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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이성표
홍익대 시각디자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중앙일보 출판국 미술기자를 거쳐, 동서울대학 광고디자인과 교수,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겸직교수를 지냈다. 1982년 데뷔 이후 여러 신문, 잡지, 단행본, 그림책 등에 작품을 발표하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2003년, 영감의 고갈을 고백하며 하던 일을 멈추고, 캐나다 로키의 재스퍼로 떠나 2년을 보내고 돌아왔다. 고요하고 푸른 대자연에 머문 시간은 내면의 소리를 듣게 해주었고, 삶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해주었다. 안식년 중이던 2004년 리즈디(Rhode Island School of Design)를 방문하고 강의했으며, 귀국 직후인 2005년 재스퍼에서 놀면서 그렸던 그림책 <호랑이>로 한국출판문화대상을 수상했다. 최근 몇 년간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 일러스트레이션을 연재했으며, 2007년 스위스 신문 <노이에 쮜르허 자이퉁>에 일러스트레이션이 소개되었다.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한편,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 hills에서 <내 목소리로 말하기>를 강의하고 있다. 올 여름, 숲이 보이는 수유리로 작업실을 옮기고 생의 후반기를 도모 중이다.
사진 이성표
목차
- 프롤로그
part 1. 영혼의 북소리
먼 북소리
왜 재스퍼인가
영혼의 섬
노루의 방문
백조
점심시간
스톱사인
일기_ Oh, deer!
느림
일기_ 무례한 운전
무용의 시간
박사학위 웨이트리스
아침 전쟁
일기_ 비오기님께
Pat
곰이 왔다
트레일 산책하기 vs 출근 버스 타기
지은 일기_ 재스퍼에서 배운 세 가지!
충우 일기_ 재스퍼에서 배운 세 가지!
part 2. 잠시, 조용히
호수
일기_ 강물 따라 흐르기
일기_ 우아하게 미끄러지다, 첨벙!
김수영의 시
이번 일엔 마감이 없다
일기_ 모두들 안녕하시지요
영어의 바다
일기_ 영하 35도
재스퍼에서 가요 듣기
소박한 삶, 품위 있는 삶
피라미드 호수 앞에서
일기_ 케이블 TV
충우 일기_ 가족영어
아! 일러스트레이션
생에 가장 원하는 것
일기_ Rene 씨가 보내준 시
잠시, 조용히
일기_ 여름 배낭
part 3. 푸른 보석
오래된 연인
겨울 선물
Patti
재스퍼, 진실과 거짓말
일기_ 꿈
늙음에 대해
오후의 평화
휴양지 사람들의 휴가
헹굼
평화의 문 앞에서
푸른 보석
평안
에필로그
헌사
책 속으로
무엇이 나를 재스퍼로 불러냈던가? 두려움도 내 안에 있고 소망 또한 내 안에 있었다. 결핍을 직시하라고 말하던, 딛고 선 땅을 허물라고 가르치던 음성. 그것은 작은 소리였지만 결코 멀리 있지 않았던, 내 영혼의 북소리였다.
-<먼 북소리> 중에서
스톱사인은 이진법이다. 가든가, 서 있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다. 나는 매사에 선택이 느렸다. 결단하기보다 미루기를 좋아했다. 그런 내가 싫어서, 스톱사인 식으로 이진법적 사고를 시도해 봤다. 여러 개의 과제가 있어도 딱 두 개만 택하고, 그 중 하나를 먼저 실행하는 식이다. 이런 시도가 성공하려면 입장이 분명해야 한다. 둘 중 어느 것이 보다 중요한 것인지 결정해야 하니까. 나는 남에 대해서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늘 얼버무리고 있던 자였다. 재스퍼의 스톱사인은, 갈 것인가 설 것인가, 그것인가 아닌가만 분명히 답하도록 가르쳐 주었다.
-<스톱사인> 중에서
재스퍼에는 박사학위를 가진 웨이트리스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연에서의 조용한 삶을 위해 학위나 높은 연봉을 마다하고 이곳에 와서 시간제 일을 하며 소박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다. 프랑스에서 온 파비안은 파리에서 10년간 일하던 광고대행사를 그만두고 재스퍼에 와 호텔에서 일한다. 그만하면 충분히 바빴고,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이들은 내면의 목소리를 존중함으로써 진정한 삶을 얻으려는 사람들이다.
-<박사학위 웨이트리스> 중에서
삶에는 의미가 필요하다. 마음을 비우고 쉬는 것이 좋지만, 우리는 ‘쉬려고’ 살지는 않는다. 노는 것이 일상이 되면 거기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아마도 우리는, 놀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 가치를 창조하며 사는 존재들이 아닐까. 재스퍼 간 지 일 년쯤 지나, 잠시 서울에 다니러 갔을 때였다. 서소문을 걷는데, 인도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어깨가 거의 닿을 지경이었다. 이리저리 피해 걸으면서도 “그래, 이게 사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사람들의 눈에선 반짝반짝 생기가 넘쳤다. 그들은 늘어져 있지 않고 빠르게 걸었다. 전에는 그것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허나 이젠 반갑기조차 하다.
<트레일 산책하기 VS 출근 버스 타기> 중에서
나는 그저 마음의 밭을 쉬게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흙은 가만히 놓아두기만 해도 힘이 생겨나던데, 혹 내 영감의 토양도 별다른 단련 없이 자유롭게 놓아두면 좋은 일이 생기려니 기대하며, 게으르게 지내고 있었다.
