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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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에 따라 본문 내용과 표지를 완전 개장한 신장판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하루키가 말하는 ‘내가 사랑한 음악’!
이 책은 이렇듯 하루키와 그의 작품 세계의 한 부분을 차지해온 음악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적이고 조금은 어려운 음악비평서로 보일 수도 있지만, 몇 페이지만 넘겨보아도 이 책이 음악, 동시에 인간에 대한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열 명의 음악가 중 누구의 글을 보아도 그 음악가의 삶과 사고방식 등이 아로새겨져 있다. 하루키는 음악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그 음악가의 고독을, 절망을, 희망을 이야기한다. 어디까지나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깊은 통찰력으로 그 세계를 조망한다. 그리하여 이 책에는 고난을 딛고 삶의 제2막을 연 브라이언 윌슨, 어둠의 시대에 천상의 음악을 들려준 젊은 시절의 스탠 게츠, 미국의 노동자 계급을 위한 귀중한 대변인이 된 브루스 스프링스틴, 학대받는 사람들을 노래한 고귀한 음악혼의 소유자 우디 거스리 등 동양과 서양, 그리고 장르를 넘나드는 하루키의 음악 여정이 담겨 있다.
순수하게 그 음악 자체에 대해서 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키는 문학작품을 세상에 내어 놓는 작가로서, 음악을 세상에 내어놓는 음악가들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가 음악평론가와는 또 다른 진솔한 비평을 낳았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에 문외한인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증명하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1982년 첫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에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하였다.
1987년에 《상실의 시대》(원제 : 노르웨이의 숲)를 발표, 유례없는 베스트셀러 선풍과 함께 하루키신드롬을 낳으며 세계적 작가로 알려지게 되었다. 1994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그 밖에도 《스푸트니크의 연인》 《댄스 댄스 댄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1Q84》 《먼 북소리》 《이윽고 슬픈 외국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등 많은 소설과 에세이가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6년에는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해럴드 핀터 등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는 ‘프란츠 카프카 상’을 수상하였고, 2009년에는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 상’을, 2011년에는 스페인 ‘카탈루냐 국제상’을 수상하는 등 하루키의 문학적 성취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역자 윤성원
이화여자대학교 교육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어교육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언어교육원, 중앙대학교 일본어교육원, 토론토 소재 고등학교 등에서 일본어를 가르쳤다. 옮긴 책으로 《태엽 감는 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먼 북소리》 등 무라카미 하루키의 주요작과 더불어, 아리카와 히로의 《사랑, 전철》, 미우라 시온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마키네 마나부의 《가모가와 호루모》 등 젊은 일본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 그 외에 《그로테스크》 《토토와 함께한 내 인생 최고의 약속》 《노란 코끼리》 《크게 보고 멀리 보라》 등이 있다.
작가의 말
독자 여러분과 음악적 공감을 나눌 수 있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제껏 음악에 관해서는 적극적으로 글을 써본 적이 없었다. 음악에 연관된 일은 몇 차례 했지만 비교적 짧은 글밖에 쓰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순수하게 개인적인 기쁨으로 음악과 접하고 싶었다. 음악이 주는 자연스러운 기쁨을 일과 연관 짓는 것으로 다시금 망치고 싶지 않았다. 뛰어난 음악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즐길 수 있고 때로 감동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음악에 관해 얘기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점차로 내 속에서 커져갔다. 나는 한 사람의 성실한 음악의 수신인으로서, 그리고 동시에 한 사람의 직업적인 문필가로서 음악에 관해 진지하게 자리 잡고 앉아 얘기해야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수록된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과 가령 조금이라도 음악적 공감 같은 것을 나눌 수 있다면 더 이상의 기쁨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래,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같은 종류의 심정 말이다. 또한 이 책을 읽고 나서 ‘음악을 더 많이, 더 깊이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당초의 내 소망은 거의 이루어진 셈이다.
