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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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윤정모는 1946년 11월 경주 외곽에서 태어나 1970년 서라벌 예대 문창과를 졸업했다. 1968년 장편《무늬져 부는 바람》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81년《여성중앙》에〈바람벽의 딸들〉이 당선되었다. 장편소설《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섬》(이 소설은 나중에 ‘그리고 함성이 들렸다’로 개칭되었다),《고삐》,《들》,《나비의 꿈》,《그들의 오후》,《딴 나라 여인》,《슬픈 아일랜드》,《꾸야 삼촌》,《수메리안》,《길가메시》, 창작집《밤길》,《님》, 산문집《우리는 특급열차를 타러간다》를 펴냈다. 1988년에 신동엽 창작기금, 1993년에 단재 문학상, 1996년에 서라벌 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 작가의 말 /새로 펴내며
가자, 우리의 둥지로
바람벽의 딸들
등나무
아들
생각하는 인형
내가 낚은 금고기
어머니
신발
밤길
작가 후기(1985)
해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는 작가정신 / 정재림(2009)
출판사 서평
시대를 꿰뚫는 예리한 시선
1988년 출간되었던 윤정모의 첫 작품집《밤길》이 새로운 편집, 새 해설과 함께 새롭게 출간되었다.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첫 작품집 복간 시리즈인 ‘소설 르네상스’의 스물다섯 번째 권이다. 초판에 실렸던 아홉 편의 작품을 작가의 교정을 거쳐 실었으며 새로 쓴 작가의 말과 해설(정재림)을 더했다. 미국 이민자의 삶에서부터 광주항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루면서 1980년대라는 어두운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이 작품집은 윤정모 특유의 냉철한 현실 인식과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밤길》은 가난하고 힘없는 민중들의 소박한 꿈이 무참히 짓밟히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시대의 비극과 부조리한 사회제도를 비판한다.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사회에서 항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고난과 절망을 다룬 이 작품집은《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고삐》,《들》등을 통해 여성, 분단, 농촌, 노동 문제 등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형상화 해나간 윤정모의 작품세계의 원형을 보여준다.
특히 광주항쟁 당시 진실을 알리기 위해 광주를 빠져나간 사람들의 여정을 다룬 표제작〈밤길〉은 광주항쟁에 대해 침묵을 지켰던 1980년대에 힘겹게 입을 열었다는 점에서, 광주항쟁 30주년을 앞둔 이 시점에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민중의 수난 ― 가족의 파탄과 민족의 파탄
《밤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가족의 균열과 파탄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미국으로 이민 온 일가에게 닥친 비극을 그린〈가자, 우리의 둥지로〉, 일제 시대부터 미군정기, 6?25, 전후시기까지 스산한 시대를 살아온 여인과 딸의 갈등을 그린〈바람벽의 딸들〉,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왜곡된 사회구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게 된 재소자의 애틋한 부정을 다룬〈아들〉, 가족들을 위한 돈 버는 기계가 되어버린 중동 노무자의 황폐해진 내면과 황금만능주의적인 가족들의 모습이 대조적인〈내가 낚은 금고기〉, 학생 운동을 하다 감옥에 간 아들 때문에 분노하고 갈등하는 여인을 다룬〈어머니〉등. 이들 작품에서 가정은 균열이 생긴 채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거나 가족 구성원의 급작스러운 부재로 파탄을 맞는다. 그리고 가족의 붕괴는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민족적인 파탄으로 치환된다. 작품 속에서 가족은 민족을 의미하고 등장인물들의 고통은 개인적인 아픔인 동시에 민족적인 고통이고 시대적인 비극인 것이다.
이렇듯《밤길》의 등장인물들이 가족을 잃거나 감옥에 가는 등 참혹한 수난을 겪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가난하거나 힘이 없기 때문이다. 물질과 권력의 결핍은 계급문제와 노동문제,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역사적 비극과 결합해 더 큰 고통과 모순을 만들어낸다.〈바람벽의 딸들〉에서 세상의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인은 험난한 세월을 살아내면서 피폐해지고 이는 대를 이어 딸에게도 전해진다.〈신발〉에서는 이웃 간에 불신을 조장하는 반공 이데올로기 때문에 유언비어 날조죄로 구치소에 들어간 여인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데 이 과정에서 권력의 부스러기에 기생해 여인을 핍박하고 학대하는 어린 전경의 인간성도 소멸되어버린다.
