자인 것이다. 《톰 라비,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쟁쟁한 고수들의 세계에서 전하는 평범한 책중독자의 책 사랑
‘책에 관한 책들’을 둘러싼 세 가지 통념. 첫째, 책에 관한 책들은 근사하다. 저자들은 방대한 독서 편력을 자랑하고, 남다른 독서 취향과 독서 체험을 과시한다. 책을 다르게 읽는 감수성과 깊은 통찰력, 유려한 문장을 내세운다. 이들 대부분은 역사적으로 유명하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이며, 어떤 이들은 이미 훌륭한 작가이다. 둘째, 책에 관한 책들은 미심쩍다. 저자들은 ‘바른’ 독서법을 알려주겠다며 속독법과 슬로 리딩, 초병렬 독서법 등 다양한 기술들을 판매한다.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해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야 하며, 세상을 지배하는 0.1%의 비밀을 알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고 현혹하기도 한다. 셋째, 책에 관한 책들은 아득하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질병’에 걸려 희귀한 책들을 수집하는 책 사냥꾼, 서점에서 모든 것을 배웠다는 전직 서점 직원이자 출판사 외판원, 헌책방 직원과 20년간 편지를 주고받은 가난한 작가, 출판 산업의 황금기에 유명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던 사람의 이야기는 분명히 낭만을 자극하지만, 그것은 우리 이야기가 아니다.
책에 관한 책들의 세계는 화려한 독서 에세이스트와 언변 좋은 독서법 가이드, 부지런한 업계 사람들로 가득해 평범한 독자들은 멀리서 감탄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 쟁쟁한 고수들 앞에 주눅 들지 않고, “책 사랑만큼은 저도 자신 있어요!”라며 수줍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톰 라비. ……전직 체육 선생님,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찰스 디킨스, 가끔 막말과 독설도 서슴지 않는 수다쟁이, 책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책중독자. 요약하자면, 전혀 유명하지 않은 평범한 독자다. 하지만 이 사람, 굉장히 정이 간다. 위트 넘치는 촌철살인 글쓰기로 숨은 팬을 여럿 거느리고 있을 법한 인터넷 서평꾼, 동네 헌책방에서 수십 번 스친 마을 주민, 만원 버스에서도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익명의 시민, 요약하자면, 애서가와 생활인 사이를 갈팡질팡하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독자다.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은 이 평범한 애서가가 일상에서 포착한, 책 사랑에 관한 생활 밀착형 만담쇼다. 스스로를 ‘책중독자’라고 밝히는 톰 라비는 처절한 자기 고백에서 출발하여, 주변 책중독자들의 경험과 전설적인 책중독자들의 이야기를 두루 섞어낸다. 그는 개그본능이 넘치지만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어수선하지만 과도한 연민과 혐오에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 객관성과 애정을 듬뿍 담아 톰 라비는 평범한 독자들의 이야기를 ‘책에 관한 책들’ 리스트에 추가했다. 그동안 음지에 묻혀 있던 우리 평범한 책중독자들은 조금 부끄럽지만 뿌듯해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속 시원한 우리 이야기를 갖게 되었다.
* 미국 아마존 독자 리뷰 중에서
“이 책은 내가 이 세상에서 유일한 책중독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남편한테 똑똑히 보여주었다.”
“이 이상한 중독에 빠진 것이 나 혼자만이 아님을 알고 놀랐다.”
“이 책을 읽고 드디어 내가 시달렸던 병명을 알아냈다.”
“내가 썼을 수도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두 권 사서 한 권은 당신이 갖고 다른 한 권은 책중독자 친구에게 선물하기를 추천한다. 이 책에 대해 친구와 토론하고 책중독자 감별용 질문을 새로 만들어 리스트에 추가하면 재미날 것이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도 책중독자다!”
