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재란 무엇인가 문화재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화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야 한다. 영국의 인류학자 타일러Sir E. B. Tylor는 《원시문화Primitive Culture》에서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등 인간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를 문화라 일컬었다. 그의 정의대로라면 문화재는 인간의 문화활동의 결과물이자 증거물이며, 경제적인 가치보다는 정신적 인류학적인 의미가 부여된 개념이다. 즉 문화재는 현재는 물론 미래에까지 한 시대의 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매우 폭넓은 대상물인 것이다.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052번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은 타일러의 견해에 동의하며 문화재 보존 문제에 대한 좀더 주의 깊은 논의를 촉구한다. 그간 보존 전문가, 보존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로 활동해온 저자는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경험을 토대로 보존이론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이 책은 문화재 보존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과 의미를 정리하는 본격적인 보존이론서로서, 보존 전문가들에게 필요한 윤리의식과 사명감을 강조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문화재 보존에 있어 용어의 통일이나 개념 정리를 위한 시도초자 없는 우리의 실정에서 이 책은 해갈의 단비가 아닐 수 없다. 2. 왜 문화재를 보존, 복원해야 하는가 문화재는 현대인들에게 선인들의 과거상을 알려주기만 하는 단순한 역사적 증거물이 아니다. 문화재는 후손들의 미래를 풍요롭게 채워줄 하나의 표본이다. 그러므로 문화재를 온전하게 보존하여 후세에 전달하는 것은 당위적인 일이다. 실제로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문화재 보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류의 공동 유산인 문화재를 올바르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관심만으로는 부족하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Internation Council of Museums) 국제역사및미술품보존기구IIC(International Institute for Conservation of History and artistic Works) 등은 특정 지역과 사람들의 보존 개념을 합리적으로 취합, 판단하고 그 개념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기준들을 마련하고 있다. 저자는 이에 덧붙여 실제 보존 담당자conservator들의 보존윤리를 강조하고 있다. "부서지려는 석탑에 담벼락을 고치듯 시멘트를 채워 넣고, 훼손된 회화 작품을 보기 좋게 하려고 그 위에 무분별하게 가필하고, 작품의 일부가 낡았다는 이유로 서슴없이 바꾸는 등의 일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보존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많은 일들이 오히려 원래의 모습을 해치고 있다면 또 다른 보존상의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보존 방법에 대한 이해, 보존의 윤리성과 작업 능력을 갖추지 못한 보존 전문가가 있는 한 이 같은 상황의 반복은 명약관화하다. 보존윤리는 보존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인 것이다. 3. 문화재 보존의 실제 문화재 보존은 크게 대상물에 직접 손을 대는 적극적인 조치와 대상물의 주위 환경을 조절해주는 예방 조치로 나뉘는데 전자를 복원, 후자를 예방 보존이라 부른다. 저자는 이 각각의 의미와 역할을 제1장에서 논의한다. 또한 영속성 보장, 원형 존중, 문화재로서의 가치 부여 등의 보존 원칙과 보존의 윤리적 의미, 규범들을 일괄한다. 문화재를 보존, 복원하는 일차적 까닭은 그것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손상 요인을 크게 인위적인 파손과 자연적인 현상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여러 손상 요인을 알아보는 일은 손상을 방지하는 예방 보존 대책을 세우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손상된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이와 연관하여 예방 보존의 구체적인 항목들을 제3장에서 검토한다. 오늘날 예방보존은 대상물에 손을 대지 않는 보존방법이라는 면에서 보존윤리상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파손이 진행되고 있는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에 비해 인력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큰 이득이 있어 점점 중요시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여러 원인에 따라 문화재 보존에 대한 미적 연구적 가치가 위협받을 때 이루어지는 조치로 복원이라는 적극적인 치료 방법을 검토한다. 복원은 실제로 문화재에 손을 대어 보존을 해치는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접합, 보강, 색맞춤 등의 작업을 뜻한다. 복원 시에는 특히 과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화재의 정확한 구조를 조사하고 손상 원인을 진단할 때 자연과학적인 지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술관에서 보존 담당자의 역할을 살펴본다. 보존 부서, 큐레이터, 소장품 관리자, 소장품 구매 담당자, 미술관 근무자와의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