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스릴러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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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세월은 간다. 그런데 그 세월은 인생에게 반드시 성과에 대해서 묻는다. 나 역시 그 성과에 대해 늘 고민하며 살다보니 나이 육십이 되었다. 이 나이까지 살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딸은 엄마의 운명을 닮는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이 너무 싫어서 오로지 내 만족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다. 그 결과 선택한 게 소설이었다. 참으로 아이러니다. 등단 이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오직 소설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다.
이번에 내는 소설집 ‘멜로스릴러 드라마’는 내 19번째 저서이다. 등단 이후, 중 단편만 150편 가량 완성했는데 기(旣) 발표작 중 11편을 모아 창작집으로 꾸며 보았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남들은 생활을 위해 재능을 포기하고 살지만 예술가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나도 행복자라고 생각한다.
소설 같은 인생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살만한 세상이다. 나는 이번에 책을 내면서 또다시 엄청난 꿈을 꾸었다. 내 소설을 읽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독자가 많아지기를.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도를 올린다.
작가정보
* 작가 신외숙은 기독교 심리작가로 알려져 있다.
등단 이후 2편의 장편소설과 130편의 중 단편, 에세이, 시나리오를 창작 발표한 바 있으며 주로 심리소설에 천착하고 있다. 일 년간 기독교 신문에 칼럼을 연재했으며 온누리 교회 인터넷 방송(www.cgntv.net) 행복토크 ‘책으로 여는 세상’에 출연한 바 있다.
* 순수문학상. 엽서 문학상 수상. 만다라문학상. 크리스천 문학 이계절의 우수상 (소설)
2000년 문예진흥 기금 수혜자.
* 저서:
장편소설『여섯 번째 사랑』 (2001년 5월)
『징후』 (2004년 12월)
소설창작집『그리고 사랑에 빼앗긴 자유』 (1999년 11월)
『아스팔트 위의 개구리』 (2001년 3월)
『체크아웃』 (2001년 5월)
『객지의 꿈』 (2010년 5월)
『남의 밭에 물주기』 (2011년 5월)
『악인도 사랑을 꿈꾼다』 (2011년 7월)
『힐링클럽』 (2012년 12월)
『추억이라는 이름』 (2013년 6월)
『신촌네거리』 (2014년 1월)
『리허설』 (2014년 8월)
『돌싱』 (2015년 3월)
에세이집 『산다는 게 기적입니다』 (2007년 7월)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 (2010년 7월)
전 15권
목차
- 멜로 스릴러 드라마……/ 5
신 보헤미안…… / 28
힐링 클럽…… / 49
추억이라는 이름…… / 83
객지의 꿈…… / 108
사탄은 죽지 않는다…… / 135
무임승차…… / 158
환란은 인내를…… / 185
두물머리의 봄…… / 223
악인도 사랑을 꿈꾼다…… / 252
영화+인생…… / 278
멜로스릴러 드라마 서평…… / 306
인문학적 통찰과 비평적 시야로…… / 308
작가의 말…… / 314
책 속으로
[머리글]
얼마 전, 국토의 정중앙이라고 불리는 강원도 ○○지역에 다녀왔다.
○○는 내가 삼십여 년 전, 공직생활 했던 곳으로 금강산이 마주보이는 최전방 중부전선에 자리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험지에 낙후된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지방자치제로 어느 정도 이름이 나 있다.
한 겨울, 소설 소재 감을 구한다는 핑계로 시외버스에 올랐다. 삼십년이라는 세월을 두고 떠나기에 앞서 나는 수많은 상념에 사로잡혔다. 천지가 변해도 열 번은 더 변했을 그곳을 두고 온갖 상상 드라마가 써졌다. 혹시나 옛날의 지인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그런데 시외버스는 출발하자마자 전혀 엉뚱한 경로로 들어섰다. 강변도로를 달리던 시외버스는 홍천이 아닌 춘천도로로 접어들었고 아늑한 시골풍경 대신 아파트 군단을 여럿 지났다. 예전에 지나던 까마득한 절벽 길 대신 터널과 소양호 꼬부랑길을 한참 지나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새로운 도로가 생기면서 소양호에서 출발하던 쾌속선이 사라졌고 대신 터널을 여럿 뚫어 경로를 단축시켰다. 34년 전에는 4시간 20분 걸리던 거리가 2시간대로 좁혀진 것이다. 세월은 거리를 단축시키면서 많은 환경적 변화를 가져왔다. 버스가 ○○읍내로 진입하면서 제일 먼저 눈에 띤 건 아파트 단지였다.
세상에……!
시골 벽촌이나 다름없는 곳에 아파트라니? 도대체 누가 산다고?
버스에서 내리니 전혀 낯선 풍광이 나타났다. 옛날에는 좁았던 모래 흙길이 아스팔트로 변하면서 모든 길들이 단축돼 있었다. 시외버스 터미널을 중심으로 펼쳐진 읍내 거리는 군 주둔 지역답게 상권이 형성돼 있었는데 소도시의 모양을 그대로 본뜬 상가 건물과 구획된 거리 풍경이었다.
