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말뭉치라 불리는, 전산화된 다채로운 국어 자료와 컴퓨터를 적극 활용한 국어정보학적 실증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어 기본어휘를 가려내어 그들의 실제 용법을 알아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또, 어떻게 하면 그 분석의 결과를 있는 그대로 어휘 연구와 사전에 반영할 수 있을까? 나아가서는 한국어교육이나 국어교육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러한 것들이 이 책이 이루어진 동기이자 목적입니다. 이 목적을 한 그릇에 담은 것이 다름아닌 ??한국어 기본어휘 의미 빈도 사전??이었습니다. 이 사전은 한국어의 기본어휘를 최대한 객관적인 모든 방법을 써서 가려낸 다음, 100만 마디의 아주 큰 말뭉치에 하나하나 용법을 갈라 주석하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에 따른 사전은 이제까지 이루어진 바가 없습니다. 이 새로운 사전은 지난 1998년 이래 제가 늘 붙들고 있었던 일거리로서, 말뭉치의 주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일련의 연구의 최종적인 산물의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혹 다른 연구 과제에 매달리거나, 일터에서 행정을 맡아 잠시 일을 쉴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일이 되어 감에 따라, 한국어 기본어휘의 온전한 모습들이 드러나고, 말뭉치가 세밀하게 분석되어 주석 과정을 거치며 이제까지는 알 수 없었던 갖가지 정보들이 얻어졌고, 1998년에 시작한 일이 마침내 지난 2010년경에 이르러서야 사전을 만들 수 있는 모든 바탕이 마련되었습니다.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사전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작은 활자들과 씨름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일이 더 걸릴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래서 이같은 일을 또 할 다음 사람이 나올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국내외의 여러 분야에서 비슷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연구 동향으로 미루어 볼 때에나, 언어를 통한 인간 이해라는 국어학이나 언어학의 최종 목표를 되새겨 볼 때, 이 같은 연구가 헛된 일은 결코 아닌 것 같습니다.
맨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욕심에 비하자면 이제 내놓는 이 결과에 더러 아쉬움이 남는 것도 있지만, 너무 오랫동안 혼자 붙들고 있었던 탓에, 필요한 때를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바심도 일어, 이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연구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원래 뜻한 바대로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 일이 이루어진 과정의 어려움을 널리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한편으로, 이 글에 담겨 있을 잘못을 함께 고쳐 나갈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이 사전이 이루어지기까지 여러 분들에게 참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말뭉치를 모으고, 분석에 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해 가며 주석의 일을 함께 해 준 당시의 대학원생들이자 이제는 학계의 동료가 된 이들 모두에게 고마움과 존경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장 석배 교수(미국 조지아텍), 민 경모 교수(계명대), 김 한샘 선생(국립국어원)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일은 이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맨 처음 연구를 시작하던 첫 삽에 쓸 연구비를 지원해 준 문화관광부 국어정책과(당시)의 ‘한국어 해외 보급 사업’의 책임자이자, 이 책이 말뭉치 기반 국어 연구 총서의 하나로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 김 하수 전 원장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사전과 연구서를 한 묶음으로 내는 큰 일을 맡아 주신 한국문화사 김 진수 사장과 박 재형 팀장, 그리고 책다운 모양을 갖추어 주신 편집진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무엇보다도 늘 인연과 삶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는 가족들에게도 이 책이 기쁨과 보람이 되었으면 진심으로 좋겠습니다.

2014. 1. 14.
저자 서상규 씀

1. 의미 빈도의 개념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쓰는 낱말은 늘 한 가지 뜻으로만 쓰이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의 낱말들은 맥락에 따라 여러 뜻으로 쓰인다. 즉 다의적이다. 특히,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되어, 사용 빈도가 아주 높은 낱말들에서는 이런 다의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한 낱말이 가지는 온갖 뜻들은 모두 사전에 기술되는데, 사전을 통해서 우리는 어떤 낱말이 어떠한 뜻들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그 여러 뜻 가운데 어느 뜻이 더 중요하게 또 일상적으로 자주 쓰이는가는 알 도리가 없다.
이 사전에서 말하는 ‘의미 빈도’란, 하나의 낱말에 대해 사전에 기술되어 있는 낱낱의 의미(뜻)들이 제각기 실제로 얼마나 쓰이는지를 조사하여 밝혀낸 사용 빈도수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이 ‘의미 빈도’는 어떤 낱말이나 뜻들이 제각각 얼마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쓰이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우리에게 보여 주는 정보인 것이다.