* 동영상 ‘중독의 중심: 책중독코드’ 시리즈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출간을 기념해 돌베개 출판사에서 음지 책중독자들의 고백 릴레이 ‘중독의 중심: 책중독코드’ 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CF ‘현대생활백서’ 시리즈를 패러디해 평범한 독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이 시리즈는 돌베개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 플래시 게임 <책중독자 유형 테스트>
돌베개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자신이 속한 책중독자 유형과 그 유형에 잘 어울리는 책을 알 수 있는 <책중독자 유형 테스트>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자기계발서와 출판 산업에 대한 가장 천연덕스러운 비판
심리학과 자기계발의 결합물인 치유(치료) 서사는 미국사회에서 가장 지배적인 자기계발서의 형식이 되었다. 이와 함께 1980년대 중반 이후 ‘중독’은 미국사회에서 심각한 사회 병리 현상으로 인식되었고, 중독으로부터의 회복을 강조하는 심리치유서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톰 라비가 이 책에서 여러 번 패러디하는『여자를 미워하는 남자, 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1986)의 저자 수잔 포워드, 『상호의존증의 극복』Codependent No More(1987)을 쓴 멜로디 비티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은 책중독 박멸 의지를 불태우는 책중독 치료서를 표방하지만, 이 능청스러운 농담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이 책은 ‘마음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를 이끌어내는 자기계발서 형식을 재기 넘치게 패러디하고 있다. 실상 이 책은 자기계발서와 치유 서사에 비판적이다. 아니, 이에 염증을 느끼지만, 정색하는 대신 자기계발서의 논리를 유쾌하게 비꼬는 방식을 택한다. 그 논리란 평범한 인생을 고통의 기억으로 재구성해 그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명령을 부과하는 것이며, 모든 문제의 책임을 사회가 아닌 자아에게 돌리는 것이다. 그래서 톰 라비는 책중독이 개인적인 문제나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타고난 유전병이라는 사실을 조속히 밝혀달라고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는 책중독자가 ‘되는’ 게 아니라 책중독자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문제화된 고통이 개인 정체성의 핵심이 되고 심리치료ㆍ치유 산업이 확장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고통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과연 책중독만 문제일까? 톰 라비는, 책이 아니더라도 마약, 알코올, 니코틴, 도박, 폭식증, 거식증, 쇼핑, 좀도둑질, 섹스, 초콜릿, 일, 텔레비전 시청, 피트니스, 종교, 사랑 등 우리가 걱정해야 할 중독증은 끝이 없다는 말로, 중독 담론을 조롱한다.
이 투덜이 책중독자의 불붙은 화살이 향하는 곳은 자기계발서만이 아니다. 톰 라비는 책을 둘러싼 공간과 독서 문화, 출판 산업 전반을 구석구석 물어뜯는다. 팔푼이 책중독자인 자기 자신부터 다이어트 책과 심리치유서의 유행, 출판 마케팅 자본, 대형 슈퍼마켓 같은 서점과 책도 파는 슈퍼마켓, 책으로 젠체하는 속물들과 미련한 수집광들, 책 읽을 시간을 주지 않는 직장 문화, 책을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는 작자들까지, 이에 대한 논평은 자조와 가벼운 빈정거림, 살의殺意 등 다양한 감정들을 뿜어낸다.
책 읽는 순수한 기쁨을 일깨우는 책중독 가이드
톰 라비는 책의 내용에만 몰두하는 차분한 독자가 아니다. 이 산만한 책중독자는 자신의 경험을 중심축으로 해서 각종 독서 문화를 두루 탐색한다. 집요하게 책중독의 정체를 파고들고, 동서고금을 망라하며 동료 책중독자들의 심리와 행동 양상을 낱낱이 파헤친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활동과 구성요소들을 철저히 해부하기도 한다. 이 내부고발자는 동료 책중독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책중독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짐짓 모른 체하는 암묵적 지식과 규칙들을 소상히 폭로하기로 작정했다. 따라서 책중독의 다양한 증상, 책중독자 여부와 심각성 테스트, 치유법은 맛보기일 뿐이다. 톰 라비는 오늘날 출판 산업을 패러디해 책의 역사를 다시 쓰고, 책중독자의 기원을 찾아 장서광과 애서가를 검토하며, 본격적으로 수집광과 여러 책중독자 유형을 분석한다. 돌연변이 책중독자인 다독가, 책 지름신 강림자, 학자, 책 매장자, 책 파괴자, 식서가는 물론,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책중독자 유형인 책 도취증자, 그리고 책을 사는 방식에 따라 분류된 여러 유형 설명을 읽다보면 ‘책중독자 생태 보고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이 책에는 각 유형의 행동 양식, 성향, 서식처(?) 등이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냉철한 지성은 친절한 오지랖에 묻혀 길을 잃는다. 톰 라비는 “일을 하고 여행을 하고 먹고 친구들을 방문하는 등 귀중한 책 읽기 시간을 앗아가는 온갖 세속적인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생활인 책중독자들을 위해 장소의 한계를 극복하고 책 읽기, 책의 정리와 보관, 빌려준 책 되돌려 받기에 대한 팁을 제공한다. 게다가 이상적인 책방의 모습을 상상하며 낭만에 빠지고, 전자책의 미래를 냉엄하게 따져보다가 그 편리함을 발견하고 즐거워하기도 한다. 책중독에서 회복하는 법을 알려주는 치료서로 시작한 책은 마음 가는 대로 흘러가다가 결국 책중독을 더 잘 즐기라고 부추기는 책중독 가이드로 끝난다.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에는 거창한 목적의식도, 원대한 목표도 없다. 우리가 톰 라비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얻는 것은 책 사기와 책 읽기가 주는 순수한 기쁨이다. 자유롭게 책들에 몸을 맡기고 책들이 이끄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 만나게 되는 새로운 세계와 반가운 친구들이다. 책에 중독되어버린 우리는 책 없이 견디지 못하고, 책의 독성 때문에 기능 장애를 일으키지만, 상관없다. 바닥을 쳐 곤란을 겪는 것도 두렵지 않다. 톰 라비에 따르면, 바닥에서만 꼭대기를 볼 수 있고, 바닥을 치면 다시 올라올 수 있으며,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야말로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는 즐거이 책을 사고 읽을 것이다. 우리는 책중독자들이다!
