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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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작가 조성기는 1951년 3월 30일 경남 고성에서 출생하여 부산중학교,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71년 대학 재학 당시 단편소설〈만화경〉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했다. 그 후 오랜 기간 침묵을 지키다가 1985년 장편〈라하트하헤렙〉으로 제9회 "오늘의 작가상"(민음사 세계의 문학 제정)을 수상함으로써 창작 활동을 재개했으며, 1991년에는 중편〈우리시대의 소설가〉로 제15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야훼의 밤》,《슬픈듯이 조금 빠르게》,《가시둥지》,《욕망의 오감도》,《베데스다》,《바바의 나라》,《우리 시대의 사랑》,《굴원의 노래》,《너에게 닿고 싶다》,《천년동안의 고독》등의 장편과《통도사 가는 길》,《실직자 욥의 묵시록》,《종희의 아름다운 시절》,《우리는 완전히 만나지 않았다》,《안티고네의 밤》,《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등의 창작집,《내 영혼의 백야》등의 소설시,《한경직 평전》,《유일한 평전》등의 평전,《예수의 일기》,《카를 융 자서전》,《삼국지(전 10권)》등의 번역서가 있다. 현재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창작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목차
- 쟉가의 말|개가 왕이 되거나 왕이 개가 되면
위대한 창녀
위대한 미치광이
위대한 소경
위대한 거지
라일락도 물을 먹어요
불일폭포
홍소령기
벼리의 계절
니질금
왕들의 구멍
아버지의 그늘
바다와 이데올로기
작가 후기(1988)
해설
병든 시대를 겨낭하는 역설 - 조성기의 <왕과 개> |정혜경(2010)
출판사 서평
개가 왕이 되거나 왕이 개가 되면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첫 작품집 복간 시리즈인『소설 르네상스』의 스물여덟 번째 권으로 조성기의《왕과 개》가 출간되었다. 작가의 수정을 거쳐 새롭게 편집한 열두 편의 작품에 젊은 평론가 정혜경의 새로운 해설을 더했다. 이 작품집에서 작가는 1970~80년대의 역사적 사건의 주변부에서 시대를 증언함으로써 시대적 고통과 직결된 실존의 문제를 탐구하고 권력자의 문제에서 비롯된 시대의 광기를 통찰한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대부분 군사정권의 유신체제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에 이르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특히 5·18로 시작되는 80년대의 잔인한 기억은 이 소설집의 트라우마trauma로 작동한다. 하지만 조성기가 보여주는 트라우마는 당대 리얼리즘 소설들과 그 궤를 달리한다. 그가 형상화한 창녀, 미치광이, 소경, 거지, 환자 등은 당대 문학의 전형에서 벗어난 주변부 인물들이다. 이들은 광기로 얼룩져 누구도 병들지 않을 수 없었던 시대 그 자체를 암시한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광기로 물든 폭력적인 시대와 권력자의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또한『역설』이라는 문학적 행위를 통해 80년대의 폭력적인 검열 문제를 극복하면서 병든 시대를 교묘하게 비튼다.
이질적인 두 존재가 맞붙어 있는 이 작품집의 제목『왕과 개』는 작가의 시대 인식을 상징한다.『미칠 광(狂)』자는 개 견(犬) 부에 속한 한자로 개와 왕이 합해진 글자이다.『개가 왕이 되거나 왕이 개가 되면 그 시대 전체가 미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파고들었다』(〈작가의 말〉)라는 그의 말은 권력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권력자의 문제에서 비롯된 위기 담론은 21세기가 된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 점에서 작가는 시공을 뛰어넘어 여전히 권력에 대한 고민과 통찰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역설(逆說), 병든 시대를 비틀다
작가는 창녀, 미치광이, 소경, 거지, 환자 등의 주변부 인물들에게『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위대한 창녀, 위대한 미치광이, 위대한 소경, 위대한 거지』라는 역설, 그 모순과 부조화 속에 작가의 문학적 성취가 숨어 있다.
〈위대한 창녀〉속 창녀는 몸을 팔고 돈을 받지만 그 돈을 제 것으로 하지는 않는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생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처녀성을 팔지만 결국 동생의 죽음을 접하고는 돈 전부를 포주와 브로커에게 던져준다. 몸 판 돈을 받지 않는 그녀는 창녀인가?〈위대한 미치광이〉에서 미치광이는 황당한 말을 지껄이면서도 순간순간 듣는 사람을 뜨끔하게 하는 발언을 한다. 독재자로 인한 불행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전세계의 병실화』를 실현하여 정신병원 환자들의 회의 때처럼 어떤 말도 제재 받는 법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 속에는 병든 사회에 대한 일침이 들어 있다. 이른바 정상인이 규정한 정신병이라는 것이 병든 사회가 인간에게 입혀놓은 상처 치료의 과정이라고 말하는 그는 미치광이인가?〈위대한 소경〉에서 소경은 최루탄에 맞아 눈이 멀고 말지만 여전히 시대의 목격자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앞을 볼 수 없어 식구들의 생활을 책임지기는커녕 짐만 되는 그이지만 시대를 고민하는 청년에게서『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존재』라고 평가된다. 앞을 볼 수 없지만 시대의 어둠을 보고자 한다면 그는 과연 소경인가?〈위대한 거지〉에서 거지는 구걸 행위를 하나의 직업이라고 본다. 그는 구걸하면서 거지직업학교, 거지 노동조합과 파업, 거지들의 임금 등에 관한 공상을 하는데 여기엔 일반적인 정의(定義)를 무력하게 하는 기지가 있다.『무소유의 자유함』을 말하는 그는 거지인가?
이러한 역설은 지배이데올로기가 정의 내린 것들을 뒤흔듦으로써 당대 권력을 비튼다. 작가가 병든 자들의 역설을 통해 우리에게 환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광기로 물든 폭력적인 시대의 병증이다.
권력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왕과 개》에서 작가는 권력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통해 폭력적인 시대를 통찰한다.〈니질금〉이나〈왕들의 구멍〉같은 작품에서 보이는 권력의 작동 방식은, 권력과 폭력이 동의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니질금〉은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유리태자와 탈해의 권력 다툼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신화의 문제를 중심으로 권력의 작동 방식을 살핀다. 권력은 기본적으로 신화 만들기를 통해 작동하고, 그것이 만들어지는 것인 한 백성들을 기만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권력은 그 자체로서 폭력이다. 이는 이집트 왕들의 관이 집단적으로 묻혀 있는 무덤을 발견한 도적의 이야기인〈왕들의 구멍〉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은 파라오의 저주라는 것도 왕실의 권위를 세우고 백성들을 관리하기 위해 통치자들이 만들어낸 미신이며, 비명에 그려진 생명의 형상이『왕들이 백성들의 모가지를 틀어쥐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진술한다. 그에 의해 정부는『합법적인 도적』이라 명명된다.〈홍소령기〉와〈벼리의 계절〉은 그러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소설이다. 이 두 작품은 일개 소시민에 지나지 않는 작가와 교사가 각각 자신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정치적으로 조작된 신화와 폭력을 수용하는지 보여준다.
기본정보
ISBN | 9788970137582 |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03월 30일 | ||
쪽수 | 316쪽 | ||
크기 |
153 * 224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소설 르네상스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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