목차
- 시더 월턴 강인한 색채를 지닌 성실한 비주류 시인 ㆍ 07
브라이언 윌슨 남부 캘리포니아 신화의 상실과 재생 ㆍ 37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17번 D장조 D850 부드러운 혼돈의 오늘ㆍ 67
스탠 게츠 어둠의 시대, 천상의 음악 ㆍ 97
브루스 스프링스틴 미국 노동자 계급의 대변인 ㆍ 129
제르킨과 루빈스타인 전후 유럽의 대조적인 두 거장 피아니스트ㆍ 161
윈튼 마살리스 뛰어난 뮤지션의 지루한 음악 ㆍ 197
스가시카오 J-POP 가수의 유연한 카오스 ㆍ 235
프랑시스 풀랭크 상쾌한 일요일 아침, 풀랭크를 듣는 행복 ㆍ 263
우디 거스리 학대받는 사람들을 노래한 국민시인 ㆍ 295
저자 후기 독자 여러분과 음악적 공감을 나눌 수 있다면…… ㆍ 334
옮긴이의 글 세계적 작가 하루키의 깊이 있는 음악 세계 ㆍ 344
참고문헌 ㆍ 349
책 속으로
◎나는 월턴의 지적이고 단정하면서도 강철처럼 예리한 그 특유의 터치를 좋아하고, 이 사람이 때때로 깊은 곳에서 뿜어내는 집요하고 불길한 음색(그것은 악마적인 것의 성실한 잔향처럼 내 귀에는 들린다)을 무척 좋아한다. ―34쪽
◎1963년에 처음으로 〈서핑 유에스에이〉를 들은 후로 오랜 세월이 흘렀다. 브라이언에게 있어서도 나에게 있어서도 그것은 상당한 무게가 있는 세월이었다. 온갖 예상을 뛰어넘는 종류의 세월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 있다. 와이키키의 밤바다에, 그칠 줄 모르는 비를 맞으며 그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그것은 누가 뭐라 해도 훌륭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진혼해야 할 몇 가지를 우리 자신 속에 안고 있는 것이다. ―64쪽
◎클래식 음악을 듣는 기쁨의 하나는 자기 나름대로의 몇 곡의 명곡을 가지고, 자기 나름대로의 몇 명의 명연주가를 가지는 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세상의 평가와는 합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 같은 ‘자신만의 서랍장’을 가지는 것으로 인해 그 사람의 음악 세계는 독자적으로 펼쳐져 깊이를 더하게 될 것이다. ―93쪽
◎그는 가볍게 세상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물론 그는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재즈라는 건 말이죠” 하면서 그는 만년의 어느 인터뷰에서 마치 가정의 불쾌한 비밀을 털어놓듯이 이야기했다. “밤의 음악이거든요.” 그 말이 스탠 게츠라는 뮤지션과 그가 만들어낸 음악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126쪽
◎지금도 스프링스틴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봄날의 햇살이 내리쬐는 애스버리 파크의 광경을 문득 떠올린다. 내가 1970년 전후 도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을 즈음 브루스 스프링스틴도 마찬가지로 이 영락한 애스버리 파크에서 악전고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30년도 넘는 세월을 거쳐 우리는 제각기 무척 먼 곳까지 발걸음을 옮겨왔다. 뜻대로 이루어진 일도 있었고 뜻대로 되지 않은 일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남기 위해 제각기의 장소에서, 제각기의 투쟁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159쪽
◎그것이 재즈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할 만큼 녹아웃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 만일 그런 비합리적인 힘을 때때로 느낄 수 없었다면 도대체 어느 누가 재즈를 30년 동안이나, 40년 동안이나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들어왔겠는가? 재즈라는 음악은 그렇게 성립되어 왔다. ―231쪽
◎노래를 듣고 있으니 정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정경이지만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가사의한 리얼리티가 문득 느껴진다. 구두 속의 젖은 감촉과 흐린 유리창의 나른함이 어떤 예감처럼, 혹은 이미 일어난 일의(그러나 왠지 상실되어 버린) 기억처럼 피부에 와 닿는다. ―261쪽
◎상쾌한 일요일 아침 커다란 진공관 앰프─같은 걸 당신이 우연히 가지고 있다면─가 따뜻해지기를 기다리고(그동안 물을 끊여 커피라도 준비하고), 천천히 턴테이블에 풀랭크의 피아노곡이나 가곡 LP를 얹는다. 이런 게 역시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92쪽
◎거스리는 음악이라는 것은 메시지를 운반하는 생명체이며 그 장소에서 사명을 다하면 그대로 어디론가 사라져버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모든 것이 먼지에서 태어나 다시금 먼지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우디 거스리의 혼은 어떠한 격렬한 모래 폭풍에도 날아가지 않고,시대라는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고, 확실하게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 ―330쪽
기본정보
ISBN | 9788970129723 |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4월 09일 | ||
쪽수 | 352쪽 | ||
크기 |
142 * 202
* 27
mm
/ 465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意味がなければスイングはない/村上春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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