-<김수영의 시> 중에서
이곳 사람들은, 비가 오면 맞으며 걸어가고 우산을 쓰지 않습니다. 여기선 아무리 비가 와도 그리 오래 내리는 일이 없고
더구나 한국 같은 장맛비는 결코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높은 지대라 그런지, 햇살 쨍하다가 비오는 일이 흔하고 지금 비가 오고 있어도 두어 시간 후에는 청명해지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가끔 나의 인생도 이랬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배낭에 변화에 대한 준비를 잘 꾸려 넣고, 기왕의 밝은 햇살을 실컷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혹 비가 와도 당황하지 않고 비옷을 꺼내 입고, 곧 청명해지려니 기대하며 앞을 향해 걸어가는, 그런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름 배낭> 중에서
아내에게 물었다.
재스퍼 2년간 대자연에 살면서 얻은 것이 무엇일까?
헹구는 기간 아니었을까?
40년 넘게 쓴 기계를 맑게 닦는 기간.
그렇구나. 나를 씻은 시간.
-<헹굼> 중에서
내 마음에는 조그만 강물이 흐른다. 재스퍼의 안식년은 그 흐름을 잠시 멈춰 세우고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내 작업의 근원을 살피는 시간. 재스퍼에서 삶의 원칙과 비전을 다시 정리하면서 혼자서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그러나 그 부끄러움은 나에게 행할 수 있는 용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었다.
-<푸른 보석> 중에서
출판사 서평
로키의 푸른 자연으로 걸어간 ‘내 인생의 점심시간’
광활한 자연과 맑은 호수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
재스퍼, 천국에서 2년
일과 직업에서 놓인 자유로운 시간을 통해 생의 의미와 열정을 찾아간 어느 예술가의 안식년 이야기. 간결한 문체와 정갈한 디자인, 맑은 하늘과 호수 사진이 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씻어준다.
이성표.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데뷔 후 20여 년간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며 한국의 이름난 잡지, 신문, 단행본의 지면을 장식했다. 정상급 작가라는 타이틀을 안고 어느 날 자신을 돌아보니 억지로 토하듯 그림을 뱉어내는 사람이 있었다. 현저히 생기를 잃고 메말라 가는 그림들. 휴식의 목마름과 함께 그의 가슴에서도 하루키를 남유럽으로 내몬 ‘먼 북소리’가 울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본 순간 그 박동은 억누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칠십에서 구십대의 쿠바 할아버지들이 거리 음악으로 세계 음악팬을 사로잡고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영화는 그에게 구십 너머까지 살 수 있다는 것과, 건강하면 그때도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적어도 앞으로 46년! 이제껏 살아온 세월보다 더 긴 기간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기꺼이 그 기간을 위해 준비하고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40여 년 전반기 삶이 끝나고 남은 후반기 생을 바라보며 잠시 쉬는 런치타임. ‘내 인생의 점심시간’은 그렇게 넓은 시야로 생을 바라본 순간 찾아왔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2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살아보기. 그 무모한 상상을 듣고 툭 털고 나가라고 격려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하던 일을 멈추고 온식구를 이끌고 캐나다 재스퍼로 날아갔다. 로키산맥 자락 조용한 소도시 재스퍼. 그곳은 과연 파란 하늘과 흰 구름, 거대한 산, 그리고 맑은 호수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러나 어쩐 일일까? 막상 재스퍼에서 맞은 시간은 마음 속으로 그렸던 시간과 달랐다. “재스퍼 2년을 돌아보면, 재스퍼의 광활한 자연을 마음 속 깊이, 꽉 차게 느껴본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통장의 잔고가 넉넉지 않아 자주 먹고사는 일을 걱정했고 서울로 복귀한 후 잘 살 수 있을까 염려도 많았다.
무엇이었을까. 평화로운 숲을 걸으면서도 속으로는 종종걸음이었던 것은? 커다란 자연 가까이 자신을 데려갔지만 속사람은 서울에 살던 그대로였기 때문일까. 사는 습관도, 사고방식도 사실 달라진 게 없었다. 조용한 자연으로 몸을 이동시켰지만 내면의 분주함은 그대로였다. 모자라고 부실한 자신의 본모습을 인정한 시간, 그런 자신을 바꾸기 위해서 한숨과 기도와 눈물로써 답을 구한 시간. 그것이 재스퍼 안식년의 요체라고 그는 털어놓는다. 영감을 채우고자 푸른 자연을 향해 걸어갔으나, 그가 만난 것은 벌거벗은 속사람, 진정한 자기의 모습이었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 남은 생에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과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이 책은 가슴이 아리도록 장엄한 풍경과 색색의 아름다운 호수에 대한 예찬의 기록이 아니다. 이 책은 갱신의 기록이며, 중년의 남자가 마주친, 자신에 대한 부끄러운 기록이다. 일과 휴식의 가치와 인생의 참된 의미를 고뇌한 성찰의 기록이다. 일할 예정이 없는 긴 휴식은 항구에 묶여 있는 배처럼 지루하고 권태롭다. 재스퍼 2년의 안식년을 마치며 그는 비로소 답을 얻는다. 우리는 결코 마냥 놀고 쉬면서 행복을 느끼는 존재가 아님을, 우리는 일평생 달리고 투쟁하고 생산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임을, 위대한 영감은 게으른 휴식이 아닌, 긴 애태움 끝에 문득 온다는 것을.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인생의 전환점에 선 이들과 하루하루 쉼 없이 뛰어야 하는 삶에 지친 직업인들, 아무 에너지도 주어지지 않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이 책은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정한 삶을 사는 법을 가르쳐준다. 로키의 푸른 자연에서 영근 특유의 맑고 힘찬 사유. 그 안에 실린 평범하지만 위대한 진리와 대자연에 기대어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사진과 함께 조용한 감동을 선사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70594217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10월 01일 |
쪽수 | 280쪽 |
크기 |
128 * 188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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