광주항쟁의 소설적 형상화
〈밤길〉과〈등나무〉는 광주항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직접적으로 광주항쟁의 현장을 고발하기보다는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법을 택했다. “당시는 그 누구도 광주 이야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시기였기에 택한 방편이었다. 당시의 문학계가 광주항쟁에 대해 보인 침묵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시도는 선구적인 용기였으며 그 결과 이 작품집은 판매금지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등나무〉의 중심 서사는 ‘복동’ 모자가 겪는 서울의 신산한 삶이지만, 고향 집의 등나무에 하얗게 피었다가 뚝뚝 떨어져 쌓여가는 등나무 꽃의 이미지는 광주항쟁에 의해 희생된 남편의 죽음을 의미한다. 5월의 광주를 빠져나와 서울로 향하는 ‘김 신부’와 ‘요섭’의 행로를 따라 전개되는〈밤길〉에서도 바닥에 널려 있는 등나무 꽃은 무고하게 희생된 죽음을 나타낸다.
진실을 알리기 위해 서울로 가던 중 요섭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죽음을 직감하고 절망하지만 김 신부는 그런 요섭을 다시 일으켜 세워 걷기 시작한다.
“우리도 지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있는 게 아니란다. 거기에도 장벽은 있다. 그 장벽을 깨뜨려 달라는 임무가 우리에게 주어진 거야. 우린 그걸 해내야 돼. 비록 이 밤길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해도 이젠 서둘러야 한다.”
김 신부의 독백이 강한 울림을 갖는 이유는 “비록 이 밤길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해도” 이 길을 걷겠다는 강한 의지 때문이다. 그것은 어두운 시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자 그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그것이 광주항쟁 ‘이후’의 나아갈 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새로 쓴 작가의 말에서도 이와 같은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소설을 쓸 무렵 나는 시골에서 살았고 그때 밤마다 별을 바라보며 소망을 빌었는데, 그 내용은 광주 항쟁 때 쓰러져간 영령들의 명예회복과 조속한 민주화였다. 민주화는 지금 우리 곁에 와 있다. 그러나 민주화를 앞당겨준 광주항쟁은 점차 잊혀져가고 있다”
― 새로 펴내며(2009)
시대의 비극을 넘어 희망의 빛을 보다
수난의 시대를 고통스럽게 살아낸 민중들의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현실적이지만 냉소적이지는 않다. 그 내면에는 애정과 연민이 깔려 있다. 작가도 후기를 통해 “이름이 쟁쟁한 작가보다는 모자라는 사람에게 따뜻함이 될 수 있는 그러한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때문에 작가는 계속되는 비극 속에서도 희망의 끈은 놓지 않는다. 상처 입은 인물들은 떠나왔던 고국이나 고향으로 되돌아가며 치유를 꿈꾸고(〈 가자, 우리의 둥지로〉,〈등나무〉) 자식을 용서하고(〈 어머니〉) 끝까지 진실을 알리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며(〈 밤길〉) 자신을 괴롭히고 가족들은 열광했던 물건들을 강물에 던져버림(〈 내가 낚은 금고기〉)으로써 갈등과 고통을 이겨내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작가가 생각하는 희망의 빛이 막연하고 순진한 낙관주의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앞으로도 부정적 현실이 이어질 수 있음을 인정한다. “비록 이 밤길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해도 이젠 서둘러야 한다”라는 김 신부의 독백(〈 밤길〉)과 가족을 이끌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태민의 결심(〈 가자, 우리의 둥지로〉)에서 고난과 시련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헤쳐 나간다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시대적, 민족적 비극이 개인의 비극으로 몰아치는 것을 온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민중의 슬픔은 21세기가 된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 이 점에서《밤길》은 여전히 계급적, 민족적, 인간적 고민을 던진다. ‘민족민중문학의 든든한 보루’(임헌영)로서 작가 윤정모의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70137407 |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10월 10일 | ||
쪽수 | 334쪽 | ||
크기 |
153 * 224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소설 르네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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