거리를 둘러보는데 삼십여 년 전에 내가 다녔을 관공서 부근과 장터가 궁금했다. 관공서가 보이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내 소설에 등장했던 주요 장면들이 나온다. 그때 만났던 수많은 교사 공직자와 순박한 농민들을 대상으로 쓴 소설이 있다.
단편 객지와 겨울 안개, 오드 아이, 객지의 밤, 꿈 34년 만에 만나다, 그리고 시나리오로 각색된 바 있는 과거와 현재가 있고 그밖에 수십 편의 에세이가 있다.
발걸음을 옮기는데 모텔과 옷 수선점, 미용실과 음식점 커피전문점과 군인백화점이 보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폐점된 곳이 더 많았다. 자영업자의 몰락이 그곳을 제일 먼저 강타한 것이다.
북풍이 거리를 휩쓸듯 지나갔다. 삭막하고 을씨년스러운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읍내에서 도내 버스를 타고 내가 근무했던 ○○초등학교로 갔다. 마침 방학 중이라 그런지 학교에는 사람 그림자조차 없었다.
학교 바로 옆에 있는 군부대만 그대로일 뿐 주변에 있던 음식점 여관 다방 점포 등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버스 정류장 입구에 있던 미니슈퍼도 폐점된 채 세월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동리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농가도 군인 가족도 다 떠나버렸는지 온 동네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내가 근무했던 초등학교는 신축된 산뜻한 모습으로 병설 유치원까지 갖추고 있었다. 쥐가 출몰하던 관사도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어 격세지감을 일으켰다.
오랜만에 보는 객지의 풍경을 스마트폰에 담느라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그러는 동안 거센 눈보라가 내 얼굴과 스마트폰으로 마구 달라붙었다. 눈길로 변한 버스정류장에서 면사무소가 있는 양지마을을 바라보니 세상이 온통 눈 속에 파묻혀 가는 것 같았다.
도내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에 당도했다. 옆을 지나며 자꾸 말을 붙이는 중년여자에게 물었다.
“옛날에는 여기 근처에 선착장이 있어서 곧바로 춘천으로 가지 않았나요?”
나는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을 일부러 물었다.
“그렇죠, 아주 오래 전 이야기네요. 지금은 춘천까지 곧바로 가는 길이 뚫렸어요.”
“옛날에 춘천에 사는 직원들이 소양강 댐에서 쾌속정 타고 곧바로 출근하곤 했었어요, 제가 삼십년 전에 ○○○에 있는 초등학교에 근무했었거든요. 세월이 지나 다 늙어 가지고 어떻게 변했나, 궁금해서 한번 찾아와 본 거예요.”
그녀가 내 얼굴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 거기서 선생님 하셨구나. 그런데 별로 늙은 것 같지 않은데.”
그 말에 웃음이 나왔다, 내 나이보다 적게 보는 것인가.
“그런데 변해도 엄청 변했네요. 하긴 삼십 년도 넘는 세월이 흘렀으니.”
말해 놓고 나니 세월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은 용서와 망각이라는 단어를 선물처럼 주고 사라지는 신기루 같다. 꿈속에서 수도 없이 많이 와 보았던 거리다. 소설로 울궈 먹고 또 울궈 먹고 시나리오로 재생시켜 각색까지 했던 무대가 바로 이곳이 아니었던가.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과거는 후회를 생각나게 하지만 감사라는 단어도 끝없이 떠오르게 한다. 하나님의 은총이 아니었던들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올 수가 있었을까.
에벤에셀. 여호와 이레, 되뇌면서 시외버스에 올랐다.
창밖으로 ○○거리가 눈발 속에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시외버스가 춘천을 지날 때까지 눈발은 거세게 몰아쳤다. 그러다 경기도 입구에 들어서면서 신기하게 눈발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서울로 진입하면서 눈발은 완전히 그쳤고 현재라는 단어가 내 앞에 나타났다.
가만히 있어도 세월은 간다. 그런데 그 세월은 인생에게 반드시 성과에 대해서 묻는다. 나 역시 그 성과에 대해 늘 고민하며 살다보니 나이 육십이 되었다. 이 나이까지 살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딸은 엄마의 운명을 닮는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이 너무 싫어서 오로지 내 만족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다. 그 결과 선택한 게 소설이었다. 참으로 아이러니다. 등단 이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오직 소설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다.
이번에 내는 소설집 ‘멜로스릴러 드라마’는 내 19번째 저서이다. 등단 이후, 중 단편만 150편 가량 완성했는데 기(旣) 발표작 중 11편을 모아 창작집으로 꾸며 보았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남들은 생활을 위해 재능을 포기하고 살지만 예술가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나도 행복자라고 생각한다.
소설 같은 인생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살만한 세상이다. 나는 이번에 책을 내면서 또다시 엄청난 꿈을 꾸었다. 내 소설을 읽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독자가 많아지기를.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도를 올린다.
이번에도 어려운 출판 환경에도 책을 내주신 도서출판 한글의 심혁창 아동문학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올 2019년도는 독자들 모두 멘탈 갑이 되어 삶속에 형통의 축복이 임하기를 기도드리며.
소설가 신외숙 배상.
기본정보
ISBN | 9788970735573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3월 15일 |
쪽수 | 318쪽 |
크기 |
153 * 225
* 26
mm
/ 51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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