톰 라비의 글 =
움베르토 에코의 뼈 있는 농담 + 닉 혼비의 ‘찌질’ 감수성 + 피에르 바야르의 성찰적 유머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은 독서 문화 전반에 대한 패러디뿐만 아니라 독특한 글맛도 제공한다. 톰 라비는 고전과 현대소설,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을 아우르며 영문학을 편애하는 책중독자답게 문학적 소양을 십분 발휘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허를 찌르는 유머와 산뜻한 풍자는 그가 사랑하는 작가들, 그러니까 찰스 디킨스, 마크 트웨인, 에벌린 워에게서 나온 것임에 틀림없다. 한편, 동시대 작가들과 비교하자면, 톰 라비는 움베르토 에코와 닉 혼비의 전술을 사용하는 피에르 바야르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톰 라비는 움베르토 에코처럼, 바보 같은 독서 문화에 울컥 화를 내는 대신 풍자문학의 전통 속에서 유쾌하지만 뼈 있는 농담을 던지는 법을 택한다. 그러나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책중독자들의 하찮은 일상에 현미경을 갖다대고 비루한 행동과 심리들을 깡그리 들춰내는 모습은 닉 혼비에 가깝다. 닉 혼비의 소설에 나오는 찌질하고 덜 자란 어른들이 작가의 분신이듯, 톰 라비의 바보 같은 책중독자 이야기에는 짙은 자기투영이 깔려 있다. 그리고 이처럼 짐짓 무심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행보로 톰 라비는 피에르 바야르의 작업이 성취한 지점에 도달한다. 가벼운 유머로 일관하면서 독서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피에르 바야르의『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처럼,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은 책을 생산ㆍ유통ㆍ소비하는 문화 전반에 대해 묵직한 인문학적 성찰을 촉구한다.
현태준의 그림 = 톰 라비의 수다스러운 익살 × 현태준의 명랑 유머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은 책중독자들을 환영한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음지에 서식하는 책중독자든, 대놓고 책에 탐닉해 가족과 친구, 직장 상사에게 핍박받는 책중독자든 우리 책중독자들은 함께할수록 즐거움이 증폭된다. 게다가 만국의 책중독자들도 단결할 필요가 있으므로 톰 라비의 글에, 책 수집으로 수집 인생을 시작했다는 전방위 잡동사니 수집가이자 재미나는 한국인 아저씨인 현태준이 그림을 덧붙였다. 톰 라비의 수다스러운 익살에 현태준의 명랑 유머가 착 달라붙어 기묘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이 책에 수록된 12편의 일러스트와 만화는 톰 라비의 글을 읽고 현태준이 자신의 경험을 뒤섞어 만들어낸 것으로, 책중독자들의 유쾌하고 해맑은(?) 에너지를 시각화했다. 화제의 중심에 우뚝 선 인기인만 가질 수 있다는 아이템 <책중독자의 뇌구조도>, 책중독자 기본 패션과 스타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자가 바로 책중독자다!>, 3D안경 따위 없어도 완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리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마누라 몰래 집에 책 가져가는 미로 大탐험>, 책방 안에 ‘책 생생구이집’과 ‘책중독자 전용 뷔페’가 있어서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이곳이 진정한 상상책방>, 현태준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전국민 책 읽기 총력안보, 책 읽기 백만인 운동 시작!>, 책 표지에 등장하는 손수레 소년의 정체가 공개되는 <아아 영원하리, 책중독은 아름다워라> 등이 실려 있어 소장 가치를 대만족시킨다. 오밀조밀 혼미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모두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캐릭터들의 표정도 놓쳐선 안 되는 감상 포인트.
기본정보
ISBN | 9788971994207 |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02월 07일 | ||
쪽수 | 311쪽 | ||
크기 |
153 * 224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Biblioholism : the literary addiction/Raabe, Tom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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